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산책/주역

64. 화수미제(火水未濟)

돈호인 2020. 11. 7. 17:23

 

괘의

모든 것이 제자리를 잃어 정돈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냉정하게 상황을 잘 판단하여 올바른 처신을 하도록 하라(辨物居方).

 

괘명과 괘상

  외괘가 이화(離火), 내괘가 감수(坎水)로 되어 있는 괘를 미제(未濟)라고 한다. 내괘가 감수(坎水)로 험한 상황을 아직 건너가지 못했다는 뜻이다. 또한 64괘 가운데 초효부터 상효에 이르기까지 모든 효가 제자리를 잃은 유일한 괘이다.

  대자연의 원리나 국가사회의 변화나 개개인의 인생사는 항상 기제(旣濟)와 미제(未濟)의 반복 순환이다. 내괘가 감수(坎水)로 험하나 외괘는 이화(離火)로 밝으니, 내괘를 건너 외괘로 넘어가야 한다. 주역 64괘가 수화기제괘가 아닌 화수미제(火水未濟)로 마무리됨으로써, 마치면 곧 비롯함이 있는 것이 하늘의 운행(終則有始 天行)이라는 법도(法度)를 그대로 나타내고 있다. , 《주역》은 중천건괘에서 시작되어 64번째 화수미제괘로 되어 있는데, 마지막 괘인 화수미제괘가 괘명 그대로 미제(未濟)이니 다시 중천건괘로 돌아가서 주역(周易)파노라마는 계속 반복 순환하게 되는 것이다.

 

서괘

서괘전은 수화기제괘 다음에 화수미제괘가 온 것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物不可窮也라 故로 受之以未濟하야 終焉하니라.

물불가궁야    고   수지이미제       종언

물건이 가히 궁하지만 못한다. 그러므로 미제(未濟)로 받아 마친다.

 

수화기제(水火旣濟)괘에서 모든 상황이 가지런하게 되어 있는 상태에서 어려움을 방비하지 못하면 결국 흩어지고 어지럽게 된다. 그러나 모든 상황이 궁하게 되는 것만은 아니다. 다시 부조화(不調和)에서 조화(調和)를 찾아가고, 어지러움에서 안정된 상태로 가는 미제(未濟)의 상태가 되는 것이니, 주역 64괘가 이 미제(未濟)괘로써 마치는 것이다. 즉 다시 중천건(重天乾), 중지곤(重地坤)으로 비롯되어 반복 순환하는 천도(天道)와 인류역사(人類歷史)의 파노라마가 시작되는 것이다.

 

괘사

未濟는 亨하니 小狐 汔濟하야 濡其尾니 无攸利하니라.

미제    형      소호 흘제       유기미    무유리

미제(未濟)는 형통하니 작은 여우가 거의 건너서 그 꼬리를 적시니, 이로울 바가 없다.

未:아닐 미   狐:여우 호   汔:거의 흘   濡:젖을 유   尾:꼬리 미  攸:바 유

 

미제(未濟)는 모든 것이 가지런하지 못한 상태이니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고, 또한 지금은 혼란스런 상황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좋아지게 되는 상태가 되니 형통하다. 그렇지만 현재의 상황은 마치 작은 여우가 물을 거의 건너가다가 꼬리를 적셔 일을 그르친 상태이니, 이로울 바가 없다. 단전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단사

彖曰 未濟亨은 柔得中也오 小狐汔濟는 未出中也오

단왈 미제형    유득중야    소호홀제    미출중야

濡其尾无攸利는 不續終也라. 雖不當位나 剛柔 應也니라.

유기미무유리    불속종야    수부당위    강유 응야

단전에 말하였다. “미제(未濟)가 형통함은 유(柔)가 중을 얻은 것이고, ‘작은 여우가 거의 건넌다’는 것은 가운데에서 나오지 못하는 것이고, ‘그 꼬리를 적셔 이로울 바가 없음’은 이어서 마치지 못하는 것이다. 비록 자리가 마땅하지 않으나 강(剛)과 유(柔)가 응하고 있다.”

續:이을 속   雖:비록 수   應:응할 응

 

  미제(未濟)가 형통한 것은 육오의 음유(陰柔)가 외괘에서 중()을 얻었기 때문이다. 작은 여우가 거의 건넌다는 것은 내괘의 구이 양()이 가운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그 꼬리를 적셔 이로울 바가 없다는 것은 앞의 일 또는 해야 할 일을 이어서 마치기 못하기 때문에 이로울 바가 없는 것이다. 미제괘는 비록 초효부터 상효까지 모두 음 자리에 양이 있고 양 자리에 음이 있어 자리가 부당하지만, 내괘와 외괘의 응하는 자리가 음과 양으로 서로 잘 응하고 있다.

  그렇지만 수화기제괘와 마찬가지로, 화수미제괘는 모든 자리가 부당하니 서로 음양(陰陽)으로 잘 응하더라도 응하는 상대와 관련을 맺을 수 없다. 모두가 자기가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여 제자리를 찾아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괘상사

象曰 火在水上이 未濟니 君子 以하야 愼辨物하야 居方하나니라.

상왈 화재수상    미제    군자 이      신변물       거방

상전에 말하였다. “불이 물 위에 있는 것이 미제(未濟)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삼가 물건을 분별하여 방소에 거하게 한다.”

愼:삼갈 신   辨:분별할 변   居:있을 거

 

외괘 이화(離火)의 불이 내괘 감수(坎水)의 물 위에 있는 것이 미제(未濟)괘이다. 모든 자리가 마땅하지 않은 가운데, 내괘는 물로 아래로 흐르고 외괘는 불로 위로 오르니, 서로 어긋나고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상태이다. 이러한 상을 보고 군자는 모든 물건과 상황을 신중하게 분별해서 모두 마땅한 장소에 있게 한다. 아래 백성부터 인군에 이르기까지, 모든 상황의 시작부터 마침에 이르기까지, 마땅한 물건이 마땅한 장소에 있게 하는 것이다. 적재적소(適材適所)를 의미한다.

 

효사 및 효상사

初六은 濡其尾니 吝하니라.

초륙    유기미    린

초육은 그 꼬리를 적시니 인색하다.

濡:젖을 유   尾:꼬리 미   吝:인색할 린(인)

 

초육은 미제(未濟)괘 맨 아래에 처하여 있다. 내괘 감수(坎水)의 험하고 어두운 맨 아래에 있으니, 마치 여우가 물을 건너려다가 그 꼬리를 적셔 건너지 못하는 격이다. 어두운 감()괘 아래에 있어 밝은 지혜가 없으니, 알지 못함이 극한 상태이다. 자리도 바르지 못하고 처신을 잘하지 못하니 인색할 뿐이다. 초효가 변하면 지괘(之卦)가 화택규(火澤)괘가 되니, 어긋나는 상태가 된다.

 

象曰 濡其尾 亦不知 極也라.

상왈 유기미 역부지 극야

상전에 말하였다. “그 꼬리를 적심이 또한 알지 못함이 극한 것이다.”

 

九二는 曳其輪이면 貞하야 吉하리라.

구이    예기륜      정       길

구이는 그 수레를 끌면 바르게 해서 길할 것이다.

曳:끌 예   輪:수레 륜

 

구이는 내괘에서 중을 얻어 중도(中道)를 지키고 있다. 비록 내괘 감수(坎水)의 가운데 있어 위험한 상태에 있으나, 내호괘 이화(離火)의 밝은 지혜로 어려움에서 벗어나려고 이화(離火)의 수레를 당기고 있다. 그렇지만 어려운 한 가운데 있으니, 바르게 해야 길하다. 구이가 변하면 화지진(火地晉)괘가 되니, 험한 데를 벗어나 위로 나아가고 승진하는 상태가 된다.

 

象曰 九二貞吉은 中以行正也일새라.

상왈 구이정길    중이행정야

상전에 말하였다. “구이가 바르게 해서 길함은 중으로써 바름을 행하기 때문이다.”

 

六三은 未濟애 征이면 凶하나 利涉大川하니라.

육삼    미제   정       흉       이섭대천

육삼은 건너지 못함에 가면 흉하나, 큰 내를 건넘이 이롭다.

征:칠 정·갈 정

 

육삼은 양 자리에 음으로 자리가 부당하다. 내괘 감수(坎水)의 위에 있어 어려움에서 벗어나려 하지만, 외호괘가 또한 감수(坎水)이니 어려움에 또 빠져드는 격이다. 그래서 가면 흉하다고 하였다. 그렇지만 어려움을 무릅쓰고 위험에서 벗어나야 하고 벗어나면 외괘 이화(離火)의 밝은 상태가 되니, 큰 내를 건넘이 이롭다고 하였다. 어렵고 고통이 있고 험함에 또 빠지더라도, 내괘에서 외괘로 넘어가는 큰일을 해야 한다.

 

象曰 未濟征凶은 位不當也일새라.

상왈 미제정흉    위부당야

상전에 말하였다. “건너지 못함에 가면 흉한 것은 자리가 마땅하지 않기 때문이다.”

 

九四는 貞이면 吉하야 悔 亡하리니 震用伐鬼方하야 三年에아 有賞于大國이로다.

구사    정       길      회 망          진용벌귀방       삼년      유상우대국

구사는 바르게 하면 길해서 뉘우침이 없어질 것이니, 움직여 귀방을 쳐서 삼년에야 대국에서 상이 있도다.

悔:뉘우칠 회   震:천둥소리 진·움직일 진   用:써 용   伐:칠 벌  賞:상줄 상

 

  구사는 외괘 이화(離火)의 밝은 곳에 거하고 있다. 그렇지만 외호괘가 감수(坎水)이니 밝은 가운데 어려움이 있는 상태이다. 바르게 하면 길해서 뉘우침이 없어진다. 미제(未濟)가 혼란하고 어려운 것은 내괘 감수(坎水)의 북방(鬼方)에 오랑캐가 있기 때문이다. 구사 대신(大臣)이 나라를 위한 뜻으로 움직여 북방 오랑캐를 정벌하는데, 3년이라는 오랜 세월 끝에 이기게 되어 대국(大國)에서 상을 내리게 된다.

  미제(未濟)괘를 도전하면 기제(旣濟)괘가 되는데, 미제괘 구사효는 도전하면 기제괘 구삼효에 해당한다. 그래서 기제(旣濟)와 미제(未濟)의 같은 자리가 되는 효()귀방(鬼方)을 쳐서 나라의 위태함을 막는 방비책(防備策)을 세워야 한다고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象曰 貞吉悔亡은 志行也라.

상왈 정길회망    지행야

상전에 말하였다. “바르게 해서 길하고 뉘우침이 없어짐은 뜻이 행해지는 것이다.”

 

六五는 貞이라 吉하야 无悔니 君子之光이 有孚라 吉하니라.

육오    정      길       무회    군자지광    유부    길

육오는 바르게 한다. 길해서 뉘우침이 없으니, 군자의 빛남이 미더움이 있다. 길하다.

 

육오는 외괘 이화(離火)의 중()에 있다. 양 자리에 음으로 있으니, 자리가 부당하여 뉘우치는 바가 있다. 그러나 중도(中道)로 바르게 하니 길해서 뉘우침이 없어진다. 또한 외괘 이화(離火)의 가운데에 처하여 군자로서의 중도(中道)를 지키니 그 빛에 온 백성이 믿음을 두게 된다. 길하다. 육오가 변하면 건천(乾天)이 되니, 하늘에서 빛이 사방에 비춘다.

 

象曰 君子之光은 其暉 吉也라.

상왈 군자지광    기휘 길야

상전에 말하였다. “군자의 빛은 그 빛남이 길하다.”

暉:빛 휘·빛날 휘

 

上九는 有孚于飮酒면 无咎어니와 濡其首면 有孚에 失是하리라.

상구    유부우음주    무구         유기수    유부    실시

상구는 술을 마시는데 믿음을 두면 허물이 없지만, 그 머리를 적시면 믿음을 두는데 바름을 잃을 것이다.

飮:마실 음   酒:술 주   濡:젖을 유   首:머리 수   失:잃을 실  是:옳을 시

 

  64384효 맨 마지막 효사(爻辭)이다. 왜 하필이면 마지막 효사에 술을 이야기하고 있는가? 우선 《주역》이 은()나라 말기 주()나라 초기의 시대적 배경을 띠고 있다는 점을 생각할 때, 은나라 말 폭군 주왕(紂王)주색잡기(酒色雜技)에 빠져 정치를 어지럽혔다는 역사적 배경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은나라 마지막 왕인 주왕이 애첩(愛妾) 달기에게 빠져서 잔혹하고 음난한 생활을 탐닉하였다고 하는데, 이를 표현한 대표적인 고사성어가 포락지형(炮烙之刑)주지육림(酒池肉林)이다. 이렇게 술과 여자에 빠져 나라를 어지럽혔으니, 이를 경계하여 주역 64괘 맨 마지막 효에다 믿음을 두고 술을 마시면 허물이 없지만, 그 머리가 젖도록 술에 빠지면 바름을 잃게 된다고 경계한 것이다.

  주역(周易) 64384효 가운데 ()이 언급되고 있는 곳이 네 군데 있다. 수천수(水天需)괘 구오 효사, 중수감(重水坎)괘 육사 효사, 택수곤(澤水困)괘 구이 효사 그리고 화수미제(火水未濟)괘 상구 효사이다. 택수곤(水困)괘는 연못에 물이 없는 곤궁한 상황이니 구이효에서 술과 음식에 곤하다고 한 것이고, 중수감(重水坎)괘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육사 신하가 구오 인군에게 실정을 바로 알리기 위해 간략하게 술을 바치는 것이며, 수천수(水天需)괘 구오효는 때를 기다리는데 군자의 도를 지키며 유유자적(悠悠自適)하게 술을 마시는 것이고, 화수미제(火水未濟)괘 상육효는 23차 거듭하며 술을 지나치게 마셔 정신을 잃어버린 상태이다.

 

水天需

九五는 需于酒食이니 貞코 吉하니라.

重水坎

六四는 樽酒와 簋貳를 用缶하고 納約自牖면 終无咎하리라.

澤水困

九二는 困于酒食이나 朱紱이 方來하리니 利用亨祀니 征이면 凶하니 无咎니라.

火水未濟

上九는 有孚于飮酒면 无咎어니와 濡其首면 有孚애 失是하리라.

 

  또한 《주역(周易)》은 대자연의 이치와 사회의 원리를 그대로 나타낸 것이다. 《주역》의 이치를 공부한다는 것은 자연과 사회와 인생을 이해하는 것이며, (宗敎)을 이해하는 것이다. ()종교(宗敎)믿음(信仰)을 기초로 하고 있다. 믿음은 어떠해야 하는가? 믿음의 도를 잃어 광신(狂信)맹신(盲信)에 빠지면, 결국 바름을 잃게 된다는 것을 나타낸 것이 미제(未濟)괘 상구효사의 뜻이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현상적인 파노라마를 매듭짓는 60번째 수택절괘 다음부터, 즉 풍택중부괘(61)·뇌산소과괘(62)·수화기제괘(63)·화수미제괘(64)4괘는 모두 마지막 상효에 올바른 믿음을 상실한 상태를 묘사하여 경계하고 있다. 중부괘 상구효사, 소과괘 상육효사, 기제괘 상육효사, 미제괘 상구효사를 함께 비교해 보자.

 

61. 풍택중부괘

上九는 翰音이 登于天이니 貞하야 凶토다.

상구는 나는 소리가 하늘에 오르니 고집해서 흉하다.

62. 뇌산소과괘

上六은 弗遇하야 過之니 飛鳥 離之라 凶하니 是謂災眚이라.

상육은 만나지 않고 지나치니, 나는 새가 떠난다. 흉하니, 이를 ‘재앙(災眚)’이라고 일컫는다.

63. 수화기제괘

上六은 濡其首라 厲하니라.

상육은 그 머리를 적신다. 위태하다.

64. 화수미제괘

上九는 有孚于飮酒면 无咎어니와 濡其首면 有孚에 失是하리라.

상구는 술을 마시는데 믿음을 두면 허물이 없지만, 그 머리를 적시면 믿음을 두는데 바름을 잃을 것이다.

 

  한편, 화수미제괘 상구효가 변하면 뇌수해(雷水解)괘가 된다. 뇌수해괘 상육효사를 음미해 보자.

 

上六은 公用射隼于高墉之上하야 獲之니 无不利로다.

象曰 公用射隼은 以解悖也라.

 

象曰 飮酒濡首 亦不知節也라.

상왈 음주유수 역부지절야

상전에 말하였다. “술을 마시고 머리를 적심이 또한 절도를 알지 못하는 것이다.”

 

 

[하경 34괘 회광반조(回光反照)]

 

이제 《주역》 하경 34괘를 마무리하게 된다. 다음의 하경 34괘의 괘상을 마음 속에 그려보면서 각 괘의 의미를 되새겨 보자.

 

 

※ 수산 신성수, 주역통해, 대학서림, 2005, 651∼6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