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산책/주역

19. 지택림(地澤臨)

돈호인 2020. 10. 27. 22:54

괘의

사회를 올바로 이끌어가는 군자는 항상 백성을 올바로 가르치고 끝없이 포용하여야 한다(容民无疆).

 

괘명과 괘상

외괘가 곤지(坤地), 내괘가 태택(兌澤)으로 이루어진 괘를 ()괘라 한다. 초구의 양과 구이의 양이 내괘의 가운데까지 이르면서, 양의 기운이 군림하여 밝은 세상을 만들어간다는 뜻이다. 음효가 넷으로 음의 기운이 많지만, 내괘의 중효까지 차지한 양의 기운을 음 기운이 제어할 수 없기 때문에, 양의 기운이 뻗어나가게 된다. 지택림괘와 반대로 내괘 이효까지 음으로 이루어지고 삼효부터 상효까지 양효로 이루어진 괘는 천산돈(天山遯)괘가 되는데, 음의 기운이 내괘 중효까지 이르면 상대적으로 많은 양 기운도 자라나는 음 기운을 어찌할 수 없기 때문에, 양 기운이 도망간다고 하여 ()괘라 한다.

서괘

서괘전은 산풍고괘 다음에 지택림괘가 온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蠱者는 事也니 有事而後애 可大라 故로 受之以臨하고

고자    사야    유사이후   가대    고    수지이림

고(蠱)는 일이니, 일이 있은 다음에 가히 크게 된다. 그러므로 임(臨)으로써 받고

 

()는 일이다. 일이 생겨 일을 해결하다보면 사람이 모이고 재물이 모여서, 일이 더욱 커진다. 그래서 크게 임한다는 임괘(臨卦)를 고괘 다음에 둔 것이다.

 

괘사

臨은 元亨코 利貞하니 至于八月하얀 有凶하리라.

임    원형    이정      지우팔월       유흉

임(臨)은 크게 형통하고 바름이 이로우니, 8월에 이르러선 흉함이 있을 것이다.

 

()은 양 기운이 내괘에서 강하게 임하니 크게 형통하다. 그러나 때가 되면 다시 음기운이 왕성한 상황이 와서 사회가 피폐해지는 흉함이 있게 되니, 바르게 해야 이롭다. 8월이란 의미는 음기운이 성하게 일어나는 때라는 뜻이고, 구체적으로 8월을 나타내는 것으로 이해할 필요는 없다. 참고로 음양소장의 이치에 따른 12월괘를 보면 다음과 같다.

괘사에 대하여 단전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단사

彖曰 臨은 剛浸而長하며 說而順하고 剛中而應하야 大亨以正하니 天之道也라.

단왈 림    강침이장      열이순       강중이응       대형이정       천지도야

至于八月有凶은 消不久也라.

지우팔월유흉    소불구야

단전에 말하였다. “임(臨)은 강이 차츰차츰 길어지며, 기뻐하고 순하고, 강이 가운데하고 응해서 크게 형통하고 바르니, 하늘의 도이다. ‘8월에 이르면 흉함이 있다’는 것은 사라져서 오래하지 못하는 것이다.”

浸:잠길 침·차츰차츰 침   說:기쁠 열   消:사라질 소   久:오랠 구

 

순음(純陰)의 상황이었던 중지곤(重地坤)에서 일양(一陽)이 생하여 지뢰복(地雷復)이 되고, 양이 내괘 이효까지 자라서 지택림(地澤臨)이 되니 양강(陽剛)이 점차 자라나게 된다. 괘덕()으로 보면 내괘 태택(兌澤)으로 기뻐하고, 외괘 곤지(坤地)로 순하다. 또한 구이가 내괘의 중을 얻어 외괘의 육오와 응하여 크게 형통하고 바른 상태이니, 이것이 하늘의 도인 것이다. 그렇지만 봄·여름에 만물을 생화하던 기운도 가을이 되면 숙살(肅殺) 기운으로 만물을 죽이듯이, 양의 기운이 자라나는 것도 때가 되면 사라져서 영구히 오래할 수는 없다. 이것이 천지자연의 법도이다.

 

괘상사

象曰 澤上有地 臨이니 君子 以하야 敎思 无窮하며 容保民이 无疆하나니라.

상왈 택상유지 림       군자 이       교사 무궁      용보민    무강

상전에 말하였다. “못 위에 땅이 있는 것이 임(臨)이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가르치는 생각이 다함이 없으며, 백성을 용납해서 보전함이 지경이 없게 한다.”

敎:가르칠 교   思:생각할 사   容:얼굴 용·박아들일 용·용서할 용   保:지킬 보   疆:지경 강

 

내괘의 연못위에 땅이 있는 것이 임괘(臨卦)의 상이다. 연못의 기운이 위에 있는 땅을 윤택하게 하여 만물을 생화하듯이, 군자는 비록 소인이라 하더라도 올바른 이치를 끊임없이 가르쳐 교화시키고, 아울러 아무 경계가 없고 사심(邪心)이 없이 모든 백성을 용납하고 그 삶을 보전하게 해야 한다. 내괘의 태택은 가르치는 것이요, 외괘의 곤지는 모든 것을 용납하여 포용하는 상이다.

 

효사 및 효상사

初九는 咸臨이니 貞하야 吉하니라.

초구    함림       정      길

초구는 느껴서 임하니, 바르게 해서 길하다.

咸:다 함·느낄 함

 

초구와 구이의 군자는 바른 양 기운으로 소인(小人)의 음()들을 가르치며 용납해야 한다. 초구는 임괘(臨卦)의 맨 아래에 처하였으나, 양 자리에 양으로 바른 상태이다. 또한 초구는 음인 육사와 정응관계에 있으니, 육사에게 느껴 임해서 바르게 교화해야 한다. 그렇지만 외괘에 왕성한 음 기운이 있으니, 바르게 해야 길하다.

 

象曰 咸臨貞吉은 志行正也라.

상왈 함림정길    지행정야

상전에 말하였다. “느껴 임해서 바르게 해서 길함은 뜻이 바름을 행하는 것이다.”

 

九二는 咸臨이니 吉하야 无不利하리라.

구이    함림       길      무불리

구이는 느껴서 임하니, 길해서 이롭지 않음이 없을 것이다.

 

구이는 내괘에서 중을 얻었고, 또한 외괘의 육오 음과 잘 응하고 있다. 전체 괘상으로 볼 때 육오는 인군이고, 구이는 선비에 해당한다. 구이가 육오 인군과 느껴 임하는 것(咸臨)은 육오 인군의 명()에 순종만 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군자로서 인군을 교화시키면서 올바른 사회를 이끌어 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 구이 군자가 음들을 중도로 잘 교화시키고 포용해 나가니, 길해서 이롭지 않음이 없다.

 

象曰 咸臨吉无不利는 未順命也라.

상왈 함림길무불리    미순명야

상전에 말하였다. “느껴 임해서 길하여 이롭지 않음이 없음은 명에 순종하지만은 않는 것이다.”

 

구이는 육오 인군의 명에 복종만 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인군을 설득하여 사회를 올바로 이끌어 나가도록 충언(忠言)도 하기 때문에 길하고 이로운 것이다.

 

六三은 甘臨이라 无攸利하니 旣憂之라 无咎리라.

육삼    감림      무유리       기우지    무구

육삼은 달게 임한다. 이로울 바가 없으니, 이미 근심한다. 허물이 없을 것이다.

甘:달 감   攸:바 유   旣:이미 기   憂:근심할 우

 

육삼은 양자리에 음으로 있고 중도 얻지 못하여, 자기 본분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상태이다. 음으로 내괘 태의 끝에 처하여 아래의 구이에게 달콤한 감언이설(甘言利說)로 임한다(兌爲口, 兌爲說). 바른 도가 아닌 달콤함으로 구이에게 접근하니, 이러한 상황은 이로울 바가 없다. 그러나 구이 군자가 중도로 잘 교화하니, 이에 육삼이 감화를 받아 자신의 처신을 근심하고, 근심하면 뉘우치니 허물을 면하게 된다.

 

象曰 甘臨은 位不當也오 旣憂之하니 咎不長也리라.

상왈 감림    위부당야   기우지       구부장야

상전에 말하였다. “달게 임함은 자리가 마땅하지 않은 것이고, 이미 근심하니 허물이 오래하지 않을 것이다.”

 

六四는 至臨이니 无咎하니라.

육사    지림       무구

육사는 지극하게 임하니, 허물이 없다.

至:이를 지·지극할지

 

육사는 음 자리에 음으로 처하여 대신(大臣)으로서의 본분에 맞게 처신한다. 대신으로서 초구의 백성에게, 또한 상서로운 초구의 양 기운에 지극하게 임하니, 허물이 없다.

 

象曰 至臨无咎는 位當也일새라.

상왈 지림무구    위당야

상전에 말하였다. “지극하게 임하여 허물이 없음은 자리가 마땅하기 때문이다.”

 

음 자리에 음으로 자리가 마땅하기 때문에 대신으로서 지극하게 임하는 것이다.

 

六五는 知臨이니 大君之宜니 吉하니라.

육오    지림       대군지의   길

육오는 지혜롭게 임하니, 대군의 마땅함이니 길하다.

知:알 지·슬기로울지   宜:마땅할 의

 

  육오는 비록 양 자리에 음으로 와 있지만 외괘에서 중을 얻어 인군의 역할을 하는 자리이다. 새로운 밝은 기운이 자라나고 있음을 지혜롭게 살펴서, 육오와 응하고 있는 구이 군자에게 임한다. 이는 대군(大君) 즉 큰 덕을 지닌 인군이라면 마땅히 처신해야 할 도이니, 길하다.

  그런데 만일 이 자리에 있는 인군이 대군이 아닌 소인 같은 인군이라면, 주위에 있는 소인들의 장막에 어두워져 올바른 처신을 못하게 될 수 있다. 육오효가 변하면 수택절(水澤節)괘가 되니, 절도 있는 지혜가 필요한 상황이다.

 

象曰 大君之宜는 行中之謂也라.

상왈 대군지의    행중지위야

상전에 말하였다. “대군의 마땅함이란 중(中)을 행함을 일컫는다.”

謂:이를 위

 

上六은 敦臨이니 吉하야 无咎하니라.

상륙    돈림      길       무구

상육은 돈독하게 임하니, 길해서 허물이 없다.

敦:도타울 돈

 

상육은 양의 기운이 안으로부터 점차 자라나는 임괘(臨卦)의 맨 위에 처해 있다. 음 자리에 음으로 있어 자리가 바르니, 새로운 양의 기운이 자라남을 보고 돈독하게 임한다. 그러니 길해서 허물이 없다. 보통 다른 괘에는 일반적으로 맨 위에 처해 있는 효가 좋지 않은 상황으로 묘사되는데, 임괘(臨卦)는 양의 밝은 기운이 크게 임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육도 이에 감응하여 돈독하게 아래의 양기운에 임하는 양상이 된다.

 

象曰 敦臨之吉은 志在內也라.

상왈 돈림지길    지재내야

상전에 말하였다. “돈독하게 임해서 길함은 뜻이 안에 있는 것이다.”

 

상육이 돈독하게 임해서 길함은 상육의 뜻이 내괘에서 양강(陽剛)한 초구와 구이에게, 즉 안에 있기 때문이다.

 

 

※ 수산 신성수, 주역통해, 대학서림, 2005, 280∼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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