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言曰 坤은 至柔而動也 剛하고 至靜而德方하니
문언왈 곤 지유이동야 강 지정이덕방
後得하야 主(利)而有常하며 含萬物而化 光하니
후득 주(리)이유상 함만물이화 광
坤道 其順乎인저. 承天而時行하나니라.
곤도 기순호 승천이시행
柔 : 부드러울 유 靜 : 고요할 정
문언전에 말하였다.
곤은 지극히 유순하되 움직임이 강하고, 지극히 고요하되 덕이 방정하니, 뒤에 하면 얻어서 이로움을 주장하여 떳떳함이 있으며, 만물을 머금어 화함이 빛나니, 곤의 도가 그 순한져! 하늘을 이어 때로 행한다.
「문언전」은 중천건괘와 중지곤괘에만 있다. 이 문장은 중지곤괘 괘사를 다시 풀이한 내용이다. 지구의 운행을 생각해 보면, 이 지구는 지극히 유순하기에 인간을 포함한 만물을 싣고 생화하고 있지만, 실상 공전(公轉)하고 자전(自轉)하면서 우주에서 움직이는 것은 강하다. 지구는 인간이 생각하기 어려운 속도로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고 자전하고 있다.
다른 한편 곤(坤)은 지극히 고요하기에 인간을 포함한 만물이 저마다의 소리를 내며 주장하지만, 때로는 땅의 방정한 덕으로 만물을 조리할 수 있다. 천도보다 뒤에 하여 순하게 따르니, 춘하추동 사시(四時)로 보면 가을·겨울의 이로움을 주장하여 떳떳한 도를 지킨다. 또한 만물을 이 땅에 머금어서 그 생화를 빛나게 하니, 이는 곤의 도가 지극히 순하기 때문이다. 곤(坤)의 지도는 건(乾)의 천도를 잇는데, 건(乾)의 도가 때로 여섯 용을 타서 하늘을 몰고 가듯이, 곤(坤)의 도(道) 역시 그러한 천도를 이어 때에 맞게 행한다.
積善之家는 必有餘慶하고 積不善之家는 必有餘殃하나니
적선지가 필유여경 적불선지가 필유여앙
臣弑其君하며 子弑其父 非一朝一夕之故라.
신시기군 자시기부 비일조일석지고
其所由來者 漸矣니 由辨之不早辨也니
기소유래자 점의 유변지부조변야
易曰 履霜堅冰至라하니 蓋言順也라.
역왈 이상견빙지 개언순야
積 : 쌓을 적 善 : 착할 선 餘 : 남을 여 慶 : 경사 경 殃 : 재앙 앙 弑 : 죽일 시 故 : 연고 고
由 : 말미암을 유 漸 : 점차 점 辨 : 분별할 변 早 : 일찍 조 蓋 : 대개 개
선을 쌓은 집안에는 반드시 남은 경사가 있고, 선하지 못함을 쌓은 집안에는 반드시 남은 재앙이 있으니, 신하가 그 인군을 죽이고 자식이 그 아버지를 죽임이 하루아침 하루저녁의 연고가 아니다. 그 유래한 바가 점차 한 것이니, 분별할 것을 일찍 분별하지 못함으로 말미암은 것이니, 역에 이르길 “서리를 밟으면 굳은 얼음이 이른다”라고 하니 대개 순함을 말한다.
초육 효사에 대한 문언전의 설명이다.
천지자연의 모든 변화가 하루아침에 갑자기 일어나는 일은 없다. 또한 현실에서 펼쳐지는 인간사회의 일도 마찬가지이다. 서리를 밟아 굳은 얼음으로 되는 과정에서 선함을 쌓아 나가면 반드시 경사가 있을 것이고 선하지 못함을 쌓아 나가면 반드시 재앙이 있을 것이다.
인간사회의 재앙 가운데 가장 큰 재앙이 신하가 인군을 시해(弑害)하는 것과 자식이 부모를 시해하는 것인데, 그 연유를 따져보면 하루아침의 연고가 아니고 오래 전부터 점차 쌓인 까닭이다. 모든 일은 항상 점차 쌓여 나가는 것이니, 그 처음에 판단을 잘 하여 대처해야 한다. 이는 곧 마치 곤(坤)의 도가 건(乾)의 도에 순하여 뒤에 하듯이, 모든 일에 천리(天理)와 천성(天性)에 순하게 나아감을 말한다.
노자(老子) 《도덕경》 제64장에 다음의 글이 있다. 중지곤괘 초육 효사에 대한 문언전의 뜻을 깊이 새겨볼 수 있는 내용이다.
其安은 易持오 其未兆는 易謀오 其脆는 易判이오 其微는 易散이니, 爲之於未有하고 治之於未亂이니라. 含抱之木은 生於毫末하고, 九層之臺는 起於累土하며, 千里之行은 始於足下하나니, 爲者는 敗之하고, 執者는 失之니라. 是以로 聖人은 無爲라 故로 無敗오 無執이라 故로 無失이어니와 民之從事는 常於幾成而敗之하나니 愼終如始면 則無敗事니라. 是以로 聖人은 欲不欲하야 不貴難得之貨하고, 學不學하야 復衆人之所過하며, 以輔萬物之自然하야 而不敢爲니라.
安 : 편안할 안 持 : 지닐지 易 : 쉬울 이 兆 : 조짐 조 謀 : 꾀할 모 脆 : 연할 취
判 : 가를 판 微 : 작을 미 散 : 흩을 산 抱 : 안을 포 豪 : 가는 털 호 層 : 층 층
臺 : 돈대 대 累 : 거듭 루 執 : 잡을 집 幾 : 거의 기 愼 : 삼갈 신 貨 : 재화 화
그 편안함은 유지하기가 쉽고, 아직 조짐이 나타나기 전에는 도모(계획)하기가 쉽고, 무른 것은 부서지기 쉽고, 미미한 것은 흩어지기 쉬우니, (일이) 있기 전에 하고, 어지럽기 전에 다스린다. 아름드리나무는 한 터럭 끝에서 생기고, 구층탑은 한 줌의 흙에서 시작되며, 천리 길은 발밑에서부터 시작되니, 인위적으로 어찌하려는 자는 실패할 것이고, 인위적으로 붙잡으려 하는 자는 잃을 것이다. 그런 까닭에 성인은 하려고 하지 않으므로 실패하지 않고, 붙잡으려 하지 않으므로 어느 것도 잃지 않는다. 사람들이 하는 일은 언제나 거의 완성되었을 때 실패하니, 끝끝내 삼가기를 시작할 때와 같이 하면 실패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그런 까닭에 성인은 사람들이 하려고 않는 것을 하려고 해서, 얻기 어려운 보화를 귀하게 여기지 않으며, 사람들이 배우지 않는 것을 배워서, 여러 사람들의 허물을 회복시키며, 만물의 자연함을 도울 뿐 감히 하지 않는다.
直은 其正也오 方은 其義也니
직 기정야 방 기의야
君子 敬以直內하고 義以方外하야 敬義立而德不孤하나니
군자 경이직내 의이방외 경의립이덕불고
直方大不習无不利는 則不疑其所行也라.
직방대불습무불리 즉불의기소행야
敬 : 공경할 경 直 : 곧을 직 孤 : 외로울 고
직은 그 바름이요 방은 그 의로움이니, 군자가 공경함으로 안을 곧게 하고 의리로 밖을 방정하게 해서, 경(敬)과 의(義)가 섬에 덕(德)이 외롭지 않게 되니, ‘곧고 방정하고 커서 익히지 않아도 이롭지 않음이 없는 것’은 곧 그 행하는 바를 의심하지 않는 것이다.
육이 효사에 대한 문언전의 설명이다.
중지곤의 덕을 본받아 군자는 만물을 싣는 두터운 덕을 갖추어야 한다. 그런데 땅의 형세는 산도 있고 강도 있으며, 낮은 곳도 있고 높은 곳도 있어 그저 순한 것만은 아니다. 현실세계의 인생사에 있어서도 군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소인이 득세할 때도 있으며 모든 일이 순탄하지는 않다. 이러한 세상에서 군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곧다(直)’는 것은 바름(正)을 말하고, ‘방정하다(方)’는 것은 의로움(義)을 말한다. 무조건 모든 것을 포용하는 아량만이 곧 천리(天理)인 것은 아니다. 초효에서 말한 바와 같이 선하지 못함을 쌓으면 재앙이 있듯이,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이행하는 것은 바름(正)과 의로움(義)이다.
따라서 군자는 공경함으로 안을 바르게 하고, 의로움으로 밖을 방정하게 해야 한다. 공경함은 천지자연에 순종함이요, 의로움은 선하지 못함에 대처하는 것이다. 이렇게 공경함과 의로움을 제대로 확립할 때 진정한 덕이 제대로 발현될 수 있다. 공경과 의로움 그리고 덕을 갖춘 군자가 행하는 바를 그 누가 의심할 수 있겠는가?
陰雖有美나 含之하야 以從王事하야 弗敢成也니
음수유미 함지 이종왕사 불감성야
地道也며 妻道也며 臣道也니
지도야 처도야 신도야
地道는 无成而代有終也니라.
지도 무성이대유종야
雖 : 비록 수 含 : 머금을 함 敢 : 감히 감 妻 : 아내 처 代 : 대신할 대
음이 비록 아름다움이 있으나 머금어서 왕의 일을 좇아서 감히 이루지 못하니, 땅의 도이며, 아내의 도이며, 신하의 도이니, 땅의 도는 이룸은 없되 대신에 마침을 둔다.
육삼 효사에 대한 문언전의 설명이다.
육음이 삼 양자리에 있어 비록 아름다움이 있으나, 그 아름다움(陽)을 잘 머금어서 때로는 왕의 일을 좇는다. 그렇지만 감히 스스로 이루고자 해서는 안 되니, 이것이 하늘에 대한 땅의 도리이며, 남편에 대한 아내의 도리이며, 인군에 대한 신하의 도리이다. 역사를 이루는 것, 천지를 변하고 화하여 이루는 것, 만물을 내어 생화를 이루는 것은 하늘의 도이며, 땅의 도는 이 하늘의 도를 이어 하늘을 대신해 마침을 두는 것이다.
天地變化하면 草木이 蕃하고 天地閉하면 賢人이 隱하나니
천지변화 초목 번 천지폐 현인 은
易曰 括囊无咎无譽라하니 蓋言謹也라.
역왈 괄낭무구무예 개언근야
變 : 변할 변 蕃 : 우거질 번 閉 : 닫을 폐 賢 : 어질 현 隱 : 숨을 은 謹 : 삼갈 근
천지가 변화하면 초목이 번성하고, 천지가 닫히면 어진 사람이 숨으니, 역에 이르길 “주머니를 매면 허물도 없고 명예도 없다”고 하니 대개 삼감을 말한다.
육사 효사에 대한 문언전의 설명이다.
천지 기운이 잘 변하고 화하면 초목이 번성하게 잘 자라지만, 천지 기운이 막히면 현인도 숨게 된다. 육사는 인군과 백성의 사이에 있어 위와 아래를 이어주는 대신(大臣) 자리이므로 육사가 처신을 잘하면 초목이 번성하듯이 백성이 잘 살게 되지만, 육사 대신이 처신을 경망하게 하면 인군과 백성이 소통을 못하여 나라에 뜻을 둔 어진 이가 은둔하게 된다. 그래서 “주머니를 매면 허물도 없고 명예도 없다”고 한 것이니, 이는 신중하게 삼감(謹)을 말한다.
오늘날의 정치 현실에서도 나라의 정치를 맡고 있는 대신(大臣)이 처신을 잘못하여 정책이 혼선을 빚고 백성이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정치인이나 정부 고위 각료가 체득해야 할 심법일 것이다.
君子 黃中通理하야 正位居體하야
군자 황중통리 정위거체
美在其中而暢於四支하며 發於事業하나니 美之至也라.
미재기중이창어사지 발어사업 미지지야
黃 : 누를 황 通 : 통할 통 理 : 다스릴 리 體 : 몸 체 暢 : 통할 창 支 : 팔다리 지
군자가 황중(黃中)에 이치를 통해서 바른 자리에 몸을 거하여, 아름다움이 그 가운데 있어 사지에 통하며 사업에 발하니, 아름다움의 지극함이다.
중지곤괘 육오 효사에 대한 설명이다.
군자가 중도(中道)의 이치를 통해서 바른 자리에 몸을 거하니, 중천건의 구오 대인(왕)과 천하 백성을 모두 조화롭게 하는 아름다움이 중심에 있어, 군자의 온 몸에 아름다움이 통달하게 되고 더 나아가 천하 사업에 그 덕이 발하게 되니, 이것이 바로 아름다움의 지극함이다.
한편 이 내용은 중천건괘 구오효 문언전의 내용 가운데 “夫大人者는 與天地合其德하며 與日月合其明하며 與四時合其序하며 與鬼神合其吉凶하야 先天而天弗違하며 後天而奉天時하나니 天且弗違온 而況於人乎며 況於鬼神乎여”라는 문장에 대응하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즉 중천건괘는 천지자연을 운행하고 천하 백성을 다스리는 대인의 뜻을 밝힌 반면에, 중지곤괘의 이 문장은 인간으로서의 군자가 심신수양(心身修養)을 하여 중도의 이치를 터득하고(黃中通理), 바른 자리에 거하여 하늘로부터 받은 아름다움이 중심에서 발현되어 사지에 통하며, 세상을 위하여 사업을 발하는 뜻을 나타낸 것이다.
陰疑於陽하면 必戰하나니 爲其嫌於无陽也라
음의어양 필전 위기혐어무양야
故로 稱龍焉하고 猶未離其類也라 故로 稱血焉하니
고 칭용언 유미리기류야 고 칭혈언
夫玄黃者는 天地之雜也니 天玄而地黃하니라.
부현황자 천지지잡야 천현이지황
疑 : 의심할 의 戰 : 싸울 전 嫌 : 의심할 혐 稱 : 일컬을 칭 焉 : 어조사 언
猶 : 오히려 유 未 : 아닐 미 離 : 떠날 리 血 : 피 혈 夫 : 무릇 부 玄 : 검을 현 雜 : 섞일 잡
음이 양을 의심하면 반드시 싸우니, 그 양(陽)이 없음을 의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용(龍)이라 일컫고, 오히려 그 무리를 떠나지 못한다. 그러므로 혈(血)이라 일컬으니, 무릇 ‘현황(玄黃)’이라는 것은 천지의 섞임이니 하늘은 검고 땅은 누르다.
중지곤괘 상육효에 대한 설명이다.
음이 양을 의심하는 것은 음의 기운이 극에 달하여 양의 기운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음은 양을 필요로 하고 양은 음을 필요로 하는 것이 천지기운의 조화이다. ‘반드시 싸운다’는 것은 음기와 양기의 교감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고, 또한 음에 기운을 주기 위한 양(龍)들 사이의 싸움이기도 하다.
즉 음기운이 양기운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양이 없음을 의심한다’고 하였고, 양은 바로 ‘용(龍)’이다. 그런데 음이 양의 용(龍)과 교감했다고 해서 음의 무리(陰類)가 양의 무리(陽類) 즉 용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그 무리(類)를 떠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음을 나타내는 ‘혈(血)’이라 한 것이다. ‘현황(玄黃)’은 천기와 지기가 섞인 것이니, 하늘의 기운은 검고 땅의 기운은 누렇다.
여기서 《천자문》에서 맨 처음 나오는 ‘천지현황(天地玄黃)’의 첫 사구성어를 돌이키게 된다. 이 구절은 바로 중천건괘와 중지곤괘를 함축하여 표현한 것이다.
중천건의 양과 중지곤의 음이 이 상육효에서 교감하게 되니, 만물이 생화하게 된다. 그래서 만물이 어렵게 나온다는 수뢰둔(水雷屯)괘가 중지곤괘 다음에 자리하게 된다.
文言曰 坤은 至柔而動也 剛하고 至靜而德方하니 後得하야 主(利)而有常하며 含萬物而化 光하니 坤道 其順乎인저. 承天而時行하나니라.
積善之家는 必有餘慶하고 積不善之家는 必有餘殃하나니 臣弑其君하며 子弑其父 非一朝一夕之故라. 其所由來者 漸矣니 由辨之不早辨也니 易曰 履霜堅冰至라하니 蓋言順也라.
直은 其正也오 方은 其義也니 君子 敬以直內하고 義以方外하야 敬義立而德不孤하나니 直方大不習无不利는 則不疑其所行也라.
陰雖有美나 含之하야 以從王事하야 弗敢成也니 地道也며 妻道也며 臣道也니 地道는 无成而代有終也니라.
天地變化하면 草木이 蕃하고 天地閉하면 賢人이 隱하나니 易曰 括囊无咎无譽라하니 蓋言謹也라.
君子 黃中通理하야 正位居體하야 美在其中而暢於四支하며 發於事業하나니 美之至也라.
陰疑於陽하면 必戰하나니 爲其嫌於无陽也라 故로 稱龍焉하고 猶未離其類也라 故로 稱血焉하니 夫玄黃者는 天地之雜也니 天玄而地黃하니라.
※ 신성수, 『주역통해』(대학서림, 2005), 147∼153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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