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산책/중용

『중용』 제31장∼제33장

돈호인 2020. 11. 29. 14:19

 

 

31

 

唯天下至聖이어야 爲能聰明睿知 足以有臨也니

유천하지성         위능총명예지 족이유림야

寬裕溫柔 足以有容也며 發强剛毅 足以有執也며

관유온유 족이유용야    발강강의 족이유집야

齊莊中正이 足以有敬也며 文理密察이 足以有別也니라.

재장중정   족이유경야    문리밀찰    족이유별야

睿: 슬기로울 예   寬: 너그러울 관   裕: 넉넉할 유   容: 용납할 용   毅: 굳셀 의   齊: 재계할 재   莊: 엄할 장

 

오직 천하의 지극한 성인이어야 능히 총명하고 예지함이 족히 임함이 있나니, 너그럽고 넉넉하고 온화하고 부드러움이 족히 용납함이 있으며, 펼치고 강하고 굳세고 굳셈이 족히 잡음이 있으며, 재계하고 씩씩하고 중하고 정함이 족히 공경함이 있으며, 문이 있고 조리 있고 치밀하고 살핌이 족히 분별함이 있느니라.

 

聰明睿知生知之質이라 謂居上而臨下也其下四者乃仁義禮智之德이라 文章也條理也詳細也明辨也.

 

총명예지는 생이지지(生而知之)의 자질이다. ‘()’은 위에 거하여 아래로 군림함을 이른다. 그 아래 네 가지는 바로 인···지의 덕이다. ‘()’은 문장이요, ‘()’는 조리요, ‘()’은 상세함이요. ‘()’은 밝게 분별함이다.

 

溥博淵泉하야 而時出之니라.

부박연천      이시출지

溥: 넓을 부   博: 넓을 박   淵: 깊을 연(못 연)   泉: 샘 천

 

넓고 넓고 깊고 깊어서 때로 나오니라.

 

溥博周徧而廣濶也淵泉靜深而有本也發見也言五者之德充積於中而以時發見於外也.

: 두루 주   : 두루 편   : 넓을 광   : 넓을 활

 

부박(溥博)’은 두루하고 넓음이요, ‘연천(淵泉)’은 고요하고 깊고 근본이 있는 것이다. ‘()’은 발현함이니, 다섯 가지의 덕이 가운데에 충적되어 때로 밖에 발현됨을 말씀한 것이다.

 

溥博은 如天하고 淵泉은 如淵이라

부박   여천       연천    여연

見而民莫不敬하며 言而民莫不信하며 行而民莫不說이니라.

현이민막불경      언이민막불신       행이민막불열

見: 나타날 현   說: 기쁠 열

 

‘부박’은 하늘과 같고, ‘연천’은 못과 같음이라. 나타남에 백성이 공경하지 않음이 없고, 말함에 백성이 믿지 않음이 없고, 행함에 백성이 기뻐하지 않음이 없느니라.

 

言其充積極其盛而發見當其可也.

 

그 충적함이 그 성함을 지극히 하고 발현됨이 그 옳음에 마땅함을 말씀한 것이다.

 

是以로 聲名이 洋溢乎中國하야 施及蠻貊하야

시이    성명    양일호중국      이급만맥

舟車所至와 人力所通과 天之所覆와 地之所載와 日月所照와 霜露所隊에

주거소지    인력소통    천지소부   지지소재    일월소조    상로소추

凡有血氣者 莫不尊親하니 故로 曰配天이니라.

범유혈기자 막불존친      고    왈배천

聲: 소리 성   洋: 넘칠 양   施: 뻗을 이   蠻: 오랑캐 만   貊: 북방 오랑캐 맥   舟: 배 주   霜: 서리 상

露: 이슬 로   隊: 떨어질 추(墜)

 

이로써 성명(聲名)이 중국에 넘쳐 오랑캐에 벋쳐서, 배와 수레가 이르는 바와 인력이 통하는 바와 하늘이 덮어주는 바와 땅이 실어주는 바와 해와 달이 비추는 바와 서리와 이슬이 내리는 바에 무릇 혈기(血氣)가 있는 자들이 존경하고 친애하지 않음이 없나니, 그러므로 가로되 하늘에 배합한다고 하느니라.

 

舟車所至以下蓋極言之配天言其德之所及廣大如天也.

 

舟車所至이하는 대개 지극히 말씀한 것이다. 하늘에 배합한다는 것은 그 덕의 미치는 바가 넓고 커서 하늘과 같음을 말한다.

 

第三十一章이라.

(이상)는 제31장이다.

 

承上章而言小德之川流하니 亦天道也.

윗장을 이어 소덕의 천류를 말씀하셨으니, 또한 천도이다.

 

 

32

 

唯天下至誠이어야 爲能經綸天下之大經하며 立天下之大本하며

유천하지성         위능경륜천하지대경       입천하지대본

知天地之化育이니 夫焉有所倚리오.

지천하지화육       부언유소의

 

오직 천하에 지극히 성실한 분이어야 능히 천하의 큰 법도를 경륜하며, 천하의 큰 근본을 세우며, 천지의 화육을 알지니, 어찌 의지하는 바가 있으리오.

 

經綸皆治絲之事經者理其緖而分之綸者比其類而合之也常也大經者五品之人倫이요 大本者所性之全體也惟聖人之德極誠無妄이라 於人倫各盡其當然之實하여 而皆可以爲天下後世法하니 所謂經綸之也其於所性之全體無一毫人欲之僞以雜之하여 而天下之道千變萬化皆由此出하니 所謂立之也其於天地之化育則亦其極誠無妄者 有黙契焉하니 非但聞見之知而已此皆至誠無妄自然之功用이니 夫豈有所倚著於物而後能哉리오.

: 실 사   : 실마리 서   : 견줄 비   : 가는 털 호   : 섞일 잡   : 맺을 계   : 붙을 착

 

(()은 모두 실을 다스리는 일이니, ‘은 그 실마리를 다스려 나눔이요, ‘은 그 유를 나란히 하여 합하는 것이다. ‘은 떳떳함이다. ‘대경(大經)’은 오품(五品: 다섯 가지)의 인륜이요, ‘대본(大本)’은 본성인 바의 전체이다. 오직 성인의 덕이 지극히 성실하고 망령됨이 없다. 그러므로 인륜에 있어, 각기 그 당연함의 실질을 다하여 모두 가히 천하와 후세의 법이 되니, 이른바 경륜이란 것이다. 그 본성인 바의 전체에, 한 터럭만한 인욕의 거짓이 섞임이 없어, 천하의 도에 천 번 변하고 만 번 화함이 모두 이로 말미암아 나오니, 이른바 세운다는 것이다. 그 천지의 화육에서 또한 그 정성을 다하고 망령됨이 없는 자가 묵묵히 합함이 있으니, 단지 듣고 보아 알 뿐만이 아니다. 이는 모두 지극히 성실하고 망령됨이 없는 자연의 공용이니, 무릇 어찌 물건에 의지해 붙은 바가 있은 뒤에야 능하겠는가?

 

肫肫其仁이며 淵淵其淵이며 浩浩其天이니라.

준준기인       연연기연      호호기천

肫: 간곡할 준(순)   浩: 클 호

 

간곡하고 지극한 그 어짊이며, 고요하고 깊은 그 못이며, 넓고 큰 하늘이니라.

 

肫肫懇至貌以經綸而言也淵淵靜深貌以立本而言也浩浩廣大貌以知化而言也其淵其天이면 則非特如之而已.

: 간절할 간   : 모양 모   : 다만 특

 

준준(肫肫)’은 간곡하고 지극한 모양이니, 경륜으로써 말한 것이요, ‘연연(淵淵)’은 고요하고 깊은 모양이니, 근본을 세움으로써 말한 것이요, ‘호호(浩浩)’는 넓고 큰 모양이니, 화육을 안다는 것으로 말한 것이다. 그 못이며 그 하늘이면, 다만 이와 같을 뿐만이 아닌 것이다.

 

苟不固聰明聖知達天德者면 其孰能知之리오.

구불고총명성지달천덕자    기숙능지지

苟: 진실로 구   固: 실제 고   孰: 누구 숙

 

진실로 실제 총명하고 성스럽고 지혜로워서 하늘의 덕에 통달한 자가 아니면 그 누가 능히 알리오.

 

猶實也鄭氏曰 唯聖人이어야 能知聖人也.

 

고는 실제와 같다. 정씨가 말하기를 오직 성인이라야 능히 성인을 알 수 있다.”

 

第三十二章이라.

(이상)는 제32장이다.

 

承上章而言大德之敦化하니 亦天道也前章言至聖之德하고 此章言至誠之道이나 至誠之道非至誠이면 不能知至聖之德非至誠이면 不能爲則亦非二物矣此篇言聖人天道之極致 至此而無以加矣.

 

윗장을 이어 대덕(大德)의 돈화(敦化)를 말씀하셨으니, 또한 천도이다. 앞 장에서는 지극한 성인(至聖)의 덕을 말씀하셨고, 이 장에서는 지극한 정성(지성)의 도를 말씀하셨다. 그러나 지극한 정성의 도는 지극한 성인이 아니면 능히 알지 못하고, 지극한 성인의 덕은 지극한 정성이 아니면 능히 하지 못하니, 곧 또한 두 가지 물건이 아니다. 이 편에 성인의 천도의 극치를 말씀함이 이에 이름에 더함이 없다.

 

 

33

 

詩曰 衣錦尙絅이라하니 惡其文之著也라

시왈 의금상경            오기문지저야

故로 君子之道는 闇然而日章하고 小人之道는 的然而日亡하나니

고    군자지도   암연이일장       소인지도    적연이일망

君子之道는 淡而不厭하며 簡而文하며 溫而理니

군자지도    담이불염      간이문       온이리

知遠之近하며 知風之自하며 知微之顯이면 可與入德矣리라.

지원지근       지풍지자      지미지현       가여입덕의

錦: 비단 금   尙: 더할 상   絅: 홑옷 경   惡: 미워할 오   著: 드러날 저   闇: 어두울 암   章: 빛날 장

的: 밝을 적   淡: 담박할 담   厭: 싫을 염   簡: 간략할 간

 

『시경』에 이르길 “비단옷을 입고 홑옷을 덧입는다.”고 하니, 그 문채가 드러남을 싫어함이라. 그러므로 군자의 도는 어두우면서 날로 빛나고, 소인의 도는 밝으면서 날로 없어지나니, 군자의 도는 담박하되 싫지 아니하며, 간략하되 문채가 나며, 온화하되 조리가 있으니, 먼 것이 가까운 곳부터라는 것을 알며, 바람이 어느 곳에서부터 일어남을 알며, 은미함이 드러남을 알면, 가히 더불어 덕에 들어가리라.

 

前章言聖人之德極其盛矣復自下學立心之始言之하고 而下文又推之하여 以至其極也國風 衛碩人 鄭之丰皆作衣錦褧衣하니 으로 이니 襌衣也加也古之學者爲己其立心如此尙絅故闇然하고 衣錦故有日章之實이라 淡簡溫絅之襲於外也不厭而文且理焉錦之美 在中也小人反是하여 則暴於外而無實以繼之是以的然而日亡也遠之近見於彼者 由於此也風之自著乎外者 本乎內也微之顯有諸內者 形諸外也有爲己之心하고 而又知此三者則知所謹而可入德矣下文引詩하여 言謹獨之事하시니라.

: 지킬 위   : 클 석   : 예쁠 봉   : 홑옷 경   : 홑옷 단   : 껴입을 습   : 나타날 폭   : 이을 계

: 나타날 저   : 어조사 저   : 삼갈 근

 

앞 장에서는 성인의 덕이 그 성함을 다함을 말씀하셨고, 여기서는 다시 하학(下學)이 마음 세움(立心)의 비롯함으로부터 말씀하셨으며, 아랫글에 또 이것을 미루어서 그 지극함을 다하였다. 시는 국풍(國風)위풍 석인편(衛風 碩人篇)정풍 봉편(鄭風 丰篇)에 모두 衣錦褧衣로 되어 있으니, ()은 경()으로 같으니, 홑옷(襌衣)이다. ()은 더함이다. 옛날의 학자들은 자기를 위하였다. 그러므로 그 마음을 세움이 이와 같았다. 홑옷을 덧입었기 때문에 어둡고, 비단옷을 입었기 때문에 날로 드러나는 실제가 있는 것이다. 담백하고 간략하고 온화함은 홑옷을 밖에 껴입은 것이다. 싫지 않고 문채 나며 또 조리가 있음은 비단의 아름다움이 속에 있는 것이다. 소인은 이와 반대로 하니 밖에 드러나되 실제로써 이어짐이 없으니, 이로써 밝되 날로 없어지는 것이다. ‘원지근(遠之近)’은 저기에 나타남이 여기에 말미암는 것이요, ‘풍지자(風之自)’는 밖에 드러난 것이 안에 근본하는 것이요, ‘미지현(微之顯)’은 저 안에 있는 것이 저 밖에 드러나는 것이다. 자기를 위하는 마음이 있고 또 이 세 가지를 알면 삼갈 바를 알아 가히 덕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랫글에 시경을 인용하여 홀로를 삼가는(謹獨) 일을 말씀하셨다.

 

詩云 潛雖伏矣나 亦孔之昭라하니

시운 잠수복의    역공지소

故로 君子는 內省不疚하야 無惡於志니

고    군자    내성불구      무오어지

君子之所不可及者는 其唯人之所不見乎인저.

군자지소불가급자    기유인지소불견호

潛: 잠길 잠   伏: 엎드릴 복   孔: 심히 공   昭: 밝을 소   省: 살필 성   疚: 오랜 병 구   惡: 미워할 오

 

『시경』에 이르기를 “잠긴 것이 비록 엎드려 있으나, 또한 심히 밝다.”고 하니, 그러므로 군자는 안으로 살펴보아 병폐가 없어서, 뜻에 미워함이 없으니, 군자의 가히 미치지 못하는 바는 그 오직 사람이 보지 않는 바이구나.

 

小雅正月之篇이라 承上文하여 言莫見乎隱莫顯乎微也病也無惡於志猶言無愧於心이니 君子謹獨之事也.

: 부끄러워할 괴

 

시는 소아 정월편이다. 윗글을 이어 숨은 것보다 드러남이 없고, 은미한 것보다 나타남이 없음을 말한 것이다. ()는 병이다. 뜻에 미움이 없다는 것은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다.’는 말과 같으니, 이는 군자가 홀로를 삼가는(謹獨) 일이다.

 

詩云 相在爾室혼대 尙不愧于屋漏라 하니

시운 상재이실      상불괴우옥루

故로 君子는 不動而敬하며 不言而信이니라.

고   군자    부동이경       불언이신

相: 볼 상   爾: 너 이   室: 집 실   屋: 집 옥   尙: 오히려 상   漏: 서북 모퉁이 루

 

『시경』에 이르길 “너의 집안에 있는 것을 보니, 오히려 방구석에서도 부끄럽지 않게 한다.”고 하니, 그러므로 군자는 동하지 않아도 공경하며, 말하지 않아도 믿게 하느니라.

 

大雅抑之篇이라 視也屋漏室西北隅也承上文하여 又言 君子之戒謹恐懼無時不然하여 不待言動而後敬信하니 則其爲己之功益加密矣下文引詩하여 幷言其效하시니라.

: 모퉁이 우   : 더할 익   : 아우를 병   : 본받을 효

 

시는 대아장 억편이다. ()은 봄()이다. 옥루(屋漏)는 방의 서북쪽 귀퉁이이다. 윗글을 이어, 또 군자의 경계하고 삼가고 두려워하고 두려워함이 때마다 그렇지 않음이 없어, 말과 행동을 기다리지 않고도 뒤에 공경하고 믿게 함을 말씀하셨으니, 그 자기를 위하는 공력이 더욱더 주밀하다. 그러므로 아랫글에 시경을 인용하여 아울러 그 효험을 말씀하셨다.

 

詩曰 奏假無言하야 時靡有爭이라하니

시왈 주격무언      시미유쟁

是故로 君子는 不賞而民勸하며 不怒而民威於鈇鉞이니라.

시고    군자    불상이민권      불노이민위어부월

奏: 나아갈 주   假: 이를 격   靡: 없을 미   爭: 다툴 쟁   賞: 상줄 상   鈇: 작도 부   鉞: 도끼 월

 

『시경』에 이르길 “(신에) 나아가 (신이) 이름에 말이 없어서, 때에 다툼이 있지 않다.”고 하니, 이런 까닭으로 군자는 상을 주지 않아도 백성들이 권면하며, 노하지 않아도 백성이 작도와 도끼보다 더 두려워하느니라.

 

商頌烈祖之篇이라 進也承上文而遂及其效하여 言 進而感格於神明之際極其誠敬하여 無有言說而人自化之也畏也莝斫刀也斧也.

: 세찰 열   : 드디어 수   : 즈음 제   : 두려워할 외   : 여물 좌   : 벨 작   : 칼 도   : 도끼 부

 

시는 상송 열조편이다. ()는 나아감이다. 윗글을 이어 드디어 그 효험에 미쳐, 나아가 신명을 감격할 즈음에 그 정성과 공경을 지극히 하여 말함(言說)이 있지 않아도 사람이 스스로 교화됨을 말씀한 것이다. ()는 두려워함이다. ()는 여물을 써는 작도요, ()은 도끼이다.

 

詩曰 不顯惟德을 百辟其刑之라하니 是故로 君子는 篤恭而天下 平이니라.

시왈 불현유덕    백벽기형지          시고   군자   독공이 천하 평

辟: 임금(제후) 벽   刑: 본받을 형   篤: 도타울 독   恭: 공손할 공

 

『시경』에 이르길 “드러나지 않은 덕을 백벽(여러 제후)이 법으로 본받는다.”고 하니, 이런 까닭으로 군자는 공손함을 돈독히 해서 천하가 평평해지느니라.

 

周頌烈文之篇이라 不顯說見二十六章하니 借引以爲幽深玄遠之意承上文하여 言 天子 有不顯之德하여 而諸侯 法之하니 則其德愈深而效愈遠矣厚也篤恭言不顯其敬也篤恭而天下平乃聖人至德淵微하여 自然之應이니 中庸之極功也.

: 빌 차   : 그윽할 유   : 더욱 유   : 깊을 연

 

시는 주송 열문편이다. 불현(不顯)은 설명이 제26장에 보이니, 이는 빌려 인용하여 그윽하고 깊고 아득하고 먼 뜻으로 삼은 것이다. 윗글을 이어서, 천자가 드러나지 않은 덕이 있어 제후들이 법으로 삼으면 그 덕이 더욱 깊어 효험이 더욱 원대함을 말씀하셨다. ()은 두터움이니, 두텁게 공손함(篤恭)은 그 공경함이 드러나지 않음을 말한다. 공손함을 돈독히 하매 천하가 평해짐은, 이에 성인의 지극한 덕이 깊고 은미하여 자연히 응함이니, 중용의 지극한 공효이다.

 

詩云 予懷明德의 不大聲以色이라 하야늘

시운 여회명덕   불대성이색

子曰 聲色之於以化民에 末也라 하시니라

자왈 성색지어이화민    말야

詩云 德輶如毛라하니 毛猶有倫이어니와 上天之載 無聲無臭아 知矣니라.

시운 덕유여모         모유유륜             상천지재 무성무취    지의

予: 나 여   懷: 품을 회   以: 함께 이   末: 끝 말(지엽)   輶: 가벼울 유   倫: 차례 륜   載: 일 재   臭: 냄새 취

 

『시경』에 이르길 “나는 밝은 덕의 소리와 색을 대단치 않게 여긴다.”하거늘, 공자 말씀하시길 “소리와 빛은 백성을 교화하는 데 끝(지엽)이라.”고 하시니라. 『시경』에 이르길 “덕이 가볍기가 터럭과 같다.”고 하니, 터럭도 오히려 비교할 수 있거니와, “상천의 일은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다.”고 하여야 지극하니라.

 

大雅皇矣之篇이니 引之하여 以明上文所謂不顯之德者 正以其不大聲與色也又引孔子之言하여 以爲聲色乃化民之末務어늘 今但言不大之而已則猶有聲色者 存하니 是未足以形容不顯之妙不若烝民之詩所言德輶如毛하니 則庶乎可以形容矣로되 而又自以爲謂之毛則猶有可比者하니 是亦未盡其妙不若文王之詩所言上天之載無聲無臭然後乃爲不顯之至耳蓋聲臭有氣無形하여 在物最爲微妙어늘 而猶曰無之惟此可以形容不顯篤恭之妙非此德之外又別有是三等然後爲至也니라.

: 많을 증(백성)   : 견줄 비

 

시는 대아 황의편이니, 이것을 인용하여 윗글의 이른바 드러나지 않은 덕은 바로 소리와 색을 대단치 않게 여김을 밝힌 것이다. 또 공자의 말씀을 인용하여 이르기를 소리와 색은 백성을 교화하는 데 지엽적인 일이거는 이제 다만 대단치 않게 여긴다고 말했을 뿐이니, 그렇다면 이것은 오히려 소리와 색이 남아 있는 것이어서 드러나지 않는 묘함을 형용하기에 충분하지 못하다. 이는 증민시에 말한바 덕은 가볍기가 터럭과 같다.’고 한 것만 못하니, 이렇게 말하면 거의 형용했다고 이를 만하다.”고 하되, 또 스스로 이르기를 터럭이라고 말하면 오히려 비교할 만한 것이 있으니, 이 또한 그 묘함을 다하지 못한 것이다. 문왕시에 말한 상천의 일은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다.”고 한 것만 못하니, 이렇게 표현한 뒤에야 드러나지 않음의 지극함이 될 뿐이다.“ 무릇 소리와 냄새는 기운만 있고 형체가 없어서, 물건에 있어 가장 미묘한 것임에도 오히려 없다고 말하였다. 그러므로 오직 이 말이 가히 드러나지 않고(不顯) 두텁게 공손함(篤恭)의 묘함을 형용할 수 있음이요, 이 덕의 밖에 또 달리 이 세 가지 등급이 있은 뒤에야 지극함이 된다고 함이 아니다.

 

第三十三章이라.

(이상)는 제33장이다.

 

子思 因前章極致之言하여 反求其本하사 復自下學爲己謹獨之事推而言之하여 以馴致乎篤恭而天下平之盛하시고 又贊其妙하여 至於無聲無臭而後已焉하시니 蓋擧一篇之要而約言之其反復丁寧하여 示人之意至深切矣시니 學者 其可不盡心乎.

: 다시 부   : 길들일 순   : 찬사 찬   : 간절할 절

 

자사께서 앞 장의 극치를 다한 말씀을 인하여 그 근본을 돌이켜 구하여, 다시 하학(초학)이 자기를 위하고 홀로를 삼가는 일로부터 미루어 말씀하셔, 공손함을 돈독히 하매 천하가 평해지는 성함을 길들여 이루고, 또 그 묘함을 찬양하여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음에 이른 뒤에야 그치셨으니, 대개 한 편의 요점을 들어 간략하게 말씀하신 것이다. 그 반복하고 정녕하여 사람에게 보여주신 뜻이 지극히 깊고 간절하니, 배우는 자가 그 가히 마음을 다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 대산 김석진·수산 신성수, 대산 중용강의, (한길사, 2004), 323358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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