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산책/주역

27. 산뢰이(山雷頤)

돈호인 2020. 10. 29. 16:27

 

괘의

만물을 기르고 성인을 기르고 수양을 하는 데는 언어를 삼가고 음식을 조절해야 한다(愼言節食).

 

괘명과 괘상

외괘가 간산(艮山), 내괘가 진뢰(震雷)로 이루어진 괘의 이름을 ()라 한다. 턱을 형상하여 말한 것이다. 초구는 아래턱이고 상구는 위턱이며, 안의 음효는 이()를 나타내어 사람의 입을 형상하였다. 모든 화()()은 입에서 나와서 입으로 들어간다. 언어와 음식도 입에서 나와서 입으로 들어간다. 언어와 음식을 통해 기르기도 하고 기름을 받는다.

 

서괘

서괘전은 산천대축괘 다음에 산뢰이괘를 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物畜然後에 可養이라 故로 受之以頤하고

물축연후    가양       고    수지이이

물건이 쌓인 다음에 가히 기를 수 있다. 그러므로 이괘로써 받고

養:기를 양

 

물건이 크게 쌓이면 기르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기른다는 이괘를 산천대축괘 다음에 둔 것이다.

 

괘사

頤는 貞하면 吉하니 觀頤하며 自求口實이니라.

이    정       길      관이       자구구실

이(頤)는 바르게 하면 길하니, 기름을 보며 스스로 입의 실물을 구한다.

頤:턱 이·기를 이·어조사 이   觀:볼 관   求:구할 구  實:열매 실·참 실·찰 실

 

만물을 기르는 것은 바르게 해야 길하다. 천지가 만물을 낳아 기르고 부모가 아이를 낳아 기르는 실정(實情)을 보되, 이 세상에 태어나 하늘이 부여한 성품과 명을 이행하며 살아감에는 스스로 자기의 참 모습()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단전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단사

彖曰 頤貞吉은 養正則吉也니 觀頤는 觀其所養也오

단왈 이정길    양정즉길야    관이    관기소양야

自求口實은 觀其自養也라.

자구구실    관기자양야

天地 養萬物하며 聖人이 養賢하야 以及萬民하나니

천지 양만물       성인    양현      이급만민

頤之時 大矣哉라.

이지시 대의재

단전에 말하였다. “‘이(頤)가 바르게 해서 길함’은 기름을 바르게 하면 길하니, ‘기름을 봄’은 그 길러지는 바를 보는 것이고, ‘스스로 입의 실물을 구함’은 그 스스로 기름을 보는 것이다. 천지가 만물을 기르며 성인이 어진 이를 길러서 만민에게 미치니, 기르는 때가 크다.”

及:미칠 급

 

  ‘기름을 바르게 해서 길함은 바른 것을 길러야 길하다는 것이다. 기름을 본다는 것은 그 길러지는 바를 보는 것이다. , 천지가 만물을 낳아 기르는 것, 부모가 자식을 낳아 기르는 것, 천지자연과 인간만사의 기르는 현상을 보는 것이다. 스스로 입의 실상을 구함은 스스로 기르는 것을 보는 것이다. , 만물이 천지로부터 기름을 받고 있으면서도 그 각자는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스스로를 기르고 있다. 인간의 삶이란 궁극적으로 어느 누구에게도 의존할 수 없으며, 또한 어느 누구에게 자신을 맡길 수도 없다.

  이와 같이 천지는 만물을 낳아 기르고, 성인은 어진 이를 길러서 만민에게 그 덕을 미치게 하니, 기르는 때가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괘상사

象曰 山下有雷 頤니 君子 以하야 愼言語하며 節飮食하나니라.

상왈 산하유뢰 이    군자 이       신언어       절음식

상전에 말하였다. “산 아래에 우레가 있음이 이(頤)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언어를 삼가며 음식을 조절한다.”

愼:삼갈 신   節:마디 절·절개 절·알맞을 절·존절할 절   飮:마실 음

 

외괘 간산(艮山)의 산 아래에 내괘 진뢰(震雷)의 우레가 있는 상이 이괘(頤卦)이다. 위에 있는 산은 위턱으로 그쳐 있으며, 아래에 있는 우레는 아래턱으로 움직이면서 말을 하고 음식을 먹는 상이다. 외괘 간의 그침(艮爲止)과 내괘 진의 움직임(震爲動)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그래서 군자는 이러한 이치를 보고 언어를 삼가며, 음식을 조절한다.

 

효사 및 효상사

初九는 舍爾靈龜하고 觀我하야 朶頤니 凶하니라.

초구    사이영귀       관아      타이    흉

초구는 너의 신령한 거북이를 버리고 나를 보고서 턱을 움직이니, 흉하다.

爾:너 이   靈:신령 령   龜:거북 귀   朶:늘어질 타·움직일 타

 

  초구는 맨 아래 양자리에 양으로 있어 실()하다. 그래서 위에 있는 허한 음()을 길러줘야 한다. 그런데 초구가 양강(陽剛)하여 실함에도 불구하고 맨 아래에 있다 보니, 응하고 있는 육사 음에게 오히려 기름을 받고자 망동하며 턱을 벌리고 있는 격이다. 신령한 거북이라는 것은 초구 자신에게 영험한 실력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나를 보고 턱을 움직인다는 것은 응하고 있는 육사를 보고 음식을 달라고 턱을 벌리는 것이다. 초구가 실하여 귀함에도 불구하고 남에게 기대니 천하게 되는 꼴이다.

  모든 인간은 하늘로부터 천성(天性)을 부여받아 태어난 존재이다. 누구에게나 불성(佛性신성(神性자성(自性영성(靈性)의 신령스런 거북(靈龜)이 있다. 그러나 인간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기의 실상을 망각하고 주변의 다른 존재에 의존하게 된다. 스스로를 깨닫고(自覺), 스스로의 존재(입의 실상)를 구하라는 뜻이다.

 

象曰 觀我朶頤하니 亦不足貴也로다.

상왈 관아타이       역부족귀야

상전에 말하였다. “나를 보고 턱을 움직이니, 또한 족히 귀하지 못하도다.”

亦:또 역   貴:귀할 귀

 

六二는 顚頤라 拂經이니 于丘에 頤하야 征하면 凶하리라.

육이    전이    불경       우구   이       정       흉

육이는 엎어져서 기른다. 법을 거스르니, 언덕에 이(頤)해서(기름을 구해서) 가면 흉할 것이다.

顚:머리 전·미칠 전·넘어질 전·뒤집힐 전   拂:떨칠 불·거스를 불   于:어조사 우

 

  육이는 내괘에서 중정한 자리이다. 기름을 구하는 때에 육이는 초구보다 위에 있어 초구를 길러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음()으로 허()하니 오히려 아래 초구 양에게 엎어져서 기름을 구하고 있다. 이것이 법을 거스르는 것이다. 또한 아래의 초구 양에게 기름을 구하는 것도 부족해 외괘 간산(艮山)상구의 언덕에 또 기대어 턱을 벌리고 기름을 구하고자 하여 가면 흉하게 된다.

  언어나 음식 모두 절도가 있어야 한다. 초구에게 기대기도 하고 때로는 상구에게 기대기도 하면서 자신의 실속만 차리고자 한다면, 동류(同類)에게 신뢰를 잃게 되어 어떠한 일도 같이할 수 없게 된다. 분수를 알고 지조를 지켜야 한다.

 

象曰 六二征凶은 行이 失類也라.

상왈 육이정흉    행    실류야

상전에 말하였다. “육이가 가면 흉함은 행함이 무리를 잃는 것이다.”

 

六三은 拂頤貞이라 凶하야 十年勿用이라 无攸利하니라.

육삼    불이정       흉      십년물용       무유리

육삼은 기르는 바름을 거스른다. 흉해서 십년이라도 쓰지 못한다. 이로울 바가 없다.

 

육삼은 양자리에 음으로 있어 부당하고 중도 얻지 못하여, 자기 분수와 역할을 망각하고 망령되게 행동하는 자이다. 내괘에서 위에 처하여 아래를 길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음효(육이·육삼·육사·육오)들 가운데 유일하게 상구 양()과 응하니 동류(同類)를 버리고 홀로 상구의 기름을 독차지하려고 한다. 오로지 자기 이익만 차리고 온갖 부정부패를 일삼는 자리니, 도에 어긋나서 흉하다. 사회에서 무익(無益)하니 오래도록 역할을 하지 못하고 이로울 바도 없다.

 

象曰 十年勿用은 道 大悖也라.

상왈 십년물용    도 대패야

상전에 말하였다. “십년이라도 쓰지 못함은 도가 크게 어그러진 것이다.”

悖:어그러질 패

 

 

六四는 顚頤나 吉하니 虎視耽耽하며 其欲逐逐하면 无咎리라.

육사 전이       길       호시탐탐      기욕축축       무구

육사는 엎어져서 기르나 길하니, 호랑이가 보는 것이 노려보는 듯 하며, 그 하고자 함이 쫓고 쫓으면 허물이 없을 것이다.

虎:범 호   視:볼 시   眈:노려볼 탐   耽:즐길 탐·빠질 탐    欲:하고자할 욕  逐:쫓을 축

 

  육사는 음자리에 음으로 제자리에 있고 백성을 다스려야 하는 대신(大臣)의 위치에 있다. 육사가 응하는 초구 백성에게 엎어져 길러지고 또한 기르니 길하다. 육사가 대신(大臣)으로서 자리는 마땅하나 스스로가 허하니 백성으로부터 세금을 받는 등 기름을 받지만, 또한 대신으로서 정치를 잘하여 백성을 길러주는 자리이기도 하다.

  백성을 기르는 도에 있어서는 호랑이가 노려보듯이 백성의 실정을 정확히 알아야 하며, 그때그때 나라에 필요한 바를 쫓아서 정치를 해 나가면 허물이 없다. 육사가 변하면 외괘가 이화(離火)가 되어 대신으로서 정치를 빛나게 베풀며, 또한 지괘(之卦)가 화뢰서합(火雷噬嗑)괘로 되니 실물을 씹어 합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호시탐탐(虎視耽耽)에서 탐()자는 즐긴다·빠진다는 뜻으로, 호랑이가 노려보듯 한다는 뜻으로 본다면 노려본다는 탐()자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원문의 호시탐탐(虎視耽耽)호시탐탐(虎視眈眈)으로 바꾸어야 한다.

 

象曰 顚頤之吉은 上施 光也일새니라.

상왈 전이지길    상시 광야

상전에 말하였다. “엎어져서 길러서 길함은 위에서 베풂이 빛나기 때문이다.”

施:베풀 시

 

 

六五는 拂經이나 居貞하면 吉하려니와 不可涉大川이니라.

육오    불경       거정      길             불가섭대천

육오는 법을 거스르나, 바른데 거하면 길하지만, 큰 내를 건널 수는 없다.

 

길러주고 기름을 받는 이괘(頤卦)에서 육오는 외괘에서 중을 얻어 백성을 기르고 다스려야 하는 자리에 있다. 그런데 육사와 마찬가지로 양자리에 음으로 있으니 허()하여 위에 있는 실한 상구로부터 기름을 받는 처지이다. 그래서 인군으로서의 법도를 어기는 것이 된다. 그러나 육오가 변하면 손풍(巽風)이 되니 겸손하게 상구를 따르는 상이고, 중을 지키고 있으니 바르게 하면 길하다. 그렇지만 육오 자신이 허하여 상구로부터 기름을 받는 상태이니, 아무리 높은 인군의 자리에 있다고 하더라도 큰 일을 할 수는 없다.

 

象曰 居貞之吉은 順以從上也일새라.

상왈 거정지길    순이종상야

상전에 말하였다. 바른데 거해서 길함은 순하게 위를 좇기 때문이다.

 

上九는 由頤니 厲하면 吉하니 利涉大川하니라.

상구    유이    려      길       이섭대천

상구는 말미암아 길러지니, 위태롭게 하면 길하니, 큰 내를 건넘이 이롭다.

 

상구는 외괘 간산(艮山)의 맨 위에 처하여 후한 덕으로 천하를 길러주는 자리이다. 그런데 상구가 음 자리에 양으로 있어 무한한 양식을 제공할 수 없기 때문에, 항상 위태로운 마음을 가지고 잘 헤아려야 길하다. , 언어를 삼가하고 음식을 잘 조절해야 한다. 천하를 길러주니 큰 일을 할 수 있으며, 아울러 큰 경사가 있다.

 

象曰 由頤厲吉은 大有慶也라.

상왈 유이려길    대유경야

상전에 말하였다. “말미암아 길러지니 위태롭게 해서 길함은 큰 경사가 있는 것이다.”

 

 

※ 수산 신성수, 주역통해, 대학서림, 2005, 345∼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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