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산책/주역

49. 택화혁(澤火革)

돈호인 2020. 11. 4. 17:44

 

괘의

제도를 개혁하고 사회를 변화시킬 때에는 대자연의 섭리에 맞추어 밝게 고쳐야 한다(治歷明時).

 

괘명과 괘상

외괘가 태택(兌澤), 내괘가 이화(離火)로 이루어진 괘를 ()이라 한다. 바꾼다고친다개혁한다는 뜻이다. 연못 속에 불이 있어 기존의 상황을 완전히 바꾸어 놓는다. 앞서 수풍정(水風井)괘에서는 ()은 고치되 우물은 고치지 않는다고 하여 민생(民生)의 근본인 우물의 원리에 대하여 말하였다. 그러면 읍()을 어떻게 고치는가? 나라의 정치제도나 사회제도를 어떻게 고쳐야 하는가를 바로 혁괘(革卦)에서 다루고 있다.

 

서괘

서괘전은 수풍정괘 다음에 택화혁괘가 온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井道 不可不革이라 故로 受之以革하고

정도 불가불혁      고    수지이혁

우물의 도는 가히 고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혁괘(革卦)로써 받고

 

앞서 수풍정(水風井)괘에서 우물을 치면 허물이 없다고 했다. 민생의 근본인 맑은 물을 만인이 먹으려면 우물의 도, 즉 제도를 새롭게 고쳐야 한다. 그래서 고친다는 혁괘(革卦)를 정괘(井卦) 다음에 두었다.

 

괘사

革은 已日이라아 乃孚하리니 元亨코 利貞하야 悔 亡하니라.

혁    이일         내부          원형    이정       회 망

혁(革)은 이미 날이어야 이에 믿을 것이니, 크게 형통하고 바르게 함이 이로워서 뉘우침이 없어진다.

革:가죽 혁·고칠 혁   已:이미 이

 

잘못된 사회를 바꾸고 잘못된 제도를 바꾸는 것은, 바꾸어야 한다는 염원(念願)이 무르익은 상황에서 이미 바뀌고 난 뒤에야 백성이 믿음을 가지게 된다. 잘못된 것을 바꾸는 것이니 크게 형통하고, 새로운 제도와 사회를 만들어감에 있어서는 기존의 질서에 기득권을 누렸던 자들의 저항도 있으니 바르게 해야 이롭고, 따라서 뉘우침이 없어지게 된다. 단전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단사

彖曰 革은 水火 相息하며 二女 同居호대 其志不相得이 曰革이라.

단왈 혁    수화 상식      이녀 동거       기지불상득    왈혁

已日乃孚는 革而信之라.

이일내부   혁이신지

文明以說하야 大亨以正하니 革而當할새 其悔 乃亡하니라.

문명이열       대형이정      혁이당       기회 내망

天地 革而四時 成하며 湯武 革命하야

천지 혁이사시 성      탕무 혁명

順乎天而應乎人하니 革之時 大矣哉라.

순호천이응호인       혁지시 대의재

단전에 말하였다. “혁(革)은 물과 불이 서로 쉬게 하며, 두 여자가 함께 거처하되 그 뜻을 서로 얻지 못함이 가로되 혁(革)이다. ‘이미 날이어야 이에 믿음’은 고쳐서 믿게 함이다. 문명하고 기뻐하여 크게 형통하고 바르니, 고쳐서 마땅하기 때문에 그 뉘우침이 없어진다. 천지가 고쳐서 사시가 이루어지며, 탕왕(湯王)과 무왕(武王)이 명을 바꾸어서 하늘에 순종하고 백성에게 응하니, 혁(革)의 때가 크도다.”

息:숨쉴 식·그칠 식·쉴 식   居:살 거   說:기쁠 열   湯: 끓인물 탕·온천 탕·사람이름 탕(은왕조의 시조)   武:굳셀 무·무인 무

 

  외괘가 태택(兌澤)이니 연못의 물이고 내괘가 이화(離火)불이니, 물과 불이 서로 멸식(滅息)하는 것이 택화혁(澤火革)괘이다. 또한 태()소녀와 이()중녀가 같이 살고 있지만, 상대방의 뜻을 서로 얻을 수 없는 것이 혁()이다. 이미 날이어야 이에 믿는다는 것은 바라던 것을 바꾸었기 때문에 믿는 것이다. 괘의 덕으로 말하면 내괘 이화로 문명하고 외괘 태택으로 기뻐해서 크게 형통하고 바르게 하니, 고쳐서 마땅하게 되고 그로 인한 뉘우침이 없어진다.

  천지()도 그 기운을 바꾸면서 춘하추동의 사시()를 이루며, 탕왕(湯王)이 하()나라 폭군 걸왕(桀王)을 정벌하여 은()나라를 세우고, 무왕()이 은()나라의 폭군 주왕(紂王)을 정벌하여 주()나라를 세운 것이 모두 하늘의 이치에 순하고 백성의 마음에 응해서 이루어진 것이니, 혁명의 때가 크다.

 

괘상사

象曰 澤中有火 革이니 君子 以하야 治歷明時하나니라.

상왈 택중유화 혁      군자 이       치력명시

상전에 말하였다. “연못 가운데 불이 있는 것이 혁(革)이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책력(冊曆)을 다스리고 때를 밝힌다.”

治:다스릴 치   歷:지낼 력·달력 력

 

  외괘 태택(兌澤)의 연못 속에 내괘 이화(離火)의 불이 있는 것이 혁()이다. 부패하고 타락한 물이 연못에 고여 있고 이 부패함을 맑게 하려는 불꽃이 연못 속에서 부글거리고 있으니, 변화의 때가 되는 것이다. 군자는 이러한 상을 보고 본받아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이에 따른 일정을 마련하여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밝게 다스려 나간다.

  예전에는 혁명(革命)을 하면 책력(달력)을 고쳐 그 정당성을 내세웠으나, 오늘날에는 국가와 국민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여 우선으로 해야 할 사업을 일정별로 준비하고 그 일정에 맞게 정책을 집행해 나가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효사 및 효상사

初九는 鞏用黃牛之革이니라.

초구    공용황우지혁

초구는 굳게 누런 소의 가죽을 쓴다.

鞏:묶을 공·굳을 공   用:써 용(以)   黃:누를 황 牛:소 우

 

초구는 연못 속에 있는 불기운의 아래에 처하여, 아직 때가 무르익지 않은 상태이다. 불기운으로 혁명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나 아직 때가 아니니, 그 마음을 굳게 지키기를 마치 황소의 가죽처럼 질기게 한다는 것이다. 때가 이르지 않았는데 개혁을 도모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많다. 모름지기 굳게 입을 다물고 때를 기다린다. 초구가 변하면 내괘가 간산(艮山)이 되니 혁명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나아가지 말고 그쳐 있어야 한다.

 

象曰 鞏用黃牛는 不可以有爲也일새라.

상왈 공용황우    불가이유위야

상전에 말하였다. “굳게 누런 소를 씀은 가히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六二는 已日이어야 乃革之니 征이면 吉하야 无咎하리라.

육이    이일         내혁지    정       길       무구

육이는 이미 날이어야 이에 고치니, 가면 길해서 허물이 없을 것이다.

 

육이는 내괘 이화(離火)에서 중정한 자리이다. 고치고 싶은 열망이 무르익은 상태이다. 또한 외괘에서 중정한 구오 대인과 응하여, 아래 백성의 열망이 무르익어 혁명을 하는 적절한 때에 해당한다. 그래서 이미 그 날이 도래해서 이에 혁명하고자 나아가니 길해서 허물이 없다. 육이가 변하면 지괘(之卦)가 택천쾌(澤天)가 되니 결단하는 상이 된다. 바로 육이가 혁명을 일으키는 주체이다. 때에 맞게 위와 아래가 응하여 혁명을 일으키니 그 결과는 아름답게 된다.

 

象曰 已日革之는 行有嘉也라.

상왈 이일혁지    행유가야

상전에 말하였다. “이미 날이어서 고침은 감에 아름다움이 있는 것이다.”

嘉:아름다울 가

 

九三은 征이면 凶하니 貞厲할지니 革言이 三就면 有孚리라.

구삼    정       흉      정려          혁언    삼취    유부

구삼은 가면 흉하니, 바르게 하고 위태하게 여길 것이니, 고치자는 말이 세 번 나아가면 미더움이 있을 것이다.

征:칠 정·갈 정   厲:위태할 려   就:나아갈 취

 

  구삼은 혁명을 일으키는 상황에서 중정한 상태를 벗어나 있다. 양 자리에 양으로 있어 강하기만 하니, 자칫하면 강함을 믿고 혁명을 도모할 가능성이 있다. 무턱대고 혁명을 일으키면 실패하여 흉하게 되니, 바르게 하고 위태로운 마음을 가지고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사방에서 고쳐야 한다는 말이 여러 번 나오면 혁명의 때가 무르익었음을 의미하고, 또한 모두가 구삼을 따르니 믿음을 두고 혁명을 일으킨다. 사방에서 고치자고 하니, 그러한 백성의 마음을 두고 어디를 가겠는가? 백성의 뜻에 따르는 것이다. 구삼이 변하면 지괘(之卦)가 택뢰수(澤雷)괘가 되니, 모두가 따르는 상이다.

 

象曰 革言三就어니 又何之矣리오.

상왈 혁언삼취       우하지의

상전에 말하였다. “고치자는 말이 세 번 나아가니 또 어디를 가겠는가?”

又:또 우   何:어찌 하   之:갈지   矣:어조사 의

 

384효사를 풀이한 효상전(소상전)의 문장은 모두 자로 매듭을 짓고 있는데, 다만 이 택화혁괘 구삼 효상사와 상경의 수지비괘 육삼 효상사의 두 곳에만 달리 하고 있다. , 택화혁괘 구삼 효상사는 자로 매듭지었고, 수지비괘 육삼 효상사는 자로 매듭지었다(象曰 比之匪人不亦傷乎).

 

九四는 悔亡하니 有孚면 改命하야 吉하리라.

구사    회망      유부    개명       길

구사는 뉘우침이 없어지니, 믿음을 두면 명을 고쳐서 길할 것이다.

 

구사는 혁명하는 때에 대신(大臣)에 해당하는 자리에 있다. 음 자리에 양으로 있으니, 혁명의 와중(渦中)에 뉘우침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혁명이 끝나면 그 뉘우침이 없어지니,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새로운 미래에 믿음을 두면, 새로운 시대에 맞게 명을 고쳐서 길하게 된다. 내괘는 바꾸려는 상황이고 외괘로 넘어오면 이미 바뀌어졌으니,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가는 명()을 두게 된다. 구사가 변하면 수화기제(水火旣濟)괘가 되니 이미 혁명이 이루어진 것이다.

 

象曰 改命之吉은 信志也일새라.

상왈 개명지길    신지야

상전에 말하였다. “명을 고쳐서 길함은 뜻을 믿기 때문이다.”

 

九五는 大人이 虎變이니 未占애 有孚니라.

구오    대인    호변       미점   유부

구오는 대인이 호랑이로 변하니, 점을 하지 않음에 믿음이 있다.

虎:범 호   變:변할 변

 

구오는 혁명하는 때에 외괘에서 중정한 대인이다. 혁명(革命)하는 때에는 정해진 자리가 없으니 왕이라 하지 않고 대인(大人)이라 하였다. 새로운 시대를 개척하는 대인은 그 스스로가 호랑이같이 변하여 천하를 이끌어 간다. 이러한 대인이 하는 일에는 의구심을 가지고 점을 하지 않더라도, 모두가 믿음을 두게 된다. 호랑이같이 변한 대인의 덕이 빛나기 때문이다.

 

象曰 大人虎變은 其文이 炳也라.

상왈 대인호변 기문 병야

상전에 말하였다. “대인이 호랑이같이 변함은 그 무늬가 빛나는 것이다.”

炳:빛날 병·밝을 병

 

上六은 君子는 豹變이오 小人은 革面이니 征이면 凶코 居貞이면 吉하리라.

상육    군자    표변      소인    혁면       정       흉    거정      길

상육은 군자는 표범으로 변하고, 소인은 낯만 고치니, 가면 흉하고 바른데 거하면 길할 것이다.

豹:표범 표   面:낯 면

 

  구시대(舊時代)가 가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데, 구오의 중정한 대인(大人)은 호랑이같이 변하여 새 시대를 이끌어 가는 주체가 되고, 상육의 군자(君子)는 표범같이 변하여 대인과 더불어 새 시대를 이끌어가는 일에 동참하게 된다. 그러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소인()은 시대가 변함에 외양(얼굴)만 고치고 본질적으로 바꾸지 못하니, 그러한 마음으로 가면 변화된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여 흉하게 된다.

  그저 소인은 바른데 거하면 길하다. 군자는 대인과 더불어 크게 일을 도모하니 무늬가 왕성하지만, 소인이 낯만 고친다는 것은 그저 순하게 인군을 좇아가는 것을 말한다.

 

象曰 君子豹變은 其文이 蔚也오 小人革面은 順以從君也라.

상왈 군자표변    기문    위야    소인혁면    순이종군야

상전에 말하였다. “군자가 표범같이 변함은 그 무늬가 성한 것이고, 소인이 낯만 바꿈은 순해서 인군을 좇는 것이다.”

蔚:성할 위·아름다울 위

 

 

※ 수산 신성수, 주역통해, 대학서림, 2005, 528∼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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