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경(易經)』 해설서로서의 「역전(易傳)」과 정자(程子)의 주석서로서의 「역전(易傳)」
성경현전(聖經賢傳)이라 하여 성인(聖人)의 글과 말씀을 경(經)이라 하고 현인(賢人)이 경(經)의 풀이한 글을 전(傳)이라 한다. 이에 따라 전통적인 관점에서 볼 때 『주역』은 복희씨(伏羲氏)의 팔괘(八卦), 문왕(文王)의 64괘 연역과 괘사, 주공(周公)의 384효사로 이루어진 『역경(易經)』과 이른바 공자의 십익으로 일컬어진 해설서로서의 「역전(易傳)」으로 구분되어 왔다. 그런데 유가에서 공자를 성인의 반열에 올려놓으면서 공자의 십익까지 경(經)으로 포함시키게 되었다. 이렇게 본다면 경전(經典)으로서의 『주역』 혹은 『역경』에는 복희씨(伏羲氏)의 팔괘(八卦), 문왕(文王)의 64괘 연역과 괘사, 주공(周公)의 384효사 그리고 공자의 십익을 망라한 전 체계를 포함하게 된다.
한편 송대(宋代) 학자로서 의리학적 관점에서 『주역』을 해설하고 주석을 붙인 정자(程子 : 程頤, 1033-1107)는 그 자신의 해설서를 「역전(易傳)」이라 칭하였다. 이 정자가 지은 『역전(易傳)』과 주자(朱子 : 朱熹, 1130-1200)가 지은 『본의(本義)』를 합쳐 『주역전의대전(周易傳義大全)』 또는 『주역대전(周易大全)』이라 하였는데, 이 책은 조선 초기부터 『주역』에 관한 기본 텍스트로 자리잡아왔다.
정자가 의리학적 관점에서 풀이한 『역전(易傳)』은 오늘날까지 『주역』 해석의 지침서로서 전해지고 있는데, 그 서문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역전서(易傳序)」이다. 정자의 「역전서」를 풀이하면 다음과 같다.
「역전서(易傳序)」
易은 變易也니 隨時變易하야 以從道也라.
역 변역야 수시변역 이종도야
其爲書也 廣大悉備하야
기위서야 광대실비
將以順性命之理하고 通幽明之故하며 盡事物之情하야
장이순성명지리 통유명지고 진사물지정
而示開物成務之道也니
이시개물성무지도야
聖人之憂患後世 可謂至矣로다.
성인지우환후세 가위지의
隨 : 따를 수 從 : 좇을 종 憂 : 근심한 우 患 : 걱정할 환 至 : 지극할 지
역은 변하여 바뀌는 것이니, 때를 따라 변하여 바꾸어 도를 따르는 것이다.
그 글됨이 (세상의 이치를) 넓고 크게 다 갖추어서,
장차 성명의 이치에 순응하고 유명(본체와 현상: 이승과 저승)의 연고를 통하며, 사물의 뜻을 다함으로써
물건을 열고 일을 이루는 도를 보이니,
성인의 후세를 근심하고 걱정하심이 가히 지극하다 할 것이다.
去古雖遠이나 遺經이 尙存이어늘
거고수원 유경 상존
然而前儒는 失意以傳言하고 後學은 誦言而忘味하야
연이전유 실의이전언 후학 송언이망미
自秦而下로 蓋无傳矣라.
자진이하 개무전의
予生千載之後하야 悼斯文之湮晦하야
여생천재지후 도사문지인회
將俾後人으로 沿流而求源일새 此傳所以作也라.
장비후인 연류이구원 차전소이작야
雖 : 비록 수 遠 : 멀 원 遺 : 남을 유 尙 : 오히려 상 誦 : 욀 송 忘 : 잊을 망 味 : 맛 미
秦 : 나라 진 蓋 : 대개 개 予 : 나 여 載 : 해 재 悼 : 슬퍼할 도 斯 : 이 사 湮 : 빠질 인
晦 : 그믐 회 湮晦 : 없어짐 將 : 장차 장 俾 : 하여금 비 沿 : 좇을 연 流 : 흐를 류
源 : 근원 원 作 : 지을 작
지나간 옛날은 비록 멀지만 남겨진 경전이 아직 있거늘,
지난날의 선비는 뜻을 잃고 말만을 전했고, 뒤에 배우는 사람은 말만을 외우고 뜻을 잃어서,
진(秦)나라 이래로는 대개 전함이 없었다.
내가 천 년 후에 태어나서 이 글이 끊긴 것을 슬퍼하여,
장차 후세 사람으로 하여금 흐름을 좇아 근원을 구하게 함이니,
이 전(역전)을 지은 까닭이다.
易有聖人之道 四焉하니
역유성인지도 사언
以言者는 尙其辭하고 以動者는 尙其變하고
이언자 상기사 이동자 상기변
以制器者는 尙其象하고 以卜筮者는 尙其占하나니
이제기자 상기상 이복서자 상기점
吉凶消長之理와 進退存亡之道 備於辭하니
길흉소장지리 진퇴존망지도 비어사
推辭考卦면 可以知變이오 象與占은 在其中矣라.
추사고괘 가이지변 상여점 재기중의
尙 : 숭상할 상 消 : 사라질 소 進 : 나아갈 진 退 : 물러날 퇴 備 : 갖출 비 辭 : 말씀 사
推 : 미룰 추 考 : 상고할 고 與 : 다못 여 矣 : 어조사 의
역에 성인의 도가 넷이 있으니,
말로 하는 자(말을 위주로 역을 공부하는 자)는 그 글을 숭상하고,
움직임으로 하는 자(움직임을 위주로 역을 공부하는 자)는 그 변화를 숭상하고,
그릇 만듦으로 하는 자(그릇 만듦을 위주로 역을 공부하는 자)는 그 상을 숭상하고,
복서로 하는 자(복서를 위주로 역을 공부하는 자)는 그 점을 숭상하니,
길하고 흉하고 사라지고 길어지는 이치와 나아가고 물러나고 존하고 망하는 도가 글에 갖추어져 있으니,
글을 미루어 괘를 고찰하면 가히 변화를 알 수 있고, 상(象)과 점(占)은 그 가운데에 있다.
君子 居則觀其象而玩其辭하고 動則觀其變而玩其占하나니
군자 거즉관기상이완기사 동즉관기변이완기점
得於辭라도 不達其意者 有矣어니와 未有不得於辭而能通其意者也라.
득어사 부달기의자 유의 미유부득어사이능통기의자야
居 : 거할 거 觀 : 볼 관 玩 : 익힐 완 得 : 얻을 득
군자가 거처할 때는 그 상을 보아 그 글을 음미하고,
움직일 때는 그 변화를 보아 그 점을 음미하니,
글에서 얻더라도 그 뜻을 통달하지 못한 자가 있거니와,
글에서 얻지 못하면서 능히 그 뜻을 통할 수 있는 자는 있지 않다.
至微者는 理也오 至著者는 象也니
지미자 이야 지저자 상야
體用이 一源이오 顯微无間이라.
체용 일원 현미무간
觀會通하야 以行其典禮면 則辭无所不備라
관회통 이행기전례 즉사무소불비
故로 善學者 求言애 必自近이니 易於近者는 非知言者也라.
고 선학자 구언 필자근 이어근자 비지언자야
予所傳者는 辭也니 由辭以得其意는 則在乎人焉이라.
여소전자 사야 유사이득기의 즉재호인언
微 : 미미할 미 著 : 드러날 저 顯 : 나타날 현 會 : 모일 회 典 : 법 전 易 : 쉬울 이
由 : 말미암을 유
지극히 은미한 것은 이치이고, 지극히 드러난 것은 상이니,
체와 용이 한 근원이요, 드러나고 미미한 것에 사이가 없다.
모이고 통함을 보아서 그 전례(법도)를 행하면, 글에 갖추어지지 않은 바가 없다.
그러므로 잘 배우는 자는 말(이치)을 구함에 반드시 가까운 데서부터 하니, 가까운 데를 가벼이 여기는 자는 말(이치)을 아는 것이 아니다.
내가 전하는 바는 글이니, 글로 인하여 그 뜻을 얻는 것은 사람에 달려 있다.
有宋元符二年己卯正月庚申에 河南程頤正叔은 序하노라.
유송원부이년기묘정월경신 하남정이정숙 서
송나라 원부 2년 기묘년 정월 경신일에 하남에서 정이정숙은 서하다.
易은 變易也니 隨時變易하야 以從道也라. 其爲書也 廣大悉備하야 將以順性命之理하고 通幽明之故하며 盡事物之情하야 而示開物成務之道也니 聖人之憂患後世 可謂至矣로다.
去古雖遠이나 遺經이 尙存이어늘 然而前儒는 失意以傳言하고 後學은 誦言而忘味하야 自秦而下로 蓋无傳矣라. 予生千載之後하야 悼斯文之湮晦하야 將俾後人으로 沿流而求源일새 此傳所以作也라.
易有聖人之道 四焉하니 以言者는 尙其辭하고 以動者는 尙其變하고 以制器者는 尙其象하고 以卜筮者는 尙其占하나니 吉凶消長之理와 進退存亡之道 備於辭하니 推辭考卦면 可以知變이오 象與占은 在其中矣라.
君子 居則觀其象而玩其辭하고 動則觀其變而玩其占하나니 得於辭라도 不達其意者 有矣어니와 未有不得於辭而能通其意者也라.
至微者는 理也오 至著者는 象也니 體用이 一源이오 顯微无間이라. 觀會通하야 以行其典禮면 則辭无所不備라 故로 善學者 求言애 必自近이니 易於近者는 非知言者也라. 予所傳者는 辭也니 由辭以得其意는 則在乎人焉이라.
有宋元符二年己卯正月庚申에 河南程頤正叔은 序하노라.
※ 신성수, 『주역통해』(대학서림, 2005), 107∼109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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