동양고전산책/주역의 기본원리

8-2. 대성괘 효위와 관계론적 분석

돈호인 2021. 7. 30. 23:58

1. ()와 효위(爻位)의 의미

 

1) ()의 의미

 

  괘를 형성하고 있는 각각의 구성단위를 효()라고 한다. 효는 괘()가 나타내는 전체적(全體的)인 상황과 효()에 내재된 부분적(部分的)인 상황의 실질을 판단하는 기초가 되는 개념이며, (전체)와 효(부분) 및 효 상호간의 관계성과 변화를 판단하는 주요 요소이다.

  『주역』「계사상전3장에 효라는 것은 변하는 것을 말한다(爻者 言乎變者也)”고 하였고, 계사하전10장에 도에 변동이 있으므로 효라고 일컫는다(道有變動 故曰爻)”라고 하였으며, 계사하전1장에는 효라는 것은 이것을 본받는 것이다(爻也者 效此者也)”라고 하였다. 이러한 내용을 종합하면, ()라는 것은 변화의 상황적 계기가 되고 또한 그 변화의 기미를 고찰하여 본받는 것임을 알 수 있다.

 

2) 효의 명칭

 

  대성괘는 6효로 이루어지는데, 그 각각의 자리()에 따라 그리고 그 효의 음양(陰陽)에 따라 효의 명칭이 정해진다.

  각 효의 자리는 초(((((()으로 표시하며, 각 자리에 있는 효가 음()인 경우에는 육()이란 수로 양()인 경우에는 구()란 수로 표시한다. 예컨대 수뢰둔(水雷屯)괘와 산수몽(山水蒙)괘의 경우를 보면 다음과 같다.

 

 

3) 음효(陰爻)6으로 하고 양효(陽爻)9로 표시하는 이유

 

  음효(陰爻)6으로 하고 양효(陽爻)9로 표시하는 근거로는 다음의 몇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1부터 10까지의 기본수(河圖)에서 1부터 5까지의 수를 생수(生數)라고 하는데, 생수 1·2·3·4·5 가운데 양수(1·3·5)의 합은 9요 음수(2·4)의 합은 6이 된다. 따라서 96은 생수 내에서 각각 양수와 음수의 총합으로 9는 양의 극수(極數)이고 6은 음의 극수(極數)를 의미한다.

  둘째, 삼천양지법(參天兩地法)에 의하면 양의 기본수는 3이요 음의 기본수는 2인데, 이 기본수가 삼변(三變)하여 변화를 이루므로 각각 3배를 하여 얻은 9(3×3)6(2×3)으로 음양변화의 수를 삼는다.

  셋째, 사상수(四象數)로 볼 때 태음수는 6이요 태양수는 9이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면, 요컨대 전체적 상황을 나타내는 괘()의 구성부분이 되는 효()는 변화의 기틀이 되고, 모든 상황은 극에 달하면 항상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양의 극수인 구()와 음의 극수인 육()으로 효의 음양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4) 효위(爻位)의 의미 : 전체와 부분의 관계

 

  대성괘 64괘의 모든 괘는 각각 전체적 상황성을 나타내고 있다. 64괘를 전체로 본다면 각 괘는 64괘중의 하나로 1/64이 되지만, 사실 각 괘에는 64괘의 전체적 상황성이 내포되어 있다.

  외괘가 땅() 내괘가 바람()으로 이루어진 지풍승(地風升)괘를 예로 들면, 승괘(升卦)에서 각 효가 한 효씩 변하고 두 효씩 변하고 세 효씩 변하고 네 효씩 변하고 다섯 효가 변하고 여섯 효가 변하면, 결국 지풍승괘를 본체로 하여 64괘가 변화가 나타나게 된다. 효가 변한다는 것은 양효는 음으로 음효는 양으로 바뀌는 것을 말한다. 승괘(升卦)에서 한 효씩 변하는 경우를 예로 들면 다음과 같다.

 

 

  따라서 주역원전에 있는 64괘 경문(經文)은 자연과 사회 변화의 기본적 상황을 설정하여 표현한 것이고, 그 이면에 작용하는 변화는 첫 번째 괘인 중천건(重天乾)괘로부터 마지막 64번째 괘인 화수미제(火水未濟)괘에 이르기까지 각각 모든 괘에 64괘의 변화적 양상이 담겨 있다. 결국 64괘가 나타내고 있는 총 변화의 경우수는 ‘6464이라는 천문학적인 변화가 나오게 된다. 여기에 주역이 나타내고 있는 변화의 묘리(妙理)가 있다.

  이렇듯 각 괘는 64괘 가운데 하나의 양상이면서도 동시에 64괘 전체의 원형을 담고 있다. 이것은 부분은 전체의 일부이지만 동시에 전체의 원형을 내포하고 있다는 법칙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러한 원리는 단지 관념상의 원리가 아니라 정신계와 물질계를 아우르는 실질적인 원리이다. 예컨대, 동양의학에서 전통적으로 전해지고 있는 수지침(手指針), 족침(足針), 이침(耳針) 등의 원리는 인간의 신체의 한 부분(, , 귀 등)에는 신체 전체의 원형이 담겨 있다는 원리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어느 괘이든 괘에는 항상 전체적 양상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에, 초효·이효·삼효·사효·오효·상효의 각 효의 자리는 전체와 부분의 관계를 나타내게 된다. 이러한 관계를 도표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이 도표를 토대로 하여 사회적 양상을 예로 부연설명하면, 국가 전체를 의미할 경우에는 국가원로(상효), 통치자(오효), 정부각료(사효), 지방자치단체장(삼효), 일반공무원 또는 학자(이효), 일반국민(초효)의 관계가 된다. 그리고 회사의 경우에는 회장(상효), 사장(오효), 이사(사효), 중견간부 내지 지점장(삼효), 하급간부(이효), 일반사원(초효)으로 표현된다. 이러한 관계를 각 사회단체에 유추적용하면 주역의 각 괘에 내포된 사회적 원리를 도출할 수 있다.

 

2. 효위(爻位)의 관계론적 분석

 

  한 괘체내에서 각 효는 독립적으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일반 사회적 원리와 마찬가지로 상호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렇게 한 괘체 내에서 작용하는 효 상호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주된 개념이 중(((()이다.

 

1) ()

 

  중()이란 내괘의 가운데 효와 외괘의 가운데 효를 말하는데, 여섯 위에서 볼 때에는 2위와 5위를 중()이라 한다. 어떠한 상황성에 있어서 이치로 판단하든 점()으로 판단하든 이 자리를 얻음을 득중(得中)’이라고 한다.

  내괘에서의 중(2)은 하부구조에서 중도적 역할을 하여 아래(초효)를 잘 이끌면서도 위(3효)와 아래를 적절하게 조율하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외괘에서의 중(5효)은 상부구조에 있어 전체를 조화롭게 통솔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개략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세상 이치와 인간의 덕성 및 사회성의 적절함이 중용(中庸)의 도에 있듯이, 주역에서도 중()을 얻은 상태를 좋게 평가하고 있다.

 

 

2) ()

 

  정()이란 음자리(陰位)에 음효(陰爻)가 오고, 양자리(陽位)에 양효(陽爻)가 온 상태를 말한다.

  여섯 효 가운데 초효·삼효·오효는 양자리(陽位)가 되고 이효·사효·상효는 음자리(陰位)가 되는데, 양자리에 양효가 오고 음자리에 음효가 온 것을 바른 자리를 얻은 것이기에 득위(得位)’ 또는 정()이라 하고, 양자리에 음효가 오거나 음자리에 양효가 온 상태는 바른 자리를 잃었다 하여 실위(失位)’ 또는 부정(不正)이라고 한다.

  정()이란 개념은 어떠한 상황에서의 행위 또는 맡은 바 직분이 적절함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3) ()

 

  대성괘에서 외괘(상괘)와 내괘(하괘)는 상호간에 영향을 주는 관계에 있다.

  특히 이를 효 관계에서 보면, 여섯 효에서 내괘의 첫 효인 초효(初爻)와 외괘의 첫효인 사효(四爻), 내괘의 둘째 효인 이효(二爻)와 외괘의 둘째 효인 오효(五爻), 내괘의 셋째 효인 삼효(三爻)와 외괘의 셋째 효인 상효(上爻)가 각각 서로 영향을 주는 관계가 되는데, 이러한 관계가 음과 양의 관계로 응하는 것을 정응(正應)’ 또는 상응(相應)’이라고 한다. 즉 상호간에 음양관계로 응하는 것인데, 이는 서로를 필요로 하거나 도움을 줄 수 있는 상보적(相補的)인 관계를 이루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편, 같은 속성인 양과 양 또는 음과 음으로 대치된 경우를 적응(敵應)’ 또는 불응(不應)’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경우에는 서로간에 배타적이고 비협조적인 관계가 됨을 의미한다.

 

 

4) ()

 

  비()란 서로 이웃한 효끼리의 음양관계를 말한다. 이 경우에도 이웃하는 효 사이에 음양관계로 살펴보는데, 앞서 살펴 본 응()관계와 비교해 볼 때 비()는 대체로 응()하는 관계를 방해하는 상황성이 내재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예컨대, 수뢰둔괘의 경우 육이 음효와 구오 양효가 음양으로 정응관계에 있어 상호간에 적절한 역할(예컨대, 배우자관계)을 해야 함에도, 육이 음효가 바로 아래에 이웃하고 있는 초구 양효와 상비(相比)관계에 있기 때문에 정응관계인 구오를 만나는데 방해되는 상황으로 나타나게 된다.

 

 

5) (((()의 종합고찰

 

  중·정·응·비는 한 괘체 내에서 각 효의 상황적 적절함과 상호관계를 나타내는 중요한 기본개념이다. 그러나 이러한 원리가 절대불변의 공식처럼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의 특수한 정황에 따라서는 정응관계가 오히려 부적절한 양상으로 나타날 경우도 있으며(예컨대, 산천대축괘), 또한 상비관계가 오히려 서로 협조하는 관계로 나타날 수도 있고(예컨대, 지뢰복괘), (()의 관계도 괘의 정황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이게 된다. 일반적으로 볼 때, 득중(得中)하고 득위(得位)를 한 상태를 중정(中正)이라 하는데 효의 관계에서는 가장 이상적인 상태에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64괘 가운데 괘에 내재된 특수한 상황성에 따라서는 아무리 중정한 상태에 있어도 좋지 않은 양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예컨대 산지박괘 육이효).

 

 

 

※ 신성수, 『주역통해』(대학서림, 2005), 74∼79쪽; 신성수, 『현대주역학개론』(대학서림, 2007), 171∼179쪽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