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산책/주역

13. 천화동인(天火同人)

돈호인 2020. 10. 26. 22:16

 

괘의

하늘 아래에 태양이 만물을 비추듯이, 천하가 문명하여 함께 하면서도 각각 저마다의 성질과 특성을 헤아리고 상황을 잘 판단하라(類族辨物).

 

괘명과 괘상

외괘가 건천(乾天), 내괘가 이화(離火)로 구성된 괘의 이름을 동인(同人)이라 한다. 하늘 아래에 태양이 비추듯이 모두가 만나 함께 한다는 뜻이다. 소인이 득세하던 비색한 세상이 지나갔으니, 저마다 뜻을 같이 하는 사람끼리 만나 일을 도모한다. 동인(同人)괘는 일음오양(一陰五陽)괘로 그 체()는 중천건(重天乾)괘에 있다. 중천건괘 구이효사를 음미해 보자.

九二는 見龍在田이니 利見大人이니라.

구이는 나타난 용이 밭에 있으니, 대인을 봄이 이롭다.

 

서괘

서괘전에서는 천지비괘 다음에 천화동인괘가 온 것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物不可以終否라 故로 受之以同人하고

물불가이종비    고    수지이동인

물건은 가히 끝까지 막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동인으로 받고

 

천지자연의 변화와 세상사의 모든 일과 현상은 끝까지 막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비색한 상황·막힌 상황을 뚫기 위해서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그래서 천지비괘 다음에 천화동인괘를 두었다.

 

괘사

同人于野면 亨하리니 利涉大川이며 利君子의 貞하니라.

동인우야    형          이섭대천      이군자    정

사람과 같이 함을 들에서 하면 형통할 것이니, 큰 내를 건넘이 이로우며, 군자의 바름이 이롭다.

同:한가지 동   野:들 야   涉:걸어서 건널 섭

 

사람을 만나 일을 같이 하는 것은 마치 하늘 아래 태양이 환하게 비추듯이 명명백백(明明白白)하게 해야 한다. 들에서 만난다는 것은 사심(私心)없이 공명정대(公明正大)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명정대하게 만나 일을 함께 하면 형통하니, 이렇다면 큰일을 할 수가 있다. 만나면 사사로운 정()이 생기고 사심(邪心)으로 일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군자의 바름이 이롭다고 했다. 이에 대해 단전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단사

彖曰 同人은 柔 得位하며 得中而應乎乾할새 曰同人이라.

단왈 동인    유 득위      득중이응호건       왈동인

(同人曰)同人于野亨利涉大川은 乾行也오

(동인왈)동인우야형이섭대천    건행야

文明以健하고 中正而應이 君子正也니

문명이건       중정이응    군자정야

唯君子아 爲能通天下之志하나니라.

유군자    위능통천하지지

단전에 말하였다. “동인(同人)은 유(柔)가 위를 얻으며 중을 얻어서 하늘에 응하기 때문에 동인이라 말한다. (동인에 이르길) ‘同人于野亨利涉大川’은 굳세게 행함이요, 문명함으로 굳건히 하고 중정해서 응함이 군자의 바름이니, 오직 군자여야 능히 천하의 뜻을 통할 수 있다.”

應:응할 응   健:굳셀 건   唯:오직 유   能:능할 능

 

  동인괘는 일음오양(一陰五陽)괘로 음 하나가 두번째효에 있다. 중천건괘 구이효가 변한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육이가 음 자리에 음으로 있어 제자리를 찾고 또한 내괘의 중을 얻어 외괘 하늘에 순응하니, 중정한 육이가 중정한 구오와 뜻을 같이 하는 것이다. 그래서 동인이라 하였다.

  ‘同人于野亨利涉大川은 굳세게 일을 해 나가는 것이고, 내괘 이화(離火)로 문명하고 외괘 건천(乾天)으로 굳세며, 육이와 구오가 중정해서 서로 응하는 것이 군자의 바름이다. 바로 이러한 군자라야 천하의 뜻을 통할 수 있다. 사람을 만나 일을 같이 함에 있어서는 중정한 도리를 지켜야 큰일을 할 수 있다.

 

괘상사

象曰 天與火 同人이니 君子 以하야 類族으로 辨物하나니라.

상왈 천여화 동인       군자 이       유족      변물

상전에 말하였다. “하늘과 불이 동인(同人)이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유(類)와 족(族)으로 물건을 분별한다.”

與:더불 여·및 여   類:무리 류   族:겨레 족·무리 족   辨:분별할 변

 

동인(同人)괘는 외괘에 하늘이 있고 내괘에 불이 있는데, 하늘은 위에 있고 불은 위로 오르니 하늘과 불이 함께 하는 상이다. 또한 하늘에는 태양이 비추고 있는데, 태양이 하늘에 있다고 하여 하늘과 태양이 같은 것은 아니며, 하늘이 위에 있고 불이 위로 오른다고 하여, 불이 곧 하늘인 것은 아니다. 그리고 하늘 아래에 불이 환하게 비추니, 만물이 그 ()()으로 구분된다. 이와 같은 양상을 체득하여 군자는 유(:큰 단위)와 족(:작은 단위)으로 물건과 상황을 분별하여야 한다.

 

효사 및 효상사

初九는 同人于門이니 无咎리라.

초구    동인우문      무구

초구는 사람과 같이 함을 문에서 하니 허물이 없을 것이다.

 

초구는 제자리를 얻어 아무 스스럼없이 사람을 만난다. ()에서 한다는 것은 집 밖을 나서서 사람과 만나는 것이다. 사심(私心)이 없는 일반 백성의 만남은 아무 허물이 없다. 초구가 변하면 내괘가 간이 되는데 간은 문()의 형상이다.

 

象曰 出門同人을 又誰咎也리오.

상왈 출문동인    우수구야

상전에 말하였다. “문에 나가서 사람과 같이하는 것을 또 누가 허물하겠는가?”

出:날 출   又:또 우   誰:누구 수   咎:허물 구

 

六二는 同人于宗이니 吝토다.

육이    동인우종       인

육이는 사람과 같이 함을 종친에서 하니 인색하도다.

宗:겨레 종·마루 종·종묘(가묘) 종

 

육이는 동인괘에서 유일한 음()으로 내괘에서 중정한 자리이다. 또한 외괘의 중정한 구오와 잘 응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공명정대하게 들에서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동인괘에서 중정한 육이는 중정한 구오와 응한다는 것이 오히려 인색한 도가 된다. 유일한 음으로 공명정대(公明正大)하게 다른 다섯 양을 두루 만나야 하는데, 육이가 구오와의 만남에만 치중하게 되니 사람과 같이 하는 것을 마치 종당(宗黨)에서 특정인만을 만나는 격이 되어 인색하다고 한 것이다.

 

象曰 同人于宗이 吝道也라.

상왈 동인우종    인도야

상전에 말하였다. “사람과 같이 함을 종친에서 함이 인색한 도이다.”

 

九三은 伏戎于莽하고 升其高陵하야 三歲不興이로다.

구삼    복융우망       승기고릉      삼세불흥

구삼은 군사를 숲에 매복시키고 그 높은 언덕에 올라 3년을 일어나지 못하도다.

伏:엎드릴 복·숨을 복·굴복할 복   戎:군사 융(오랑캐)    莽:풀숲 망·우거질 망   升:오를 승·되 승   

陵:큰 언덕 릉   歲:해 세   興:일어날 흥

 

  구삼은 양 자리에 양으로 있어 강하고 중을 얻지 못하였다. 또한 응하는 자리인 상구효가 같은 양이니 서로 응하지 못한다. 그래서 육이 음()이 바로 아래에 있어 육이를 취하고 싶으나 육이가 구오와 정응하여 구오만을 만나게 되니, 구삼이 육이를 취하고자 술수를 부린다. 나라로 치면 구오 왕이 육이만을 총애하고 있고, 구삼은 이를 시기하여 구오를 정벌하고자 군사를 숲에 매복시키고 높은 언덕에 올라가 때를 기다리지만, 구오 왕이 정당하고 강하기에 끝내 군사를 일으키지 못한다.

  내괘인 이화(離火)의 끝에 구삼이 자리하니 불같은 욕심이 있고, 구삼이 변하면 양이 음으로 바뀌어 내괘가 진이 되니 군사를 일으키려는 상이 되며, 내호괘가 손이니 음목(陰木)으로 풀숲이 나온다. 또한 구삼이 변한 상태에서 내호괘가 간산이 되니 높은 언덕에 오르는 상이 된다.

 

象曰 伏戎于莽은 敵剛也오 三歲不興이어니 安行也리오.

상왈 복융우망    적강야    삼세불흥          안행야

상전에 말하였다. “군사를 숲에 매복시킴은 적이 강함이고, 삼년을 일어나지 못하니 어찌 행하겠는가?”

敵:원수 적   安:어찌 안·편안할 안

 

구삼에게 적이 되는 구오 왕이 중정하고 강하기 때문에 군사를 숲 속에 숨기고 기회를 노리지만 3년이 되도록 일어나지 못하니, 어찌 감히 구오 왕에게 대적하겠는가?

 

九四는 乘其墉호대 弗克攻이니 吉하니라.

구사    승기용       불극공      길

구사는 그 담에 오르되 능히 치지 않으니 길하다.

乘:탈 승   墉:담 용   弗:아닐 불   克:능할 극·이길 극   攻:칠 공

 

구사는 나라 전체로 보면 대신(大臣)에 해당하는데, 음 자리에 양으로 있어 자리는 바르지 못하다. 구오 왕의 명을 받들어 정치를 하지만, 구오 왕이 육이만을 총애하니 구사도 이를 시기하여 구오 왕에게 대적하려는 마음을 품게 된다. 그래서 왕궁의 담에 올라 시기를 노리다가도 중정한 구오 왕의 힘에 마음을 돌이켜 치지 않으니 길하게 된다. 구사가 변하면 외괘가 손이 되니 손순하게 구오의 명에 따르게 된다.

 

象曰 乘其墉은 義弗克也오 其吉은 則困而反則也라.

상왈 승기용    의불극야   기길     즉곤이반칙야

상전에 말하였다. “그 담을 오름은 의리가 이기지 못하는 것이고, 그 길함은 곧 곤해서 법에 돌아오는 것이다.”

克:이길 극   困:곤궁할 곤   反:돌아올 반   則:법칙 칙·곧 즉

 

높은 담 위에 올라 때를 노리지만, 대신으로서의 의리로 볼 때 구오를 이길 수 없다. 그동안 구오 왕에게 대적하고자 했던 곤함에서 벗어나 대신으로서의 법도로 돌아오기 때문에 길하다.

 

九五는 同人이 先號咷而後笑니 大師克이라아 相遇로다.

구오    동인    선호조이후소    대사극         상우

구오는 사람과 같이 함이 먼저는 부르짖어 울고 뒤에는 웃으니, 큰 군사로 이겨야 서로 만나도다.

號:부르짖을 호   咷:울 도(조)   笑:웃을 소   遇:만날 우

 

  구오는 외괘에서 중정하여 천하를 다스리는 자리이다. 그런데 외괘에서 중정한 구오가 내괘에서 중정한 육이 음()을 만나야 하지만, 구삼과 구사가 만나지 못하게 방해를 하고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안타까운 마음에 울부짖지만, 결국 만나게 되어 웃게 된다. 다만 양강(陽剛)한 구삼과 구사가 대적하여 방해하고 있으니, 큰 군사로 대비하여 이겨야 서로 만날 수 있다. 동인괘를 배합하면 지수사(地水師)괘가 되니, 일을 도모하려고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는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정히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나서 천하사(天下事)를 같이 한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공자는 계사상전8장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사람과 같이 함(同人)이 먼저는 부르짖어 울고 뒤에는 웃는다 하니,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의 도가 혹 나아가고 혹 처하고 혹 침묵하고 혹 말하나, 두 사람이 마음을 같이하니 그 날카로움(이로움)이 쇠를 끊는다. 같은 마음의 말은 그 향기가 난초와 같다.”(同人이 先號咷而後笑라하니 子曰 君子之道 或出或處或黙或語나 二人이 同心하니 其利 斷金이로다 同心之言이 其臭 如蘭이로다.)

 

象曰 同人之先은 以中直也오 大師相遇는 言相克也라.

상왈 동인지선    이중직야    대사상우    언상극야

상전에 말하였다. “‘동인지선’은 가운데하고 곧기 때문이요, ‘큰 군사로 서로 만남’은 서로 이김을 말한다.”

直:곧을 직

 

구오가 육이를 만나고자 하는데 먼저는 만나지 못하여 울다가 뒤에는 만나게 되어 웃는 것은 구오가 중정하고 곧기 때문이다. 또한 큰 군사로 서로 만나는 것은 구오가 큰 군사로써 구삼과 구사를 이기고 육이를 만나는 것을 말한다.

 

上九는 同人于郊니 无悔니라.

상구    동인우교   무회

상구는 사람과 같이 함을 들에서 하니 뉘우침이 없다.

郊:들 교(성 밖)   悔:뉘우칠 회

 

  상구는 사람과 같이 한다는 동인괘의 맨 위에 처하여 실질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태이다. 마치 현직에서 물러나 옛날의 지인(知人)들을 한적한 곳에서 만나는 격이다. 그 자체가 허물이 될 것은 아니기 때문에 뉘우침이 없다고 하였다.

  동인괘 초구가 문밖에서 만나는 것은 도읍지 안에서 사회의 실질적인 일을 하기 위하여 만나는 것이고, 상구가 들에서 만나는 것은, 들은 도읍지 밖에 있는 것이기에 실질적인 일을 하지는 못한다.

 

象曰 同人于郊는 志未得也라.

상왈 동인우교    지미득야

상전에 말하였다. “사람과 같이 함을 들에서 하는 것은 뜻을 얻지 못하는 것이다.”

 

상구는 맨 위에 처하여 실질적인 역할을 하고 싶어도 그 뜻을 이루지 못한다. 상구가 변하면 태가 되니, 후천팔괘방위로 서방(저녁)이 되어 이미 왕성했던 기운이 석양(夕陽)처럼 기우는 상이다.

 

 

※ 수산 신성수, 주역통해, 대학서림, 2005, 234∼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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