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간은 평등하다. 따라서 모든 사람의 인격은 존중되어야 한다.
모든 인간은 그가 속한 사회 안에서 다양한 관계를 형성하면서 그 위상이 정해진다. 가장 단순한 가정에 있어서도 그가 속한 가족관계에 따라 부부(夫婦), 부자(父子), 모자(母子), 부녀(父女), 모녀(母女), 형제(兄弟), 자매(姉妹), 조손(祖孫) 등등 다양한 관계망이 설정된다. 직장에서는 직장 나름대로의 직급과 직책에 따라 그 위상이 정해진다. 각종의 친목단체, 각종 학교의 동문회, 각종 사회단체 등 인간이 살아가면서 인생 전반에 걸쳐 펼쳐지는 관계망은 매우 다양하다.
국가를 비롯한 모든 공조직과 일반 사조직에는 매우 다양한 직급과 직책이 설정되어 있다. 자연인으로서의 개인(個人)과는 달리 법인(法人)을 포함한 모든 조직은 조직 나름대로의 생리구조를 가지고 있다. 개인은 그가 속한 조직 내에서 일정한 직급에 의하여 직책을 수행한다. 각종의 직급과 직책은 그 자리에 있는 사람에게 부여된 위상과 책임이다. 그리고 그 직급과 직책은 조직이 정한 규칙에 의해 정해지며 필요에 따라 변하기도 한다.
현대 민주사회에서 국가의 공조직을 비롯한 모든 조직의 직급과 직책은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 수행해야 할 역할과 책임을 부여하는 권한(權限)을 나타낸다. 그런데 높은 자리든 낮은 자리든 조직에서의 직급과 직책을 마치 권력(權力)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인 것 같다. 어떠한 조직이든 특정 직급과 직책을 권력으로 생각한다면, 이는 중세 봉건적 사고에 젖은 시대착오(時代錯誤)적인 생각이라 할 수 있다. 현대 민주사회에서는 어느 누구도 사람 위에 군림할 수 없다. 국가를 비롯한 각종 조직의 지도자는 중세사회의 왕(王)이나 영주(領主)가 아니다. 현대사회에서 필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각종 조직에서 그 역할을 맡아 수행하고 있는 책임자일 뿐이다. 대통령을 비롯하여 입법 사법 행정의 모든 직급과 직책은 헌법을 비롯한 각종 법률에서 규정한 책임과 권한을 임기동안 행사하는 자리이다. 그 자리들은 어느 특정인이 태어나면서부터 평생 누리는 자리가 아니라, 국민들 가운데 정치적 사회적 역학관계에 의해 어느 누군가는 그 자리에서 그 역할을 해야 하는 자리이다.
모든 사람은 사회 안에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어느 자리에서 어떤 역할을 하든 이른바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국가사회가 원만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인 것이다. 때문에 직업에 귀천이 없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어느 조직이든 마치 신분적 서열을 의미하는 권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더더욱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유린의 현장들은 차치하고라도, 우리 사회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공무원과 시민, 직장 상사와 직원, 대학교수와 학생, 유치원 교사와 원아, 복지요양원과 원생, 가정에서의 부모와 자녀 등등 모든 분야에서 중세 봉건적 사고가 만연하고 있으며, 인격이 아닌 동물적(動物的) 야욕(野慾)의 근성(根性)으로 무장된 이른바 ‘권력자(權力者)’들이 이 사회를 어지럽히고 있다.
흔히 말하듯이 세상은 돌고 돈다. 어느 자리이든 그 자리에 있는 것도 한 순간일 뿐, 이 세상 어디에도 영원한 것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윗자리에 있어도 교만하지 않아야 하며(居上位而不驕) 아랫자리에 있어도 근심할 필요가 없는 것(在下位而不憂)이다. 어느 자리에 있든지 윗사람이든 아랫사람이든 인격적으로 서로 존중하면서 자기가 해야 할 역할과 책임을 다하면 되는 것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은 어떠한 차별도 받지 않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인격적으로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은 굳이 세계인권선언(世界人權宣言)이나 국제연합헌장(國際聯合憲章) 등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또한 대한민국헌법(大韓民國憲法)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현대 민주사회의 대강령임에는 틀림없다. 인권존중(人權尊重)과 인격평등(人格平等)의 대원칙이 굳건하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국가사회의 각 분야에서 더욱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며, 무엇보다도 모든 인간 스스로가 하늘의 소명(召命)으로 받아들여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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