괘의
암울하고 어두운 상황에서 상서로운 새로운 기운이 들어올 때에는 그 기운을 잘 보전하고 굳게 지켜라(至日閉關).
괘명과 괘상
외괘가 곤지(坤地)☷, 내괘가 진뢰(震雷)☳로 이루어진 괘를 ‘복(復)’이라 한다. 산지박(山地剝)괘에서 박락(剝落)한 상구의 양이 중지곤(重地坤)을 거쳐 지뢰복(地雷復)에서 초구가 되어 다시 양 기운을 회복하게 되는 것이다. 순음(純陰)의 시절에 잠복하여 있다가 다시 양 기운이 회복하는 것이기에 지극히 조심스러운 보호가 필요하다. 지뢰복괘의 체는 중지곤괘에 있는데, 곤괘 초효사를 다시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지뢰복괘는 12월괘로 음력 11월 동짓달에 해당한다.
初六은 履霜하면 堅冰이 至하나니라.
초육은 서리를 밟으면 굳은 얼음이 이른다.
서괘
「서괘전」은 산지박괘 다음에 지뢰복괘를 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剝者는 剝也니 物不可以終盡이니 剝이 窮上反下라 故로 受之以復하고
박자 박야 물불가이종진 박 궁상반하 고 수지이복
박(剝)이란 깎음이니, 물건이 가히 끝까지 다하지 못하니, 박(剝)이 위에서 궁하여 아래로 돌아온다. 그러므로 복(復)으로써 받고
자연의 변화뿐만 아니라 사회현상도 모든 상황이 끝까지 다 깎여나갈 수는 없다. 깎여나가다가 다시 아래로 돌아오게 되니 박괘(剝卦) 다음에 복괘(復卦)를 두었다.
괘사
復은 亨하니 出入에 无疾하야 朋來라아 无咎리라.
복 형 출입 무질 붕래 무구
反復其道하야 七日에 來復하니 利有攸往이니라.
반복기도 칠일 래복 이유유왕
복(復)은 형통하니 나가고 들어옴에 병이 없어서 벗이 와야 허물이 없을 것이다. 그 도를 반복해서 7일에 와서 회복하니, 가는 바를 둠이 이롭다.
復:돌아올 복 疾:병 질 朋:벗 붕
음 기운으로 가득하다가 강한 양 기운이 회복하니 형통하다. 또한 내괘의 진(震)☳ 양목(陽木)이 외괘의 곤(坤)☷ 토(土)로 힘차게 뻗어갈 수 있으니 형통하다. 그러나 아직은 양의 기운이 미미한 상태이니, 나가고 들어옴에 병이 없어야 하고 또한 같은 양기운의 벗이 와야 허물이 없다.
중천건(重天乾)의 양으로 가득한 상태에서 천풍구(天風姤)괘에서 음 기운이 자라나기 시작하여 중지곤(重地坤)에서 음 기운이 가득하게 되고, 다시 지뢰복(地雷復)에서 양 기운이 자라나기 시작하는 도(道)를 반복하여 사시변화(四時變化)가 끊임없이 이루어지는데, 그러한 도를 반복하여 회복하는 주기가 7이 된다. 이제 양 기운이 자라나는 때이니 가는 바를 둠이 이롭다. 12월괘를 예로 칠일래복(七日來復)의 이치를 보면, 순양(純陽)이었던 음력 4월 중천건괘를 지나면 음력 5월 천풍구괘에서 음(陰)이 생하면서 자라나 음력 10월 중지곤괘에서 음 기운으로 가득하게 되고 다시 음력 11월 지뢰복괘에서 양 기운이 회복하는 데까지 7이 됨을 알 수 있다.
주역 64괘가 음양이진법(陰陽二進法)의 6단 구조로 이루어져 각 괘가 6효로 구성된 것 역시 이러한 칠일래복(七日來復)의 이치에 의한 것이다. 단전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단사
彖曰 復亨은 剛反이니 動而以順行이라 是以出入无疾朋來无咎니라.
단왈 복형 강반 동이이순행 시이출입무질붕래무구
反復其道七日來復은 天行也오 利有攸往은 剛長也일새니
반복기도칠일래복 천행야 이유유왕 강장야
復애 其見天地之心乎인저.
복 기견천지지심호
단전에 말하였다. “복이 형통함은 강이 돌아옴이니, 움직이되 순함으로써 행한다. 이로써 출입에 병이 없어서 벗이 와서 허물이 없는 것이다. 그 도를 반복해서 7일에 와서 회복함은 하늘의 행함이고, 가는 바를 둠이 이로움은 강이 자라나기 때문이니, 회복함에 그 천지의 마음을 볼 것이다.”
복(復)이 형통한 것은 강한 양이 돌아오는데 내괘 진☳으로 움직이되 외괘 곤☷으로 순하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렇기 때문에 음양소장(陰陽消長)의 이치에 따라 음 기운이 물러나고 양 기운이 들어옴에 병이 없어서 벗이 와야 허물이 없다. 음양(陰陽)기운이 소장(消長)하는 이치를 반복하니, 7을 주기로 하여 회복되는 것은 바로 하늘의 운행법도이다. 양(陽)이 이제 회복하여 자라나게 되니 가는 바를 둠이 이롭고, 순음(純陰)의 상태에서 양(陽)이 회복하는 데에 천지의 마음을 볼 수 있다.
중국 송(宋)나라 때 상수학(象數學)의 대표 이론가로 ‘황극경세도(皇極經世圖)’로 유명한 소강절(邵康節) 선생은 그의 시집 《이천격양집(伊川擊壤集)》제18권에 실려 있는 ‘동지음(冬至吟)’에서 다음과 같이 읊고 있다.
冬至吟
冬至는 子之半이요 天心은 无改移라
동지는 자의 반이요 하늘의 마음은 고치거나 옮김이 없다
一陽이 初動處요 萬物이 未生時라
한 양이 처음 움직이는 곳이요 만물이 아직 나오지 않은 때라
玄酒는 味方淡이요 大音은 聲正希라
현주는 맛이 바야흐로 담담하고 대음은 소리가 정히 희미함이라
此言을 如不信커든 更請問包羲하라
이 말을 믿지 못하겠거든 다시 복희씨를 청하여 물어보라
괘상사
象曰 雷在地中이 復이니 先王이 以하야
상왈 뇌재지중 복 선왕 이
至日에 閉關하야 商旅 不行하며 后不省方하니라.
지일 폐관 상려 불행 후불성방
상전에 말하였다. “우레가 땅 가운데 있음이 복(復)이니, 선왕이 이를 본받아 동짓날에 관문을 닫아 상인과 나그네가 다니지 않으며, 임금이 방소를 살피지 않았다.”
閉:닫을 폐 關:빗장 관 商:장사 상 旅:나그네 려 后:임금 후 省:살필 성
내괘의 진☳ 우레가 외괘의 곤☷ 가운데에 있는 것이 지뢰복괘의 상이다. 순음으로 되어 있던 상태에서 드디어 양 기운이 맨 아래에서 회복하게 되니, 이 양 기운을 지극히 조심스럽게 보호해야 한다. 그래야 밝은 양 기운이 점차 자라나게 된다. 선대의 왕들은 바로 이러한 이치를 본받아 삿된 기운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일양(一陽)이 처음 생하는 동지(冬至)에 성의 관문을 닫아서 상인이나 나그네가 다니지 못하게 했으며, 임금 자신도 이 때에는 지방 순시를 하지 않았다. 이는 상서로운 양 기운을 잘 보호해서 나라의 밝은 기운을 자라나게 하기 위한 것이다.
인간의 수행(修行)도 마찬가지이다. 수련을 통해 복부의 맨 아래(下丹田)에서 양의 기운이 태동하면 일체 삿된 기운을 막기 위하여 방사(房事)도 금하면서 양의 기운을 보호해야 한다.
효사 및 효상사
初九는 不遠復이라 无祗悔니 元吉하니라.
초구 불원복 무지회 원길
초구는 머지않아 회복한다. 뉘우치는데 이름이 없으니, 크게 길하다.
遠:멀 원 祗:공경할 지·이를 지 悔:뉘우칠 회
7을 주기로 음양기운이 왕래하는 것은 하늘의 법칙이다. 초구는 음 기운이 왕성한 순음(純陰)의 중지곤(重地坤)에서 맨 아랫자리에서 양 기운으로 회복하였으니, 마치 본성을 회복하여 뉘우치는데 이름이 없는 것이다. 본성을 회복하여 밝은 기운이 상서롭게 펼쳐나가게 되니 크게 길하다. 공자(孔子)는 「계사하전」 제5장에서 제자 안회(顔回)를 기리며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子曰 顔氏之子 其殆庶幾乎인저. 有不善이면 未嘗不知하며 知之면 未嘗復行也하나니 易曰 不遠復이라 无祗悔니 元吉이라하니라.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안씨의 자식(안자)이 거의 (성인에) 가까울 것이다. 착하지 않음이 있으면 일찍이 알지 못하지 않으며, 그것을 알면 일찍이 다시는 행하지 않으니, 역(易)에 이르길 ‘머지않아 회복한다. 뉘우치는데 이름이 없으니 크게 길하다’라고 하였다.”
象曰 不遠之復은 以脩身也라.
상왈 불원지복 이수신야
상전에 말하였다. “머지않아 회복함은 몸을 닦아서이다.”
脩:포 수·마를 수·닦을 수(修)
머지않아 회복함이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수양을 통해 몸을 닦아야 회복할 수 있다. 몸을 닦아 회복하는 것은 극기복례(克己復禮)요 곧 어짊(仁)을 회복하는 것이다. 《논어(論語)》 「안연편(顔淵編)」에 보면 안연(顔子)이 공자에게 어짊(仁)을 다음과 같이 묻고 있다.
顔淵問仁한대 子曰 克己復禮爲仁이니 一日克己復禮면 天下歸仁焉하리니 爲仁由己니 而由人乎哉아? 顔淵曰 請問其目하노이다. 子曰 非禮勿視하며 非禮勿聽하며 非禮勿言하며 非禮勿動이니라. 顔淵曰 回雖不敏이나 請事斯語矣리이다.
안연이 인(仁)을 묻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몸(사욕)을 이겨 예에 돌아감이 인(仁)을 하는 것이니, 하루라도 몸을 이겨 예에 돌아가면 천하가 인(仁)에 돌아가게 된다. 인(仁)을 하는 것은 자기 몸에 달려있으니, 남에게 달려있는 것이겠는가?” 안연이 “그 조목을 묻겠습니다”하고 청하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예가 아니면 보지 말며, 예가 아니면 듣지 말며, 예가 아니면 말하지 말며, 예가 아니면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안연이 말하였다. “제(回)가 비록 어리석으나, 청컨대 이 말씀을 따르겠습니다.”
六二는 休復이니 吉하니라.
육이 휴복 길
육이는 아름답게 회복하니 길하다.
休:아름다울 휴·편안할 휴·쉴 휴
육이는 내괘에서 중정한 자리에 있다. 유약한 소인(小人)의 상태에 있다가 강하고 밝은 양(陽)의 기운이 아래에서 회복되니, 이에 감화되어 아름답게 본성을 회복한다. 초구 양이 소인의 본성을 회복시키는 어짊이 있기 때문에, 이에 감화되어 육이도 아름답게 회복되고 길한 것이다.
象曰 休復之吉은 以下仁也라.
상왈 휴복지길 이하인야
상전에 말하였다. “아름답게 회복하여 길함은 아래가 어질기 때문이다.”
六三은 頻復이니 厲하나 无咎리라.
육삼 빈복 려 무구
육삼은 자주 회복하니, 위태로우나 허물은 없을 것이다.
頻:자주 빈
육삼은 양자리에 음으로 있고 중도 얻지 못하여, 제대로 처신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순음의 상태에 있다가 아래에서 상서로운 양 기운이 생하니 육삼도 이에 감화되어 회복하고자 하지만, 자리가 부당하고 중에서 벗어나 꾸준하게 회복하지 못한다. 그래서 회복하기를 반복하게 되니 자주 회복하는 상이다. 육삼이 변하면 지화명이(地火明夷)괘로 되어 회복되었다가 밝음이 상할 수도 있으니 위태로운 상황이지만, 회복하고자 하는 의리 그 자체는 허물이 없는 것이다.
象曰 頻復之厲는 義无咎也니라.
상왈 빈복지려 의무구야
상전에 말하였다. “자주 회복해서 위태로움은 의리가 허물이 없는 것이다.”
六四는 中行호대 獨復이로다.
육사 중행 독복
육사는 중으로 행하되 홀로 회복하도다.
獨:홀로 독
육사는 음 자리에 음으로 제자리에 있고, 외괘에서 중을 얻지 못하였지만 육이효부터 상육효까지의 다섯 음의 한 가운데에 있다. 또한 초구 양과 잘 응하고 있으니, 주위의 음과는 달리 응하는 초구에 감화되어 회복한다. 육사가 변하면 외괘가 진☳이 되니, 역시 외괘에서 양 기운이 회복되는 것이다. 육사가 중도(中道)로 행하여 홀로 회복하는 것은 초구와 마찬가지로 어짊의 도를 따르기 때문이다.
象曰 中行獨復은 以從道也라.
상왈 중행독복 이종도야
상전에 말하였다. “중도로 행하여 홀로 회복함은 도를 좇기 때문이다.”
六五는 敦復이니 无悔하니라.
육오 돈복 무회
육오는 돈독하게 회복하니 뉘우침이 없다.
敦:도타울 돈
육오는 외괘 곤지(坤地)☷의 가운데에 있어, 초구의 상서로운 기운에 감화되어 순한 중도로 돈독하게 회복하게 된다. 또한 그동안에 행했던 소인같은 행동을 반성하니 후회가 없어진다. 육오 인군이 돈독하게 회복하는 것은 중도로써 스스로의 잘못을 살피기 때문이다.
象曰 敦復无悔는 中以自考也라.
상왈 돈복무회 중이자고야
상전에 말하였다. “돈독하게 회복하여 뉘우침이 없음은 중도로써 스스로 살피기 때문이다.”
考:상고할 고
上六은 迷復이라 凶하니 有災眚하야 用行師면 終有大敗하고
상륙 미복 흉 유재생 용행사 종유대패
以其國이면 君이 凶하야 至于十年히 不克征하리라.
이기국 군 흉 지우십년 불극정
상육은 회복함에 미혹된다. 흉하니, 재앙이 있어서 군사를 행하면 마침내 크게 패함이 있고, 그 나라로 하면 인군이 흉하여 10년에 이르도록 능히 치지 못할 것이다.
迷:헤맬 미·미혹할 미 災:재앙 재(천재) 眚:재앙 생(인재) 敗:패할 패 克:능할 극 征:칠 정
상육은 상서로운 양의 기운이 들어오는 초구와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 맨 위에 처하여 밝은 세상이 오는 것을 미처 헤아리지 못하니, 회복함에 미혹된다. 본성을 회복하지 못하고 또한 세상이 밝게 변하고 있는 것을 헤아리지 못하니 재앙을 받게 된다. ‘재(災)’는 인간으로서 어찌할 수 없는 천재(天災)를 말하고, ‘생(眚)’은 인간의 잘못으로 초래된 재앙을 말한다.
자신을 반성하지 못하고 그동안 자신이 해왔던 것을 고집하여 지키고자 억지로 군사를 동원하게 되면, 결국 크게 패하게 된다. 만일 이런 자가 나라의 인군자리에 있다면 인군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니 흉하고, 10년이 되도록 치지 못하여 회복하지 못할 것이다. 이는 인군의 바른 도에 반하기 때문이다.
象曰 迷復之凶은 反君道也일새라.
상왈 미복지흉 반군도야
상전에 말하였다. “회복함에 미혹되어 흉함은 인군의 도에 반하기 때문이다.”
※ 수산 신성수, 『주역통해』, 대학서림, 2005, 321∼329쪽.
'동양고전산책 > 주역' 카테고리의 다른 글
26. 산천대축(山天大畜) (0) | 2020.10.29 |
---|---|
25. 천뢰무망(天雷无妄) (0) | 2020.10.29 |
23. 산지박(山地剝) (0) | 2020.10.28 |
22. 산화비(山火賁) (0) | 2020.10.28 |
21. 화뢰서합(火雷噬嗑) (0) | 2020.10.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