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자비, 기독교의 사랑에 대비되는 유교의 최고 가치는 인이라 할 수 있다. 인(仁)은 유교의 모든 가치를 집약한 말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인(仁)의 가르침이 방대하게 집약된 경전이 『논어』이다.
『논어』에서 인(仁)에 관한 구절은 매우 많다. 『논어』에서 말하는 인(仁)의 개념은 서구적이고 현대적인 관점에서 볼 때 매우 불명확하다. 이는 세상과 사람의 가치 그리고 지향해야 할 모든 것을 망라한 포괄적인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인(仁)이란 사람이 지향해야할 궁극적 가치이면서도, 과정과 목표, 동기와 결과, 이론과 실천이 동시에 수반되어야 하는 지행합일(知行合一)의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인(仁)은 이성적 사고와 감성적 느낌이 통합되어 실현되어야 하는 가치이다. 인(仁)은 또한 이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들이 저마다의 현실 속에서 구체적인 인간관계를 통하여 실천해야 할 덕목이기도 하다.
『논어』에서 표현되고 있는 인(仁)의 세계를 관련된 문장을 통하여 그 깊이와 넓이 그리고 현실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대표적인 문장들을 올리되, 구체적인 논설은 생략하고 관조하듯이 음미해본다.
1. 어짊(仁)이란?
[1. 學而(학이) 2]
有子曰 其爲人也孝弟요 而好犯上者鮮矣니 不好犯上이요 而好作亂者未之有也니라. 君子는 務本이니 本立而道生하나니 孝弟也者는 其爲仁之本與인저.
有子(유자): 공자의 제자 孝: 효도 효 弟: 공경할 제 犯: 범할 범 鮮: 드물 선
亂: 어지러울 란(난) 未: 아닐 미 務: 힘쓸 무 與: 어조사 여
유자가 말하였다.
"그 사람됨이 효성스럽고 공경스러우면서 윗사람을 범하기를 좋아하는 자는 드무니,
윗사람을 범하기를 좋아하지 않고서 난(亂)을 일으키기를 좋아하는 자는 있지 않다.
군자는 근본을 힘쓰니, 근본이 확립되면 도가 발생하는 것이다.
효와 제(공경)라는 것은 그 인(仁)을 행하는 근본일 것이다.“
[6. 雍也(옹야) 20]
樊遲問知한대 子曰 務民之義요 敬鬼神而遠之면 可謂知矣니라 問仁한대 曰 仁者先難而後獲이면 可謂仁矣니라.
樊: 울타리 번 遲: 늦을 지 樊遲(번지): 공자의 제자 敬: 공경할 경 遠: 멀 원
難: 어려울 난 獲: 얻을 획
번지가 지(智)에 대하여 묻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를 힘쓰고 귀신을 공경하되 멀리한다면 지(智)라 말할 수 있다.”
번지가 다시 인(仁)에 대하여 묻자, 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인자(仁者)는 어려운 일을 먼저 하고 얻는 것을 뒤에 하니, 이렇게 한다면 인(仁)이라고 말할 수 있다.”
[6. 雍也(옹야) 28]
子貢曰 如有博施於民而能濟衆이면 何如하니잇고 可謂仁乎잇가 子曰 何事於仁이리오 必也聖乎인저 堯舜도 其猶病諸시니라. 夫仁者는 己欲立而立人하며 己欲達而達人이니라. 能近取譬면 可謂仁之方也已니라.
子貢(자공): 공자의 제자 博: 넓을 박 施: 베풀 시 濟: 구제할 제 猶: 오히려 유
諸: 어조사 저(제) 達: 통달할 달 取: 취할 취 譬: 비유할 비
자공이 말하였다.
“만일 백성에게 은혜를 널리 베풀어 많은 사람을 구제한다면 어떻습니까? 인(仁)하다고 할 만합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어찌 인(仁)을 일삼는데 그치겠는가? 반드시 성인(聖人)일 것이다. 요순(堯舜)도 이에 있어서는 오히려 부족하게 여기셨을 것이다. 인자(仁者)는 자신이 서고자 함에 남도 서게 하며, 자신이 통달하고자 함에 남도 통달하게 하는 것이다. 가까운 데에서 취해 비유할 수 있으면 인(仁)을 하는 방법이라고 할 만하다.”
[12. 顔淵(안연) 1]
顔淵問仁한대 子曰 克己復禮爲仁이니 一日克己復禮면 天下歸仁焉하리니 爲仁由己니 而由人乎哉아 顔淵曰 請問其目하노이다. 子曰 非禮勿視하며 非禮勿聽하며 非禮勿言하며 非禮勿動이니라. 顔淵曰 回雖不敏이나 請事斯語矣리이다.
顔: 얼굴 안 淵: 못 연 顏淵(안연): 공자의 제자 克: 이길 극 己: 자기 기 復: 돌아올 복 禮: 예도 례 歸: 돌아갈 귀
由: 말미암을 유 哉: 어조사 재 請: 청할 청 視: 볼 시 聽: 들을 청 回: 돌 회(안연의 이름) 雖: 비록 수
敏: 총명할 민 事: 섬길 사 斯: 이 사 矣: 어조사 의
안연이 인(仁)을 묻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자기의 사욕(私慾)을 이겨 예(禮)에 돌아감이 인(仁)을 하는 것이니, 하루 동안이라도 사욕을 이겨 예에 돌아가면 천하가 인(仁)에 돌아갈 것이니, 인(仁)을 하는 것은 자기 몸에 달려 있으니, 남에게 달려있는 것이겠는가?”
안연이 “그 조목을 묻겠습니다.” 하고 말하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예가 아니면 보지 말며, 예가 아니면 듣지 말며, 예가 아니면 말하지 말며, 예가 아니면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안연이 말하였다.
“제가 비록 불민(不敏)하오나 청컨대 이 말씀을 받들겠습니다.”
[12. 顔淵(안연) 2]
仲弓問仁한대 子曰 出門如見大賓하고 使民如承大祭하며 己所不欲을 勿施於人이니 在邦無怨하며 在家無怨이니라. 仲弓曰 雍雖不敏이나 請事斯語矣리이다.
仲: 버금 중 弓: 활 궁 仲弓(중궁): 공자의 제자 賓: 손 빈 施: 베풀 시 邦: 나라 방 怨: 원망할 원 雍: 누그러질 옹
중궁이 인(仁)을 묻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문을 나갔을 때에는 큰 손님을 뵌 듯이 하며, 백성에게 일을 시킬 때에는 큰 제사를 받들 듯이 하고, 자신이 하고자 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베풀지 말아야 하니, 이렇게 하면 나라에 있어서도 원망함이 없으며, 집안에 있어서도 원망함이 없을 것이다.”
중궁이 말하였다.
“제가 비록 불민하오나, 청컨대 이 말씀을 따르겠습니다.”
[12. 顔淵(안연) 3]
司馬牛問仁한대 子曰 仁者는 其言也訒이니라. 曰 其言也訒이면 斯謂之仁矣乎잇가 子曰 爲之難하니 言之得無訒乎아
司馬牛(사마우): 공자의 제자 訒: 말더듬을 인, 참을 인
사마우가 인(仁)을 묻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인자는 그 말함이 참아서 하는 것이다.”
(사마우가) 말하였다,
“그 말하는 것을 참아서 하면 이 인(仁)이라 이를 수 있습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이것을 행하기가 어려우니, 말함에 참아서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12. 顔淵(안연) 22]
樊遲問仁한대 子曰 愛人이니라. 問知(智)한대 子曰 知人이니라. 樊遲未達이어늘 子曰 擧直錯諸枉이면 能使枉者直이니라. 樊遲退하여 見子夏曰 鄕也에 吾見於夫子而問知하니 子曰 擧直錯諸枉이면 能使枉者直이라하시니 何謂也오 子夏曰 富哉라 言乎여 舜有天下에 選於衆하사 擧皐陶하시니 不仁者遠矣요 湯有天下에 選於衆하사 擧伊尹하시니 不仁者遠矣니라.
樊: 울타리 번 遲: 늦을 지 樊遲(번지): 공자의 제자 達: 통달할 달 錯: 섞일 착, 등질 착 枉: 굽을 왕(부정한 사람)
子夏: 공자의 제자 皐陶(고요): 순(舜)임금의 신하로 형옥을 관장 伊尹(이윤): 상(商) 나라 탕(湯) 임금의 현신(賢臣)
번지가 인(仁)을 묻자, 공자께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하셨다. 지(智)를 묻자, 공자께서 “사람을 아는 것이다.” 하셨다.
번지가 그 내용을 통달하지 못하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정직한 사람을 들어 쓰고 모든 부정한 사람을 버리면 부정한 자로 하여금 곧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번지가 물러가서 자하를 만나보고 물었다. “지난번에 부자를 뵙고 지를 물었더니, ‘정직한 사람을 들어 쓰고 모든 부정한 사람을 버리면 부정한 자로 하여금 곧게 할 수 있다.’ 하셨으니, 무슨 말씀인가?” 자하가 말하였다.
“풍부하다. 그 말씀이여! 순임금이 천하를 소유함에 여러 사람들 중에서 선발해서 고요를 들어 쓰시니, 불인한 자들이 멀리 사라졌고, 탕임금이 천하를 소유함에 여러 사람들 중에서 선발하여 이윤을 들어 쓰시니, 불인한 자들이 멀리 사라졌다.”
[13. 子路(자로) 19]
樊遲問仁한대 子曰 居處恭하며 執事敬하며 與人忠을 雖之夷狄이라도 不可棄也니라.
恭: 공손할 공 敬: 공경할 경 夷狄(이적): 오랑캐 棄: 버릴 기
번지가 인(仁)을 묻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거처할 적에 공손히 하며, 일을 집행할 적에 공경하며, 사람을 대할 적에 충성되게 하여야 한다. 이것은 비록 이적(夷狄)의 나라에 가더라도 버려서는 안된다.”
[13. 子路(자로) 27]
子曰 剛毅木訥이 近仁이니라.
剛: 굳셀 강 毅: 굳셀 의 木: 질박할 목 訥: 말 더듬을 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강하고 굳세고, 질박하고 어눌함이 인(仁)에 가깝다.”
[17. 陽貨(양화) 6]
子張이 問仁於孔子한대 孔子曰 能行五者於天下면 爲仁矣니라. 請問之한대 曰 恭寬信敏惠니 恭則不侮하고 寬則得衆하고 信則人任焉하고 敏則有功하고 惠則足以使人이니라.
子張(자장): 공자의 제자 寬: 너그러울 관 敏: 민첩할 민 惠: 은혜 혜 侮: 업신여길 모
자장이 공자에게 인(仁)을 여쭙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능히 다섯 가지를 천하에 행할 수 있으면 인(仁)이 된다.” 하셨다.
자장이 가르쳐 주시기를 청하니, 말씀하시기를,
“공손함(恭), 너그러움(寬), 믿음(信), 민첩함(敏), 은혜로움(惠)이니, 공손하면 업신여김을 받지 않고, 너그러우면 뭇사람을 얻게 되고, 믿음이 있으면 남들이 의지하게 되고, 민첩하면 공이 있게 되고, 은혜로우면 충분히 남들을 부릴 수 있게 된다.”
2. 어진 자(仁者)란?
[1. 學而(학이) 3]
子曰 巧言令色이 鮮矣仁이니라.
巧: 공교할 교 令: 좋을 령 鮮: 적을 선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말을 좋게 하고 얼굴빛을 곱게 하는 사람이 인(仁)한 이가 적다.“
[1. 學而(학이) 6]
子曰 弟子入則孝하고 出則弟하며 謹而信하며 汎愛衆하되 而親仁이니 行有餘力이어든 則以學文이니라.
弟: 공손할 제 謹: 삼갈 근 汎: 넓을 범 餘: 남을 여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제자가 들어가서는 효하고 나와서는 공손하며, (행실을) 삼가고 (말을) 미덥게 하며, 널리 사람들을 사랑하되 인(仁)한 이를 친해야 하니, 이것을 행하고 여력이 있으면 글을 배워야 한다.“
[3. 八佾(팔일) 3]
子曰 人而不仁이면 如禮何며 人而不仁이면 如樂何리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으로서 인(仁)하지 못하면 예(禮)를 어떻게 사용하며, 사람으로서 인하지 못하면 악(樂)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겠는가?"
[4. 里仁(이인) 2]
子曰 不仁者는 不可以久處約이며 不可以長處樂이니 仁者는 安仁하고 知者는 利仁이니라.
處: 거처할 처 約: 고생할 약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인하지 못한 자는 오랫동안 곤궁한 데 처할 수 없으며, 장구하게 즐거움에 처할 수 없으니, 인자(仁者)는 인(仁)을 편안히 여기고 지자(智者)는 인(仁)을 이롭게 여긴다.”
[4. 里仁(이인) 3]
子曰 唯仁者아 能好人하며 能惡人이니라.
好: 좋을 호 惡: 미워할 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오직 인자(仁者)여야 사람을 좋아하며, 사람을 미워할 수 있는 것이다.”
[4. 里仁(이인) 4]
子曰 苟志於仁矣면 無惡也니라.
苟: 진실로 구 志: 뜻 지 惡: 악할 악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진실로 인(仁)에 뜻을 두면 악함이 없다.”
[4. 里仁(이인) 5]
子曰… 君子無終食之間違仁이니 造次에 必於是하며 顚沛에 必於是니라.
終: 끝날 종 違: 떠날 위 造次(조차): 얼마 되지 않는 짧은 동안(경황중)
顚沛(전패): 발이 걸려 넘어짐(위급한 상황)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 … 군자는 밥을 먹는 동안이라도 인(仁)을 떠남이 없으니, 경황중에도 이 인(仁)에 반드시 하며, 위급한 상황에도 이 인(仁)에 반드시 하는 것이다.”
[6. 雍也(옹야) 21]
子曰 知者는 樂水하고 仁者는 樂山이니 知者는 動하고 仁者는 靜하며 知者는 樂하고 仁者는 壽니라.
樂: 좋아할 요 動: 움직일 동 靜: 고요할 정 壽: 장수할 수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지자는 물을 좋아하고 인자는 산을 좋아하며, 지자는 동적이고 인자는 정적이며, 지자는 낙천적이고 인자는 장수한다.”
[7. 述而(술이) 6]
子曰 志於道하며 據於德하며 依於仁하며 游於藝니라.
據: 의거할 거 依: 의지할 의 遊: 놀 유 藝: 재주 예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도(道)에 뜻을 두며, 덕(德)을 굳게 지키며, 인(仁)에 의지하며, 예(藝)에 노닐어야 한다.”
[7. 述而(술이) 29]
子曰 仁遠乎哉아 我欲仁이면 斯仁至矣니라.
遠: 멀 원 斯: 이 사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인(仁)이 멀리 있는가? 내가 인(仁)을 하고자 하면 인(仁)이 당장 이르는 것이다.”
[8. 泰伯(태백) 7]
曾子曰 士不可以不弘毅니 任重而道遠이니라. 仁以爲己任이니 不亦重乎아 死而後已니 不亦遠乎아
曾子(증자): 공자의 제자 弘: 넓을 홍 毅: 굳셀 의 任: 맡길 임 已: 그칠 이
증자가 말씀하였다.
“선비는 도량이 넓고 뜻이 굳세지 않으면 안 된다. 책임이 무겁고 길이 멀기 때문이다. 군자는 인(仁)으로써 자기의 책임을 삼으니 막중하지 않은가? 죽은 뒤에야 끝나는 것이니 멀지 않은가?”
[9. 子罕(자한) 28]
子曰 知者不惑하고 仁者不憂하고 勇者不懼니라.
惑: 미혹할 혹 憂: 근심할 우 懼: 두려워할 구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지혜로운 자는 의혹하지 않고, 인(仁)한 자는 근심하지 않고, 용맹한 자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14. 憲問(헌문) 5]
子曰 有德者는 必有言이어니와 有言者는 不必有德이니라. 仁者는 必有勇이어니와 勇者는 不必有仁이니라.
必: 반드시 필 勇: 날쌜 용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덕이 있는 자는 반드시 훌륭한 말을 하거니와, 훌륭한 말을 하는 자는 반드시 덕이 있지는 못하다. 인자는 반드시 용기가 있거니와, 용기가 있는 자는 반드시 인이 있지는 못하다.”
[15. 衛靈公(위령공) 8]
子曰 志士仁人은 無求生以害仁이요 有殺身以成仁이니라.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지사(志士)와 인인(仁人)은 삶을 구하여 인(仁)을 해침이 없고, 자기 몸을 죽여 인(仁)을 이루는 경우는 있다.”
※ 성백효, 『현토완역 논어집주』, 전통문화연구회, 2003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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