괘의
망령됨이 없는 상태에서 하늘이 산 속에 들어가듯이 성인의 언행을 익히고 덕을 크게 쌓아 도를 이루라(多識畜德).
괘명과 괘상
외괘가 간산(艮山)☶, 내괘가 건천(乾天)☰으로 이루어진 괘를 ‘대축(大畜)’이라 한다. 하늘과 같은 큰 덕을 크게 쌓았다, 하늘을 그치게 할 정도로 도를 얻었다는 뜻이다. 무망(无妄)괘는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성품을 간직하면서 자연에 순응하여 천성을 유지함을 나타낸 것이라면, 대축(大畜)괘는 천리에 순하면서도 스스로를 강건하게 하여 크게 도를 통하는 것을 의미한다.
서괘
「서괘전」은 천뢰무망괘 다음에 산천대축괘를 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有无妄然後애 可畜이라 故로 受之以大畜하고
유무망연후 가축 고 수지이대축
망령됨이 없어진 뒤에 가히 쌓을 수 있다. 그러므로 대축으로써 받고
사람이 태어나 세상을 살아가면서 인욕으로 가려진 망령됨이 없어진 다음에 도(道)와 덕(德)을 쌓을 수 있다. 그러므로 무망괘 다음에 대축괘를 두었다.
괘사
大畜은 利貞하니 不家食하면 吉하니 利涉大川하니라.
대축 이정 불가식 길 이섭대천
대축은 바르게 함이 이로우니, 집에서 먹지 않으면 길하니, 큰 내를 건넘이 이롭다.
畜:쌓을 축·기를 휵 家:집 가 食:먹을 식 涉:걸어건널 섭
도와 덕을 크게 쌓아감에는 바르게 함이 이롭다. 도덕을 쌓아서 세상을 경륜하고 어진 이를 길러야 하니, 한가로이 집에 머무를 수가 없다. 이렇게 도덕을 크게 쌓는 이유는 민생을 구제하는 큰 일을 하기 위한 것이다. 단전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단사
彖曰 大畜은 剛健코 篤實코 輝光하야 日新其德이니
단왈 대축 강건 독실 휘광 일신기덕
剛上而尙賢하고 能止健이 大正也라
강상이상현 능지건 대정야
不家食吉은 養賢也오 利涉大川은 應乎天也라.
불가식길 양현야 이섭대천 응호천야
단전에 말하였다. “대축(大畜)은 강건하고 독실하고 빛나서 날로 그 덕을 새롭게 하니, 강(剛)이 올라가서 어진 이를 숭상하고, 능히 굳건함을 그치게 하니 크게 바르다. ‘집에서 먹지 않아서 길함’은 어진 이를 기르는 것이고, ‘큰 내를 건넘이 이로움’은 하늘에 응하는 것이다.”
篤:도타울 독 輝:빛날 휘 新:새 신 尙:숭상할 상 賢:어질 현 應:응할 응
대축은 내괘가 건천(乾天)☰으로 강건하고 외괘 간산(艮山)☶으로 독실하여, 외괘 간산(艮山)☶으로 내괘 하늘의 굳셈을 그치게 하니 사방에 빛을 내면서 날로 그 덕을 새롭게 한다. 지구가 자전(自轉)하니 하늘은 주야(晝夜)가 번갈아 바뀌고 지구가 공전(公轉)하여 춘하추동 사시(四時)가 바뀌듯이, 군자는 날로 그 덕을 새롭게 한다. 《대학(大學)≫의 다음 글을 음미해 보자.
湯之盤銘曰 苟日新이어든 日日新하고 又日新이라.
탕왕의 반명에 이르길 “진실로 어느 날에 새로워졌거든 나날이 새롭게 하고 또 나날이 새롭게 하라.”
외괘 간(艮)☶ 상구의 강이 위로 올라가서 육사와 육오의 어진 이를 숭상하고, 내괘 건천(乾天)☰의 굳셈을 능히 그치게 하니, 크게 바르다. 세상을 올바르게 이끌어 갈 어진 이를 길러야 하니 집에서 먹을 여유가 없고, 큰 내를 건넌다는 것은 하늘의 명에 응하여 큰 일을 하는 것이다. 《논어(論語)》 「위령공(衛靈公)편」에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는데, 깊이 새겨 볼 내용이다.
子曰 人能弘道요 非道弘人이니라.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이 도를 넓히는 것이요, 도가 사람을 넓히는 것은 아니다.”
괘상사
象曰 天在山中이 大畜이니 君子 以하야
상왈 천재산중 대축 군자 이
多識前言往行하야 以畜其德하나니라.
다식전언왕행 이축기덕
상전에 말하였다. “하늘이 산 가운데 있음이 대축(大畜)이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지나간 말과 간 행실을 많이 알아서 그 덕을 쌓는다.”
識:알 식 前:앞 전 往:갈 왕
내괘의 건천(乾天)☰ 하늘이 외괘의 간산(艮山)☶ 속(가운데)에 있는 상이다. 광대무변(廣大無邊)한 하늘이 산 속에 있을 정도이니, 그 덕이 무한한 것이다. 이러한 이치를 본받아 군자는 옛 성인들의 말과 행실을 많이 알아야 하고 또한 덕을 쌓아야 한다. 성인(聖人)의 언행(言行)은 만사(萬事)의 귀감(龜鑑)이다.
효사 및 효상사
初九는 有厲리니 利已니라.
초구 유려 이이
초구는 위태로움이 있을 것이니, 그침이 이롭다.
厲:위태로울 려 已:그칠 이
대축(大畜)괘는 굳건한 하늘을 그치게 할 정도로 큰 덕을 쌓으며 수양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수양하는 데에는 음양(陰陽)이 서로 응하는 것이 방해된다. 초구는 내괘 건천(乾天)☰의 맨 아래에 있고 외괘 육사 음(陰)과 응하고 있다. 초구가 응하는 육사 음을 만나고자 하면 수양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니 만나지 말라는 것이다. 초구가 변하면 내괘가 손☴이 되니 가지 말고 들어가 있어야 한다(巽 入也).
象曰 有厲利已는 不犯災也라.
상왈 유려이이 불범재야
상전에 말하였다. “위태로움이 있으니 그침이 이로움은 재앙을 범하지 않는 것이다.”
犯:범할 범
내괘의 하늘☰을 외괘의 산☶이 그치게 하는 대축괘에서 내괘 아래에 있는 초구가 망령되게 움직이면, 크게 쌓는 도를 이룰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재앙을 범할 수도 있다. 초구가 변하면 산풍고(山風蠱)괘가 되니 좀먹는 일이 생긴다.
九二는 輿說輹이로다.
구이 여탈복
구이는 수레에 당토(當免)를 벗기도다.
輿:수레 여 說:벗길 탈(脫) 輹:당토 복
구이는 내괘의 가운데에 있다. 구이가 변하면 이화(離火)☲가 되어 수레가 되고 불이니 위로 올라가려고 하며, 구이가 외괘 육오 음과 응하고 있으니 가만히 그쳐 수양하기가 힘들게 된다. 그렇지만 구이는 중도를 지켜 스스로 가지 못하도록 수레의 당토(當免)를 벗겨낸다. 육오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스스로 억제하는 것이다.
수레에서 당토(當免)는 굴대의 중앙에 있어서 차체(車體)와 굴대를 연결하는 물건을 말하고, 굴대의 좌우 양 끝에 있어서 차체와 굴대를 연결하는 물건은 복토(伏免․轐)라고 한다.
象曰 輿說輹은 中이라 无尤也라.
상왈 여탈복 중 무우야
상전에 말하였다. “수레에 당토를 벗김은 가운데 함이다. 허물이 없다.”
내괘 건천(乾天)☰의 중에 있는 구이가 스스로 망령되게 움직이지 않기 위해 수레의 당토를 벗기니 허물이 없는 것이다.
九三은 良馬逐이니 利艱貞하니 曰閑輿衛면 利有攸往하리라.
구삼 양마축 이간정 일한여위 이유유왕
구삼은 좋은 말로 쫓아가니, 어렵게 하고 바르게 함이 이로우니, 날로 수레와 호위를 익히면 가는 바를 둠이 이로울 것이다.
良:좋을 량 逐:쫓을 축 艱:어려울 간 閑:익힐 한 衛:지킬 위
구삼은 내괘 건천(乾天)☰의 위에 있다. 중을 얻지는 못하였으나, 양자리에 양으로 있어 굳건하며, 외괘에서 응하는 상구가 음이 아니고 같은 양이니, 육사․육오의 음과 응하고 있는 초구․구이와는 달리 상구의 양이 구삼을 잘 이끌어 주는 스승이 된다. 내괘 건천☰이 말이고(乾爲馬), 외호괘가 진☳이니 좋은 말로 상구를 좇아가는 상이다.
그러나 스승을 따라 수양하는 데는 어려운 가운데 바르게 해야 이롭다. 날로 육체를 단련하고 정신을 수련하여, 천명을 받아 세상일을 할 수 있도록 가는 바를 둠이 이롭다. ‘수레(輿)’는 좋은 말이 싣고 갈 큰 지식이요, ‘호위(衛)’는 말이 잘 달려갈 수 있도록 보호하는 기술을 말한다.
본래 원문에는 ‘왈한여위(曰閑輿衛)’로 되어 있으나, ‘일한여위(日閑輿衛)’로 하여 풀이한다.
象曰 利有攸往은 上이 合志也일새라.
상왈 이유유왕 상 합지야
상전에 말하였다. “가는 바를 둠이 이로움은 위(上)가 뜻을 합하기 때문이다.”
구삼이 가는 바를 둠이 이롭다는 것은 상구가 구삼과 뜻을 같이하기 때문이다.
六四는 童牛之牿이니 元吉하니라.
육사 동우지곡 원길
육사는 어린 소의 외양간(빗장)이니, 크게 길하다.
童:아이 동 牿:외양간(마구간) 곡
육사는 음자리에 음으로 제자리에 있고 외괘 간산(艮山)☶ 아래에 처하여 초구 양과 응하고 있다. 외괘 간산☶은 내괘 건천☰의 양을 그치게 해야 이롭다. 그래서 초구의 어린 소가 뿔을 들이대고 망동하지 못하도록 소의 뿔에 빗장을 대어 움직이지 못하게 하여 외양간(우리)에 가두는 것이다. 즉, 초구가 경솔하게 움직이는 것, 망령되이 움직이는 것을 막는다. 이는 인간이 수양하면서 지켜야할 계율(戒律)같은 것으로 볼 수도 있다.
象曰 六四元吉은 有喜也라.
상왈 육사원길 유희야
상전에 말하였다. “육사가 크게 길함은 기쁨이 있는 것이다.”
六五는 豶豕之牙니 吉하니라.
육오 분시지아 길
육오는 거세한 돼지의 어금니니 길하다.
豶:불깐돼지 분(거세한 돼지) 豕:돼지 시 牙:어금니 아
육오는 외괘 간산(艮山)☶의 중을 지키고 있다. 육사와 마찬가지로 내괘에서 응하고 있는 구이 양이 망동하지 못하도록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 초구가 아래에 있는 양으로 어린 송아지와 같다면, 구이는 보다 힘이 세어 돼지 어금니와 같다. 그러나 돼지를 거세(去勢)하면 그 힘이 약화되어 망동하지 못하니, 수양을 계속하게 되어 길하게 된다.
象曰 六五之吉은 有慶也라.
상왈 육오지길 유경야
상전에 말하였다. “육오의 길함은 경사가 있는 것이다.”
육사효의 효상사에서는 “기쁨이 있다(有喜)”고 하였고, 이 육오효 효상사에서는 “경사가 있다(有慶)”고 하였다. 육사에서 송아지를 우리에 집어넣고 망동하지 못하게 빗장을 대는 것은 대축(大畜)괘에서 도를 이루어 가는 첫 번째 단계라면, 육오에서 돼지를 거세하는 것은 도를 이루는 두 번째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육사에서의 외양간(牿)은 지켜야 할 외적(外的)인 계율을 말한다면, 육오에서의 ‘거세한 돼지 어금니’는 지켜야 할 내적(內的)인 계율을 뜻한다. 그래서 육사에서의 계율보다 육오에서의 계율이 더 엄격한 것이기 때문에, 육사에서의 계율을 지키면 기쁨(喜)이 있다고 한 반면에, 육오에서의 계율을 지키면 경사(慶)가 있다고 하였다. 즉, 육오에서 내괘 하늘의 강한 양기를 굳게 지키면 곧 상구에서 도통하는 큰 경사가 되는 것이다.
上九는 何天之衢오 亨하니라.
상구 하천지구 형
상구는 어느 하늘의 거리인가! 형통하다.
何:어찌 하 衢:큰 거리 구(네거리)
육사에서 어린 소가 망동하지 못하게 하는 계율을 지키고, 육오에서 돼지가 망동하지 못하게 하는 계율을 지키며 수행을 하니, 드디어 외괘 간산(艮山)☶의 맨 위에서 내괘 하늘을 그치게 하고 큰 덕을 쌓은 상황이 된다. 그야말로 도를 통하여 하늘거리를 노니는 것이다. 형통하고 그 도가 크게 행한다.
다만, 수양을 하지 않고 덕이 부족한 자가 예컨대 설시(揲蓍)를 해서 이러한 상황이 나오면, 이는 아집과 독단에 빠져 안하무인(眼下無人)의 생활을 하거나, 정신착란(精神錯亂)의 증세가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象曰 何天之衢는 道 大行也라.
상왈 하천지구 도 대행야
상전에 말하였다. “어느 하늘의 거리인가라는 것은 도가 크게 행하는 것이다.”
※ 수산 신성수, 『주역통해』, 대학서림, 2005, 337∼3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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