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산책/도덕경

도덕경 제20장

돈호인 2020. 10. 3. 13:12

 

20. 唯之章

     유지장

 

唯之與阿 相去幾何

유지여아 상거기하

善之與惡 相去若何

선지여악 상거약하 

人之所畏 不可不畏

인지소외 불가불외

荒兮其未央哉

황혜기미앙재

衆人 熙熙 如享太牢 如登春臺

중인 희희 여향태뢰 여등춘대

我獨泊兮其未兆 如嬰兒之未孩

아독박혜기미조 여영아지미해

儽儽兮若無所歸

래래혜약무소귀

衆人 皆有餘 而我獨若遺

중인 개유여 이아독약유

我 愚人之心也哉

아 우인지심야

沌沌兮

돈돈혜

衆人 昭昭 我獨昏昏

중인 소소 아독혼혼 

衆人 察察 我獨悶悶

중인 찰찰 아독민민

澹兮其若海

담혜기약해 

飂兮若無止

요혜약무지 

衆人 皆有以 而我獨頑似鄙

중인 개유이 이아독완사비

我獨異於人 而貴食母

아독이어인 이귀사모

 

唯 : ‘예’ 하고 대답할 유  阿 : 건성으로 ‘응’하고 대답할 아  荒 : 거칠 황·버릴 황

央 : 가운데 앙·다할 앙·오랠 앙·넓을 앙  熙 : 빛날 희·화락할 희  享 : 제사지낼 향

牢: 우리 뢰·희생 뢰  臺 : 돈대 대  泊 : 배댈 박·머무를 박·담담할 박·조용할 박

兆 : 조짐 조  嬰 : 어릴 영  孩 : 어린아이 해·웃을 해  儽 : 고달플 래  餘 : 남을 여

遺 : 잃을 유  愚 : 어리석을 우  沌 : 막힐 돈·어리석을 돈  昭 : 밝을 소

察 : 살필 찰  悶 : 어두울 민·번민할 민  澹 : 담박할 담  食 : 먹을 식·기를 사

飂 : 바람소리 료(高風)·공허할 료  頑 : 둔할 완  鄙 : 천하게 여길 비·더러울 비

 

‘예’라는 대답과 ‘응’이라는 대답은 서로 거리가 얼마나 되며,

선과 악은 서로 거리가 어떠한가.

사람이 두려워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으니,

공허함이여! 그 다함이 없구나.

세상 사람들은 기뻐하며 큰 짐승을 먹는 듯하며 봄날 누대에 오르는 듯하거늘,

나는 홀로 조용하여 그 조짐이 없어서 어린 아이가 웃지 않는 것과 같으니,

고달픔이여! 돌아갈 곳이 없는 것과 같도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남음이 있거늘 나는 홀로 잃어버린 것 같으니,

나는 어리석은 사람의 마음인가!

어리석도다.

세상 사람들은 밝거늘 나는 홀로 어두우며

세상 사람들은 살피거늘 나는 홀로 번민하니,

담박함이여! 그 바다와도 같고,

공허함이여! 그침이 없는 것과 같도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쓰임이 있거늘 나는 홀로 둔하여 천한 것과 같으니,

내가 홀로 세상 사람과 다른 것은 어머니로부터 양육됨을 귀하게 여김이도다.

 

 

  이 장에서는 만물의 어머니인 도로부터 자연히 길러지는 도심(道心)으로 살아가는 것이 세상 사람과 비교할 때 어리석고 어둡고 우매한 것 같다는 말을 하면서, 이를 통해 거꾸로 번거로운 세상사와 다른 도()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세상 사람들은 어질어야 하고 의로워야 한다고 하면서 번거롭게 이런 기준을 내세우고 저런 기준을 내세우며 혼란스럽게만 하고 오히려 어짊과 의로움에서 더욱 멀어져 간다. 예를 들어, ‘하고 공손하게 대답하는 것과 하고 불손하게 대답하는 것 사이에는 그 거리가 얼마나 되겠는가? 모든 상황에 따라 라는 대답과 이라는 대답은 그 공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또한 착하다는 ()’과 나쁘다는 ()’은 서로 거리가 얼마나 되겠는가? 이것 역시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기준에 의해 하기도 하고 하기도 할 뿐이다.

  라는 대답과 이라는 대답은 모두 사람의 소리에서 나온 것일 뿐이며, ‘이라는 것과 이라는 것은 모두 사람의 마음에서 나왔을 뿐이다. 그런데도 세상 사람들은 라고 대답해야 함을 강요하고 해야 함을 강요하여 이러저러한 번거로운 기준을 세워 따라야 함을 강요한다. 그러니 모든 사람이 두려워하는 것을 세상사람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나도 두려워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러나 사실은 얼마나 황폐하고 공허한 것들인가. 공허하기 이를 데 없는 세상의 기준들이 끝이 없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가 본질이 아닌 허영에 들떠 기뻐하며 큰 짐승을 배부르게 먹고 따뜻한 봄날 누대에 올라 즐거움을 만끽하지만, 나는 홀로 조금도 그러한 조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마치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어린 아이가 세상을 느끼지 못하여 웃지 않는 것과 같다. 그러니 세상 사람과 비교해 볼 때 나란 존재는 고달프기만 하여, 마음껏 먹지도 못하고 좋은 경치를 맛보는 여유도 누리지 못하는 것이 마치 돌아갈 곳이 없는 사람과도 같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영화를 추구하여 풍요롭고 여유가 있는데, 나는 홀로 세상 사람들이 누리는 것을 누리지 못하니 아무 것도 없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이러한 나의 마음은 세상 사람들에 비교할 때 삶다운 삶을 살지 못하는 어리석은 존재일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밝고 밝게 살아가고 있는데 나는 홀로 어둡고, 세상 사람들은 그 밝음으로 모든 일을 잘 살피는데 나는 홀로 어두워 번민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도의 세계에 있는 나는 세상을 바라보는 담박함이 드넓은 바다와도 같고, 바람이 불어 공허함이 바람이 그치지 않는 것과 같다. 세상 사람들은 잘나서 잘 먹고 잘 살고 어질고 의롭고 여유가 있어 모두가 세상에서 쓸모가 있는 존재인 것처럼 행세하지만, 나는 홀로 어둡고 둔하여 세상에 아무 쓸모가 없는 천한 존재와도 같다.

  그러나 이러한 내가 세상 사람들과 다른 것은 만물의 어머니인 자연의 도로부터 저절로 양육되는 것을 귀하게 여기는 것이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이 추구하는 영화와 부귀, 인의를 추구하지 않는다.

 

 

唯之與阿는 相去幾何며

善之與惡은 相去若何오

人之所畏를 不可不畏니

荒兮其未央哉인저

衆人은 熙熙하야 如享太牢하며 如登春臺어늘

我獨泊兮其未兆하야 如嬰兒之未孩하니

儽儽兮若無所歸로다

衆人은 皆有餘어늘 而我獨若遺하니

我는 愚人之心也哉아

沌沌兮로다

衆人은 昭昭어늘 我獨昏昏하며

衆人은 察察이어늘 我獨悶悶하니

澹兮其若海하고

飂兮若無止로다

衆人은 皆有以어늘 而我獨頑似鄙하니

我獨異於人은 而貴食母로다.

 

 

※ 대산 김석진·수산 신성수,주역으로 보는 도덕경-대산 노자강의대학서림, 2005, 8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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