괘의
상황이 어긋나 분쟁의 기미가 있을 때 전체의 정세를 잘 판단하고 일을 도모하라(作事謀始).
괘명과 괘상
외괘가 건천(乾天)☰, 내괘가 감수(坎水)☵로 이루어진 괘의 명칭을 ‘송(訟)’이라 한다. 다투는 것이다. 전쟁을 의미하기도 하고 사회생활에서 빚어지는 경쟁의 상황이다. 천지부모로부터 어렵게 나와 몽매함을 깨우치고 음식으로 체력을 강하게 하면서 기다리던 상황에서, ‘수괘(需卦)’ 상육에서 드디어 ‘不速之客三人’이 되어 험한 데에서 벗어나 세상에 나오게 되니, 드디어 경쟁의 현실에 부딪치게 된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는 인생사의 경쟁이요, 부족․민족․국가간의 경쟁이자 전쟁이기도 하다. 내괘가 감수☵로 험한 상황을 의미하고, 외괘는 건천☰으로 양강한 세상사를 의미한다.
서괘
「서괘전」은 수천수괘 다음에 천수송괘가 온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飮食必有訟이라 故로 受之以訟하고
음식필유송 고 수지이송
음식에는 반드시 송사가 있다. 그러므로 송괘로 받고
천하의 모든 다툼은 음식에서 나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이 벌이고 있는 모든 분쟁은 그 명분이 무엇이든 간에 결국 먹고 살기위해 벌이는 것이다. 음식이란 단지 먹는 것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천연자원․식량․식수․무기 등 생존을 위해 필요한 모든 기본적인 것을 말한다.
괘사
訟은 有孚나 窒하야 惕하니 中은 吉코 終은 凶하니
송 유부 질 척 중 길 종 흉
利見大人이오 不利涉大川하니라.
이견대인 불리섭대천
송(訟)은 믿음을 두나 막혀서 두려우니, 가운데 함은 길하고 마침까지 하면 흉하니, 대인을 봄이 이롭고, 큰 내를 건넘이 이롭지 않다.
訟:송사할 송 窒:막을 질 惕:두려워할 척 涉:건널 섭
송사라는 것은 이길 수 있다는 믿음에서 하게 된다. 특히 내괘의 구이는 양으로 중을 지키고 있고 초효와 삼효의 음에 비해 강함을 믿기 때문에 외괘에서 중정한 구오와 대적하게 된다. 그러나 내괘 자체가 감수☵로 험하니 막혀서 두려운 상이다. 때문에 송사를 하려고 마음먹었다가 중도에 그만 두면 길하지만, 끝까지 진행하게 되면 결국 흉하게 된다. 그러니 송사 문제가 있을 때 그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대인을 만나 조언을 구하는 것이 이롭다. 송사가 있는 상황에서 큰 일을 도모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단전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단사
彖曰 訟은 上剛下險하야 險而健이 訟이라.
단왈 송 상강하험 험이건 송
訟有孚窒惕中吉은 剛來而得中也오
송유부질척중길 강래이득중야
終凶은 訟不可成也오 利見大人은 尙中正也오
종흉 송불가성야 이견대인 상중정야
不利涉大川은 入于淵也라.
불리섭대천 입우연야
단전에 말하였다. “송(訟)은 위는 강하고 아래는 험해서, 험하면서 굳건함이 송이다. ‘송유부질척중길’은 강이 와서 중을 얻음이요, ‘종흉’은 송사는 가히 이루지 못할 것이요, ‘이견대인’은 숭상함이 중정이요, ‘불리섭대천’은 연못에 들어감이다.”
尙:숭상할 상 淵:못 연
송괘(訟卦)가 외괘는 건천(乾天)☰으로 강하고 내괘는 감수(坎水)☵로 험한 상이듯이, 송사라는 것은 어떠한 유형이든 겉으로 강하게 대응하면서도 속으로는 험한 상태에 있는 것이다. 강한 것이 내괘에 와서 중을 얻은 ‘구이’가 막히고 두려운 상황에서 중간에 그만 두면 길하지만, 끝까지 송사를 하게 되면 결국 상대인 구오를 이기지 못하니 흉하게 된다. 그러니 ‘대인을 만남이 이롭다’는 것은 송사에 조언해 줄 수 있거나 전쟁 수행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자를 만나라는 뜻이고, 또는 대적하고자 했던 구오가 중정한 덕을 지니고 있으니 구오를 숭상하거나 만나서 담판을 지으라는 뜻도 된다. ‘큰 내를 건넘이 이롭지 않다는 것’은 다툼이 있는 상황에서 큰 일을 할 수 없는 것이니, 내괘 감수☵의 못에 빠지는 것을 말한다.
괘상사
象曰 天與水 違行이 訟이니 君子 以하야 作事謀始하나니라.
상왈 천여수 위행 송 군자 이 작사모시
상전에 말하였다. “하늘과 물이 어긋나게 행함이 송이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일을 지음에 처음을 꾀하여야 한다.”
與:및 여(더불 여) 違:어길 위 謀:꾀할 모
송괘(訟卦)는 외괘의 하늘☰은 하늘대로 위에 있고, 내괘의 물☵은 아래로 흐르니, 하늘과 물이 어긋나게 행하는 상이다. 이러한 기운의 양상을 보고 군자는 만일에 있을 다툼(분쟁)에 대비해야 하고, 일을 도모함에는 처음부터 계획을 잘 세워나가야 한다.
효사 및 효상사
初六은 不永所事면 小有言하나 終吉이리라.
초륙 불영소사 소유언 종길
초육은 일(송사)하는 바를 길게 하지 않으면, 조금 말이 있으나 마침내 길할 것이다.
永:길 영 終:마침내 종
송괘 초효는 양자리에 음으로 있어 약한 상태이다. 모든 일이 분쟁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되면 강한 자나 약한 자나 다툼의 상황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 초육의 상황도 그 분쟁의 소용돌이에서 한때 대응하고자 하지만 길게 가지 않고 마치면, 약하다거나 의리가 없다거나 하는 등등의 말은 듣게 되지만 초육으로서는 마침내 길하게 된다. 초육이 변하면 음이 양으로 되면서 내괘가 태택☱이 되는데, 태(兌)는 소녀, 입, 말 등을 의미하니 조금 말이 있는 상황이 나온다.
象曰 不永所事는 訟不可長也니 雖小有言이나 其辯이 明也라.
상왈 불영소사 송불가장야 수소유언 기변 명야
상전에 말하였다. “일하는 바를 길게 하지 않음은 송사는 가히 오래하지 못하는 것이니, 비록 조금 말이 있으나 그 분별함이 밝은 것이다.”
雖:비록 수 辯:분별할 변
초육의 상황에서 소송(분쟁)은 오래할 수 없다. 그래서 비록 조금 말이 있더라도 그 분별함을 밝게 해서 송사를 그친다.
九二는 不克訟이니 歸而逋하야 其邑人이 三百戶면 无眚하리라.
구이 불극송 귀이포 기읍인 삼백호 무생
구이는 송사를 이기지 못하니, 돌아가 도망하여 그 읍 사람이 300호면 재앙이 없을 것이다.
克:이길 극 歸:돌아갈 귀 逋:달아날 포 邑:고을 읍 戶:집 호 眚:재앙 생
구이는 음자리에 양으로 있어 강한 것이 내괘의 중을 얻고 있다. 또한 초효와 삼효가 모두 음으로 구이 양에 대적할 바가 못 된다. 그래서 예컨대 지방 토후 세력이라 할 수 있는 구이가 이러한 입지를 과신(過信)하여 외괘에서 중정한 구오와 대적하려고 하지만, 결국 이기지 못하고 돌아가 도망하게 된다.
그런데 구이가 토후세력의 수장(首長)으로서 비록 구오와 대적하여 전쟁에서 졌을지라도 그를 따르는 백성들이 도망하지 않고 그를 여전히 받들면, 구오 인군이 구이를 함부로 처벌하지 못한다. 그러니 구오로부터 형벌을 받는 재앙이 없게 된다. 그래서 ‘그 읍 사람이 300호면 재앙이 없다’라고 한 것이다.
象曰 不克訟하야 歸逋竄也니 自下訟上이 患至 掇也리라.
상왈 불극송 귀포찬야 자하송상 환지 철야
상전에 말하였다. “송사를 이기지 못해서 돌아가 도망하여 숨으니, 아래로부터 위를 송사하는 것이 근심 이름을 취하는 것이다.”
竄:숨을 찬 患:근심 환 至:이를지 掇:취할 철
구이가 결국은 송사에서 패하여 돌아가 도망하여 숨는 것은, 아래 사람으로서 위 사람을 송사하는 것이 분수에 지나친 과욕을 부려 재앙이 되는 근심을 취하는 것이다.
六三은 食舊德하야 貞하면 厲하나 終吉이리니 或從王事하야 无成이로다.
육삼 식구덕 정 려 종길 혹종왕사 무성
육삼은 옛 덕을 먹어서 바르게 하면, 위태로우나 마침내 길할 것이니, 혹 왕의 일을 좇아서 이룸은 없도다.
舊:옛 구 厲:위태로울 려 或:혹 혹 從:좇을 종
육삼은 양자리에 음으로 있어 약하고, 내괘에서 외괘로 넘어가는 자리에 있으니 불안한 상태이다. 그렇지만 구오 천자로부터 작위(복록)를 받은 지방 제후로서 바르게 하면, 비록 강한 구이의 도전 때문에 위태롭더라도 구오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어 마침내 길하게 된다. 외호괘가 손(巽)☴이니 육삼 제후는 천자(인군)에 순응하여 보호를 받는 상이다. 그래서 때로는 구오 천자의 명을 받아 왕업을 수행할 수 있으나 스스로 그 일을 이룰 수는 없다.
여기에서 중지곤(重地坤)괘 육삼효사 “六三은 含章可貞이니 或從王事하야 无成有終이니라”는 내용을 같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象曰 食舊德하니 從上이라도 吉也리라.
상왈 식구덕 종상 길야
상전에 말하였다. “옛 덕을 먹으니 위를 좇더라도 길할 것이다.”
육삼 지방제후는 구오 천자로부터 복록을 받고 있으니, 천자의 뜻을 좇아 임무를 수행하더라도 길할 것이다.
九四는 不克訟이라 復卽命하야 渝하야 安貞하면 吉하리라.
구사 불극송 복즉명 유 안정 길
구사는 송사를 이기지 못한다. 돌아와 명에 나아가 변해서 편안하고 바르게 하면 길할 것이다.
復:돌아갈 복 卽:나아갈 즉 渝:변할 유
구사는 구오 천자를 보필하여 나라를 다스리는 대신(大臣)에 해당한다. 구사는 음자리에 강한 양으로 있어, 구오 천자와 구이의 지방 제후가 전쟁을 벌이는 형국에서 구사 자신도 천자가 되 보려는 생각을 해 보기도 한다. 그러나 배신하려는 마음을 바꾸고 천자의 명을 좇아 잘못된 마음을 변하여 안정하면 길하다.
象曰 復卽命渝安貞은 不失也라.
상왈 복즉명유안정 불실야
상전에 말하였다. “돌아와 명에 나아가 변해서 편안하고 바름은 잃지 않는 것이다.”
천자에게 대적하려는 잘못된 마음을 바꾸어 천자의 명을 좇아 안정하면 길하다는 것은 대신으로의 지위와 명을 잃지 않는 것이다.
九五는 訟애 元吉이라.
구오 송 원길
구오는 송사에 크게 길하다.
구오는 양자리에 양으로 거하고 외괘의 중을 얻어 중정하니 온 나라를 다스리는 천자에 해당한다. 비록 위 하늘☰과 아래 물☵이 어긋나 행하는 형국이 되어 지방 토후세력이 반란을 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구오의 중정한 자리를 침탈할 수 없으니 크게 길하다.
象曰 訟元吉은 以中正也라.
상왈 송원길 이중정야
상전에 말하였다. “송사에 크게 길한 것은 가운데하고 바르기 때문이다.”
上九는 或錫之鞶帶라도 終朝三褫之리라.
상구 혹석지반대 종조삼치지
상구는 혹 반대(큰 띠)를 주더라도, 아침이 마치는 동안 세 번 빼앗을 것이다.
錫:줄 석 鞶:큰 띠 반 帶:띠 대 褫:빼앗을 치
상구는 외괘 건천(乾天)☰의 극에 처해 있으며 중을 얻지 못하고 음자리에 양으로 강하게 있어 처신을 지나치게 하는 상황이다. 맨 위에 거하여 지나침을 모르고 무조건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니, 전쟁에서 이기지만 많은 불상사(不祥事)를 초래하게 된다. 비록 전쟁에 이겨 천자가 상으로 주는 반대(허리에 두르는 관대)를 받더라도 힘으로 제어하는 상황에서 빚어진 원성(怨聲) 때문에 반대를 도로 빼앗긴다. 상구가 변하면 태(兌)☱가 되니 훼절당하여 빼앗기고 전성기가 기울어지는 상이다.
象曰 以訟受服이 亦不足敬也라.
상왈 이송수복 역부족경야
상전에 말하였다. “송사로써 복종을 받음이 또한 족히 공경할만한 것이 아니다.”
受:받을 수 服:복종할 복 敬:공경할 경
상구가 맨 위에 있으면서도 덕으로 해결하지 않고 어떠한 상황이든 전쟁이나 송사를 통해 복종을 받는 것은 공경할만한 일은 아니다.
송괘(訟卦)의 현대적 의미
송괘는 오늘날의 소송에도 해당하지만, 원래의 의미는 천하를 쟁패하려는 전쟁이 횡행하던 전국시대(戰國時代)에 해당한다. 오늘날의 정당(政黨)내 파벌 싸움이나 정당간의 싸움, 이익단체들의 분쟁, 나라와 나라 사이의 국제분쟁 등 모든 경우를 이 괘에 비추어 생각해 볼 수 있다.
국제관계를 예시하면, 강대국의 핵심이 구오라면 상구와 구사는 강대국과 동맹을 맺고 있는 나라들로 볼 수 있는데, 상구가 호전적(好戰的)인 국가라면 구사는 구오 강대국의 정책에 순종하는 나라들이다. 육삼은 강대국 반열에 끼지는 못하지만 구오 강대국의 영향 아래에 있는 나라들이 이에 해당한다. 한편 초육과 구이는 강대국의 영향을 덜 받는 나라들로서, 초육은 약소국이라 한다면 구이는 지역권에서 비교적 강력한 힘이 있는 국가로 볼 수 있다.
※ 수산 신성수, 『주역통해』, 대학서림, 2005, 178∼1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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