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산책/도덕경

도덕경 제34장

돈호인 2020. 10. 8. 23:26

 

34. 氾兮章

     범혜장

 

大道氾兮

대도범혜

其可左右

기가좌우 

萬物 恃之而生 而不辭

만물 시지이생 이불사 

功成 而不有

성 이불유

衣養萬物 而不爲主

의양만물 이불위주

可名於小 萬物 歸 而不爲主 

가명어소 만물 귀 이불위주

可名爲大 以其終不自爲大

가명위대 이기종부자위대 

故 能成其大

고 능성기대

 

氾 : 넓을 범·넘칠 범  兮 : 어조사 혜  恃 : 믿을 시  辭 : 말씀 사·사양할 사

衣 : 옷 의·입힐 의·덮을 의·행할 의

 

큰 도는 넘실거리는구나!

그 가히 왼쪽으로도 가고 오른쪽으로도 가서,

만물이 그것에 의지하여 나오지만 (큰 도가) 사양하지 않으며,

(만물을 낳는) 공을 이루나 소유하지 많으며,

만물을 덮어 기르나 주인이 되지 않고,

가히 작다고 이름하더라도 만물이 돌아가서 주인이 되지 않으며,

가히 크다고 이름하더라도 그 마침내 스스로 크다고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능히 그 큼을 이룬다.

 

 

  천지만물을 낳아 기르는 크 도는 마치 물이 넘실거리며 사방으로 퍼지는 것과 같다. 중용26장에서는 천지의 도는 넓고 두텁고 높고 밝고 멀고 오래 한다”(天地之道 博也厚也高也明也悠也久也)고 하였다. 주역』「계사상전6장에서는 만물의 근원인 역()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무릇 역이 넓고 크다. 먼 곳을 말하면 막지 못하고, 가까운 곳을 말하면 고요해서 바르고, 천지의 사이를 말하면 갖추어 있다. (夫易 廣矣大矣. 以言乎遠則不禦, 以言乎邇則靜而正, 以言乎天地之間則備矣.)

 

  이렇게 큰 도가 광활한 천지 자연 속에서 안 가는 곳이 없어서 왼쪽으로도 가고 오른쪽으로도 가니 만물이 이에 의지해서 나오는데, 그 수많은 만물이 의지해 나오매 큰 도는 어느 것도 가리지 않고 사양하지 않는다. 즉 큰 도는 무한한 덕으로 만물을 낳고 또 낳는다. 주역』「계사상전5장에 낳고 낳는 것을 역이라 이른다”(生生之謂 )고 하였다.

  이렇게 큰 도는 무한한 생명력으로 천지 사이에 만물을 내는 공을 이루면서도 천하 만물을 소유하려고 하지 않는다. 세상 사람들은 자기의 힘으로 무엇을 이루게 되면, 그 일을 자기의 공으로 삼아 소유하려고 하지만, 큰 도는 천하 만물을 낳아 기르면서도 스스로 그러한 원리(自然)에 맡길 뿐 소유하려고 하지 않는다.

  또한 큰 도는 만물을 원기(元氣)로 덮어 기르지만, 길러지는 만물을 자기 뜻대로 주재하지 않는다. 만물의 위에 군림하여 지배하려고 하지 않고, 만물을 자기 뜻대로 움직이도록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렇게 큰 도를 무어라 명명할 수 없지만, 그것을 지극히 작은 것으로 명명하더라도 그 작은 것에 만물이 돌아가서 역시 그 도는 만물을 주재하려고 하지 않는다. 또한 큰 도를 무어라 명명할 수 없지만, 그것을 지극히 크다고 명명하더라도, 큰 도는 끝끝내 스스로를 크다고 하지 않는다. 바로 이렇기 때문에 능히 큼을 이루는 것이다.

 

大道氾兮여

其可左右하야

萬物이 恃之而生이나 而不辭하고

功成이나 而不有하며

衣養萬物이나 而不爲主하고

可名於小라도 萬物이 歸하야 而不爲主하며

可名爲大라도 以其終不自爲大라

故로 能成其大니라.

 

 

※ 대산 김석진·수산 신성수,주역으로 보는 도덕경-대산 노자강의대학서림, 2005, 14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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