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有道章
유도장
天下有道 卻走馬以糞
천하유도 각주마이분
天下無道 戎馬生於郊
천하무도 융마생어교
罪莫大於可欲
죄막대어가욕
禍莫大於不知足
화막대어부지족
咎莫大於欲得
구막대어욕득
故 知足之足 常足矣
고 지족지족 상족의
卻 : 물러날 각·물리칠 각·뒤집을 각·어조사 각 走 : 달릴 주 糞 : 똥 분·거름줄 분
戎 : 병장기 융·군사 융·오랑캐 융 郊 : 성밖 교·들 교 罪 : 죄 죄 莫 : 없을 막
禍 : 재앙 화 咎 : 허물 구
천하에 도가 있으면 잘 달리는 말(走馬)을 물러나게 하여 똥으로 하고(농사를 짓고),
천하에 도가 없으면 싸우는 말이 들에서 나오네.
죄는 욕심을 부리는 것보다 큰 것이 없고,
재앙은 족함을 알지 못하는 것보다 큰 것이 없고,
허물은 얻고자 하는 것보다 큰 것이 없네.
그러므로 족함이 족함을 알면 항상 족하네.
분수를 알고 만족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도의 근원에서 태어나 도를 추구하며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천하에 도가 있으면, 즉 천하가 도를 지키며 살게 되는 세상에는 전쟁터에서 잘 달리는 말을 각 지방으로 물러나게 하여 농사를 짓게 한다. “달리는 말을 물러나게 하여 똥으로 한다”는 것은 말을 각 지방으로 보내 농사를 짓는데 유용하게 쓴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천하에 도가 없으면 모든 나라가 전쟁에 휘말리게 되어, 전쟁에 사용할 말들이 성 밖의 들에서 계속 생산된다. 이는 도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그 물건의 쓰임이 달라진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도가 있어 천하가 평안한가 아니면 도가 없어 천하가 어지러운가에 따라 군자의 쓰임도 달라진다. 『주역』‘중지곤괘’(重地坤卦) 「문언전」(文言傳)에 다음의 글이 있다.
천지가 변화하면 초목이 번성하고, 천지가 닫히면 어진 사람이 숨으니, 역에 이르길 “주머니를 매면 허물도 없고 명예도 없다”고 하니 대개 삼감을 말한다.(天地變化 草木 蕃, 天地閉 賢人 隱, 易曰 括囊无咎无譽, 蓋言謹也.)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많은 변화를 겪고 있는데, 이러한 세상사를 보면, 어떠한 죄를 짓든 그 죄를 짓게 되는 것은 분수에 넘치는 욕심을 많이 부리기 때문이다. 그러니 죄는 욕심을 부리는 것보다 큰 것이 없다. 그리고 사람이 받는 재앙이라는 것은 결국 만족할 줄 모르고 끝없이 욕심을 부리는 결과로 나타나게 된다. 그러니 재앙은 자기가 처한 상황에서 만족함을 알지 못하는 것보다 큰 것이 없다. 사람이 허물을 짓는 것은 자기 분수 밖의 것을 자꾸 얻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허물은 얻고자 하는 것보다 큰 것이 없다. 그러므로 자기가 처한 상황에서 만족함을 아는 것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만족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만족하게 된다. 도라는 것은 욕심을 떠나 있는 그대로의 순수함을 지키며,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만족하게 여기는 것이다.
『중용』제14장에 “군자는 현재의 그 자리에 따라 행하고, 그 밖을 원하지 않는다”(君子 素其位而行, 不願乎其外.)고 하였다. 분수를 모르고 스스로의 만족함을 모르고 욕심을 부리다가 재앙을 당하는 경우를 공자는 『주역』「계사상전」제5장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덕(德)은 낮은데 지위는 높으며, 지혜는 적은데 꾀하는 것은 크며, 힘은 적은데 책임이 무거우면 (禍에) 미치지 않을 이가 적으니, 역(易)에 가로되 ‘솥이 발이 부러져서 공의 밥을 엎으니, 그 얼굴이 젖어 흉하다’라고 하니, 그 책임을 이기지 못함을 말한다.”(子曰 德薄而位尊, 知小而謀大, 力小而任重, 鮮不及矣. 易曰 鼎 折足 覆公餗 其形 渥 凶, 言不勝其任也.)
天下有道에는 卻走馬以糞하고
天下無道에는 戎馬生於郊니라
罪莫大於可欲이오
禍莫大於不知足이며
咎莫大於欲得이라
故로 知足之足은 常足矣니라.
※ 대산 김석진·수산 신성수,『주역으로 보는 도덕경-대산 노자강의』 대학서림, 2005, 177∼18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