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산책/주역

16. 뇌지예(雷地豫)

돈호인 2020. 10. 27. 12:17

괘의

인생을 겸손하게 살면서도 예악을 즐기고 덕을 숭상하면서 하느님과 조상에 대한 경배를 잊지 말라(作樂崇德).

 

괘명과 괘상

외괘가 진뢰(震雷), 내괘가 곤지(坤地)로 이루어진 괘를 ()라고 한다. ()는 즐거운 것이고, 앞을 내다보는 것이다. 우레가 땅 위로 떨쳐 나오니 자연의 소리가 널리 퍼지고, 음악의 즐거운 소리가 사방에 퍼져 나간다. 또한 초목이 땅 위로 솟아나오니, 만물이 무성하게 자라는 의미도 있다. 뇌지예(雷地豫)괘는 일양오음(一陽五陰)괘로 중지곤(重地坤)에 체를 둔 것이다. 중지곤괘 육사효가 변하면 뇌지예가 되니, 곤괘(坤卦) 육사효사를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六四는 括囊이면 无咎며 无譽리라.

육사는 주머니를 매면 허물이 없으며 명예도 없을 것이다.

 

서괘

서괘전은 지산겸괘 다음에 뇌지예괘가 온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有大而能謙이 必豫라 故로 受之以豫하고

유대이능겸    필예    고    수지이예

큰 것을 두고 능히 겸손함이 반드시 즐겁다. 그러므로 예괘로 받고

 

화천대유(火天大有)의 큰 것을 두고서도 능히 지산겸(地山謙)으로 겸손하니 즐거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겸괘(謙卦) 다음에 예괘(豫卦)를 두었다. 모두가 어떠한 일이든 겸손하게 하면 즐거운 것이다.

 

괘사

豫는 利建侯行師하니라.

예    이건후행사

예(豫)는 제후를 세우며 군사를 행함이 이롭다.

豫:기뻐할 예·즐길 예·미리할 예   建:세울 건   侯:제후 후

 

예괘(豫卦)는 외괘의 진뢰()가 내괘의 땅위에서 움직여 나가는 것이다. ()은 장남·제후가 되고, ()은 무리·군사가 된다. 그래서 제후를 세우고 군사를 행함이 이롭다고 하였다. 만물이 땅 위로 솟아나와 무성하게 뻗어나가는 상이고, 괘덕(卦德)을 보면 내괘 곤으로는 순하고 외괘 진으로 움직여 나간다. 단전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단사

彖曰 豫는 剛應而志行하고 順以動이 豫라.

단왈 예    강응이지행       순이동   예

豫順以動故로 天地도 如之온 而況建侯行師乎여.

예순이동고    천지    여지    이황건후행사호

天地 以順動이라 故로 日月이 不過而四時 不忒하고

천지 이순동       고    일월    불과이사시 불특

聖人이 以順動이라 則刑罰이 淸而民이 服하나니

성인    이순동       즉형벌   청이민    복

豫之時義 大矣哉라.

예지시의 대의재

단전에 말하였다. “예(豫)는 강함이 응하여 뜻이 행하고, 순하게 움직이는 것이 예(豫)다. 예(豫)가 순하게 움직이는 까닭으로, 천지도 이와 같은데 하물며 제후를 세우고 군사를 행함에 있어서랴! 천지가 순하게 움직이므로 일월(日月)이 지나치지 않으며 사시(四時)가 어긋나지 않고, 성인이 순하게 움직이므로 곧 형벌이 맑아서 백성이 복종하니, 예(豫)의 때와 뜻이 크도다.”

如:같을 여   況:하물며 황   過:지날 과   忒:어긋날 특   刑:형벌 형  罰:죄 벌   淸:맑을 청   服:복종할 복

矣:어조사 의   哉:어조사 재

 

  예()는 제후인 구사(九四) 강이 초육 백성과 잘 응하여 그 뜻이 행해지고, 괘덕(卦德)으로 보면 내괘의 곤으로 순하고 외괘 진으로 움직여 나가고 있다. 예괘(豫卦)는 순하게 움직여 나가는 것이 핵심이다. 우주천지도 순하게 움직여 나가는데, 하물며 제후를 세우고 군사를 행함에 있어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천지가 순하게 움직이니 해와 달이 그 운행궤도를 잘 지켜 어긋나지 않고, 이에 따라 춘하추동(春夏秋冬) 사시의 변화도 어긋나지 않는다. 이러한 법도를 본받아 성인도 순하게 움직이는데, 가장 중요한 사회의 징표는 형벌(刑罰)이다. 성인이 순하게 사회를 이끌어 가니 형벌집행도 공명정대(公明正大)하게 이루어져서 백성이 이에 복종한다. 그러니 예()의 때(상황)와 그 뜻이 크다.

 

괘상사

象曰 雷出地奮이 豫니 先王이 以하야 作樂崇德하야 殷薦之上帝하야 以配祖考하니라.

상왈 뇌출지분    예    선왕   이       작악숭덕       은천지상제       이배조고

상전에 말하였다. “우레가 땅에서 나와 떨침이 예(豫)니, 선왕이 이를 본받아 음악을 짓고 덕을 숭상하여, 성대히 상제께 천신하여 조상을 배향하였다.”

雷:우뢰 뇌   奮:떨칠 분   作:지을 작   樂:풍류 악   崇:높일 숭  殷:성할 은   薦:천거할 천·올릴 천  

配:짝지을 배·종사할 배·배향할 배  祖:조상 조   考:상고할 고·이룰 고·마칠 고·시험 고·죽은 아비 고

 

예괘(豫卦)는 우레가 땅에서 나와 떨치는 상이다. 이러한 기운을 보고 선대(先代)의 왕들은 자연의 소리를 본받아 음악을 짓고 덕을 숭상하였다. 또한 성대하게 상제께 제사지내며 기도를 하였고 조상에게 배향하였다. 우레가 땅 위로 나와 떨치는 것은 자연의 소리요 하늘의 덕이다. 내호괘가 간산(艮山)이고 외호괘가 감수(坎水)이니, 성대하게 음식을 장만하여 백성의 앞날을 잘 이끌어 달라고 기도를 하는 상이다.

 

효사 및 효상사

初六은 鳴豫니 凶하니라.

초륙    명예    흉

초육은 즐거움이 울리니, 흉하다.

鳴:울 명

 

초육은 즐겁게 화락하는 예괘에서 맨 아래에 있는데, 양자리에 음으로 있어 부당한데다 중을 얻지 못한 상태에서 유일한 양인 구사(九四)와 홀로 응하고 있다. 뇌지예(雷地豫)괘의 유일한 양인 구사와 다섯 음은 화합을 잘 이루어야 아름다운 음악이 된다. 그러나 초육이 홀로 구사와 응하니, 다른 음과의 조화를 무시하고 홀로 망동(妄動)하는 격이다. 초육이 동하면 내괘가 진이 되니, 순하게 조화를 기하기보다는 홀로 망동하는 상이다. 그러니 흉하다.

 

象曰 初六鳴豫는 志窮하야 凶也라.

상왈 초륙명예    지궁      흉야

상전에 말하였다. “초육의 즐거움이 울림은 뜻이 궁해서 흉하다.”

 

초육이 전체의 조화를 무시하고 응하고 있는 구사만을 좇아 망동하니 그 뜻이 궁하여 흉한 것이다.

 

六二는 介于石이라 不終日이니 貞코 吉하니라.

육이    개우석      부종일       정    길

육이는 절개가 돌과 같다. 날을 마치지 않으니, 바르고 길하다.

介:낄 개·도울 개·홀로 개·굳을 개·절개 개·갑옷 개

 

  육이는 예괘에서 중정한 상태이다. 순하면서도 중정하여 때를 놓치니 않는다. 아무리 즐거운 상황이라 하더라도 내호괘가 간산(艮山)이니 산의 돌같이 절개를 지키며, 때가 되면 미루지 않고 즉시 해결한다. 육이가 변하면 뇌수해(雷水解)괘가 되니, 문제를 해결하는 상이다. 공자는 계사하전5장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기미를 앎이 그 신(神)인져. 군자가 윗사람을 사귀되 아첨하지 않으며, 아랫사람을 사귀되 업신여기지 않으니, 그 기미를 앎인져. 기미라는 것은 움직임의 미미함이니, 길한 것에 먼저 나타나는 것이니, 군자가 기미를 보고 일어나서 날이 마치기를 기다리지 않으니, 역(易)에 이르길 ‘절개가 돌과 같다. 날을 마치지 않으니 바르고 길하다’라고 하니, 절개가 돌과 같으니 어찌 날을 마치겠는가? 판단해서 가히 알도다. 군자가 미미함도 알고 드러남도 알고, 부드러움도 알고 강함도 아니, 온 천하의 남자들이 우러러 본다.”(子曰 知幾 其神乎인저! 君子 上交不諂하며 下交不瀆하나니 其知幾乎인저! 幾者는 動之微니 吉之先見者也니 君子 見幾而作하야 不俟終日이니 易曰 介于石이라 不終日이니 貞코 吉타하니 介如石焉커니 寧用終日이리오? 斷可識矣로다. 君子 知微知彰知柔知剛하나니 萬夫之望이라.)

 

  그렇다. 윗사람에게 아첨하고 아랫사람을 업신여기면 나중에 화근(禍根)이 되어 돌아온다. 모든 움직임의 미미한 것이 기미인데, 그 기미를 어떻게 포착하여 행하느냐에 따라 길하고 흉한 결과가 나오게 된다. 군자가 선한 기미를 보아서 일어나 행하되, 추호의 미룸이 없이 즉시 해결한다. 이렇게 자기의 절개를 지키고 판단함을 정확하게 해서 행하니, 가히 그 결과를 알 수 있다. 세상사는 미미하여 안 보이는 것도 있고 밝게 드러나 있는 것도 있고 음유한 것도 있고 강직한 것도 있다. 이러한 모든 기미를 군자가 잘 포착하여 처신하니, 만인의 귀감이 된다.

 

象曰 不終日貞吉은 以中正也라.

상왈 부종일정길    이중정야

상전에 말하였다. “날을 마치지 않아서 바르게 해서 길함은 중정하기 때문이다.”

 

六三은 盱豫라. 悔며 遲하야도 有悔리라.

육삼    우예    회    지          유회

육삼은 쳐다보며 즐거워한다. 뉘우치며 더디게 하여도 뉘우침이 있을 것이다.

盱:쳐다볼 우·근심할 우   悔:뉘우칠 회   遲:늦을 지·더딜 지

 

육삼은 양 자리에 음으로 있고(位不當) 중에서 벗어나 있다. 자기 분수를 지키지 못하고 바로 위에 있는 구사 양()에게 잘 보이려고 쳐다본다. 그러나 구사는 모든 음()에게 공평하게 대하니, 육삼이 아무리 쳐다보아도 마음을 주지 않는다. 질질 끌어도 마찬가지이니, 결국 뉘우침만 있을 뿐이다.

 

象曰 盱豫有悔는 位不當也일새라.

상왈 우예유회    위부당야

상전에 말하였다. “쳐다보며 즐거워하여 뉘우침이 있는 것은 위가 당치 않기 때문이다.”

 

九四는 由豫라 大有得이니 勿疑면 朋이 盍簪하리라.

구사    유예    대유득      물의    붕    합잠

구사는 말미암아 즐거워한다. 크게 얻음이 있으니, 의심치 말면 벗이 비녀를 합할 것이다.

由:말미암을 유   疑:의심할 의   朋:벗 붕   盍:합할 합   簪:비녀 잠·빠를 잠

 

구사는 음자리에 양으로 있으나, 육오 유약한 인군의 신하로서 전체를 조화롭게 이끄는 대신이다. 예악의 각 요소를 조율하고, 또한 사회의 각 구성원을 조화롭게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즐거움의 원인이 된다. 초육이 정응관계에 있지만 초육에게 매이지 않고, 육삼이 아래에서 자꾸 쳐다봐도 얽매이지 않으면서 전체를 조화롭게 하니 크게 얻는다. 자기가 하는 일에 의심하지 말고 공정하게 해 나가면, 결국 다섯 음이 구사에게 뜻을 합하게 된다.

 

象曰 由豫大有得은 志大行也라.

상왈 유예대유득    지대행야

상전에 말하였다. “말미암아 즐거워하여 크게 얻음이 있음은 뜻이 크게 행해지는 것이다.”

 

六五는 貞호대 疾하나 恒不死로다.

육오    정       질      항불사

육오는 바르게 하되 병 들으나 항구히 죽지 않도다.

疾:병 질   恒:항상 항

 

육오는 외괘의 중을 얻어 국가사회를 다스리는 인군이다. 그런데 양 자리에 음으로 있어 유약한데다 아래의 구사 대신이 실질적으로 모든 일을 주도해 나가니, 육오 인군이 바르게 하려고 해도 구사 때문에 신경을 쓰게 된다. 그래서 마음의 병이 생기지만, 구사 대신이 공정하게 일을 처리해 나가니 육오 인군의 자리가 위협받지는 않는다.

 

象曰 六五貞疾은 乘剛也오 恒不死는 中未亡也라.

상왈 육오정질    승강야    항불사    중미망야

상전에 말하였다. “육오가 바르게 하나 병이 있는 것은 강을 타서이고, 항구히 죽지 않는 것은 중이 없어지지 않는 것이다.”

 

육오 왕이 바르게 해도 병이 있는 것은 구사의 강한 대신이 아래에 있어 전체를 주도해 나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을 얻어 왕위에 있는 육오가 자리를 잃게 되지는 않는다.

 

上六은 冥豫니 成하나 有渝면 无咎리라.

상륙    명예    성      유유    무구

상육은 즐거움에 어두워지니, 이루나, 변함이 있으면 허물이 없을 것이다.

冥:어두울 명   渝:변할 유(투)

 

상육은 즐거운 예괘의 끝에 처해 있다. 극에 처해 즐거운 데에만 빠져서 어두워지니, 객관적인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즐거워하는 그 자체는 이루게 되지만, 즐거움에만 계속 빠지게 되면 안 좋게 된다. 그래서 변하면 허물이 없다고 했다.

 

象曰 冥豫在上이어니 何可長也리오.

상왈 명예재상         하가장야

상전에 말하였다. “즐거움에 어두워져 위에 있으니, 어찌 가히 오래가겠는가?”

 

 

 

※ 수산 신성수, 주역통해, 대학서림, 2005, 257∼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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