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산책/주역

63. 수화기제(水火旣濟)

돈호인 2020. 11. 7. 15:09

 

괘의

모든 것이 해결되고 완결되어 마무리되었을 때 다음을 생각하는 군자는 항상 근심될 것을 생각하여 미리 예방하여야 한다(思患豫防).

 

괘명과 괘상

  외괘가 감수(坎水), 내괘가 이화(離火)로 이루어진 괘를 기제(旣濟)라고 한다. 모든 것이 이미 가지런하게 됐다는 뜻이다. 완결된 것이다. 기제괘(旣濟卦)는 초효부터 상효에 이르기까지 모든 효가 제자리를 얻은 유일한 괘이다. 모든 상황이 제자리를 찾아 정비가 완료된 상태이다. 그러나 위에는 물이요 아래는 불이니, 물불(水火)의 상호작용으로 완결된 기제(旣濟)의 상태는 오래 가지 못한다.

  《주역(周易)》구조는 체계적이고 원리적이다. 상경(上經)이 산뢰이(山雷택풍대과(澤風大過중수감(重水坎중화리(重火離)로 마무리를 하고 있는데, 이괘()는 이()의 상이고, 대과괘(大過卦)는 감()의 상이다. 그리고 물이 거듭한 감괘(坎卦)와 불이 거듭한 이괘(離卦)로 끝을 맺고 있다. 한편 하경(下經)을 보면 중부괘(中孚卦)는 이()의 상이고, 소과괘(小過卦)는 감()의 상이며, 물불(水火)이 상호 작용하는 수화기제괘와 화수미제괘로 마무리하고 있다.

서괘

서괘전은 뇌산소과괘 다음에 수화기제괘가 온 것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有過物者는 必濟라 故로 受之以旣濟하고

유과물자    필제    고   수지이기제

물건을 지나침이 있는 자는 반드시 건넌다. 그러므로 기제로써 받고

 

조금 지나친다는 뇌산소과(雷山小過)괘에서 지나침을 삼가고 중도를 잘 지키면, 하고자 하는 일 또는 어려운 일을 반드시 이룰 수 있다. 그러므로 이미 건넜다는 기제괘(旣濟卦)를 소과괘(小過卦) 다음에 둔 것이다.

 

괘사

旣濟는 亨이 小니 利貞하니 初吉코 終亂하니라.

기제    형    소   이정       초길    종란

기제(旣濟)는 형통함이 작으니, 바르게 함이 이로우니, 처음은 길하고 마침은 어지럽다.

旣:이미 기   濟:건널 제   亂:어지러울 란

 

기제(旣濟)는 이미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 완료된 상태이기 때문에, 더 이상 해야 할 일이 없는 것과 같다. 그러니 정작 모든 것이 가지런하게 되면, 그로 인한 형통함은 작은 것이다. 또한 내괘 이화(離火)는 밝은 문명이나 외괘 감수(坎水)는 어둡고 어려운 상이니, 밝은 문명인 내괘에서 중을 얻은 육이 음(, 작은 것)이 형통한 것이다. 그렇지만 바르게 함이 이로운데 내괘의 처음은 길하지만 외괘로 넘어가면 어렵게 되니, 모든 일을 마치면 곧 어지럽게 되기 때문이다. 단전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단사

彖曰 旣濟亨은 小者 亨也니 利貞은 剛柔 正而位當也일새라.

단왈 기제형    소자 형야    이정    강유 정이위당야

初吉은 柔得中也오 終止則亂은 其道 窮也라.

초길    유득중야    종지즉란    기도 궁야

단전에 말하였다. “기제(旣濟)가 형통함은 작은 것이 형통하니, ‘바르게 함이 이로움’은 강(剛)과 유(柔)가 바르게 되어 자리가 마땅하기 때문이다. ‘처음은 길한 것’은 유(柔)가 중을 얻은 것이고, ‘마침내 그치면 곧 어지럽게 됨’은 그 도가 궁한 것이다.”

 

기제(旣濟)가 형통하다는 것은 내괘 육이 음()의 작은 것이 형통하다는 것이다. 바르게 함이 이롭다는 것은 기제괘(旣濟卦)는 초효부터 상효에 이르기까지 강()과 유()가 바르게 제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길하다는 것은 내괘 육이 음이 중을 얻었기 때문이고, 마침내 그치면 어지럽게 된다는 것은 결국에 가서는 그 도가 궁해지기 때문이다.

 

괘상사

象曰 水在火上이 旣濟니 君子 以하야 思患而豫防之하나니라.

상왈 수재화상    기제    군자 이       사환이예방지

상전에 말하였다. “물이 불 위에 있는 것이 기제(旣濟)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근심될 것을 생각하여 미리 막는다.”

思:생각할 사   患:근심 환   豫:미리 예   防:막을 방

 

  물이 불 위에 있는 것이 기제괘(旣濟卦)의 상이다. 그래서 내괘 이화(離火)의 문명함이 언제 외괘 감수(坎水)물에 의해 어둡게 될지 모른다. 이에 군자는 항상 언제 닥칠지 모르는 환란(患亂)을 생각하여 미리 방비(防備)한다. 모든 것이 가지런하게 되어 평화로울 때, 군자는 어지러워질 것을 미리 대비한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을 말하는 것이다. 노자 《도덕경(道德經)》 64장에 다음 구절이 있다.

 

民之從事는 常於幾成而敗之하나니 愼終如始하면 則無敗事하니라.

백성이 일을 좇는 것은 항상 거의 완성되었을 때 패하게 되니, 삼가 마침을 비롯할 때처럼 하면 곧 패하는 일이 없다.

 

  기제괘(旣濟卦)는 모두가 제자리에 있는 완성된 상태이기 때문에, 그 자리를 잘 지키고 있어야 한다. 때문에 초효부터 상효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음양(陰陽)으로 잘 응하고 있지만, 응하는 관계로 설명되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본분을 지키는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

 

효사 및 효상사

初九는 曳其輪하며 濡其尾면 无咎리라.

초구    예기륜      유기미    무구

초구는 그 수레를 끌며 그 꼬리를 적시면 허물이 없을 것이다.

曳:끌 예   輪:바퀴 륜·수레 륜   濡:젖을 유   尾:꼬리 미

 

모든 것이 완료된 기제괘(旣濟卦)에서 맨 아래에 있는 초구는 더 이상 해야 할 일이 없다. 또한 외괘에 감수(坎水)의 험한 물이 앞에 있다. 그래서 내괘 이화(離火)의 수레가 가지 못하도록 끌고, 동물로 치면 물에 꼬리를 적셔서 험한 물을 건너지 못하는 것과 같이 하면 허물이 없다. 초구가 변하면 내괘가 간산(艮山)이 되니, 그 자리에 그쳐 있어야 한다(艮爲止). 또한 초구가 변하면 지괘(之卦)가 수산건(水山蹇)괘가 되니, 자칫하면 어려움에 빠져들게 된다.

 

象曰 曳其輪은 義无咎也니라.

상왈 예기륜    의무구야

상전에 말하였다. “그 수레를 끄는 것은 의리가 허물이 없는 것이다.”

 

六二는 婦喪其茀이니 勿逐하면 七日애 得하리라.

육이    부상기불      물축       칠일    득

육이는 지어미가 그 포장(얼굴을 가리는 것)을 잃으니, 쫓지 않으면 7일 만에 얻을 것이다.

婦:지어미 부   喪:잃을 상   茀:풀숲 불·다스릴 불·머리꾸미개 불·수레포장 불  逐:쫓을 축

 

육이는 내괘에서 중정(中正)한 자리이다. 역시 초효와 마찬가지로 모든 것이 가지런하게 완료된 상태에서 육이는 더 이상 해야 할 일이 없다. 지어미가 외출할 때 얼굴을 가리는 포장을 잃어버렸다는 것은 육이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그 포장을 찾으려 하지 말고 기다리면, 다시 순환 반복하여 돌아오는 주기(週期)가 되는 7일에 얻게 된다. 7일은 반복 순환하는 자연의 정률(定律)이다. 또한 육이가 변하면 지괘(之卦)가 수천수(水天需)괘가 되니 기다려야 한다.

 

象曰 七日得은 以中道也라.

상왈 칠일득    이중도야

상전에 말하였다. “7일 만에 얻음은 중도(中道)로 하는 것이다.”

 

九三은 高宗이 伐鬼方하야 三年克之니 小人勿用이니라.

구삼    고종    벌귀방      삼년극지    소인물용

구삼은 고종(高宗)이 귀방(鬼方)을 쳐서 삼년 만에 이기니, 소인은 쓰지 말라.

伐:칠 벌   鬼:귀신 귀   克:이길 극

 

  구삼은 나라로 보면 변방(邊方)을 지키는 지방 제후에 해당된다. 외괘가 감수(坎水)로 험한 오랑캐가 있는데, 나라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변방(鬼方)의 오랑캐를 정벌하는데 3년 만에 이기게 된다는 말이다. 고종(高宗)은 은()나라의 왕 무정(武丁)을 말하는데, 무정이 은나라를 지키기 위해 귀방(鬼方)의 오랑캐를 정벌하는데 오랜 기간에 걸쳐 힘들게 이겼다는 고사(古事)에서 인용된 문장이다. 3년 만에 이겼다는 것은 그만큼 힘들고 고달팠다는 뜻이다. 구삼이 변하면 지괘(之卦)가 수뢰둔(水雷屯)괘가 되니 어려운 상황을 알 수 있다.

  천하를 평정하고 나라를 세우는 데는 항상 소인(小人)을 경계해야 한다. 소인은 언제나 기회를 잡으면 나라를 어지럽히기 때문이다. 전쟁을 묘사하고 있는 상경(上經) 지수사(地水師)괘 상육효를 다시 깊이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上六은 大君이 有命이니 開國承家애 小人勿用이니라.

상육은 대군이 명을 두니 나라를 열고 집을 이음에 소인은 쓰지 말라.

象曰 大君有命은 以正功也오 小人勿用은 必亂邦也일새라

상전에 말하였다. “대군이 명을 둠은 공을 바르게 하는 것이고, 소인을 쓰지 말라는 것은 반드시 나라를 어지럽히기 때문이다.

 

象曰 三年克之는 憊也라.

상왈 삼년극지    비야

상전에 말하였다. “삼년 만에 이김은 고달픈 것이다.”

憊:고달플 비

 

六四는 繻애 有衣袽코 終日戒니라.

육사    유   유의여    종일계

육사는 새는데 헤진 옷(걸레)을 두고 종일토록 경계한다.

繻:고운명주 수(유)   濡:젖을 유·샐 유   袽:헤진옷 여·걸레 여   戒:경계할 계

 

  육사는 외괘 감수(坎水)의 아래에 있으니 험한 물 기운이 스며들 수 있는 자리이다. 그래서 육사 대신(大臣)은 혹 아래 이화(離火)의 밝음이 상하지 않도록 물이 스며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걸레를 가지고 종일토록 경계하며 대비하는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하면 북방 감수(坎水)에 처하여 오랑캐의 준동(蠢動) 등 의심할 바가 있기 때문이다. 육사가 변하면 지괘(之卦)가 택화혁()괘가 되는데, 방비()를 소홀히 하면 변혁이 일어나 나라에 큰 혼란이 생기게 된다.

  수()자는 고운 명주를 의미한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유()자로 보아 젖어들고 새는 것으로 풀이하여야 한다.

 

象曰 終日戒는 有所疑也라.

상왈 종일계    유소의야

상전에 말하였다. “종일토록 경계함은 의심할 바가 있는 것이다.”

疑:의심할 의

 

九五는 東隣殺牛 不如西隣之禴祭 實受其福이니라.

구오    동린살우 불여서린지약제 실수기복

구오는 동쪽 이웃이 소를 잡는 것이 서쪽 이웃이 간략한 제사로 실제로 그 복을 받는 것만 같지 못하다.

隣:이웃 린   殺:죽일 살   禴:종묘제사이름 약(간략한 제사·여름 제사)

 

  중정(中正)한 구오 인군은 나라가 평화로울 때에도 항상 종묘(宗廟)와 사직(社稷)을 지키고 백성의 안녕을 위하여 천제(天帝)께 제사를 드리는 정성을 다하여야 한다. 그러나 성대한 음식과 겉치레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작 필요한 때에 적절히 간략하게 준비하여 지극한 정성을 드리는 것이 중요하다.

  기제괘(旣濟卦) 구오효가 변하면 지괘(之卦)가 지화명이(地火明夷)괘가 된다. 지화명이괘는 은()나라 말기 주()나라 초기에 혁명이 일어나는 시대적 상황을 그대로 효사에 옮긴 괘이다. 그래서 기제괘(旣濟卦) 구오 효사는 은나라와 주나라를 대비하여 설명한 것이다. 동쪽 이웃은 은()나라를 말하고 서쪽 이웃은 주()나라를 말한다. 당시 상황으로 볼 때, 은나라가 천자국(天子國)으로 성대하게 제사를 지내기 위해 소를 잡아 희생하는 것이 주나라가 필요한 때에 간략하게 지극한 정성으로 제사를 올려서 실제로 복을 받는 것만 같지 못하다는 뜻이다.

  이는 필요한 때에 적절히 대비할 수 있는 예방책(豫防策)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나라 일이든 가정 일이든 개인 일이든 이른바 사후약방문(死後藥方)이 되어서는 안 된다.

 

象曰 東隣殺牛 不如西隣之時也니 實受其福은 吉大來也라.

상왈 동린살우 불여서린지시야    실수기복    길대래야

상전에 말하였다. “동쪽 이웃이 소를 잡음이 서쪽 이웃의 때만 같지 못하니, 실제로 그 복을 받음은 길함이 크게 오는 것이다.”

 

上六은 濡其首라 厲하니라.

상륙    유기수    려

상육은 그 머리를 적신다. 위태하다.

濡:젖을 유

 

  상육은 외괘 감수(坎水)의 물에 머리가 적셔진 상태이다. 험한데 빠진 꼴이니 위태하다. 기제괘(旣濟卦)에서 초구효와 육이효는 제자리를 지켜야 하고 구삼효와 육사효는 만일의 위험을 대비하여 경계해야 한다. 그리고 오효는 나라와 백성을 위해 지극한 정성을 드려야 한다. 그러나 상효는 어두움에 빠져 위태롭게 된 상태이다.

  또한 오효는 중정한 마음으로 지극한 정성을 다하여 제사를 드리는데, 상효는 중도를 잃고 맹신(盲信)하는 광신적(狂信的)인 상태를 의미한다. 즉 오효는 진정한 신앙(信仰)을 가지고 있는 것이고, 상육은 잘못된 신앙(信仰)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어떠한 종교를 믿든 바른 신앙(信仰)자세를 가져야 한다.

 

象曰 濡其首厲 何可久也리오.

상왈 유기수려 하가구야

상전에 말하였다. “그 머리를 적셔 위태함이 어찌 오래할 수 있겠는가?”

久:오랠 구

 

 

 

※ 수산 신성수, 주역통해, 대학서림, 2005, 643∼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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