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음양기운의 역동성(양의兩儀)
이런 까닭으로 역에 태극이 있으니 태극이 양의를 낳고
양의가 사상을 낳고 사상이 팔괘를 낳으니
팔괘가 길흉을 정하고 길흉이 대업을 낳는다.
是故로 易有太極하니 是生兩儀하고
兩儀生四象하고 四象生八卦하니
八卦定吉凶하고 吉凶生大業하나니라.
태극은 전체성을 의미하기에 이미 태극 안에는 역동적인 음양원리가 내재되어 있다. 이것은 하루라는 개념에 낮과 밤이라는 두 가지 속성이 있으며, 1년이라는 개념에 이미 춘하추동 사시라는 기운의 변화가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원리를 두고 주역에서는 태극이 양의를 낳고 양의가 사상을 낳고 사상이 팔괘를 낳는다는 표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양의(兩儀)란 태극에 내재된 두 가지 거동 즉 속성이란 뜻이다. 대자연의 원리를 보건대 하루의 변화는 낮과 밤이라는 것으로 표현되는데, 낮이라는 현상을 대표하는 기운의 양상은 양(陽)이며, 밤이라는 현상을 대표하는 기운의 양상은 음(陰)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자연의 속성은 만물에도 투영되어 만물을 생성하는 상반적인 두 가지 성질로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자연의 속성에 있어 음 기운과 양 기운은 상반되면서도 상보적(相補的)인 작용으로 나타나는데, 이러한 기운의 속성을 대표적으로 나타낸 말이 ‘움직이는 것은 양의 떳떳함이요, 고요한 것은 음의 떳떳함이다’(動者는 陽之常也요 靜者는 陰之常也라)라는 표현이다.
만물의 생화작용에 있어서도 양 기운이 동하여 양의 정기를 음에게 주면 고요한 음은 이를 수태하여 만물을 생성하게 된다. 하늘의 기운이 정기를 땅에 베풀면 땅은 이를 포태하여 만물을 생화시킨다. 정자(程子)가 지은 것으로 추정되는 「역서(易書)」에 다음과 같이 문장이 있다.
흩어서 이치에 두면 만 가지로 다르고, 모아서 도에 두면 두 가지가 아니니, 그렇기 때문에 역에 태극이 있으니 이것이 양의를 낸다. 태극은 도이고 양의는 음과 양이니, 음양은 한 도이며 태극은 무극이다. 만물의 생겨남이 음을 지고 양을 안아서, 태극이 있지 않음이 없으며 양의가 있지 않음이 없으니, 인온(천지의 기운이 쌓임)하여 사귀어 느낌에 변화가 무궁하다. 형체가 한번 그 생명을 받고 신이 한번 그 지혜를 발하여 참과 거짓이 나옴에 만 가지 단서가 일어나니, 역이 이로써 길흉을 정하고 대업을 내는 바이다.
散之在理則有萬殊하고 統之在道則无二致니 所以易有太極하니 是生兩儀라. 太極者는 道也오 兩儀者는 陰陽也니 陰陽은 一道也오 太極은 无極也라. 萬物之生이 負陰而抱陽하야 莫不有太極하며 莫不有兩儀하니 絪縕交感애 變化不窮이라. 形一受其生하고 神一發其智하야 情僞 出焉하고 萬緖 起焉하니 易所以定吉凶而生大業이라.
한편 『노자(老子)』 제 42 장에는 다음과 같은 유명한 구절이 있다.
‘도’가 하나를 낳으니, ‘하나’는 둘(陰․陽)을 낳고, ‘둘’은 셋(陰․陽․沖氣)을 낳고, 셋은 만물을 낳는다. 만물은 음기를 등에 지고 양기를 안아서 충기로 조화를 이룬다.
道生一하니 一生二하고 二生三하야 三生萬物이라. 萬物은 負陰而抱陽하야 沖氣以爲和하니라.
이는 모두 자연의 변화원리와 그 속성을 음과 양이라는 기운의 양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역경의 상징적 구조는 태극(太極)의 상(象)과 양의(兩儀)의 상(象)이 기초가 되고 있다. 철학적인 수리에 있어서는 태극이 1이기에, 음은 2라는 수로 양은 3이란 수로 대표된다.
또한 현상계의 모든 만물은 그 성질에 따라 각각 음의 속성과 양의 속성으로 구분될 수 있다. 만물분화 및 속성파악의 기초는 음과 양이다.
음 : 水 寒 濕 暗 下 濁 柔 降 合 魚 重 女 足 惡 海 肉體 地 …
양 : 火 署 燥 明 上 淸 强 昇 散 鳥 輕 男 手 善 山 精神 天 …
우주만물을 음양의 속성으로 구분하는 것이 가능하나 그 실질적인 면을 보면 음양작용은 동시에 발생하는 상대적인 구분에 불과하며, 또한 상황에 따라 실체의 음양작용은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음양구조는 논리학이나 물리학에서 상대성이론으로 전개되는 기본원리로 발전했다.
2. 사상(四象)
음양의 두 가지 거동(양의)은 각각 다시 음양작용을 일으키니 이를 통해 나타나는 4가지의 속성을 사상(四象)이라 한다. 음양은 상반되는 두 가지 기운의 거동이라는 의미로 양의(兩儀)라고 하였으나, 사상(四象)은 음양이 다시 분화·발전하여 실질적인 물상 내지 현상으로 나타나려는 기미·조짐을 의미하기 때문에 상(象)이라고 한 것이다.
지구가 자전하면서 나타나는 기운의 변화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하루 기운의 전체를 태극이라 한다면, 자정에서 정오까지의 기운을 양(陽)이라 하고 정오에서 자정까지의 기운을 음(陰)이라 하여 음양 속성으로 구분된다. 다시 양에 해당하는 자정에서 정오까지의 기운의 양상을 구분하면, 근원에는 양이 작용하면서도 현상에는 음이 드리우고 있는 ㅇ시부터 6시까지의 기운을 소음(少陰)으로, 근원에 양이 작용하면서 현상 역시 양으로 작용되고 있는 6시부터 12시까지를 태양(太陽)으로 상징한다. 또한 음이 작용하고 있는 정오에서 자정까지의 기운을 구분하면, 근원에서는 음이 작용하면서도 현상은 양으로 작용하고 있는 12시부터 18시까지의 기운을 소양(少陽)으로 상징하고, 근원이 음으로 작용하면서 현상도 음으로 작용하고 있는 18시부터 24시까지의 기운을 태음(太陰)으로 상징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지구가 공전하는 주기 즉 1년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1년의 공전주기는 그 자체로 태극(太極)이 된다. 태극이라는 전체는 양의 기운이 작용하는 기간과 음의 기운이 작용하는 기간으로 대별되는데, 동지에서 하지까지의 양(陽)기운과 하지에서 동지까지의 음(陰)기운이 그것이다. 양이 작용하는 동지에서 하지까지는, 다시 근원에는 양이 작용하나 현상에서는 아직 음이 작용하고 있는 동지에서 춘분까지의 기운 양상을 소음이라 하고, 근원에서 양이 작용하고 아울러 현상에서도 양으로 작용하고 있는 춘분에서 하지까지의 기운 양상을 태양이라 한다. 또한 음이 작용하고 있는 하지에서 동지까지는, 다시 근원에는 음이 작용하나 현상에서는 양으로 작용하는 기운양상을 소양이라 하고, 근원에서도 음이 작용하고 현상에서도 음으로 작용하고 있는 기운의 양상을 태음이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연변화에 기초하여 네 가지 기운(사상)을 명명하기를 양에서 양으로 발전 분화한 것을 태양(太陽)이라 하고, 양에서 음으로 발전 분화한 것을 소음(少陰)이라 하며, 음에서 양으로 발전 분화한 것을 소양(少陽)이라 하고, 음에서 음으로 발전 분화한 것을 태음(太陰)이라 한다. 사상(四象)도 철학적인 수로 표현이 되는데, 태양은 9 · 소음은 8 · 소양은 7 · 태음은 6으로 표상된다.
이러한 사상의 속성을 표현하자면, 태양은 기본체인 양이 양의 성질로 작용하는 것이고, 소음은 기본체가 양이지만 음의 성질로 작용하는 것이며, 소양은 기본체가 음이지만 양의 성질로 작용하는 것이고, 태음은 기본체인 음이 음의 성질로 작용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신성수, 『주역통해』(대학서림, 2005), 33∼38쪽; 신성수, 『현대주역학개론』(대학서림, 2007), 50∼63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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