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구와 태양계의 자전(自轉) · 공전(公轉)현상
『주역』의 핵심인 태극원리(太極原理)에 들어가기에 앞서 우리의 보금자리인 지구와 태양계 그리고 은하계를 살펴보자.
1) 우리 은하계
우리 은하는 백조자리를 이루는 밝은 4개의 별이 만드는 이른바 '북십자'에서부터 둘로 갈라져서 남쪽으로 뻗어 가면서 점점 밝아진다. 그리고 궁수자리에서 웅장한 모습을 보이고 다시 남쪽으로 계속된다. 남십자 '용골자리'를 거쳐 남반구를 돌아서 '큰개', '오리온'으로 연속되고 다시 '황소', '페르세우스', 카시오페아를 거쳐서 '백조자리'로 되돌아온다. 이러한 은하수의 정체가 밝혀진 것은 400여년전 갈릴레이에 의해서였다.
우리 은하는 가운데가 볼록한 원반모양으로 '정상나선은하'에 속한다. 원반의 지름은 약 10만 광년(헤일로)이고, 은하의 핵은 지름이 1.2만 광년이고 두께는 약 1만 광년이며, 은하 전체의 질량은 태양질량의 200억 배 정도이다. 또한 은하중심으로부터 동쪽(반시계방향)으로 회전하고 있는데 중심부로 갈수록 회전속도가 빠르다. 이에 따라 태양은 우리은하의 중심을 초속 약 220km 정도로 회전하여 2억5천만년 후에 제자리에 되돌아 올 수 있다.
2) 지구의 공전과 계절의 변화
지구는 23.5도가 기울어져 있고 궤도상의 위치에 따라 태양과 이루는 각도가 달라진다. 태양빛은 춘분과 추분에 적도상을 수직으로 비추지만 하지에는 북위 23.5도 동지에는 남위 23.5도를 수직으로 비춘다. 이에 따라 각 지점이 받는 태양 복사 에너지의 양이 달라져서 기온의 변화, 곧 계절의 변화가 생긴다. 지구의 계절의 변화는 태양과 지구의 거리에 따라 변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표면에서의 일사량에 의해 변화한다. 일사량은 태양빛이 지구에 수직으로 입사할 때 최대가 된다.
3) 하루의 길이
우리가 일상적으로 표현하는 하루(1일)를 나타내는 천문용어에는 ‘시태양일’․‘항성일’․‘평균 태양일’ 등이 있다. ‘시태양일’은 태양의 일주 운동으로 정한 하루를 말하며, ‘항성일’은 별의 일주 운동을 기준으로 하여 정한 하루를 말하고, ‘평균 태양일’은 일정하지 않은 ‘시태양일’의 길이를 1년 동안에 걸쳐 평균한 하루의 길이를 말한다. 이 ‘평균 태양일’을 기준으로 하는 시간체계를 ‘평균 태양시’라고 한다.
인간의 일상생활에서는 태양의 영향이 크기 때문에 태양에 대한 자전의 주기, 즉 ‘평균 태양일’을 하루의 길이로 정하고 있다.
2. 태극원리(太極原理)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 지구와 태양계 및 은하계의 운동원리는 현대과학의 발전에 힘입어 이른바 과학적인 인식으로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운동원리를 고대의 사람들이 결코 몰랐던 것은 아니다. 옛 사람들이 대자연의 원리를 알아내는 것은 막연한 신탁(神託)에 의한 미신적 추론이 아니라, 역시 과학적인 원리를 통하여 규명하였다.
옛날 동양의 고대인들이 지구의 공전과 자전현상을 알아내는 중요 방법은 규표(圭表)와 해시계를 통한 해 그림자의 측정과 북극성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북두칠성의 변화였다. 낮에는 규표로서 태양의 그림자 길이를 측정함으로써 하루의 변화뿐 아니라 1년의 변화를 파악하여, 하루 12시의 개념과 1년 24절기의 변화원리를 도출하였다. 또한 밤에는 밤하늘의 중심이 되는 북극성을 중심으로 북두칠성이 자구가 자전하고 공전함에 따라 한 바퀴씩 돌아가는 현상을 보고, 하루 12시와 1년 12달의 좌표를 계산하였다.
지구가 공전하고 자전하면서 인간사회에 펼쳐지는 가장 대표적인 변화는 낮과 밤의 주기적인 교체로 인한 하루의 변화, 그리고 춘하추동(春夏秋冬) 사시(四時)의 교체로 나타나는 1년의 변화였다. 우리가 일견 보기에 한 시각 한 시각의 흐름이 쌓여 하루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지만, 우주변화의 원리는 반대로 지구가 자전하는 전체의 자전주기를 경험칙상 나누어 12시 내지 24시의 구분을 하는 것이다. 또한 하루하루가 쌓여 봄·여름·가을·겨울을 거쳐 1년이라는 변화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공전하는 주기를 하나의 전체로 볼 때, 그 안에는 봄·여름·가을·겨울의 사시(四時) 변화가 있다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나타나는 기운의 변화양상은 동지와 하지, 춘분과 추분이라는 계절적 전환점으로 대표되었고 이러한 기운변환의 역동성은 음(陰)과 양(陽)이라는 기운의 역동성으로 파악을 하였다.
이렇게 경험칙상 느껴지는 전체를 하나라는 기준, 즉 태극(太極)으로 하고 이 하나가 나누어져 표현되는 기운의 양상을 음양(陰陽)·사상(四象)·팔괘(八卦)라는 개념으로 표현하게 된다. 태극은 전체로서의 하나이다
태극은 전체성이자 근원성을 의미한다. 태극은 전체성 및 근원성을 의미하기에 철학적 상수로는 하나 즉 1에 해당한다. 하나는 온전한 전체를 의미하는 것이다. 온전함과 전체 및 근원을 의미하는 것을 ‘태극(太極)’이란 문자로 표현한 것은, 태(太)자에는 처음과 근원이라는 의미가 있고, 극(極)에는 시간적으로 끝이고 멀다 또는 공간적인 전체를 의미하는 뜻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태극에는 시간과 공간의 두 양상이 표현되고 있다.
태극의 공간성은 형이상학적 공간과 형이하학적 공간을 포함한다. 우리의 인식에서 펼쳐지고 있는 우주 공간은 경계가 없다. 이 형이상학적 공간을 터득한다는 것은 이른바 종교적 체험 및 철학적 사유에 해당한다. 형이하학적 공간을 파악하는 것은 과학의 목적에 해당한다. 과학적 인식 도구의 발전으로 인간은 미시의 세계와 거시의 세계에 대해 눈을 뜨게 되었다. 그런 결과 미시의 세계와 거시의 세계는 상통한다는 일치성의 원리를 발견하게 되었다. 전체는 부분을 포함하고 부분은 전체의 원형을 담고 있는데, 결국 부분과 전체에 내재되어 있는 원리는 같은 원리가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원리는 인종과 민족 및 국가의 상이함에도 불구하고, 인류의 동질성을 추구하는 인류애의 철학적 기초가 되고 있다.
※ 신성수, 『주역통해』(대학서림, 2005), 25∼32쪽; 신성수, 『현대주역학개론』(대학서림, 2007), 44∼50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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