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산책/도덕경

도덕경 제47장

돈호인 2020. 10. 12. 13:00

 

47. 不出章

     불출장

 

不出戶 知天下

불출호 지천하

不闚牖 見天道

불규유 견천도 

其出 彌遠 其知 彌少

기출 미원 기지 미소

是以 聖人

시이 성인 

不行而知

불행이지 

不見而名

불견이명

不爲而成

불위이성 

 

戶 : 지게 호·방 호·집 호  闚 : 엿볼 규  牖 : 바라지창 유  彌 : 더욱 미

 

문 밖을 나가지 않아도 천하를 알고,

창문을 엿보지 않아도 하늘의 도를 보니,

그 나감이 더욱 멀어지면 그 아는 것이 더욱 적어지네.

이로써 성인은

가지 않아도 알고,

보지 않아도 이름지으며,

하지 않아도 이루네.

 

 

  도를 체득한 성인은 천하의 이치를 어떻게 아는가? 또한 천하의 일을 어떻게 이루는가?

  42장에서 도는 하나를 낳고 하나는 둘을 낳고 둘은 셋을 낳고 셋은 만물을 낳는다”(道生一 一生二 二生三 三生萬物)고 하였다. 천하 세상사의 모든 만물은 결국 하나인 도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이 하나인 도를 깨우치면 문 밖을 나가지 않아도 천하를 알 수 있고, 굳이 창문을 열고 밖을 엿보지 않아도 하늘의 도를 볼 수 있다. 중용에서는 이 하나인 도를 지극한 정성’(至誠)으로 파악하고 있다. 중용22장에 다음의 글이 있다.

 

오직 천하의 지극한 정성이어야 능히 그 성품을 다할 수 있으니, 능히 그 성품을 다하면 능히 사람의 성품을 다할 것이요, 능히 사람의 성품을 다하면 능히 물건의 성질을 다할 것이요, 능히 물건의 성질을 다하면 가히 천지의 화육을 도울 것이요, 가히 천지의 화육을 도우면 가히 천지와 더불어 참여하느니라.(唯天下至誠 爲能盡其性, 能盡其性則能盡人之性, 能盡人之性則能盡物之性, 能盡物之性則可以贊天地之化育, 可以贊天地之化育則可以與天地參矣.)

 

  또한 중용24장에서는 지극한 정성의 신비로움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지극한 정성의 도는 가히 앞일을 알 수 있으니, 국가가 장차 흥함에 반드시 상서로움이 있으며, 국가가 장차 망함에 반드시 요망함과 재앙이 있어서, 시초점과 거북점에 나타나며, 사지에 움직이느니라. 화와 복이 장차 이름에 선함을 반드시 먼저 알며, 선하지 못함을 반드시 먼저 알지니, 그러므로 지극한 정성은 신과 같으니라.(至誠之道 可以前知, 國家將興 必有禎祥, 國家將亡 必有妖孽, 見乎蓍龜 動乎四體. 禍福將至 善 必先知之, 不善 必先知之, 故 至誠 如神.)

 

  천하의 이치는 오히려 간단하고 쉬운 데에 있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천하의 이치를 알려는 욕심으로 끝없이 방황하고 험난함을 자초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니 밖으로 나가는 것이 더욱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사실 아는 것이 더욱 적게 된다. 현상의 세계를 돌아다니며 견문을 넓혀 안다는 것이 많이 아는 것 같지만, 실은 더욱 더 도의 본질에서 멀어져만 가는 것이다. 그래서 중용14장에서는 그러므로 군자는 평이함에 거하여 명을 기다리고, 소인은 험함에 행하며 요행을 구한다”( 君子居易以俟命, 小人 行險以徼幸.)고 하였다.

  그러나 자연의 도를 체득한 성인은 가지 않아도 알고, 보지 않아도 이름지으며, 하지 않아도 이룬다. '보지 않아도 이름짓는다'(不見而名)는 것은 일일이 찾아다니며 보지 않아도 사물의 실정을 훤히 안다는 뜻이다. 이것이 도의 자연함이다. 그리고 도를 체득한 성인의 자연함이다. 주역』「계사상전10장에서 공자는 성인의 경지를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역에 성인의 도가 넷이 있으니, 말로 하는 자는 그 말을 숭상하고, 움직임으로 하는 자는 그 변함을 숭상하고, 그릇을 만드는 자는 그 상을 숭상하고, 복서(점)를 하는 자는 그 점을 숭상하니, 이로써 군자가 장차 하고자 함이 있으며 장차 행하고자 함이 있음에, 물어서 (신이) 말을 하거든, 그 명을 받음이 울리는 것 같아서, 먼 데나 가까운 데나 그윽한 데나 깊은 데나 할 것 없이 드디어 오는 물건(일․상황)을 알게 되니, 천하의 지극한 정미로움이 아니면 그 누가 이에 참여하겠는가!(易有聖人之道 四焉, 以言者 尙其辭, 以動者 尙其變, 以制器者 尙其象, 以卜筮者 尙其占, 是以君子 將有爲也 將有行也 問焉而以言, 其受命也 如嚮, 无有遠近幽深 遂知來物, 非天下之至精 其孰能與於此!)

 

3과 5로써 변하며, 그 수를 착종하여 그 변함을 통해서 드디어 천지의 무늬를 이루며, 그 수를 극해서 드디어 천하의 상을 정하니, 천하의 지극한 변함이 아니면 그 누가 능히 이에 참여하겠는가!(參伍以變 錯綜其數, 通其變 遂成天地之文, 極其數 遂定天下之象, 非天下之至變 其孰能與於此!)

 

역은 생각도 없으며 함도 없어서, 고요히 움직이지 않다가 느껴서 드디어 천하의 연고에 통하니, 천하의 지극한 신이 아니면 그 누가 능히 이에 참여하겠는가!(易 无思也 无爲也, 寂然不動 感而遂通天下之故, 非天下之至神 其孰能與於此!)

 

무릇 역은 성인이 이로써 깊은 것을 지극히 하고 기미를 연구하니, 오직 깊은 까닭으로 능히 천하의 뜻을 통하며, 오직 기밀한 까닭으로 능히 천하의 일을 이루며, 오직 신비스러운 까닭으로 빨리 아니해도 빠르며 행하지 아니해도 이르니, 공자 이르길 “역에 성인의 도가 넷이 있다”함은 이를 말하는 것이다.(夫易 聖人之所以極深而硏幾也, 唯深也 故 能通天下之志, 唯幾也 故 能成天下之務, 唯神也 故 不疾而速 不行而至, 子曰 易有聖人之道四焉者 此之謂也.)

 

 

不出戶하야도 知天下하고

不闚牖하야도 見天道하나니

其出이 彌遠이면 其知는 彌少니라

是以로 聖人은 不行而知하고

不見而名하며 不爲而成이니라.

 

대산 김석진·수산 신성수,주역으로 보는 도덕경-대산 노자강의대학서림, 2005, 181∼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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