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산책/주역

46. 지풍승(地風升)

돈호인 2020. 11. 3. 11:35

 

괘의

하나의 씨앗에서 아름드리나무가 이루어지듯이 모든 현상은 미미한데서 시작되어 크게 이루어진다. 큰 것을 이루려면 항상 작은 것부터 충실히 하라(積小高大).

 

괘명과 괘상

외괘가 곤지(坤地), 내괘가 손풍(巽風)으로 이루어진 괘를 ()이라 한다. 내괘의 손()음목(陰木)이 외괘의 곤지(坤地)땅 위로 자라서 올라간다는 뜻이다. 승진한다올라간다순탄하게 일이 잘 풀려나간다는 뜻이다. 또한 내괘 손으로 겸손하면서도 외괘 곤으로 순한 덕을 갖추면 모든 일이 잘 풀린다. 아울러 외호괘가 진뢰(震雷)이니 외괘의 순한 곤지(坤地)땅으로 역동성 있게 나아갈 수 있다.

 

서괘

서괘전은 택지취괘 다음에 지풍승괘가 온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萃者는 聚也니 聚而上者를 謂之升이라 故로 受之以升하고 

취자    취야    취이상자    위지승      고    수지이승

취란 모임이니, 모여서 오르는 것을 승이라 한다. 그러므로 승(升)으로 받고

聚:모일 취   上:오를 상   謂:이를 위

 

만나서 함께 모여 뜻을 합해 나가면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모든 현상이 상승하게 된다. 그래서 모인다는 취괘(萃卦) 다음에 오른다는 승괘(升卦)를 둔 것이다.

 

괘사

升은 元亨하니 用見大人호대 勿恤코 南征하면 吉하리라.

승    원형      용견대인       물휼    남정       길

승(升)은 크게 형통하니, 대인을 보되 근심하지 말고 남쪽으로 가면 길할 것이다.

升:되 승·오를 승·바칠 승·성할 승   用:써 용   恤:근심할 휼

 

()은 겸손하고 순한 덕으로 승승장구하게 잘 자라는 상이니 크게 형통하다. 이렇게 잘 자라는 상황에서도 항상 보살펴 주고 이끌어 줄 수 있는 대인을 만나봄이 이롭다. 근심하지 말고 밝고 따뜻한 남쪽으로 가면 길하게 된다. 내괘가 손()의 음목(陰木)으로 자라는 나무이고 후천팔괘방위로 보면 봄에 해당한다. 나무가 땅 위를 뚫고 잘 자라려면 따뜻한 햇볕이 필요하다. 외괘인 곤지(坤地)가 후천팔괘방위로 서남방(西南方)에 해당하니 내괘 손풍(巽風)동남방(東南方)에서 외괘 곤지(坤地)서남방(西南方)으로 가려면 여름의 남방(南方) 이화(離火)를 지나가야 한다. 단전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단사

彖曰 柔 以時升하야 巽而順하고 剛中而應이라 是以大亨하니라.

단왈 유 이시승       손이순      강중이응       시이대형

用見大人勿恤은 有慶也오 南征吉은 志行也라.

용견대인물휼    유경야    남정길   지행야

단전에 말하였다. “유(柔)가 때로 올라가서, 겸손해서 순하고, 강한 것이 가운데 해서 응하고 있다. 이로써 크게 형통하다. ‘대인을 보되 근심하지 말라’는 것은 경사가 있는 것이고, ‘남쪽으로 가면 길하다’는 것은 뜻이 행하는 것이다.”

時:때 시   巽:공손할 손   慶:경사 경   志:뜻 지

 

내괘 손()의 부드러운 음목(陰木)이 봄의 때에 자라 올라가는데, 내괘 손풍(巽風)으로 겸손하며 외괘 곤지(坤地)로 순하고, 자라 올라가는 내괘의 구이 강()이 가운데 해서 외괘 육오의 음()과 잘 응하고 있기 때문에 크게 형통하다. 대인을 봄이 이롭고 근심하지 말라는 것은 잘 자라서 상승하여 경사가 있기 때문이고, 남쪽으로 가면 길하다는 것은 순조롭게 행하여 뜻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괘상사

象曰 地中生木이 升이니 君子 以하야 順德하야 積小以高大하나니라.

상왈 지중생목    승      군자 이       순덕       적소이고대

상전에 말하였다. “땅 가운데에 나무가 나오는 것이 승(升)이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덕(德)에 순해서 작은 것을 쌓아 높고 크게 한다.”

順:순할 순   德:덕 덕   積:쌓을 적

 

  외괘 곤지(坤地)의 땅 가운데에 내괘 손풍(巽風)의 음목(陰木) 나무가 나오는 것이 승괘(升卦)이다. 강한 양(구이와 구삼)이 외호괘 진()으로 뻗어 나오면서도 겸손하게 차츰 자라나오니, 군자는 이러한 기운의 양상을 보고 본받아 덕을 순하게 갖추어 나가고 또한 욕심을 앞세우지 않고 작은 일부터 차분하게 하여 높고 큰 일을 이룬다. 노자(老子) 《도덕경(道德經)》 64장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含抱之木은 生於毫末하며 九層之臺는 起於累土하며 千里之行은 始於足下하니라.…

아름드리 큰 나무는 터럭만한 작은 싹에서 나오고, 구층 높이의 대(臺)는 한 줌의 흙을 여러 번 쌓는 데서 시작되며, 천리 먼 길의 여행은 발밑에서부터 시작된다.

 

효사 및 효상사

初六은 允升이니 大吉하니라.

초륙    윤승      대길

초육은 믿어서 오르니 크게 길하다.

允:진실로 윤·믿을 윤

 

초육은 양 자리에 음으로 있어 바르지 않으나, 내괘 손풍(巽風)의 아래에 처하여 겸손하게 위에 있는 구이와 구삼의 양을 믿고 오르니 크게 길하다. 구이와 구삼의 양()이 나무의 줄기라면 초육은 뿌리에 해당한다. 초육이 변하면 지괘(之卦)가 지천태(地天泰)괘가 되는데 태괘(泰卦) 초구 효사를 같이 살펴 볼 필요가 있다.

初九는 拔茅茹라. 以其彙로 征이니 吉하니라.

초구는 띠 뿌리를 뽑는다. 그 무리로써 가니 길하다.

 

象曰 允升大吉은 上合志也라.

상왈 윤승대길    상합지야

상전에 말하였다. “믿어서 올라 크게 길함은 위와 뜻이 합하는 것이다.”

 

초육이 믿음을 두고 올라가 크게 길한 것은 위에 있는 구이와 구삼의 양과 뜻을 합하기 때문이다.

 

九二는 孚乃利用禴이니 无咎리라.

구이    부내이용약      무구

구이는 믿어서 이에 간략한 제사를 씀이 이로우니, 허물이 없을 것이다.

禴:종묘제사이름 약(여름제사·간략한 제사)

 

  구이는 음 자리에 양으로 있으나, 내괘에서 중()을 얻어 외괘 육오 음()과 잘 응하고 있다. 육오에게 믿음을 두고 아래의 초육 백성에게도 믿음을 두어 지극한 정성을 모으면 허물이 없고, 또한 국가 사회적으로 서서히 발전하는 기쁨이 있다. 이제 막 자라나는 나무이고, 시절은 봄에 해당하니 많은 제물을 두고 큰 제사를 드리는 때가 아니다. 그래서 간략하게 제사를 드린다고 했는데, 이는 백성의 마음을 흥기시키고 아울러 정성을 지극히 하는 것을 의미한다.

  백성을 흥기시켜 나아가는 데, 내괘 이효는 외괘 오효 인군의 명에 순하고 또한 아래 백성에게 믿음을 두어 잘 이끌어 가야 하는 중요한 자리이다. 앞에서 살펴 본 택지취(澤地萃)괘 육이 효사를 같이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六二는 引하면 吉하야 无咎하리니 孚乃利用禴이리라.

육이는 이끌면 길하여 허물이 없을 것이니, 믿어서 이에 간략한 제사를 올림이 이로울 것이다.

 

象曰 九二之孚는 有喜也라.

상왈 구이지부    유희야

상전에 말하였다. “구이의 믿음은 기쁨이 있는 것이다.”

喜:기쁠 희

 

九三은 升虛邑이로다.

구삼    승허읍

구삼은 빈 읍에 오르도다.

虛: 빌 허   邑:고을 읍

 

구삼은 중()을 얻지 못하였으나, 양 자리에 양으로 자리가 바르고 내괘 손()에 거하여 겸손한 덕을 갖추고 있다. 또한 외호괘가 진뢰(震雷)이니, 강한 생동력(生動力)으로 외괘 곤지(坤地)의 빈 읍에 오르게 된다. 때문에 구삼이 잘 자라서 올라가는 것을 의심할 바가 없다.

 

象曰 升虛邑은 无所疑也라.

상왈 승허읍    무소의야

상전에 말하였다. “빈 읍에 오름은 의심할 바가 없다.”

疑:의심할 의

 

六四는 王用亨于岐山이면 吉코 无咎하리라.

육사    왕용향우기산       길    무구

육사는 왕이 기산에서 제사를 드리면 길하고 허물이 없을 것이다.

亨:제사지낼 향(享)    用:써 용   崎:산이름 기·높을 기·갈림길 기  崎山:주왕조(周王朝)의 발상지(發祥地)

 

  지풍승(地風升)괘에 있어 육사는 독특한 의미가 있다. 일반적인 괘에 있어서는 사효 자리가 대신에 해당하고 오효 자리가 왕()에 해당하는데, 승괘(升卦)에서는 사효 자리가 왕의 역할을 한다. 왜냐하면 아래 초육의 백성이 봄에 파종(播種)하여 만물을 키워내고 또한 나라의 근간이 되는 백성들이 경제적으로 발전하려는 상황에서, 오효에 있어야 할 왕이 아래 사효로 내려와 백성을 도닥거리며 실상을 직접 파악하여 백성에게 필요한 정치를 베푸는 것이다. 이렇게 육사 자리에서 정성을 다한 왕이 드디어 육오 자리에서 천자가 되는 섬돌에 오르게 된다.

  그래서 육사의 왕이 백성과 나라의 안녕을 비는 지극한 정성으로 기산(崎山)에서 제사를 드리면 길하고 허물이 없다고 하였다. 기산(崎山)은 주()나라의 발상지로서 근원을 의미한다. 즉 나라와 백성의 근원을 잘 받들어 순한 마음으로 섬기는 것이다.

 

象曰 王用亨于岐山은 順事也라.

상왈 왕용향우기산   순사야

상전에 말하였다. “왕이 기산에서 제사를 드림은 (천명을) 순히 섬기는 것이다.”

 

六五는 貞이라아 吉하리니 升階로다.

육오    정         길          승계

육오는 바르게 하여야 길할 것이니, 섬돌에 오르도다.

階:섬돌 계

 

육오는 외괘의 중을 얻었으나, 양 자리에 음으로 거하고 있다. 내괘 구이 양()과 잘 응하여 아래에 있는 민생(民生)의 발전을 위하여 바르게 해야 한다. 아래 육사 자리에서 기산()에서 지극정성으로 제사를 올리며 나라와 백성의 안녕을 기원하여 백성이 행복하고 풍요롭게 잘 살게 되면, 이에 힘입어 육오 자리에서는 드디어 천자가 되는 인군 자리에 오르게 된다. 섬돌에 오른다는 것은 왕()이 되어 궁전에 오른다는 말이니, 크게 뜻을 얻는 것이다.

 

象曰 貞吉升階는 大得志也리라.

상왈 정길승계    대득지야

상전에 말하였다. “바르게 해서 길하여 섬돌에 오름은 크게 뜻을 얻는 것이다.”

 

上六은 冥升이니 利于不息之貞하니라.

상륙   명승       이우불식지정

상육은 오르는데 어두우니, 쉬지 않는 바름이 이롭다

冥:어두울 명   息:쉴 식

 

상육은 모두가 오르는 승괘()의 극에 처하여 오르다보니 어두워져 더 이상 오를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육까지 오르게 된 과정을 돌이켜보고 더욱 더 쉬지 않고 바르게 정진(精進)하라는 뜻이다. 맨 위에 거하면 항상 스스로를 돌이켜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지혜를 발현하지 못하면 어두워져 더 이상 오르지 못하니 뜻을 얻을 수 없고, 부함도 사라지게 된다.

 

象曰 冥升在上하니 消不富也로다.

상왈 명승재상       소불부야

상전에 말하였다. “오르는데 어두움이 위에 있으니, 사라져서 부하지 못하도다.”

消:사라질 소

 

 

※ 수산 신성수, 주역통해, 대학서림, 2005, 504∼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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