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산책/도덕경

도덕경 제72장

돈호인 2020. 10. 18. 16:20

 

72. 民不章

     민불장

 

民不畏威 則大威至

민불외위 즉대위지

無押其所居

무압기소거 

無厭其所生

무염기소생 

夫唯不厭 是以 不厭

부유불염 시이 불염

是以 聖人 自知 不自見

시이 성인 자지 부자현 

自愛 不自貴

자애 부자귀

故 去彼取此

고 거피취차 

 

畏 : 두려워할 외  威 : 위엄 위  押 : 누를 압  厭 : 싫어할 염·막을 염·가릴 염

見 : 나타날 현  去 : 버릴 거  彼 : 저 피

 

백성이 위엄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큰 위엄이 이르게 되니,

그 사는 바를 업신여김이 없게 하며

그 생활하는 바를 압박함이 없게 하라.

무릇 오직 억압하지 않기 때문에 이로써 싫어하지 않는다.

이로써 성인은 스스로 알되 스스로 드러내지 않으며,

스스로 사랑하되 스스로 귀하게 하지 않으니,

그러므로 저것을 버리고 이것을 취한다.

 

 

  이 장에서는 백성을 다스리는 방법에 대하여 말했다.

  이 세상을 백성이 살아가는데 있어서는 해서는 안 될 법칙이 있다. 그런데 해서는 안 될 법칙을 어기게 되면 이에 상응하여 형벌을 비롯한 국가의 위엄이 가해지게 된다. 그런데 그러한 국가의 위엄이 잦아짐으로써 백성이 오히려 그 위엄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면, 끝내는 감당하지 못할 큰 위엄이 닥치게 되고, 더 나아가서는 큰 환란이 일어나게 된다.

  형벌(刑罰)에 관한 일반 원칙을 표현하고 있는 주역화뢰서합괘(火雷噬嗑卦) 괘상전(卦象傳)에서는 상전에 이르길 우뢰와 번개가 서합이니, 선왕이 이를 본받아 벌을 밝히고 법을 신칙하였다”(象曰 雷電 噬嗑, 先王 明罰勅法.)고 하였다. 이 서합괘에서 맨 아래에 있는 초구효(初九爻)는 경범죄인을 의미하고, 맨 위에 있는 상구효(上九爻)는 중범죄인을 의미한다. 그래서 초구효사에서는 초구는 형틀을 신겨서 발을 멸하니 허물이 없다”(初九 屨校 滅趾, 无咎.)고 하였는데, 이에 대해 계사하전5장에서 공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소인은 어질지 못함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의롭지 않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로움을 보지 않으면 권하지 않으며, 위엄으로 하지 않으면 징계하지 않으니, 조금 징계할 때 크게 경계함이 소인의 복이다. 역에 이르길 ‘형틀을 신겨서 발꿈치를 멸하니 허물이 없다’고 하니 이를 말하는 것이다.”(子曰 小人 不恥不仁 不畏不義. 不見利 不勸, 不威 不懲, 小懲而大誡 此 小人之福也. 易曰 屨校 滅趾无咎, 此之謂也.)

 

  한편 화뢰서합괘 상구효사에는 상구는 형틀을 매어서 귀를 멸하니 흉하다”(上九 何校 滅耳, 凶.)고 하였는데, 이에 대해 공자는 계사하전5장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착한 것을 쌓지 않으면 족히 명예를 이루지 못하고, 악한 것을 쌓지 않으면 족히 몸을 멸하지 않으니, 소인이 조금 착함으로 유익함이 없다 하여 하지 않으며, 조금 악함으로 상함이 없다 하여 버리지 않는다. 그러므로 악함이 쌓여서 가리지 못하며 죄가 커져서 풀지 못하니, 역에 이르길 ‘형틀을 메서 귀를 멸하니 흉하다’고 하였다.”(善不積 不足以成名, 惡不積 不足以滅身, 小人 以小善 爲无益而弗爲也, 以小惡 爲无傷而弗去也. 故 惡積而不可掩, 罪大而不可解, 易曰 何校 滅耳 凶.)

 

  이와 같이 백성을 다스리면서 사회에서 지켜야 할 규칙을 어기면 이에 대한 적절한 징벌을 가하게 되는데, 노자는 이에 대한 악순환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즉 나라의 형벌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백성은 그 위엄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고, 따라서 결국에는 큰 위엄이나 재앙, 환란이 닥치게 됨을 경계하고 있다.

  그래서 백성을 다스림에 있어서는 백성이 사는 바와 생활하는 바를 억압하지 말아야 한다. 백성이 사는 바는 거주 공간·인신의 자유 등을 말하는 것이며, 백성이 생활하는 바는 경제생활·사회생활 등을 말하는 것이다. 즉 백성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생활에 있어 나라의 억압과 구속이 없어야 함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나라가 백성을 억압하지 않으면, 백성은 나라를 싫어하지 않게 된다. 나라를 싫어하지 않으면 나라가 요구하는 규칙을 잘 따르게 된다.

  이렇기 때문에 성인은 백성의 모든 것을 스스로 알지만 이를 겉으로 드러내어 구속하거나 억압하지 않는다. 또한 성인은 스스로 천하 백성을 사랑하면서도 자기 스스로를 귀하게 여겨 백성 위에 군림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것이 성인이 백성을 다스리는 방법이다. 그러므로 성인은 백성을 억압하거나 구속하고 백성 위에 군림하려는 것은 버리고, 천하 백성을 사랑하는 것을 취한다.

 

民不畏威면 則大威至하나니

無押其所居하며

無厭其所生하라

夫唯不厭일새 是以로 不厭이니라

是以로 聖人은 自知하되 不自見하며

自愛하되 不自貴하니

故로 去彼取此니라.

 

 

※ 대산 김석진·수산 신성수,주역으로 보는 도덕경-대산 노자강의대학서림, 2005, 270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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