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산책/주역

14. 화천대유(火天大有)

돈호인 2020. 10. 27. 00:21

괘의

태양이 하늘 위로 솟아 천하를 비추듯이 악함을 막고 선함을 드날려 하늘의 아름다운 명을 따르라(順天休命).

 

괘명과 괘상

외괘가 이화(離火), 내괘가 건천(乾天)으로 되어 있는 괘를 대유(大有)라 한다. 하늘 위에 해가 솟아올라 만물을 비추듯이 천하에 큰 것을 두었다. 중천건(重天乾)괘 구오효가 변하면 화천대유괘가 되니 구오 대인이 천하를 잘 다스리는 상이다. 중천건괘 구오효사를 다시 음미해 보자.

 

九五는 飛龍在天이니 利見大人이니라.

구오는 나는 용이 하늘에 있으니, 대인을 봄이 이롭다.

 

서괘

서괘전은 천화동인괘 다음에 화천대유괘가 온 것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與人同者는 物必歸焉이라 故로 受之以大有하고

여인동자    물필귀언      고    수지이대유

사람과 더불어 같이 하는 자에게는 물건이 반드시 돌아간다. 그러므로 대유로써 받고

與:더불 여  歸:돌아갈 귀  焉:어조사 언

 

뜻이 같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일을 도모하면 사업이 이루어지고 재물이 모여 번창하게 된다. 그래서 천화동인괘 다음에 화천대유괘를 두었다. 사업을 해서 크게 이루려면 뜻이 같은 사람을 먼저 만나야 할 것이다.

 

괘사

大有는 元亨하니라.

대유    원형

대유는 크고 형통하다.

大:큰 대   有:둘 유

 

대유괘는 일음오양(一陰五陽)괘로 유일한 음()이 외괘에서 중을 얻어 다섯 양을 거느리는 상이다. 중천건(天乾)괘 구오 대인이 중정한 정치로 세상을 다스리는 것이다. 그러니 대유는 크고 형통하다. 이에 대해 단전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단사

彖曰 大有는 柔 得尊位하고 大中而上下 應之할새 曰大有니

단왈 대유    유 득존위       대중이상하 응지       왈대유

其德이 剛健而文眀하고 應乎天而時行이라 是以元亨하니라.

기덕    강건이문명      응호천이시행       시이원형

단전에 말하였다. “대유(大有)는 부드러운 것이 존귀한 자리를 얻고 크게 가운데 하고 위와 아래가 응하기 때문에 대유라 하니, 그 덕이 강건하며 문명하고, 하늘에 응하여 때로 행한다. 이로써 크고 형통하다.”

尊:높을 존   應:응할 응

 

대유는 육오의 음()이 외괘 중을 얻어 천자(天子)의 존귀한 자리에 있고, 크게 중도를 발휘하여 대신(大臣)과 백성 등 위 아래가 육오 인군에게 응하니 대유이다. 전체의 괘덕(卦德)으로 보면 내괘 건천(乾天)으로 강건하면서도 외괘 이화(離火)로 문명하고, 마치 태양이 강건하게 하늘의 때에 맞추어 운행하듯이, 육오의 정치가 하늘에 응하여 때에 맞게 행해지기 때문에 크고 형통하다.

 

괘상사

象曰 火在天上이 大有니 君子 以하야 遏惡揚善하야 順天休命하나니라.

상왈 화재천상    대유    군자 이       알악양선      순천휴명

상전에 말하였다. “불이 하늘 위에 있는 것이 대유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악함을 막고 선함을 드날려서 하늘의 아름다운 명을 따른다.”

遏:막을 알   惡:악할 악   揚:오를 양·드날릴 양   休:아름다울 휴·쉴 휴

 

외괘의 이화(離火)가 내괘 건천(乾天) 위에 있으니, 마치 불이 하늘 위에 있는 상이다. 하늘 위에 환한 불이 있으니, 천하 만상을 모두 비추고 천하를 품에 안은 것이다. 군자는 이러한 상을 보고 본받아 천하를 비추는 밝은 지혜로 악함은 막고 선함을 드날리며, 이를 통해 하늘이 천하 만물을 낳은 그 아름다운 명에 순하게 따른다.

 

효사 및 효상사

初九는 无交害니 匪咎나 艱則无咎리라.

초구    무교해    비구    간즉무구

초구는 해로운 데에 사귐이 없으니 허물이 아니나, 어렵게 하면 허물이 없을 것이다.

交:사귈 교   害:해로울 해   匪:아닐 비   艱:어려울 간

 

환하게 모든 것을 비추고 있는 대유한 세상에 백성에 해당하는 초구는 악한 일을 하지 않도록 해로운 것에 사귐이 없어야 허물이 없다. 그러나 초구가 변하면 내괘가 손풍(巽風)으로 세간(世間)의 풍문(風聞)을 따라 자기도 모르게 휩쓸리는 경우가 있으므로 어렵게 하고 조심해야 허물이 없다.

 

象曰 大有初九는 无交害也라.

상왈 대유초구    무교해야

상전에 말하였다. “대유의 초구는 해로운데 사귐이 없는 것이다.”

 

九二는 大車以載니 有攸往하야 无咎리라.

구이    대거이재    유유왕      무구

구이는 큰 수레로써 실으니, 갈 바를 두어 허물이 없을 것이다.

車:수레 거   載:실을 재   攸:바 유

 

구이는 비록 음 자리에 양으로 있으나, 내괘의 중을 얻고 외괘의 육오 인군과 잘 응하고 있다. 내괘 건천(乾天)의 중()에 있고, 구이가 변하면 이화(離火)가 되니 큰 수레의 상이다. ()는 속이 비어 있는 상이어서 수레로 통한다. 따라서 대유한 세상에서 큰 수레에 지식과 경륜을 가득 실어 육오 인군의 명을 받아 천하사를 도모할 수 있으니, 갈 바를 두어 허물이 없는 것이다.

 

象曰 大車以載는 積中不敗也라.

상왈 대거이재    적중불패야

상전에 말하였다. “큰 수레로써 실음은 가운데 쌓아서 패하지 않는 것이다.”

積:쌓을 적   敗:패할 패

 

九三은 公用亨于天子니 小人은 弗克이니라.

구삼   공용향우천자    소인    불극

구삼은 공(公)이 천자에게 바침이니, 소인은 능하지 못한다.

亨:제사드릴 향(享)   弗:아닐 불   克:능할 극

 

  구삼은 지방제후에 해당하는데, 양이 양자리에 있고 중을 얻지 못하여 지나치게 강한 상태이다. 구삼은 대유한 세상에 약한 육오 인군의 명을 받아 평화로운 세상을 일구어 나가야 한다. 대유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정책 중의 하나가 지방의 재정(財政)을 공정하게 모아 나라에 보태는 것이다. 그런데 구삼 자리가 중을 얻지 못하고 양 자리에 양으로 있어 지나치게 강하니, 만일 이런 자리에 소인이 있다면 유순한 육오 인군에게 재정을 보태기는커녕 반역할 수도 있다. 이런 자리에 유순한 인군을 도와 천하를 태평하게 하는 것은 군자라야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세상을 평정하여 나라를 세우는 수지비(水地比)괘 상육효에 나라를 열고 가문을 이음에 소인은 쓰지 말라(開國承家 小人勿用)고 하였다. 구삼이 변하면 양이 음으로 바뀌면서 화택규(火澤)괘가 되니, 이 자리는 자칫 나라의 평화를 어긋나게 하는 자리가 될 수도 있다.

 

象曰 公用亨于天子는 小人은 害也리라.

상왈 공용향우천자    소인    해야

상전에 말하였다. “공이 천자에게 바치는 것은 소인은 해로울 것이다.”

 

소인이 구삼 즉 지방 제후 자리에 있다면 지나치게 강하여 육오 인군의 명을 어기게 되니, 나라를 해칠 뿐 아니라 결국은 자기 자신을 해치게 된다.

 

九四는 匪其彭이면 无咎리라.

구사    비기방       무구

구사는 그 차지 않으면 허물이 없을 것이다.

匪:아닐 비   彭:곁 방·북치는 소리 방·많을 방·강성할 방·띵띵할 팽

 

구사는 유약한 인군을 보좌하는 대신(大臣)이다. 그런데 음 자리에 양으로 있으니 위가 부당하여 때로는 지나친 욕심을 부릴 수도 있다. 나라가 평안하고 부유하게 되려면 정부 관리가 사리사욕(私利私慾)을 버려야 한다. 그래서 구사 자신이 사리사욕을 부려 권력과 재물을 축재하지 않으면 허물이 없다고 한 것이다. 구사가 변하면 양이 음으로 되어 구사 자신은 비어 있는 상이지만, 전체적으로는 괘상이 산천대축(山天大畜)으로 되니 나라 전체가 크게 쌓는 상이 된다. 나라를 위해 정치하는 자가 어떠한 자세를 지녀야 진정 나라를 부강하게 할 수 있는가를 이를 통해 알 수 있다.

 

象曰 匪其彭无咎는 明辨晢也라.

상왈 비기방무구    명변제야

상전에 말하였다. “그 차지 않아서 허물이 없음은 밝게 분별하는 지혜이다.”

辨:분별할 변   晢:밝을 절·별 반짝반짝할 제·지혜 제

 

구사 대신이 정치를 잘 하려면 자신의 치부(致富)에 욕심을 두지 말고, 유약한 인군을 도와서 밝은 지혜로 나라 일을 잘 다스려야 한다. 외괘가 이화(離火)이니 밝은 지혜의 상이다.

 

六五는 厥孚 交如니 威如면 吉하리라.

육오    궐부 교여    위여    길

육오는 그 미덥게 사귀니, 위엄이 있으면 길할 것이다.

厥:그 궐   如:어조사 여   威:위엄 위

 

육오는 외괘의 중을 얻어 대유한 세상을 다스리는 천자(天子)이다. 대유괘는 다섯 양이 강한 상황에 천자인 육오 인군만이 음()으로 유약하다. 이는 태평한 세상에서는 천자 왕의 역할이 그다지 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런데 유일한 음으로 백성과 신하, 위아래의 다섯 양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특정 계층에게만 믿음을 주어서는 안 되고, 백성부터 신하에 이르기까지 두루 미덥게 사귀어 바른 정책의 은덕이 베풀어지게 해야 한다. 그리고 천자 자리에 있지만 유약하기 때문에 구삼과 같이 반역(叛逆)조짐이 있을 수도 있으니, 천자로서의 위엄을 갖추어야 길하다.

 

象曰 厥孚交如는 信以發志也오 威如之吉은 易而无備也일새라.

상왈 궐부교여    신이발지야    위여지길    이이무비야

상전에 말하였다. “그 미덥게 사귐은 믿음으로써 뜻을 발하는 것이고, 위엄이 있어 길함은 안이하게 하면 갖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信:믿을 신   易:쉬울 이   備:갖출 비

 

천자(天子)가 대유한 세상에 정치를 잘 하기 위해서는 진정한 믿음으로 뜻을 나타내야 한다. 마찬가지로 오늘날 정치현실에서도 진정한 믿음이 없이 공약(公約)이 아닌 공약(空約)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 위엄을 보여야 한다는 것은, 만일 유약하다고 안일하게 대처하면 천자의 자리뿐만 아니라 나라의 기강(紀綱)이 갖추어지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上九는 自天祐之라 吉无不利로다.

상구    자천우지    길무불리

상구는 하늘로부터 돕는다. 길하여 이롭지 않음이 없도다.

祐:도울 우

 

대유한 세상에 천하가 양강(陽剛)한데 다스리는 육오 인군은 유약하니, 유약한 인군이 어떻게 양강한 천하를 다스릴 수 있겠는가? 이는 유약한 육오 인군을 상구가 잘 보필하여 주고, 때로는 인군 대신 정치를 하기 때문이다. 천하를 경륜해 온 선임자로서 유약한 인군을 도와서 나라를 대유하게 만드니, 하늘로부터 도와서 길하고 또한 이롭지 않음이 없다. 이에 대해 계사상전12장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역에 말하길 “하늘로부터 돕는다. 길해서 이롭지 않음이 없다”라 하니,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우(祐)라는 것은 돕는 것이니, 하늘이 돕는 바는 순함이요, 사람이 돕는 바는 믿음이니, 믿음을 이행하고 순함을 생각하고 또 어진 이를 숭상한다. 이로써 하늘로부터 도와서 길하여 이롭지 않음이 없는 것이다.”(易曰 自天祐之라 吉无不利라하니 子曰 祐者는 助也니 天之所助者 順也오 人之所助者 信也니 履信思乎順하고 又以尙賢也라 是以自天祐之吉无不利也니라.)

 

  무왕(武王)이 은나라 마지막 왕 ()왕을 정벌하고 주()나라 시대를 열었는데, 무왕이 죽자 그 아들 성왕(成王)이 어린 나이에 제위(帝位)에 오르게 되었다. 이때 무왕의 동생이자 성왕의 숙부가 되는 주공(周公)이 성왕을 보필하며 섭정()하여 주나라를 이끌었는데, 바로 이것이 화천대유 상육효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주공이 나이 어린 성왕을 가르치는 한 단면을 《예기(禮記)문왕세자편에 있는 다음 내용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성왕이 어려서 능히 제위에 임하지 못하니, 재상 주공이 제위를 밟아 다스리셨다. 세자가 되는 법을 (아들인) 백금에게 들어올리게 하니 성왕으로 하여금 부자·군신·장유의 도를 알게 하고자 함이었다. 성왕이 허물이 있으면 백금을 매질하시니 성왕에게 세자의 도를 보인 바이다. 이는 문왕이 세자된 것이다.(成王이 幼하야 不能涖阼하니 周公相이 踐阼而治하시니라. 抗世子法於伯禽케하니 欲令成王之知父子君臣長幼之道也라. 成王有過하면 則撻伯禽하시니 所以示成王世子之道也라. 文王之爲世子也라.)

 

象曰 大有上吉은 自天祐也라.

상왈 대유상길    자천우야

상전에 말하였다. “대유의 상구가 길함은 하늘로부터 돕는 것이다.”

 

 

※ 수산 신성수, 주역통해, 대학서림, 2005, 24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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