괘의
문명과 문화를 아름답게 하고 덕을 길러라(懿文畜德).
괘명과 괘상
외괘가 손풍(巽風)☴, 내괘는 건천(乾天)☰으로 되어 있는 괘의 이름을 ‘소축(小畜)’이라 한다. 내괘의 하늘☰ 위에 바람☴이 불듯이, 육사 음(陰)이 다섯 양(陽)을 쌓아간다는 뜻이다. ‘수뢰둔’괘에서 어렵게 시작된 경륜이 ‘수지비’괘에서 드디어 전쟁의 참화를 끝내고 만국을 세우게 되었으니, 이제 아름다운 문명과 문화의 덕을 조금씩 쌓아나가는 것이다. 파괴되는 것은 한 순간이지만, 문명을 쌓아나가는 것은 차츰차츰 조금씩 쌓아 나가야 한다.
서괘
「서괘전」은 수지비괘 다음에 풍천소축괘를 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比者는 比也니 比必有所畜이라 故로 受之以小畜하고
비자 비야 비필유소축 고 수지이소축
비(比)라는 것은 도움이니, 도우면 반드시 쌓는 바가 있다. 그러므로 소축으로 받고
畜 : 쌓을 축
서로 도우면 반드시 좋은 결실을 쌓아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수지비괘 다음에 풍천소축괘를 둔 것이다.
괘사
小畜은 亨하니 密雲不雨는 自我西郊일새니라.
소축 형 밀운불우 자아서교
소축은 형통하니 구름이 빽빽하되 비가 오지 않은 것은 내가 서쪽 들(西郊)로부터 하기 때문이다.
畜:쌓을 축·기를 휵 密:빽빽할 밀 雲:구름 운 自:부터 자 郊:들 교(성 밖)
‘천수송’괘와 ‘지수사’괘의 쟁란이 끝나고, 평화로운 세상이 되어 문명과 문화를 쌓아가는 것이 ‘소축’이니 형통하다.
소축괘는 내괘가 건천(乾天)☰, 내호괘가 태택(兌澤)☱, 외호괘가 이화(離火)☲, 외괘가 손풍(巽風)☴이다. 이를 기운의 양상으로 살펴보면, 내호괘 연못이 외호괘 불의 작용으로 수증기가 올라가 구름이 만들어지나 외괘의 바람(西風)이 불어서 구름이 비를 내리지 못하는 상이다. 그래서 구름은 빽빽하게 생기지만 바람이 불어 비는 오지 않는 것이며, 이는 아직 때가 이르지 않았음을 뜻한다. ‘내가 서쪽 들로부터 함이라’는 것은 내호괘 태☱가 후천팔괘로 서방이니 서풍(西風)이 부는 것을 말한다.
‘密雲不雨 自我西郊’는 또한 문왕(文王)이 서백(西伯)으로 있을 때, 은나라 주왕(紂王)의 폭정에 백성들은 문왕의 선정(善政)을 갈구하지만, 문왕이 유리지방에 있는 옥에 갇혀 있어 백성을 위한 정치를 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나타낸 문왕 자신의 표현으로 볼 수도 있다. ‘密雲不雨 自我西郊’는 화두(話頭)요 공안(公案)이다. 단전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단사
彖曰 小畜은 柔 得位而上下 應之할새 曰小畜이라.
단왈 소축 유 득위이상하 응지 왈소축
健而巽하며 剛中而志行하야 乃亨하니라.
건이손 강중이지행 내형
密雲不雨는 尙往也오 自我西郊는 施未行也라.
밀운불우 상왕야 자아서교 시미행야
단전에 말하였다. “소축(小畜)은 유(柔)가 제자리를 얻어 위와 아래가 응하기 때문에, 소축(小畜)이라 이른다. 굳건하고 겸손하며, 강한 것이 가운데하고 뜻이 행해서, 이에 형통하다. ‘구름이 빽빽하되 비가 오지 않는 것’은 오히려 가는 것이고, ‘내가 서교로부터 함’은 베풂이 행해지지 않는 것이다.”
健:굳셀 건 巽:공손할 손 乃:이에 내 尙:오히려 상 施:베풀 시
소축(小畜)괘에서 유일한 음효인 육사가 음 자리에 제자리를 얻어 위의 양(구오․상구)과 아래의 양(초구․구이․구삼)이 응하기 때문에 ‘소축’이라 한다. 즉 육사 음이 제자리를 얻고 나머지 다섯 양이 응하고 있으니, 음 하나가 다섯 양을 그치게 하여 소축인 것이다. 괘덕으로 보면 내괘 건천(乾天)☰으로 굳세고 외괘 손풍(巽風)☴으로 겸손하며, 구이와 구오의 강이 내괘와 외괘에서 중을 얻어 그 뜻이 행해지니 이에 형통하다. ‘구름이 빽빽하되 비가 오지 않는 것’은 구름이 머무르지 않고 오히려 바람때문에 지나가는 것이고, ‘내가 서교로부터’라는 것은 문왕의 선정(善政)이 행해지지 않는 것이다.
괘상사
象曰 風行天上이 小畜이니 君子 以하야 懿文德하나니라.
상왈 풍행천상 소축 군자 이 의문덕
상전에 말하였다. “바람이 하늘 위에 행하는 것이 소축이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문덕을 아름답게 한다.”
懿:아름다울 의
소축괘는 바람이 하늘 위에 행하는 상이다. 군자가 이러한 기운의 양상을 보고 본받아, 문명과 문화의 덕을 아름답게 한다. 문명과 문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하늘 위로 바람이 불면서 천지 기운의 변화가 차츰 차츰 이루어지듯이 문명과 문화의 발전은 조금 조금씩 이루어진다. 이는 또한 문왕의 덕을 아름답게 한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도 있다.
효사 및 효상사
初九는 復이 自道어니 何其咎리오 吉하니라.
초구 복 자도 하기구 길
초구는 회복함이 도(道)로부터 하니, 어찌 그 허물이겠는가? 길하다.
復:돌아올 복
초구는 전쟁이 끝나고 천하가 평정해져 새로이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 첫 자리이며, 일반 백성의 자리이다. 양자리에 양으로 제자리를 얻었으니, 도(道)로 회복한다. 한편 천하를 평정하려는 전쟁의 상황에서는 살인과 파괴가 불가피하게 행해졌지만, 평화로운 질서로 나아가는 데는 인간 본연의 도(道)로 회복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백성으로서 무슨 허물이 있겠는가?
象曰 復自道는 其義吉也라.
상왈 복자도 기의길야
상전에 말하였다. “회복함이 도로부터 함은 그 뜻이 길한 것이다.”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뜻, 문명과 문화를 발전시키고 인간의 본성을 회복한다는 뜻 자체가 길한 것이다.
九二는 牽復이니 吉하니라.
구이 견복 길
구이는 이끌어서 회복하니 길하다.
牽:끌 견
두 번째 구이는 내괘의 중을 지켜 중도로 회복할 뿐만 아니라, 아래 초구가 회복하는 것을 이끌어주는 자리이다. 그러므로 길하다.
象曰 牽復은 在中이라 亦不自失也라.
상왈 견복 재중 역부자실야
상전에 말하였다. “이끌어서 회복함은 가운데 있기 때문이다. 또한 스스로 잃지 않는다.”
구이가 초구를 이끌어 회복한다는 것은 구이가 내괘의 중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고, 또한 스스로의 본분을 잃지 않는 것이다.
九三은 輿說輻이며 夫妻反目이로다.
구삼 여탈복 부처반목
구삼은 수레의 바퀴살을 벗기며 남편과 아내가 반목하도다.
輿:수레 여 說:벗길 탈(말씀 설) 輻:바퀴살 복 妻:아내 처 反:뒤집을 반
문명을 차츰 이루어 감에 있어서도, 설사 전쟁은 아니더라도 어긋나는 상황은 있다. 소축괘의 호괘가 화택규(火澤睽)로 어긋나는 상황이 내재되어 있는데 그 핵심 자리가 구삼이다. 구삼은 양자리에 양으로 있어 지나치게 강하고 중을 얻지 못하였다. 모두가 화목하게 문화를 이루어야 하는데, 구삼은 바로 위에 있는 육사 음을 능멸하며 불화(不和)를 초래한다. 문명의 덕을 이루어가는 수레바퀴의 바퀴살을 벗겨 어긋나게 하고 또한 외괘의 육사를 꺼려 반목하는 상이다.
象曰 夫妻反目은 不能正室也라.
상왈 부처반목 불능정실야
상전에 말하였다. “남편과 아내가 반목함은 능히 집안을 바르게 하지 못하는 것이다.”
能:능할 능 室:집 실
구삼의 상태는 어긋나게 행하고 반목하여 집안을 바르게 하지 못하는 것이다.
六四는 有孚면 血去코 惕出하야 无咎리라.
육사 유부 혈거 척출 무구
육사는 믿음을 두면 피가 사라져 가고 두려운 데서 나와서 허물이 없을 것이다.
去:갈 거 惕:두려워할 척
육사는 소축괘의 유일한 음으로 다섯 양을 상대하고 있다. 음 자리에 음으로 유약하지만 제자리를 얻어 대신(大臣)으로서의 본분을 수행하는 자리다. 강한 다섯 양을 상대하고 또한 아래 구삼이 반목하고 무시하는 상황에서 위험한 상태도 있을 수 있으니 두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믿음을 두고 구오 왕의 명을 받드는 대신(大臣)으로서의 본분을 지키면, 위험이 사라지고 두려운 데서도 나오게 되어 허물이 없게 된다. 음이기에 ‘피(血)’라 하였다.
象曰 有孚惕出은 上合志也라.
상왈 유부척출 상합지야
상전에 말하였다. “믿음을 두어 두려운 데서 나옴은 위와 뜻이 합해서이다.”
육사가 위험하고 두려운 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대신으로서 구오 왕과 뜻을 합하기 때문이다.
九五는 有孚라 攣如하야 富以其隣이로다.
구오 유부 연여 부이기린
구오는 믿음을 둔다. 이끌어서 부함을 그 이웃으로써 하도다.
攣:걸릴 련(이끌 련) 富:부할 부 隣:이웃 린
구오는 평화로운 문명세계를 이끌어가는 왕의 자리이다. 외괘에서 중정한 자리에 있으니 천하를 잘 다스려 나가야 한다. 설사 어긋나는 상황이 있더라도 모든 백성에게 믿음을 두고 잘 이끌어가야 하며, 문명의 발전으로 이루어지는 부유(富裕)를 이웃과 함께, 즉 백성과 함께 하여야 한다. 이것이 올바른 정치, 백성을 위한 정치의 표상이다.
象曰 有孚攣如는 不獨富也라.
상왈 유부연여 부독부야
상전에 말하였다. “믿음을 두고 이끄는 것은 홀로 부하려 하지 않는 것이다.”
獨:홀로 독
구오 왕의 정치, 즉 백성에게 믿음을 두고 이끌어가는 것은 천하를 위하고 백성을 위하는 마음을 실천으로 옮겨, 홀로 부유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上九는 旣雨旣處는 尙德하야 載니 婦 貞이면 厲하리라. 月幾望이니 君子 征이면 凶하리라.
상구 기우기처 상덕 재 부 정 려 월기망 군자 정 흉
상구는 이미 비가 오고 이미 그침은 덕을 숭상하여 가득하니, 아내가 곧게만 하면 위태할 것이다. 달이 거의 보름이니 군자가 가면 흉할 것이다.
旣:이미 기 處:곳 처·머무를 처 尙:숭상할 상 載:실을 재·가득할 재 婦:아내 부
厲:위태할 려 幾:거의 기 望:바랄 망·보름 망 征:갈 정·칠 정
상구는 구름이 빽빽한데 비가 오지 않는 상황이 극에 달하여, 비가 내리다가 그치는 상태가 된다. 상구가 변하면 감수(坎水)☵가 되어 비가 내린다. 외괘 손풍☴은 후천팔괘로 동남방이니 동남방의 물은 비가 되어 내린다. 은혜로운 비를 기다리는 민심에 응하여 비가 내리니, 덕을 숭상하여 가득 실은 것이다. 그렇지만 덕만 베풀어서는 오히려 위태롭게 된다. 외괘가 손풍☴으로 장녀(長女)니 아내(지어미)라 한 것이고, 음이 극성하여 드디어 비가 내리니 음덕(陰德)이 된다.
소축괘가 안으로는 화택규(火澤睽)의 어긋남이 있으니, 어긋남을 바로 잡는 노력도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음기(陰氣)가 극성하여 마치 달이 거의 보름인 것과 같으니, 이렇게 음이 극성할 때 군자가 가면 자신의 본 뜻을 발휘할 수 없어 흉하게 된다. 기망(幾望)은 14일 달이고, 이망(已望)은 보름달이며, 기망(旣望)은 16일 달을 말한다.
象曰 旣雨旣處는 德이 積載也오 君子征凶은 有所疑也니라.
상왈 기우기처 덕 적재야 군자정흉 유소의야
상전에 말하였다. “이미 비가 오고 이미 그치는 것은 덕이 쌓여서 가득함이고, 군자가 가면 흉한 것은 의심할 바가 있는 것이다.”
積:쌓을 적 疑:의심할 의
이미 비가 오고 또 이미 그치는 것은 덕을 크게 쌓아 가득하기 때문이고, 음기가 극성할 때 군자가 가는 것은 자기 뜻과는 무관하게 의심을 받게 되는 것이다.
※ 수산 신성수, 『주역통해』, 대학서림, 2005, 202∼2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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