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산책/주역

28. 택풍대과(澤風大過)

돈호인 2020. 10. 29. 20:50

 

괘의

천도가 큰 변화를 일으키고 크게 지나쳐서 정상적이지 못한 상황이 올 때, 홀로 있어도 두려워하지 않고 세상을 멀리해도 번민하지 않을 수 있는 도와 심법을 갖추라(獨立不懼).

 

괘명과 괘상

외괘가 태택(兌澤), 내괘가 손풍(巽風)으로 이루어진 괘를 대과(大過)라 한다. 크게 지나쳤다·큰 허물·큰 것이 지나간다는 뜻이다. 안에 양강(陽剛)한 네 효가 있으나 아래 위에 있는 음효(陰爻) 둘이 허하게 있어 본()과 말()이 약하니 크게 지나친 것이고, 또한 큰 허물이란 뜻이다. 그리고 호괘가 중천건(重天乾)으로 하늘과 같이 큰 것이 지나간다는 뜻이다.

 

서괘

서괘전은 산뢰이괘 다음에 택풍대과괘가 온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頤者는 養也니 不養則不可動이라 故로 受之以大過하고

이자    양야   불양즉불가동       고    수지이대과

이(頤)란 기름이니, 기르면 가히 움직이지 않음이 없다. 그러므로 대과로써 받고

 

산뢰이(山雷)괘에서 기름을 받고 또 길러주면 만물이 움직이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움직임이 지나쳐서 크게 지나간다는 택풍대과(澤風大過)괘를 산뢰이괘 다음에 두었다.

 

괘사

大過는 棟이 橈니 利有攸往하야 亨하니라.

대과    동    요   이유유왕       형

대과(大過)는 마룻대(기둥)가 흔들리니, 가는 바를 둠이 이로워서 형통하다.

過:지날 과   棟:마룻대 동(집의 용마루 밑에 서까래가 걸치게 된 나무로 집 가운데에서 가장 무게가 실리는 중요 부분) 橈:휠 요·꺾일 요·약할 요

 

대과(大過)는 중천건(重天乾) 순양(純陽)의 기둥에서 초효와 상효가 음으로 약하게 되니, 기둥(마룻대)이 흔들리는 상이다. 이렇게 기둥이 흔들리니, 이미 살던 집을 떠나 새로운 터전을 찾아서 가는 바를 둠이 이롭다. 안에 있는 괘, 즉 호괘가 중천건이니 천도(天道)가 크게 변하고 있는 것이니, 형통하다. 단전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단사

彖曰 大過는 大者 過也오 棟橈는 本末이 弱也라.

단왈 대과    대자 과야    동요    본말   약야

剛過而中하고 巽而說行이라.

강과이중       손이열행

利有攸往하야 乃亨하니 大過之時 大矣哉라.

이유유왕       내형       대과지시 대의재

단전에 말하였다. “대과(大過)는 큰 것이 지나가는 것이고, 기둥이 흔들림은 본과 말이 약한 것이다. 강한 것이 지나치되 가운데하고, 겸손하고 기쁨으로 행한다. 가는 바를 둠이 이로워서 이에 형통하니, 대과의 때가 크도다.”

弱:약할 약   巽:공손할 손   說:기쁠 열   乃:이에 내

 

대과는 큰 것이 지나가는 것이다. 또한 안에 있는 네 양효가 음효에 비해 지나쳐 있는 상이기도 하다. 기둥이 흔들린다는 것은 초효와 상효가 음()으로 본과 말이 약하니, 안에 있는 양강한 기둥이 흔들리는 것이다. 괘덕을 보면 전체 괘의 가운데에 양효 넷이 있어 비록 강한 것이 지나쳐 있지만, 내괘 손풍(巽風)으로 겸손하면서 외괘 태택(兌澤)으로 기뻐하면서(兌爲說) 간다. 그러니 가는 바를 둠이 이로워서 형통하다. 선천(先天)과 후천(後天)이 바뀌는 이 대과(大過)의 때가 큰 의미가 있다.

 

괘상사

象曰 澤滅木이 大過니 君子 以하야 獨立不懼하며 遯世无悶하나니라.

상왈 택멸목    대과    군자 이       독립불구      돈세무민

상전에 말하였다. “연못이 나무를 멸하는 것이 대과(大過)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홀로 서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세상을 멀리해도 번민하지 않는다.”

滅:멸할 멸   懼:두려워할 구   遯:도망할 둔(돈)   悶:번민할 민

 

  대과(大過)괘는 내괘가 손풍(巽風)으로 음목(陰木)이고, 외괘가 태택(兌澤)으로 연못이니, 마치 연못 속에 나무가 잠겨서 뿌리가 썩는 상이다. 그래서 연못이 나무를 멸한다고 하였다. 또한 후천팔괘의 원리로 보면 태는 서방(西方) ()기운이고, 은 동방(東方) ()기운이니, 서방의 금기운이 동방의 목기운을 극하여 멸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시대적으로 풀이하면 서양의 물질문명(物質文明)이 동양의 정신문화(精神文化)를 멸하고 있는 상황으로 볼 수도 있어, 우리의 현 시대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대과(大過)시대에는 뒤에 나오는 중수감(重水坎)중화리(重火離)의 큰 재앙이 있고 큰 변화가 있어, 때로는 누구에게 의지할 수 없이 홀로 서야 하고 때로는 세상을 피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 있다. 그래서 군자는 이러한 상황을 미리 알고 홀로 있어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세상을 멀리해도 번민하지 않는 심법과 도를 갖춘다.

 

효사 및 효상사

初六은 藉用白茅니 无咎하니라.

초륙    자용백모    무구

초육은 자리를 까는데 흰 띠를 쓰니, 허물이 없다.

藉:깔개 자·깔 자   茅:띠 모

 

초육은 대과(大過)괘 맨 아래에 있고 양자리에 음으로 있어, 유약한 백성을 의미하는 자리이다. 크게 지나가는 대과에 있어 유약한 백성에게는 오로지 지극한 정성(精誠)이 필요하다. 초육의 백성이 제사를 드리기 위해 자리를 까는데 화려하고 풍성하게 차리지 않고, 소박하게 차리고 또한 흰 띠풀을 깔아서 제사를 올리는데, 이는 지극한 정성을 나타내는 것이니 허물이 없다. 외괘가 태()로 연못이고(兌爲澤), 내괘 손()이 음목(陰木)이니 연못가에 나는 띠풀이 된다. 이 자리가 중요하기에 공자는 계사상전8장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初六藉用白茅니 无咎라하니 子曰 苟錯諸地라도 而可矣어늘 藉之用茅하니 何咎之有리오 愼之至也라. 夫茅之爲物이 薄而用은 可重也니 愼斯術也하야 以往이면 其无所失矣리라.

“초육은 (제사를 올리기 위해) 자리를 까는데 흰 띠를 쓰니 허물이 없다”고 하니,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진실로 저 땅에 두더라도 괜찮거늘 까는데 흰 띠를 쓰니 무슨 허물이 있겠는가? 삼감의 지극함이다. 무릇 띠의 물건됨이 박하나 쓰임은 가히 소중한 것이니, 이 방법을 삼가서 써 나가면 그 잃는 바가 없을 것이다.”

 

象曰 藉用白茅는 柔在下也라.

상왈 자용백모    유재하야

상전에 말하였다. “자리를 까는데 흰 띠를 씀은 부드러운 것이 아래에 있어서이다.”

 

九二는 枯楊이 生稊하며 老夫 得其女妻니 无不利하니라.

구이    고양   생제        노부 득기여처   무불리

구이는 마른 버들이 싹을 내며, 늙은 사내가 그 여처를 얻으니, 이롭지 않음이 없다.

枯:마를 고   楊:버들 양   稊:싹 제   妻:아내 처

 

  구이는 내괘의 중을 얻은 자리이다. 내괘가 손풍(巽風)으로 음목(陰木)이고 구이가 변하면 내괘가 간산(艮山)이 되니, 외괘 태택(兌澤)연못가의 언덕에 있는 마른 버들이 된다. 초효 음기운에 의해 구이의 마른 버들에 새 싹이 나오는데, 마치 늙은 남자가 젊은 여자를 아내로 맞이하는 것과 같으니, 이롭지 않음이 없다. 늙은 남자와 젊은 여자가 만나는 것은 지나치긴 하지만 서로 더불 수 있다.

  여기에는 생각해야 할 많은 것이 숨어있다. 마른 버들에 싹이 난다는 것은 사회적 현상으로 볼 때, 대 환란에 의해 젊은 남자들이 없으니 여자가 늙은 남자와 결혼을 한다는 의미가 있다. 또한 마른 버들이니 거의 죽음에 이른 것인데, 다시 소생하게 된다는 의미도 있다. 무엇보다도 의미있는 것은 《주역》의 체계에 있어 상경(上經) 선천에서 하경(下經) 후천으로 넘어가는 원리를 담고 있는 것이다. 구이가 변하면 음으로 바뀌면서 지괘가 택산함(澤山咸)괘로 되는데 함괘(咸卦)는 바로 후천의 시작을 의미하는 하경(下經) 첫 번째 괘이다.

象曰 老夫女妻는 過以相與也라.

상왈 노부여처    과이상여야

상전에 말하였다. “늙은 사내와 아내(여처)는 지나침으로 서로 더부는 것이다.”

 

九三은 棟이 橈니 凶하니라.

구삼   동    요    흉

구삼은 기둥이 흔들리니, 흉하다.

 

구삼은 내괘 손체에 있으나, 양자리에 양으로 과강하고 중에서 벗어나 지나치게 행하는 자리이다. 구삼이 강하게 자리를 지켜야 하는데 지나치게 행하여 응하고 있는 상육 음()에게 동요되니, 기둥 전체가 흔들린다. 전체 기운이 대과(大過)한 상태에서는 구삼이 지나치게 처신하는 것을 어느 누구도 도와줄 수가 없다. 구삼이 변하면 지괘(之卦)가 택수곤(澤水困)괘로 되니, 매우 곤궁한 상황이 된다. 흉하게 되지 않으려면 굳게 자기 자리를 지켜야 한다.

 

象曰 棟橈之凶은 不可以有輔也일새라.

상왈 동요지흉    불가이유보야

상전에 말하였다. “기둥이 흔들려 흉함은 가히 도움이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輔:광대뼈 보·덧방나무 보·도울 보

 

九四는 棟隆이니 吉커니와 有它면 吝하리라.

구사    동륭      길          유타    인

구사는 기둥이 높아지니 길하지만, 다른 것을 두면 인색할 것이다.

隆:성할 륭·높을 륭   它:다를 타

 

구사는 내괘에서 외괘로 올라갔으니, 기둥이 높아진 상태이다. 마룻대(기둥)가 흔들려 위태로운 상태에서 구사는 외괘로 올라갔으니, 흔들리는 위험에서 벗어난 상태이다. 그런데 위로 올라가 자기 자리를 잘 지키고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것을 두면, 즉 응하는 관계인 초육 음()에게 마음을 두면 다시 흔들려 인색하게 된다. 구사는 외괘에서 구오와 뜻을 같이 하여 굳게 자리를 지켜야 한다.

 

象曰 棟隆之吉은 不橈乎下也일새라.

상왈 동륭지길    불요호하야

상전에 말하였다. “기둥이 높아져 길함은 아래에 흔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구사가 높아져 길하게 되는 것은 아래에 있는 무리들 특히 초육 음에게 흔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만일 아래에 있는 음에게 흔들리게 되면 인색할 뿐만 아니라, 전체를 위험한 상황에 빠지게 하는 허물을 범할 수도 있다.

 

九五는 枯楊이 生華하며 老婦 得其士夫니 无咎나 无譽리라.

구오    고양    생화       노부 득기사부   무구    무예

구오는 마른 버들이 꽃을 피우며, 늙은 아내가 그 사부(젊은 남편)를 얻으니, 허물이 없으나 명예도 없을 것이다.

華:꽃 화   婦:지어미 부   夫:지아비 부   譽:기릴 예

 

  구오는 외괘 태에서 중정(中正)한 자리이다. 호괘가 중천건(重天乾)이 되니 마른 버들인데, 위에 있으니 꽃을 피우는 자리이다. 구오는 태연못의 상효 음기운으로 때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늦게 꽃을 피우는 상이다. 마치 늙은 여자가 젊은 남자를 얻어 결혼하는 것과 같으니, 그 자체가 허물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명예로울 것도 없다. 그렇지만 마른 버들에서 꽃을 피운들 오래갈 수는 없고, 나이 많은 여자가 젊은 남자와 혼인하면 자녀를 잘 낳지 못한다. 오늘날 현대사회에서 여성의 결혼연령이 높아지고 자기보다 어린 남자들과 결혼하는 예가 많은 것을 이와 관련해 생각해볼 수 있다.

  구이와 마찬가지로 구오효는 선천 상경(上經)을 마치는 대과시대에 후천 하경(下經)으로 넘어가는 원리가 내재되어 있다. 즉 구오가 변하면 외괘가 진뢰(震雷)가 되어 지괘가 뇌풍항(雷風恒)괘로 되는데, 항괘(恒卦)는 대과괘 구이가 변한 택산함(澤山咸)괘에 이어 하경 두 번째에 자리하고 있다.

象曰 枯楊生華 何可久也며 老婦士夫 亦可醜也로다.

상왈 고양생화 하가구야    노부사부 역가추야

상전에 말하였다. “마른 버들에 꽃이 나옴이 어찌 가히 오래갈 것이며, 늙은 아내와 젊은 남편이 또한 추하도다.”

久:오랠 구   醜:추할 추

 

上六은 過涉滅頂이라 凶하니 无咎하니라.

상륙    과섭멸정       흉      무구

상육은 지나치게 건너다 이마를 멸한다. 흉하니 허물할 데가 없다.

涉:건널 섭   滅:멸할 멸   頂:정수리 정

 

대과괘에 있어 상육은 태의 맨 위에 처하여 이미 기운이 쇠한 상태이다. 그런데 강한 양을 지나서 맨 위에 이르기까지 지나치게 건너다가 머리를 다치는 격이다. 맨 위효가 되니 인체에서는 머리·정수리에 해당한다. 는 후천팔괘로 서방·저녁으로 해가 지고 기운이 쇠하는 것을 뜻하니, 훼절(毁折)당하는 것, 즉 다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지나침이 극에 달했으니 다친다. 너무 지나쳐서 흉하게 됐으니 누구를 허물하겠는가?

 

象曰 過涉之凶은 不可咎也니라.

상왈 과섭지흉   불가구야

상전에 말하였다. “지나치게 건너서 흉한 것은 가히 허물하지 못한다.”

 

 

◈ 택풍대과(澤風大過)괘와 주역 상경·하경의 체계

 

  《주역》 상경(上經) 30괘의 구조를 보면 중천건(重天乾) 하늘과 중지곤(重地) 땅의 천지기운으로 수뢰둔(水雷屯)에서 만물이 생하여 자라면서, 선천(先天)의 역사가 시작된다. (((((소축(小畜() 등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23번째 산지박(地剝)에서 깎이고 24번째 지뢰복(地雷復)에서 회복하고, 25번째 무망(无妄)에서 천성을 따르고, 26번째 대축()에서 크게 쌓아 선천의 문명이 최고조에 이르게 된다. 이렇게 크게 쌓아 기르는 것은 27번째 산뢰이(山雷)괘인데 그 호괘가 중지곤(重地坤)으로 땅에서 기른다는 뜻이고, 크게 쌓아서 기르면 큰 것이 지나가게 되는데 28번째 택풍대과(澤風大過)괘로 지나가는 것이다. 대과()괘의 호괘는 중천건(重天乾)괘이니 크게 지나가는 것은 하늘 즉 천도(天道)의 변화를 말한다.

  그래서 상경 30괘 선천(先天)의 대역사는 대과()괘에서 끝을 이룬다. 큰 것이 지나쳐서 변화를 이루는 대과(大過)에서 나타나는 가장 대표적인 양상은 천재(天災)로서 물이 거듭한 중수감(重水坎)과 불이 거듭한 중화리(重火離)이다. 즉 다음의 중수감괘와 중화리괘는 대과(大過)시대에 나타나는 변화를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중수감괘의 호괘는 산뢰이(山雷)가 되고, 다시 산뢰이괘의 호괘는 중지곤(重地坤)이 된다. 중화리괘의 호괘는 택풍대과(澤風大過)가 되고 다시 택풍대과의 호괘는 중천건(重天乾)이 된다. 이렇게 해서 상경 30괘 선천이 마무리되면서 다시 근원인 하늘과 땅으로 복귀하는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산뢰이괘와 더불어 택풍대과괘는 선천의 역사가 마무리되고 후천으로 넘어가는 전환기를 나타내며, 중수감괘와 중화리괘는 전환기에 나타나는 대표적인 현상을 표현한 것이다. 본문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특히 택풍대과괘는 상경 선천을 마치면서 후천 하경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된다. 대과괘 구이효가 변하면 하경 첫 괘인 택산함괘가 되며, 구오효가 변하면 하경 두 번째인 뇌풍항괘가 되어 후천을 의미하는 하경(下經)이 시작되는 첫 두 괘를 대과(大過)괘가 내포하고 있다. 주역》 64괘의 배열에 매우 깊은 의미가 있음을 알 수 있다.

 

※ 수산 신성수, 주역통해, 대학서림, 2005, 352∼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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