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聖人章
성인장
聖人 無常心
성인 무상심
以百姓心 爲心
이백성심 위심
善者 吾善之
선자 오선지
不善者 吾亦善之
불선자 오역선지
德善
덕선
信者 吾信之
신자 오신지
不信者 吾亦信之
불신자 오역신지
德信
덕신
聖人之在天下 歙歙焉 爲天下渾其心
성인지재천하 흡흡언 위천하혼기심
百姓 皆注其耳目
백성 개주기이목
聖人 皆孩之
성인 개해지
歙 : 들이쉴 흡·거둘 흡·줄어들 흡 渾 : 흐릴 혼·섞일 혼·온전할 혼
注 : 물댈 주·흐를 주·모일 주·적을 주 孩 : 어린아이 해
성인은 일정한 마음이 없어서,
백성의 마음으로 마음을 삼네.
착한 자를 내가 착하다고 하고,
착하지 못한 자를 나는 또한 착하다고 하니,
덕으로 착하게 함이오,
믿는 자를 내가 믿고,
믿지 못하는 자를 나는 또한 믿으니,
덕으로 믿게 하네.
성인이 천하에 있으매 하나가 되어 천하에 그 마음을 섞으니,
백성이 모두 그 귀와 눈을 모으면,
성인은 모두 어린아이처럼 만드네.
제48장에서 “성인은 함이 없어도 하지 않음이 없다”고 하였다. 그러면 성인은 무사(無事)·무위(無爲)로 천하를 어떻게 다스리는가?
천하의 도를 체득한 성인은 정작 아무 마음이 없다. 일정하게 한 기준을 세워 이를 고집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모든 상황에서 중(中)을 지키며 천하의 소리를 듣는다. 도를 추구하고 도를 체득했다고 하여 사람을 멀리하지 않고 천하를 품는다. 『중용』제13장에서 공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공자 말씀하시길 “도가 사람에게서 멀리 있지 않으니, 사람이 도를 하는데 사람을 멀리하면, 가히 도라 할 수 없다.”(子曰道不遠人, 人之爲道而遠人, 不可以爲道.)
사람이 도에서 나오고 도에서 살고 있으니, 도가 사람이고 사람이 곧 도이다. 그러니 도와 사람은 결코 서로 떨어질 수 없다. 『명심보감』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강절소 선생이 말하길 “하늘이 들으심이 고요하여 소리가 없으니, 푸르고 푸름에 어느 곳에 찾을꼬? 높지도 않고 또한 멀지도 않다. 도무지 다만 사람의 마음에 있는 것이다.”(康節邵先生 曰天聽 寂無音, 蒼蒼何處尋? 非高亦非遠. 都只在人心.)
도는 원래 사람의 마음속에 있다. 모든 사람이 도를 품고 있으니, 사람이 도를 하는데 사람을 멀리할 수 없고, 따라서 성인은 천하 백성을 다스리는 것이다. 그래서 성인은 일정하게 고집하는 마음을 두지 않고 백성의 마음을 자신의 마음으로 삼는다.
세상 사람들이 착하다고 하면 성인도 착하다고 하고, 세상 사람들이 착하지 못하다고 하여도 성인은 또한 착하다고 한다. 그래서 성인의 덕이 진실로 선하니, 세상사람 모두가 착함을 얻게 한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이 믿는 것을 성인도 믿고, 세상 사람들이 믿지 못하는 것을 또한 성인은 믿는다. 이렇게 성인의 덕이 진실로 믿음직하니, 세상사람 모두가 믿음을 얻게 한다. 『중용』제6장에서 공자는 순(舜)임금의 치덕(治德)을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순임금은 그 큰 지혜이시다. 순임금이 묻기를 좋아하고 가까운 말을 살피기를 좋아하시되, 악함을 숨기고 선을 드날리시며 그 두 끝을 잡으시어 그 중을 백성에게 쓰시니, 그 때문에 순임금이 되신 것이다.”(子曰舜 其大知也與! 舜 好問而好察邇言 隱惡而揚善, 執其兩端 用其中於民, 其斯以爲舜乎!)
이러한 성인이 천하에 있어서, 백성과 하나가 되어 천하 백성의 마음과 성인의 마음이 혼연히 일체가 되니, 모든 백성의 눈과 귀가 성인의 마음으로 모이게 된다. 그러면 성인은 무위자연(無爲自然)의 도로 모든 백성으로부터 인욕(人慾)의 사사로움이 없게 하여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게 만든다. 『주역』‘중천건괘’ 문언전(文言傳)에 “성인이 일어나매 만물이 바라본다”(聖人作而萬物覩)고 하였고, ‘중천건괘’ 단전(彖傳)에서는 “머리가 뭇 물건에 나오매, 만국이 다 편안하다”(首出庶物 萬國咸寧)고 하였다. 성인이 백성과 더불어 근심을 같이 하는데, 천하의 사람 어느 누가 눈과 귀를 모으지 않겠는가?
聖人은 無常心하야
以百姓心으로 爲心이라
善者를 吾善之하고
不善者를 吾亦善之하나니
德善이오
信者를 吾信之하고
不信者를 吾亦信之하나니
德信이라
聖人之在天下에 歙歙焉하야 爲天下渾其心하니
百姓이 皆注其耳目이면
聖人은 皆孩之니라.
※ 대산 김석진·수산 신성수,『주역으로 보는 도덕경-대산 노자강의』 대학서림, 2005, 187∼19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