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산책/주역

30. 중화리(重火離)

돈호인 2020. 10. 29. 22:52

 

괘의

태양같이 밝은 지혜로 재앙을 극복하고, 밝음을 이어 사방을 비추어 천하백성을 구제하라(明照四方).

 

괘명과 괘상

  외괘가 이화(離火), 내괘도 이화(離火)로 이루진 괘를 ()괘라 한다. 불이 거듭되었다고 하여 중화(重火)로 표현하고, 괘명을 ()라고 하는 것이다. 밝은 해가 내괘외괘로 걸려 있어 사방에 빛나고 있다. 그렇지만 그 빛과 열이 너무 심하여 재앙이 되기도 한다.

  중천건(重天乾)괘 구이효와 구오효가 변하면 중화리(重火離)괘가 된다. , 태양, 열은 하늘에 걸려 있다. 중수감(重水坎)괘는 중지곤(重地坤) 땅에 근원하여 오는 재앙이라면, 중화리(重火離)괘는 중천건(重天乾) 하늘에 근원하여 오는 재앙이다. 중화리괘의 호괘가 택풍대과(澤風大過)이니 선후천의 변혁기에 나타나는 하늘의 재앙이다.

서괘

서괘전은 중수감괘 다음에 중화리괘가 온 것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坎者는 陷也니 陷必有所麗라 故로 受之以離하니 離者는 麗也라.

감자    함야    함필유소리    고   수지이리       리자    리야

감(坎)은 빠지는 것이니 빠지면 반드시 걸리는 바가 있다. 그러므로 이(離)로써 받으니, 이(離)는 걸리는 것이다.

陷:빠질 함   麗:고울 려·걸릴 리

 

거듭 험한 중수감괘에서 빠지면 끝없이 빠지는 것이 아니다. 자연의 이치가 평평하면 언덕지게 되고 가면 돌아오듯이, 빠지다 보면 걸리는 바가 있게 된다. 그래서 빠진다는 중수감괘 다음에 걸린다는 중화리괘를 두었다는 설명이다.

 

괘사

離는 利貞하니 亨하니 畜牝牛하면 吉하리라.

리    이정       형      휵빈우       길

이(離)는 바르게 함이 이로우니, 형통하니, 암소를 기르면 길할 것이다.

離:떠날 리·붙을 리·걸릴 리   畜:기를 휵   牝:암컷 빈

 

  중천건(重天乾)괘의 구이와 구오가 변하여 내괘와 외괘가 모두 이화(離火)로 밝게 빛나니, 바르게 함이 이롭고 형통하다. 중화리괘의 내괘와 외괘가 이화(離火)이고 내괘의 중효(이효)와 외괘의 중효(오효)가 모두 음()이니 암소를 기르면 길하다고 하였다. 설괘전(說卦傳)에 따르면, ()은 말이 되고(爲馬), ()은 소가 된다(坤爲). 건양(乾陽)과 곤음(坤陰)이 기운을 통하여 사귀는데, ()의 두 번째 양에 곤()의 두 번째 음이 가서 사귀어 이화(離火)가 되니, ()는 소를 의미하기도 한다. 또한 이괘(離卦)는 음괘(중녀)이니 암소가 된다.

  ‘암소를 기른다(畜牝牛)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불이 작렬하여 재앙이 되는 이괘(離卦)는 불기운이 지나쳐 물이 메말라가는 재해를 의미한다. 이때 인간에게 소중한 물이 될 수 있는 암소의 젖(牛乳)은 생명구원의 상징이 될 수 있다. 또한 는 영원불멸하는 인간의 정신(精神)을 상징하기도 한다.

  불교(佛敎)에서 상징적인 그림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심우도(尋牛圖)는 소와 인간의 행적을 묘사하여 인간이 자성(自性불성(佛性영성(靈性)을 찾아가는 과정을 단계적으로 묘사한 것이다. 선후천이 변화하여 새로운 세상이 도래하는데 불의 재앙이 있더라도, 인간의 본성을 잃지 않고 영원불멸의 자성(自性불성(佛性)을 찾으면 길하다는 뜻이다. 이러한 의미로 앞서 살펴 본 천뢰무망(天雷无妄)괘 육삼효사를 다시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六三은 无妄之災니 或繫之牛하나 行人之得이 邑人之災로다.

육삼은 무망의 재앙이니, 혹 소를 매나 지나가는 사람의 얻음이 읍 사람의 재앙이로다.

 

단전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단사

彖曰 離는 麗也 니 日月이 麗乎天하며 百穀草木이 麗乎土하니

단왈 리    리야     일월    이호천      백곡초목    이호토

重明으로 以麗乎正하야 乃化成天下하나니라.

중명       이리호정      내화성천하

柔 麗乎中正故로 亨하니 是以畜牝牛吉也라.

유 리호중정고    형      시이휵빈우길야

단전에 말하였다. “이(離)는 걸림이니, 해와 달이 하늘에 걸리며 백곡과 초목이 땅에 걸리니, 거듭 밝음으로 바른 데 걸려, 이에 천하를 화하여 이룬다. 부드러운 것이 중정한 데에 걸린 까닭에 형통하니, 이로써 암소를 기르면 길하다.”

麗:걸릴 리   穀:곡식 곡   重 : 거듭 중

 

()는 걸리는 것이다. 해와 달은 하늘에 걸려 빛나고, 백가지 곡식과 초목은 땅에 걸려 생화하고 있다. 이렇게 하늘과 땅이 내괘 이화(離火)와 외괘 이화(離火)의 거듭 밝음으로 바른 데 걸려 천하를 화하여 이루고 있다. 내괘의 육이와 외괘의 육오 두 음()이 중정(中正)한 데 걸려서 형통하니, 암소를 기르면 길하다.

 

괘상사

象曰 明兩이 作離하니 大人이 以하야 繼明하야 照于四方하나니라.

상왈 명량    작리      대인    이       계명       조우사방

상전에 말하였다. “밝은 것 둘이 이(離)를 지으니, 대인이 이를 본받아 밝음을 이어서 사방에 비춘다.”

作:지을 작   繼:이을 계   照:비출 조

 

내괘도 이화(離火), 외괘도 이화(離火), 밝은 것 둘이 이괘(離卦)를 지은 것이다. 중화리괘는 또한 중천건(重天乾)의 구이와 구오가 변하여 이루어지니, 중천건괘 구이와 구오 대인이 이러한 기운을 본받아 천지의 밝음을 이어서 사방을 비추며 중생을 구제하는 것이다. 중천건괘 구이효사와 구오효사를 다시 음미해 보자.

 

九二는 見龍在田이니 利見大人이니라.

구이는 나타난 용이 밭에 있으니, 대인을 봄이 이롭다.

九五는 飛龍在天이니 利見大人이니라.

구오는 나는 용이 하늘에 있으니, 대인을 봄이 이롭다.

 

효사 및 효상사

初九는 履 錯然하니 敬之면 无咎리라.

초구    리 착연      경지    무구

초구는 밟는 것이 섞이니, 공경하면 허물이 없을 것이다.

履:밟을 리   錯:섞일 착   敬:공경할 경

 

초구는 내괘 이화(離火)의 맨 아래에 있는 백성의 자리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밟아 온 이력이 이리저리 섞여 있다. 일반 민초(民草)삶이란 이런 것이다. 때로는 선하지 못한 일도 있고, 때로는 불의(不意)의 재난도 받고, 때로는 좋은 일도 하면서 그렇게 살아 온 이력이다. 그러나 공경하는 마음으로 본성을 지키고자 노력하면 허물이 없다. 깨닫지 못한 인생은 우주에 던져진 나그네일 뿐이다. ()에 대한 경외감이 항상 인간을 자성(自省)하게 할 뿐이다.

 

象曰 履錯之敬은 以辟咎也라.

상왈 이착지경    이피구야

상전에 말하였다. “밟는 것이 섞임에 공경하는 것은 허물을 피하는 것이다.”

 

중화리괘 맨 아래 초효는 일반 민초(民草)의 삶을 의미한다. 백성으로서 살아가는 인생에서 이런 일 저런 일이 많이 섞여 있지만 매사에 공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면 허물을 피할 수 있다.

 

六二는 黃離니 元吉하니라.

육이    황리    원길

육이는 누렇게 걸리니 크게 길하다.

黃:누를 황

 

육이는 내괘에서 중정(中正)한 자리이다. 태양도 누런 빛이고, 육이 중()의 자리도 누런 빛이다. 마치 태양이 하늘 가운데 걸려 빛나듯이, 중도(中道)를 지켜 살아 온 삶은 크게 길하다. 육이가 변하면 화천대유(火天大有)괘가 된다.

 

象曰 黃離元吉은 得中道也라.

상왈 황리원길    득중도야

상전에 말하였다. “누렇게 걸려 크게 길함은 중도를 얻은 것이다.”

 

九三은 日昃之離니 不鼓缶而歌면 則大耋之嗟라 凶하리라.

구삼    일측지리    불고부이가    즉대질지차    흉

구삼은 해가 기울어져 걸리니, 장구를 두드리고 노래하지 않으면, 곧 큰 노인이 슬퍼한다. 흉할 것이다.

昃:기울 측   鼓:북 고·두드릴 고   缶:장군 부(질그릇)   歌:노래 가   耋:늙은이 질   嗟:탄식할 차

 

  구삼은 내괘에서 외괘로 넘어가는 자리이다. 중화리(重火離)괘에서 내괘는 오전·선천이고 외괘는 오후·후천이다. 외호괘가 태택(兌澤)이니, 는 후천팔괘방위로 서방·저녁으로 석양(夕陽)을 뜻한다. 선천의 해가 기울어지고 있다. 선천에서 후천으로 가는 전환기로서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기 위한 큰 변화가 오고 있다.

  이러한 때에 장구를 두드리고 노래하면서 새로운 세상이 옴을 알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하늘의 조화옹(造化翁)이 슬퍼하게 된다. 왜냐하면 선천에서 후천으로 넘어갈 때 큰 변화가 일어나 재앙이 닥치며 세상을 심판하기 때문이다. 구삼이 변하면 화뢰서합(火雷噬嗑)괘가 되니, 하늘이 형벌(刑罰)을 내리는 것이다. ()은 칠십 팔십 세가 된 노인을 지칭하는데, 대질(大耋)은 큰 노인으로 곧 조물주(造物主조화옹(造化翁하느님을 상징하는 개념이다.

 

象曰 日昃之離 何可久也리오.

상왈 일측지리 하가구야

상전에 말하였다. “해가 기울어져 걸림이 어찌 가히 오래하겠는가?”

 

해가 기울어져 걸려 있다는 것은 현 상황이 오래 가지 못하고 곧 큰 변화가 온다는 뜻이다.

 

九四는 突如其來如라 焚如니 死如며 棄如니라.

구사    돌여기래여   분여    사여    기여

구사는 돌연히 그것이 온다. 불사르니 죽이며 버린다.

突:갑자기 돌   焚:불사를 분   死:죽을 사   棄:버릴 기

 

구사는 드디어 후천(後天)을 맞이하는 큰 변화가 닥친다. 구삼에서 선천(先天)의 해가 기울어져 큰 변화가 있음을 북을 두드리고 노래하면서 알려야 한다고 했다. 구사에 와서는 이미 그 변화의 단계로 넘어와 있으니, 갑작스럽게 불의 재앙이 오는 것이다. 만물을 불사르고, 생명을 죽이고 버린다. 때를 모르고 헛된 인생을 살아가는 망령된 존재들을 어찌 용납하겠는가?

 

象曰 突如其來如는 无所容也니라.

상왈 돌여기래여    무소용야

상전에 말하였다. “돌연히 그것이 옴은 용납할 바가 없다.”

容:얼굴 용·용납할 용

 

六五는 出涕沱若하며 戚嗟若이니 吉하리라.

육오    출체타약      척차약       길

육오는 눈물 나옴이 물 흐르듯 하며, 슬퍼하고 탄식하는 듯하니 길할 것이다.

涕:눈물 체   沱:눈물흐를 타   若:같을 약   戚:슬퍼할 척   嗟:탄식할 차

 

육오는 외괘에서 중을 지킨 왕공(王公)의 자리이다. 외괘가 이화(離火)로 불의 재앙이요, 육오가 변하면 외괘가 건천(乾天)의 하늘로 된다. 세상이 크게 변하고 인간으로서 어찌할 수 없는 재앙이 하늘로부터 닥치니, 도탄에 빠진 중생을 보며 왕으로서 눈물만 흘릴 수밖에 없다.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근심과 슬픔이 왕공을 억누르나, 왕공으로서도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왕공(王公) 자신으로서는 길하다.

 

象曰 六五之吉은 離王公也일새라.

상왈 육오지길    이왕공야

상전에 말하였다. “육오의 길함은 왕공에 걸려 있기 때문이다.”

 

上九는 王用出征이면 有嘉니 折首코 獲匪其醜면 无咎리라.

상구    왕용출정      유가    절수    획비기추    무구

상구는 왕이 나가서 정벌하면 아름다움이 있으니, 머리를 결단하고, 얻는 것이 그 무리가 아니면, 허물이 없을 것이다.

:칠 정   :아름다울 가   :꺾을 절·결단할 절   :얻을 획  :아닐 비   :추할 추·무리 추

 

육오 자리에서 왕공(王公)은 하늘로부터 내리는 재앙을 어찌할 수 없어 눈물만 흘릴 수밖에 없었다. 올바른 세상을 구현하는 것은 단지 하늘의 징벌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세상의 악()을 징벌하기 위해 드디어 하늘의 왕()이 나선다. 상구가 변하면 양이 음으로 바뀌면서 외괘가 진뢰()가 되니 군사를 일으켜 정벌에 나선다. 이렇게 하여 세상을 평정하니 아름답게 된다. 악한 무리를 징벌함에 그 수괴(首魁)만 처벌하면 되고 그를 따르던 무리는 살려두어야 한다. 악한 지도자의 억압에 복종했던 무리들은 지도자가 바뀌면 곧 선하게 되기 때문이다.

 

象曰 王用出征은 以正邦也라.

상왈 왕용출정    이정방야

상전에 말하였다. “왕이 나가서 정벌함은 나라를 바르게 하는 것이다.”

 

왕이 정벌하러 가는데, 그 정벌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중화리(重火離)괘 상구효가 변하면 55번째(하경 25번째)에 있는 뇌화풍(雷火豐)괘가 된다. 뇌화풍괘는 천벌(天罰)을 의미하는 대단히 중요한 괘이다. 중화리괘와 뇌화풍괘의 관련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상경 마지막괘 마지막효인 중화리괘 상구효와 하경 55번째 뇌화풍괘

 

  중화리괘 상구효가 변하면 뇌화풍괘로 된다. 중화리괘 상구효에서 왕이 나가서 정벌한다(王用出征)고 하였고, 뇌화풍괘 괘사에서는 풍은 형통하니 왕이 이르니, 근심치 말 것이니, 마땅히 해가 가운데한다고 하여 중화리괘 상구효에서 출정(出征)한 왕이 뇌화풍괘에서 왕림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重火離卦

上九는 王用出征이면 有嘉니 折首코 獲匪其醜면 无咎리라.

雷火豐卦

괘사 : 豐은 亨하니 王이아 假之하나니 勿憂홀전 宜日中이니라.

 

  그런데 중화리괘는 중수감괘와 더불어 천도가 선천에서 후천으로 변하는 택풍대과 시대에 나타나는 하늘의 재앙을 의미한다면, 중화리괘 상효가 변하여 간 뇌화풍괘는주역》 64괘 가운데 형벌(刑罰)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괘로서 특히, 하늘에서 내리는 형벌(심판)을 뜻한다. 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하경(下經) 뇌화풍괘를 참고하기 바란다.

 

 

[상경 30괘 회광반조(回光反照)]

 

30번째 중화리괘로서 《주역》 상경 30괘를 마무리하게 된다. 다음의 상경 30괘의 괘상을 마음속에 그려보면서 각 괘의 의미를 되새겨 보자.

 

 

※ 수산 신성수, 주역통해, 대학서림, 2005, 369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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