괘의
인생의 의미를 바로 알고(正位) 천명을 굳게 응집하여(凝命) 천지의 급격한 변화에도 공경하는 마음으로 근신하고 스스로를 돌이켜 반성하며 수양하라(恐懼修省).
괘명과 괘상
외괘가 진뢰(震雷)☳, 내괘도 진뢰(震雷)☳로 우레가 거듭된 상을 ‘중뢰(重雷)’라 하고 괘명을 ‘진(震)’이라 한다. 그야말로 안팎으로 우레가 거듭하여 진동하는 상이다. 앞의 화풍정(火風鼎)괘에서 위를 바르게 하여(正位) 명을 응결시키는 것(凝命)은 우레가 거듭하매 혼비백산(魂飛魄散)하는 위험을 대비하고자 하는 것이다. 지진(地震)의 대재앙이다. 인간으로서 어찌할 수 없는 천재지변(天災地變)이다. 이러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서괘
「서괘전」은 화풍정괘 다음에 중뢰진괘가 온 것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主器者 莫若長子라 故로 受之以震하고
주기자 막약장자 고 수지이진
그릇을 주관하는 자는 장자만한 자가 없다. 그러므로 진(震)괘로써 받고
화풍정(火風鼎)괘의 솥은 인간의 생활에 필수적인 도구 가운데 가장 중요한 그릇이다. 이러한 그릇을 주관하는 사람 가운데, 가문(家門)을 잇고 가장(家長)이 되는 장자(長子)만한 사람은 없다. 그래서 장남괘에 해당하는 중뢰진괘를 화풍정괘 다음에 둔 것이다.
괘사
震은 亨하니 震來애 虩虩이면 笑言이 啞啞이리니 震驚百里에 不喪匕鬯하나니라.
진 형 진래 혁혁 소언 아아(액액) 진경백리 불상시창
진(震)은 형통하니, 우레가 오매 두려워 하고 놀라면 웃는 소리가 막힐 것이니, 우레가 백리를 놀라게 함에 숟가락과 술을 잃지 않는다.
震:천둥소리 진·벼락칠 진·흔들 진·놀랄 진·지동 진 虩:두려워하는 모양 혁 笑:웃을 소
啞:벙어리 아·놀라는 소리 아·웃을 액 驚:놀랄 경 喪:잃을 상 匕:비수 비·화살촉 비·숟가락 비(시: 匙) 鬯:울창주 창
匕鬯:종묘제사에서 쓰는 제기(祭器)와 향주(香酒)·황태자(皇太子)
우레가 거듭하여 지진(地震)이 나는 것은 천지(天地)의 자율작용이니 형통하다. 이 땅에 얹혀살고 있는 인간은 천지에 비하면 미물(微物)에 불과하다. 지진이라는 현상은 천지의 자화작용(自化作用)으로 일어나는 것이기에 인간으로서는 어찌할 수가 없다. 지진이 나니 혼비백산(魂飛魄散)하여 놀라고, 평온할 때 나오던 웃음소리도 막히게 된다. ‘啞啞’를 깔깔거리는 소리(액액)로 대부분 풀이하고 있으나, 자연의 큰 재난에 말문이 막히는 것(아아)으로 풀이하여야 한다고 본다.
이렇게 우레와 지진이 백리를 놀라게 해도, 인간 삶의 기본이 되는 숟가락과 죽은 생명에 대한 애도의 뜻을 표하는 술은 잃지 않는다. ‘시창(匕鬯)’은 숟가락과 제사 때 올리는 향내가 나는 울창주로서 제사를 지내는 필수 도구이다. 이것을 제사지내는 주체가 되는 장자(長子), 나라의 주인이 되는 인군(人君), 정신의 지도자가 되는 제사장(祭司長) 등으로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지만, 진정한 의미는 다음의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화풍정(火風鼎)괘에서 ‘정위응명(正位凝命)’을 제대로 한 자이고, 둘째는 지진의 재앙이 끝난 뒤에 살아남은 자이다. 단전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단사
彖曰 震은 亨하니 震來虩虩은 恐致福也오 笑言啞啞는 後有則也라.
단왈 진 형 진래혁혁 공치복야 소언아아 후유칙야
震驚百里는 驚遠而懼邇也니
진경백리 경원이구이야
出可以守宗廟社稷하야 以爲祭主也리라.
출가이수종묘사직 이위제주야
단전에 말하였다. “진(震)은 형통하니 ‘우레가 오매 두려워 하고 놀라는 것’은 두려워하여 복을 이루는 것이고, ‘웃는 소리가 막힘’은 뒤에 법칙이 있는 것이다. ‘우레가 백리를 놀라게 함’은 먼 곳을 놀라게 하고 가까운 데를 두려워하게 함이니, 나가서 종묘와 사직을 지켜 제주(祭主)가 될 것이다.”
恐:두려워할 공 則:법칙 칙 懼:두려워할 구 邇:가까울 이 廟:사당 묘 社:토지신 사 稷:기장 직·곡신 직
진(震)은 형통하다. ‘우레가 오매 놀라고 놀라는 것’은 자연의 위대함에 두려워하는데 그 두려워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결국 복(福)을 이루는 것이고, ‘웃음소리가 막힌다는 것’은 지진이 끝난 뒤에 살아남은 자의 법이 있는 것이다. ‘지진이 백리를 놀라게 한다’는 것은 지진이 나면 그 진앙지(震央地)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은 놀라게 하고 가까운 곳은 화를 입을까 두려워하는 것이다. 지진이 끝남에 살아있는 자는 나가서 종묘(宗廟)와 사직(社稷)을 지켜 죽은 자를 위로하고 나라를 다시 일으키는 제주(祭主)가 된다.
괘상사
象曰 洊雷 震이니 君子 以하야 恐懼修省하나니라.
상왈 천뢰 진 군자 이 공구수성
상전에 말하였다. “거듭한 우레가 진(震)이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놀라고 두려워하며 닦고 반성한다.”
洊:이를 천·연거푸 천 省:살필 성
우레가 거듭하고 지진이 거듭하는 것이 진(震)이다. 군자는 이러한 자연의 큰 재앙이 있을 때 그 기미를 보아 놀라고 두려워하면서 재앙에 빠지지 않도록 수양하고 반성한다.
初九는 震來虩虩이라아 後애 笑言啞啞하리니 吉하니라.
초구 진래혁혁 후 소언아아 길
초구는 지진이 오니 두려워 하고 놀라야 뒤에 웃음소리가 막힐 것이니 길하다.
초구는 중뢰진괘의 주효(主爻)로 내괘의 맨 아래에서 강력한 움직임이 있는 자리이다. 강력한 지진이 일어나니 두려워 하고 놀란다. 자연의 힘을 미물(微物)인 인간이 어찌 하겠는가? 지진이 일어나면 놀라고, 또한 평온했던 웃음소리도 막히게 된다. 지진이 나서 놀라는 것은, 대재앙이 오는 상황에도 정신을 차리면 대비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니 두려워하면서도 대비를 잘 하면 살아남는 복을 이루게 되고, 지진이 끝나면 삶의 의미를 새로이 느끼게 되니 길하다. 그리고 지진이 끝나면, 새로운 사회를 건설해야 하는 법칙이 있다.
象曰 震來虩虩은 恐致福也오 笑言啞啞는 後有則也라.
상왈 진래혁혁 공치복야 소언아아 후유칙야
상전에 말하였다. “지진이 오니 두려워 하고 놀람은 두려워하여 복을 이루는 것이고, 웃음소리가 막힘은 뒤에 법칙이 있는 것이다.”
六二는 震來厲라. 億喪貝하야 蹄于九陵이니 勿逐하면 七日得하리라.
육이 진래려 억상패 제우구릉 물축 칠일득
육이는 지진이 오니 위태하다. 재물 잃을 것을 헤아려 구릉에 오르니, 쫓지 않으면 7일에 얻을 것이다.
厲:위태할 려 億:억 억·헤아릴 억 貝:조개 패·재물 패 躋:오를 제 陵:큰 언덕 릉 逐:쫓을 축
육이는 강진(强震)이 일어나는 초구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에 있다. 그렇지만 내괘에서 중정한 자리에 있다. 강진이 오니 위태하다. 재물 잃을 것을 생각하면서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생명이다. 내호괘가 간산(艮山)☶으로 목숨을 구하기 위해 높은 언덕에 올라가니, 재물을 구하려고 쫓아가지 않으면 지진이 지나간 뒤에 얻을 수 있게 된다. 지진이 일어나도 중정한 마음으로 정신을 차려 무엇보다 중요한 생명을 보존한다. 우선 목숨부터 구하고 난 다음에 생각할 것이 재물이다.
象曰 震來厲는 乘剛也일새라.
상왈 진래려 승강야
상전에 말하였다. “지진이 오니 위태로운 것은 강(剛)을 탔기 때문이다.”
지진이 나서 육이가 위태로운 것은 바로 강진이 일어난 초구 양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六三은 震蘇蘇니 震行하면 无眚하리라.
육삼 진소소 진행 무생
육삼은 지진에 안절부절못하니, 지진이 가면 재앙이 없을 것이다.
蘇:차조기 소·깨날 소 蘇蘇:두려워하여 안절부절못하는 모양 眚:재앙 생
육삼은 중을 얻지 못하였고 양 자리에 음으로 있으니 자리가 부당하다. 그러나 초구 강진으로부터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다. 인근지역에서 지진이 일어나니, 깜짝 놀라 까무러치며 안절부절못한다. 그러나 지진이 난 곳(초구)에서 다소 떨어진 곳에 있으니, 지진이 지나가면 재앙은 없게 된다. 또는 인근 지역에서 지진이 날 때 움직여 가서 피하면 재앙이 없게 된다.
육이는 초구의 지진(진앙지)에서 가까운 자리에 있으니 높은 언덕에 올라가 피하지만, 육삼은 구이보다 진앙지에서 더 떨어져 있으니 지진이 끝나기를 기다리거나 움직여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 재앙이 없다.
象曰 震蘇蘇는 位不當也일새라.
상왈 진소소 위부당야
상전에 말하였다. “지진에 안절부절못함은 자리가 마땅하지 않기 때문이다.”
九四는 震이 遂泥라.
구사 진 수니
구사는 지진이 드디어 빠진다.
遂:이룰 수·나갈 수·따를 수·드디어 수 泥:진흙 니
구사는 외괘에서 첫 자리로, 음 자리에 양으로 있으니 약한 지진이다. 초구 강진(强震)에 이어 약하게 거듭되는 여진(餘震)이다. 초구의 강진에 갈라지고 무너지는 재앙이 있고, 구사의 여진(餘震)에 갈라지고 무너진 건물이 더욱 가라앉아서 드디어 진흙처럼 모든 것이 폭삭 주저앉는다. 지진도 약하게 된다. 모든 것이 무너져 황폐하게 된다.
象曰 震遂泥는 未光也로다.
상왈 진수니 미광야
상전에 말하였다. “지진이 드디어 빠짐은 빛나지 않도다.”
六五는 震이 往來 厲하니 億하야 无喪有事니라.
육오 진 왕래 려 억 무상유사
육오는 지진이 가고 오매 위태로우니, 헤아려서 일을 잃음이 없게 한다.
육오는 양 자리에 음으로 있으나, 외괘에서 중을 얻고 있다. 초구에서 강진(强震)이 일어나고 구사에서 여진(餘震)이 일어나, 지진이 가고 또 오니 위태롭다. 그러나 진앙지에서 멀리 떨어진 자리에 있으니, 지진의 상황과 재앙으로 인한 피해를 헤아릴 수 있는 상태이다. 지진으로 인하여 죽거나 다치는 피해가 없으면, 인명을 구조하고 피해를 복구하는 일을 해야 한다.
象曰 震往來厲는 危行也오 其事 在中하니 大无喪也니라.
상왈 진왕래려 위행야 기사 재중 대무상야
상전에 말하였다. “지진이 가고 오매 위태로움은 위태롭게 행하는 것이고, 그 일이 가운데 있으니 크게 잃음이 없다.”
上六은 震이 索索하야 視 矍矍이니 征이면 凶하니
상육 진 삭삭 시 확확 정 흉
震不于其躬이오 于其隣이면 无咎리니 婚媾는 有言이리라.
진불우기궁 우기린 무구 혼구 유언
상육은 지진이 흩어지고 흩어져서 보는 것이 놀라서 두리번거리니, 가면 흉하니, 지진이 그 몸에 미치지 않고 그 이웃이면 허물이 없을 것이니, 혼인을 구하는 것은 말이 있을 것이다.
索:노 삭·흩어질 삭·두려워할 삭·찾을 색 索索:흩어져 없어지는 모양·불안한 보양 視:볼 시 矍:두리번거릴 확
躬:몸 궁 隣:이웃 린
상육은 저 멀리서 지진이 나는 것을 지켜보는 자리이다. 초구에서 강진(强震)이 일어난 후 구사에서 여진(餘震)이 일어나며 지진이 서서히 사라지는 것을 놀라운 마음으로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며 본다. 그러나 마치 불구경하듯이 지진이 난 곳을 찾아가면 재앙을 당하여 흉하게 된다. 지진의 재앙이 상육의 몸에 이르지 않고 그 이웃에 미치면, 상육으로서는 화를 모면하여 허물이 없게 된다.
그러나 이웃은 재앙을 당하여 깊은 슬픔에 잠겨 있는데 혼인을 구하는 것은 경우에 맞지 않으니 비난의 말을 듣게 된다. 재난을 당한 이웃은 천지자연과 사람을 경계하게 된다. 멀리 떨어져 있어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재난을 애도하는 마음이 있어야 할 것이다.
象曰 震索索은 中未得也일새오 雖凶无咎는 畏隣戒也일새라.
상왈 진삭삭 중미득야 수흉무구 외린계야
상전에 말하였다. “지진이 흩어지고 흩어짐은 중을 얻지 못하였기 때문이고, 비록 흉하나 허물이 없는 것은 이웃이 경계함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畏:두려워할 외 戒:경계할 계
※ 수산 신성수, 『주역통해』, 대학서림, 2005, 544∼551쪽.
'동양고전산책 > 주역' 카테고리의 다른 글
53. 풍산점(風山漸) (0) | 2020.11.05 |
---|---|
52. 중산간(重山艮) (0) | 2020.11.04 |
50. 화풍정(火風鼎) (0) | 2020.11.04 |
49. 택화혁(澤火革) (0) | 2020.11.04 |
48. 수풍정(水風井) (0) | 2020.1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