괘의
전쟁 등 큰 일을 수행하기에 앞서 백성을 용납하고 각자의 역할에 맡는 기량을 습득하도록 훈련하라(容民畜衆).
괘명과 괘상
외괘가 곤지(坤地)☷, 내괘가 감수(坎水)☵로 이루어진 대성괘의 명칭을 ‘사(師)’라고 한다. ‘사(師)’는 무리·군사를 의미한다. 전쟁이나 분쟁의 소용돌이가 있게 되면 무리가 움직이고 군사를 일으키게 된다. 원래 ‘사(師)’는 주나라 때 군제(軍制)의 한 단위로 2,500명의 군사를 ‘사(師)’라 하였다. 《주례(周禮)》「하관사마(夏官司馬)」편에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다.
무릇 군 제도에 12,500인이 군(軍)이 되는데, 왕(천자)은 6군(75,000인)이고, 큰 나라(大國)는 3군(37,500인)이고, 다음 나라(次國)는 2군(25,000인)이고, 작은 나라(小國)는 1군(12,500인)이다. 각 군의 장수는 다 경(卿)으로 명하였다. 2,500인이 사(師)가 되는데, 사(師)의 장수는 다 중대부(中大夫)로 하였다. 500인이 려(旅)가 되는데, 려(旅)의 장수는 다 하대부(下大夫)로 하였다. 100인이 졸(卒)이 되는데, 졸(卒)의 우두머리는 다 상사(上士)로 하였다. 25인이 량(兩)이 되는데 량(兩)의 사마(司馬)는 다 중사(中士)로 하였다. 5인이 오(伍)가 되는데, 오(伍)는 다 유장(有長)으로 하였다. 1군(軍)은 2부(府)․6사(史)․서(胥)10인․도(徒)100인으로 구성되었다. (凡制軍에 萬有二千五百人爲軍하니 王은 六軍이요 大國은 三軍이요 次國은 二軍이요 小國은 一軍이라. 軍將은 皆命卿으로 하니라. 二千有五百人爲師니 師帥는 皆中大夫로 하니라. 五百人爲旅니 旅帥는 皆下大夫로 하니라. 百人爲卒이니 卒長은 皆上士로 하니라. 二十五人爲兩이니 兩司馬는 皆中士로 하니라. 五人爲伍니 伍는 皆有長으로 하니라. 一軍은 則二府六史胥十人徒百人이니라.)
천수송(天水訟)괘는 분쟁의 전체적인 정세(政勢)라고 한다면, 지수사(地水師)괘는 군사를 일으켜 전쟁을 수행하는 병법(兵法)에 해당한다.
서괘
「서괘전」은 천수송괘 다음에 지수사괘가 온 것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訟必有衆起라 故로 受之以師하고
송필유중기 고 수지이사
송사는 반드시 무리로 일어난다. 그러므로 사(師)로써 받고
분쟁이나 전쟁이 있게 되면 반드시 무리로 일어나 대항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천수송괘 다음에 지수사괘를 둔 것이다.
괘사
師는 貞이니 丈人이라아 吉코 无咎하리라.
사 정 장인 길 무구
사(師)는 바름이니, 장인(丈人)이라야 길하고 허물이 없을 것이다.
師:군사 사(무리, 스승) 丈:어른 장
‘사(師)’는 전쟁에 임하는 것이니 군율(軍律)로써 바르게 해야 하며, 전쟁을 수행하는 자는 ‘장인(丈人)’ 즉 건장한 성인이어야 길하고 허물이 없게 된다. 이에 대해 단전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단사
彖曰 師는 衆也오 貞은 正也니
단왈 사 중야 정 정야
能以衆正하면 可以王矣리라.
능이중정 가이왕의
剛中而應하고 行險而順하니
강중이응 행험이순
以此毒天下而民이 從之하니 吉코 又何咎矣리오.
이차독천하이민 종지 길 우하구의
단전에 말하였다. “사(師)는 무리요, 정(貞)은 바름이니, 능히 무리를 바르게 하면 가히 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강한 것이 가운데 해서 응하고, 험함을 행하여도 순하게 하니, 이로써 천하를 괴롭혀도 백성이 따르니 길하고 또 무슨 허물이 있겠는가?”
衆:무리 중 能:능할 능 矣:어조사 의 毒:괴롭힐 독 又:또 우 咎:허물 구
전쟁은 많은 군사가 동원되는 것이고 군율로 바르게 해야 한다. 이렇게 무리를 바르게 하면 전쟁에 이겨, 가히 천하를 다스릴 수 있게 된다. 사괘(師卦)는 일양오음(一陽五陰)괘인데 ‘구이’효만 강한 양으로 내괘의 중에 있어 나머지 다섯 음의 무리를 통솔하여 전쟁을 수행하는 자리가 된다. 이렇게 강한 ‘구이’가 내괘에서 가운데하고 응하는 관계인 유약한 인군 ‘육오’의 명에 따르고, 험한 전쟁을 수행하여도 순하게 하는 것이다. 천하를 괴롭히는 전쟁이라는 가장 험한 일을 수행하여도 백성이 이에 따르니, 길하고 또 무슨 허물이 있겠는가?
괘상사
象曰 地中有水 師니 君子 以하야 容民畜衆하나니라.
상왈 지중유수 사 군자 이 용민휵중
상전에 말하였다. “땅 가운데 물이 있는 것이 사(師)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백성을 용납하고 무리를 기른다.”
容:받아들일 용 畜:기를 휵(쌓을 축) 衆:무리 중
외괘가 곤지(坤地)☷ 땅이고 내괘가 감수(坎水)☵ 물이니, 땅 가운데 물이 있는 상이다. 땅 가운데 있는 물을 중심으로 모든 생물이 모여들듯이, 군자는 이러한 상을 보고 본받아 백성을 받아들이고 무리를 기른다. 지수사(地水師)괘는 일양오음(一陽五陰)괘로 사괘(師卦)의 체(體)는 중지곤(重地坤)괘에 있다. 중지곤괘 괘상전과 육이효사의 내용을 음미해 보자.
象曰 地勢 坤이니 君子 以하야 厚德으로 載物하나니라.
상전에 말하였다. “땅의 형세가 곤이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두터운 덕으로 만물을 실어야 한다.”
六二는 直方大라 不習이라도 无不利하니라.
육이는 곧고 모나고 크다. 익히지 않더라고 이롭지 않음이 없다.
효사 및 효상사
初六은 師出以律이니 否면 臧이라도 凶하니라.
초륙 사출이률 부 장 흉
초육은 군사가 나가는데 율령(律令)으로써 하니, 그렇지 않으면 착하더라도 흉하다.
律:법 률 否:아닐 부 臧:착할 장 凶:흉할 흉
초육은 사괘(師卦)의 맨 아래에 있어 군사가 되는데, 양자리에 음으로 있어 약하니, 전쟁에 대비한 훈련을 해야 하는 자리이다. 군사가 전쟁에 임함에는 군율(軍律)로 엄격한 규칙을 지켜야 하니, 만일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전쟁에서 이기고자 노력해도 이길 수 없다.
象曰 師出以律이니 失律하면 凶也리라.
상왈 사출이률 실률 흉야
상전에 말하였다. “군사가 나가는데 율령으로써 하니, 군율을 잃으면 흉할 것이다.”
失:잃을 실
군대를 조직하여 군사를 훈련함에 군율을 잃으면 전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게 되니 흉하다.
九二는 在師하야 中할새 吉코 无咎하니 王三錫命이로다.
구이 재사 중 길 무구 왕삼석명
구이는 군사에 있어 가운데 하기 때문에 길하고 허물이 없으니, 왕이 세 번 명을 주도다.
在:있을 재 錫:줄 석 命:명령 명
구이는 지수사(地水師)괘에 있어 유일한 양(陽)으로 내괘의 중에 있고, 내호괘가 진(震)☳으로 장남(長男)이니 총사령관이 되어 모든 군사를 통솔하는 자리가 된다. 그래서 구이 사령관이 군위(君位)에 있는 오효 인군의 명을 받아 전쟁을 수행한다. 내괘의 중을 얻어 길하고 허물이 없으며, 왕이 여러 번 명을 베풀어 구이를 독려(督勵)한다. 구이가 변하면 중지곤(重地坤)괘 이효가 되니, 그 효사에 “六二는 直方大라 不習이라도 无不利하니라”고 되어 있다.
象曰 在師中吉은 承天寵也오 王三錫命은 懷萬邦也라.
상왈 재사중길 승천총야 왕삼석명 회만방야
상전에 말하였다. “‘재사중길’은 하늘의 은총을 잇는 것이고, ‘왕삼석명’은 만방을 품는 것이다.”
承:이을 승 寵:괼 총(사랑, 은혜) 懷:품을 회 邦:나라 방
‘군사에 있어 중을 얻어 길하다’는 것은 인군인 육오의 은총을 받는 것이고, ‘왕으로부터 세 번 명을 받는다’는 것은 왕의 명을 받아 군사를 이끌어 전쟁에 이기니 만방을 품는 것을 의미한다.
六三은 師或輿尸면 凶하리라.
육삼 사혹여시 흉
육삼은 군사가 혹 여럿이 주장하면 흉할 것이다.
或:혹 혹 輿:수례 여·많을 여 尸:주검 시·주장할 시
육삼은 양자리에 음으로 있고 중을 얻지 못하여, 군대의 기강이 문란하고 통솔의 계통이 무너져 있음을 뜻한다. 그러니 전략을 세우고 전쟁에 임함에 서로 주장하는 바가 분분하여 일관된 전쟁을 수행할 수 없다. 이런 상태로 전쟁에 임하면 패하게 되니 흉하다. 육삼이 변하면 음이 양으로 바뀌어 내괘가 손(巽)☴이 되니 사방에 바람이 일어나 의견이 분분하며, 내호괘가 태(兌)☱가 되니 훼절당하는 상이다.
‘여시(輿尸)’는 또한 수레에 죽은 시체를 싣고 오는 것과도 통하니, ‘전쟁에서 패하여 수레에 시체만 가득 싣고 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象曰 師或輿尸면 大无功也리라.
상왈 사혹여시 대무공야
상전에 말하였다. “군사가 혹 여럿이 주장하면 크게 공이 없을 것이다.”
六四는 師左次니 无咎로다.
육사 사좌차 무구
육사는 군사가 진영으로 물러나니 허물이 없도다.
左:왼 좌(물러나다) 次:버금 차(진영)
육사는 음자리에 음으로 있어 전쟁을 수행함에 전반적인 군사력이 약화된 상황이다. 육사가 변하면 음이 양으로 바뀌어 외괘가 진(震)☳이 되는데, 후천팔괘에서 진☳은 동방으로 좌측이 된다. 좌(左)는 물러나는 것이고 우(右)는 나아가는 것이다. ‘차(次)’는 병영․진영을 의미한다. 또한 육사가 변한 상태에서 내호괘가 이(離)☲가 되니, 육사 자신의 상항을 밝게 분별하는 상이다. 그래서 자신의 전력(戰力)이 약함을 알고 전략적으로 진영으로 물러나는 것이니 허물이 없다.
육사는 진영에 물러나 그동안 지친 병사들을 위로하고 전력을 재정비하여야 한다. 육사가 변하면 지괘(之卦)가 뇌수해(雷水解)로 되는 데 그 구사 효사에는 다음과 같이 풀이하고 있다.
九四는 解而拇면 朋至하야 斯孚리라.
구사는 너의 발가락에서 풀면 벗이 이르러 이에 믿을 것이다.
象曰 左次无咎는 未失常也라.
상왈 좌차무구 미실상야
상전에 말하였다. “진영으로 물러나 허물이 없는 것은 떳떳함을 잃지 않는 것이다.”
육사가 물러나는 것은 자신의 전력을 헤아려 작전상 후퇴하는 것이니, 군사로서의 떳떳함을 잃은 것이 아니다. 나아갈 줄만 알고 물러날 줄을 모르면 결국 크게 뉘우침만 있을 뿐이다.
六五는 田有禽이어든 利執言하니 无咎리라.
육오 전유금 이집언 무구
長子 帥師니 弟子 輿尸하면 貞이라도 凶하리라.
장자 솔사 제자 여시 정 흉
육오는 밭에 새가 있거든 말을 잡음(주장함)이 이로우니, 허물이 없을 것이다. 장자가 군사를 거느리니, 제자가 여럿이 주장하면, 바르게 하더라도 흉할 것이다.
禽:날짐승 금 執:잡을 집 帥:장수 수·거느릴 솔 弟:아우 제
육오는 외괘의 중을 얻어 천하를 다스리는 인군의 자리에 있지만, 양자리에 음으로 거하여 유약한 인군이다. 그래서 전쟁에 임하여 육오와 응하고 있는 구이 사령관(장자)에게 명을 내린다. ‘밭에 새가 있다는 것’은 곡식을 해치는 새가 있는 것이니 적(敵)이 있다는 뜻이고, ‘말을 잡음(주장함)이 이롭다’는 것은 그 새(적)를 몰아내라고 명을 내리는 것이다. 그래서 구이 장자(長子) 즉 총사령관이 군사를 거느림에 만일 휘하(麾下)의 장군들이 여럿이 주장하게 되면, 명령 계통이 흩어지게 되어 전쟁에서 바르게 하더라도 흉하게 될 것이다. 이는 육오 인군이 나약하기 때문에 혹 주변의 말들에 미혹되어 명령에 혼선이 빚어질 수 있음을 경계한 것으로, 나라를 구해줄 구이 사령관(장자)을 확실히 신임하고 군율이 제대로 서도록 하라는 뜻이다.
象曰 長子帥師는 以中行也오 弟子輿尸는 使不當也라.
상왈 장자솔사 이중행야 제자여시 사부당야
상전에 말하였다. “장자가 군사를 거느림은 중으로써 행하는 것이고, 제자가 여럿이 주장함은 부림이 마땅하지 않은 것이다.”
使:하여금 사(부릴 사) 當:마땅할 당
육오는 외괘의 중을 지켜 인군이 되고, 구이는 내괘의 중을 지켜 군사를 거느리는 장군이다. 육오나 구이 모두 왕과 사령관으로 중도(中道)로 행함을 말한다. ‘제자가 여럿이 주장한다’는 것은 육오가 나약한 까닭에 혹 육사 대신 등 주변에서 나오는 말에 휘말리면, 결국 인군으로서 명을 내려 부리는 것이 마땅치 않게 됨을 말한다.
上六은 大君이 有命이니 開國承家애 小人勿用이니라.
상륙 대군 유명 개국승가 소인물용
상육은 대군이 명을 두니, 나라를 열고 가문을 이음에 소인은 쓰지 말라.
開:열 개 承:이을 승 勿:말 물
상육은 지수사괘의 맨 위에 있어 드디어 전쟁이 끝나고 천하를 얻는 자리이다. 육오 인군이 구이 장수를 잘 부려 전쟁에서 승리하게 되면, 천하를 새로이 세우게 된다. 그래서 천하를 통일한 대군(大君)이 명을 두는데, 모름지기 나라를 열고 가문을 이음에는 소인(小人)을 써서는 안 된다. 전쟁에 이기고 대군이 되기까지 아무리 충성을 바쳐 도왔다 할지라도, 나라를 통치하고 경영할 수 있는 그릇이 못되는 소인에게 중책을 맡겨서는 안 된다.
象曰 大君有命은 以正功也오 小人勿用은 必亂邦也일새라
상왈 대군유명 이정공야 소인물용 필란방야
상전에 말하였다. “대군이 명을 둠은 공을 바르게 하는 것이고, 소인을 쓰지 말라는 것은 반드시 나라를 어지럽히기 때문이다.”
功:공 공 必:반드시 필 亂:어지러울 란
‘대군이 명을 둔다’는 것은 그동안 전쟁의 참화를 딛고 승전한 장수들에게 그 공을 바르게 알리고 상을 내리는 것을 말하며, ‘소인을 쓰지 말라’는 것은 만일 소인을 등용하게 되면 반드시 나라를 어지럽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현대 정치사에 있어 정치지도자들이 명심해야 할 경구(警句)이다.
※ 수산 신성수, 『주역통해』, 대학서림, 2005, 186∼1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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