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산책/주역

17. 택뢰수(澤雷隨)

돈호인 2020. 10. 27. 19:48

괘의

즐거운 마음으로 목표달성을 위해 열심히 일한 뒤에는 그동안의 과정을 돌이키면서 편안한 휴식을 취하라(嚮晦宴息).

 

괘명과 괘상

외괘가 태택(兌澤), 내괘가 진뢰(震雷)로 이루어진 괘의 명칭을 ()라고 한다. ()는 따르는 것이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구오 왕을 중심으로 따른다. 연못 속에 진동이 일어나면 물결이 일면서 사방에 퍼지듯이, 모두가 지도자의 뜻에 따른다. 내괘가 진이니 온 종일 일을 하다가, 외괘가 태니 저녁에 잔치를 벌이며 위로하는 상이기도 하다.

 

서괘

서괘전은 뇌지예괘 다음에 택뢰수괘를 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豫必有隨라 故로 受之以隨하고

예필유수    고    수지이수

즐거움에는 반드시 따름이 있다. 그러므로 수괘로 받고

 

모두가 즐겁게 화합을 이루면 한 마음으로 따르게 된다. 그래서 즐겁다는 예괘(豫卦) 다음에 따른다는 수괘(隨卦)를 두었다.

 

괘사

隨는 元亨하니 利貞이라 无咎리라.

수    원형      이정       무구

수(隨)는 크게 형통하니 바름이 이롭다. 허물이 없을 것이다.

隨:따를 수

 

위에서 태택으로 기뻐하고 아래에서는 진뢰로 움직이니 크게 형통하다. 그렇지만 움직이며 기뻐하는 상이기에 항상 바르게 함이 이롭다. 후천팔괘방위로 보면 내괘가 동방 진이니 봄에 양()의 생기로 만물이 화생하여 원형()의 덕을 이루고, 외괘가 서방 태이니 가을에 음()의 기운으로 이정(利貞)의 덕을 이룬다. 모두가 기뻐하면서 따르니 허물이 없다. 단전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단사

彖曰 隨는 剛來而下柔하고 動而說이 隨니 大亨코 貞하야

단왈 수    강래이하유      동이열    수    대형    정

无咎하야 而天下 隨時하나니 隨之時義 大矣哉라.

무구       이천하 수시         수지시의 대의재

단전에 말하였다. “수(隨)는 강(剛)이 와서 유(柔)에 아래하고, 움직이고 기뻐함이 수(隨)니, 크게 형통하고 바르게 해서 허물이 없어서 천하가 때를 따르니, 수(隨)의 때와 뜻이 크도다.”

說:기쁠 열

 

  수괘(隨卦)는 음효(陰爻)가 셋, 양효(陽爻)가 셋으로 삼음삼양(三陰三陽)괘이다. 삼음삼양괘의 체()는 지천태(地天泰)괘와 천지비(天地否)괘에 있다. 수괘는 천지기운이 막혀 있는 천지비괘의 상구 양()과 초육 음이 자리를 바꾸어 택뢰수괘가 된 것이다. 즉 천지비괘의 상구 양()이 내괘로 와서 육이와 육삼의 음유(陰柔) 아래에 있게 되니, 괘체가 내괘 진으로 움직이면서 외괘 태로 기뻐하는 상이 된다. 그래서 크게 형통하고 바르게 해서 허물이 없고, 천하가 그 때를 따르게 되니, 따르는 때와 뜻이 크다.

  천지비괘와 같이 천지기운이 통하지 못하여 위아래가 막혀 있는 상황을 타개하는 방법 중의 하나는 맨 위에 처하고 있는 상구가 맨 아래로 내려가 아래 백성을 고무(鼓舞)시키고 진작(振作)시키는 것이다. 마치 기업의 회장이 일반 사원보다 아래에 처하여 사원들을 격려하고 위로하면, 사원들이 기뻐하면서 사장을 따라 회사를 위해 일을 잘 수행할 수 있는 것과 같다.

 

괘상사

象曰 澤中有雷 隨니 君子 以하야 嚮晦入宴息하나니라.

상왈 택중유뢰 수    군자 이       향회입연식

상전에 말하였다. “연못 가운데 우레가 있는 것이 수(隨)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그믐을 향하여 들어가서 잔치하고 쉰다.”

嚮:향할 향   晦:그믐 회   宴:잔치 연   息:쉴 식

 

연못 가운데 우레가 있어 발동하니, 모두가 그 물결에 따라 움직인다. 군자는 이러한 상을 보고 내괘 진으로 아침부터 열심히 일하여 외괘 태의 저녁이 되기 전 내호괘 간으로 일을 마치고, 외호괘 손으로 집(휴식 공간)에 들어가 외괘 태로 저녁에 즐겁게 잔치하며 쉰다.

 

효사 및 효상사

初九는 官有渝니 貞이면 吉하니 出門交면 有功하리라.

초구    관유유    정      길       출문교    유공

초구는 관직에 변함이 있으니, 바르게 하면 길하니, 문을 나가 사귀면 공이 있을 것이다.

官:벼슬 관   渝:변할 유(투)   功:공로 공

 

초구는 양자리에 양으로 있어 자리가 바르다. 모두가 즐겁게 움직여 따르는 택뢰수(澤雷隨)괘에서 맨 아래에서 움직이는 초구는 상황에 따라 관직에 변함이 있다. 왜냐하면 내괘가 진이니 움직여 변하는 것이다. 그러나 바르게 해야 길하니, 문 밖에 나가서 적극적으로 사귀면 공이 있다. 바로 앞에서 살펴 본 뇌지예(雷地豫)괘 상육효에서 변함이 있으면 허물이 없다(有渝 无咎)고 했다. 내호괘가 간이니 문()의 형상이고 내괘가 진이니 움직여 문밖을 나서는 상이다.

 

象曰 官有渝에 從正이면 吉也니 出門交有功은 不失也라.

상왈 관유유    종정       길야    출문교유공   불실야

상전에 말하였다. “관직에 변함이 있음에 바름을 좇으면 길하니, 문을 나가 사귀어 공이 있음은 잃지 않는 것이다.”

從:좇을 종   失:잃을 실

 

관직에 변함이 있을 때에는 바른 것을 좇아야 길하다. 문 밖을 나가서 사귀어 공이 있다는 것은 자기 자신의 본분을 잃지 않는 것이다.

 

六二는 係小子면 失丈夫하리라.

육이    계소자    실장부

육이는 소자에게 매이면 장부를 잃을 것이다.

係:맬 계·매일 계   丈:어른 장

 

육이는 내괘에서 음자리에 음으로 있어 바르고 중에 있으며(中正), 외괘 구오 인군과 정응(正應)하고 있다. 그런데 아래에 있는 초구 양() 때문에 혹 마음이 흔들릴 우려가 있다. 만일 육이가 초구의 소자(小子)에게 매이면 정응하고 있는 구오 인군을 떠나게 되어, 구오 인군과 더불어 사회를 이끌어 갈 수가 없다. 육이는 초구에게 흔들리지 말고 구오 인군의 뜻에 따라야 한다.

 

象曰 係小子면(는) 弗兼與也라.

상왈 계소자         불겸여야

상전에 말하였다. “소자에게 매이면 아울러 (구오와) 더불지 못한다.”

 

육이가 초구에게 매이게 되면, 정작 정응관계에 있는 구오와 더불어 함께하지 못한다. 주자의 본의에는 象曰 係小子弗兼與也로 되어 있으나, 원문에는 象曰 係小子弗兼與也로 되어 있다.

 

六三은 係丈夫하고 失小子하니 隨에 有求를 得하나 利居貞하니라.

육삼    계장부      실소자       수    유구    득       이거정

육삼은 장부(丈夫)에게 매이고 소자(小子)를 잃으니, 따름에 구함이 있음을 얻으나, 바른 데에 거함이 이롭다.

 

택뢰수괘에서는 지도자의 역할을 하는 구오 인군을 중심으로 모두가 구오의 뜻에 따르고 있다. 육삼은 중에서 벗어나 있고(不中) 양자리에 음으로 있으니(失位), 사실 위태로운 자리이다. 응하는 관계인 상육 역시 음()이니, 육삼은 자신이 따라야 할 주체를 찾지 못해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내괘의 초구 소자(小子)에 매이지 않고 외괘의 구사 장부(丈夫)에게 매여 따르니, 구하는 바를 얻을 수 있다. 다만 위가 마땅하지 않고 중을 얻지 못했으니, 바른 데에 거함이 이롭다.

 

象曰 係丈夫는 志舍下也라.

상왈 계장부    지사하야

상전에 말하였다. “장부에게 매임은 뜻이 아래를 버리는 것이다.”

舍:버릴 사·집 사

 

육삼의 뜻은 아래 초구에 매이지 않고, 구사 장부를 따르는 것이다.

 

九四는 隨에 有獲이면 貞이라도 凶하니 有孚코 在道코 以明이면 何咎리오.

구사    수   유획       정          흉       유부   재도    이명       하구

구사는 따름에 얻음이 있으면 바르더라도 흉하니, 믿음을 두고 도에 있고 밝음으로 하면 무슨 허물이 있겠는가?

獲:얻을 획   何:어찌 하

 

구사는 대신 자리에 있다. 내괘의 백성들은 구오 인군을 직접 받들 수 없고 구오 인군의 명을 받은 구사 대신을 따르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구사가 대신(大臣)으로서 나라 일을 하면서 만일 얻는 것이 있다면, 설사 바르더라도 흉하다. 나라 일을 하는 대신은 공명정대(公明正大)하고 청렴결백(淸廉潔白)해야 하기 때문에, 구사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만일 구오 인군에게 믿음을 두고 도로써 처신하고 밝게 집행하면 무슨 허물이 있겠는가?

 

象曰 隨有獲은 其義 凶也오 有孚在道는 明功也라.

상왈 수유획    기의 흉야    유부재도   명공야

상전에 말하였다. “따름에 얻는 것이 있음은 그 뜻이 흉한 것이고, 믿음을 두고 도에 있음은 공을 밝게 하는 것이다.”

 

만일 구사가 나라 일을 하면서 얻는 것이 있다면, 이는 구사의 뜻이 흉한 마음을 품었기 때문이다. 믿음을 두고 도가 있고 밝게 하면 대신으로서의 공을 밝게 하는 것이다.

 

九五는 孚于嘉니 吉하니라.

구오    부우가    길

구오는 아름다운 데에 미더우니 길하다.

嘉:아름다울 가

 

구오는 외괘의 중에 있어 나라를 다스리는 인군이다. 중정하게 자리를 지키고 정치를 잘 하니 마치 저녁에 황혼을 보듯이 아름답게 하는 것이고, 백성이 구오 인군을 믿고 따르니 길하다.

 

象曰 孚于嘉吉은 位正中也일새라.

상왈 부우가길    위정중야

상전에 말하였다. “아름다운 데에 미더워 길한 것은 자리가 바르고 가운데하기 때문이다.”

 

上六은 拘係之오 乃從維之니 王用亨于西山이로다.

상륙    구계지    내종유지    왕용형우서산

상육은 잡아서 매고 이에 좇아 얽으니, 왕이 서산에서 형통하도다.

拘:잡을 구·취할 구   維:벼리 유·맬 유·얽을 유

 

택뢰수괘의 맨 위에 처하여 자리는 높으나, 모두가 구오 인군을 따르니 어느 누구도 상육을 따라주지 않는 상황이다. 그래서 억지로 잡아서 매고 따르라 하고 따르지 않는 자를 좇아가 얽으며 자기를 따르라고 한다. 이것은 마치 이미 백성의 신망을 잃은 왕이 해가 저물어 가는 서산에서 왕 자신의 영광스런 옛날을 그리워하는 것과도 같다.

 

象曰 拘係之는 上窮也라.

상왈 구계지    상궁야

상전에 말하였다. “잡아서 매는 것은 위에서 궁한 것이다.”

 

 

※ 수산 신성수, 주역통해, 대학서림, 2005, 265∼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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