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산책/도덕경

도덕경 제32장

돈호인 2020. 10. 7. 16:24

 

32. 道常章

     도상장

 

道常無名

도상무명

樸雖小 天下莫能臣也

박수소 천하막능신야 

侯王 若能守之 萬物 將自賓

후왕 약능수지 만물 장자빈

天地相合 以降甘露

천지상합 이강감로

民莫之令 而自均

민막지령 이자균

始制 有名

시제 유명

名亦旣有 夫亦將知止

명역기유 부역장지지 

知止 所以不殆

지지 소이불태

譬道之在天下 猶川谷之與江海

비도지재천하 유천곡지여강해

 

樸 : 통나무 박  雖 : 비록 수  莫 : 없을 막  侯 : 제후 후  守 : 지킬 수  降: 내릴 강

賓 : 손 빈·대접할 빈·따를 빈  降 : 내릴 강  露 : 이슬 로  均 : 고를 균·평평할 균

制 : 마를 제·만들 제  旣 : 이미 기  殆 : 위태할 태  譬 : 비유할 비  猶 : 같을 유

 

도는 항상 이름이 없다.

통나무는 비록 작으나 천하가 능히 신하로 삼지 못하니,

후왕(제후와 인군)이 만약 능히 (도를) 지키면 만물이 장차 스스로 따르고,

천지가 서로 합하여 감로를 내리며,

백성이 명령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조화롭게 된다.

비로소 만듦에 이름이 있고,

이름이 또한 이미 있음에 무릇 또한 장차 그칠 줄 알아야 하니,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게 된다.

비유컨대 도가 천하에 있는 것은 계곡의 시내들이 강과 바다에 모이는 것과 같다.

 

 

  제1장에서 ()는 도라고 할 수 있으나 항상한 도는 아니고, 이름()은 이름 지을 수 있으나 항상한 이름은 아니니, 없음()은 천지의 처음을 일컫고 있음()은 만물의 어머니를 일컫는다고 하였다. 그러니 도는 항상 이름이 없다.

  이 도를 무어라 이름할 수 없지만, 대자연 스스로의 모습을 표현하자면 저절로 자라난 통나무와 같은 것이다. 굳이 도를 표현하여 통나무라고 하였는데, 도의 순박함을 간직하고 있는 통나무라는 것이 작지만, 천하가 능히 신하로 삼지 못한다. 즉 통나무와 같은 도를 천하가 신하로 삼아 부리지 못한다는 말이다.

  만약 제후와 인군이 통나무와 같은 도를 지키면, 통나무가 작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천하 만물이 스스로 따르게 되고, 천지가 서로 합하여 생명의 감로(甘露)를 내리며, 백성에게 올바르게 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백성이 스스로 평등하게 조화를 이룬다.

  그런데 대자연의 근원인 그 무엇을 굳이 표현하여 도라고 하고 통나무라고 하였듯이, ()에서 유()가 나오게 되면 다시 유()에서 유()가 나오게 된다. ()라고 하고 박()이라 하여 이름을 만들어 내니 이름이 있게 되고, 이미 이름이 붙여졌으니 통나무가 잘려 많은 물건을 만들어 내고 그에 따라 또 이름이 계속 만들어지게 된다. 그러면 대자연의 근원인 도()와 무()에서 계속 멀어져만 가고, 도에서 멀어지면 위태롭게 된다. 그래서 근원에서 멀어져 가는 것을 그칠 줄 알아야 하는데, 그칠 줄 모르면 위태롭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도의 근원에서 멀어지는 것을 알고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게 된다.

  대학경문(經文)에서는 대학의 도는 밝은 덕을 밝히는 데 있고, 백성과 친함에 있고, 지극한 선에 그침에 있다”(大學之道 在明明德 在親民 在止於至善)고 하였다. 또한 그칠 줄을 안 뒤에 정함이 있으니 정한 뒤에 능히 고요하며, 고요한 뒤에 능히 편안하며, 편안한 뒤에 능히 생각하며, 생각한 뒤에 능히 얻는다”(知止而后 有定 定而后 能靜 靜而后 能安 安而后 能慮 慮而后 能得)고 하였다. 천하를 알고 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그칠 줄을 안다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

  그렇다. 통나무와 같이 작은 도가 천하에 있는 것을 비유하자면, 작은 시냇물이 수많은 골짜기를 지나 흐르지만 궁극에는 강을 이루고 바다로 흘러 그 광대한 바다와 함께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러니 무엇을 자꾸 나누고, 무엇을 자꾸 이름 붙이겠는가? 순박한 통나무는 대해(大海)와 같은 것이다. 28장에서 그 영화로움을 알고 그 욕됨을 지키면 천하의 골짜기가 되니, 천하의 골짜기가 되기 때문에 항상 덕이 이에 족해서 통나무(순박함)에 회복하여 돌아간다. 통나무가 흩어지면 그릇이 되니, 성인이 이것을 쓰면 곧 관의 우두머리가 된다. 그러므로 큰 제도는 나누지 않는다”(知其榮 守其辱 爲天下谷, 爲天下谷 常德乃足 復歸於樸. 樸散則爲器, 聖人 用之 則爲官長. 大制 不割.)고 하였다.

 

道常無名이라

樸雖小나 天下莫能臣也니

侯王이 若能守之면 萬物이 將自賓이오

天地相合하야 以降甘露하며

民莫之令이라도 而自均이라

始制에 有名이오

名亦旣有에 夫亦將知止니

知止면 所以不殆라

譬道之在天下는 猶川谷之與江海니라.

 

 

※ 대산 김석진·수산 신성수,주역으로 보는 도덕경-대산 노자강의대학서림, 2005, 13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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