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산책/주역

58. 중택태(重澤兌)

돈호인 2020. 11. 7. 00:25

 

괘의

안에서 기뻐하고 밖에서도 기뻐하니 모두가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기뻐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렇게 기뻐서 들떠 있는 상황에서는 차분히 모여 함께 강습하는 것이 보다 현명한 일이다(朋友講習).

 

괘명 및 괘상

내괘가 태택(兌澤), 외괘도 태택(兌澤)으로 이루어진 괘의 명칭을 ()라 한다. 안과 밖으로 모두 기뻐한다는 뜻이다. 모두가 기뻐하면서 어려움을 잊고 있는 상이다. 중풍손(重風巽)괘에서 새로운 명이 베풀어지니 이에 모두가 기뻐하면서 새로운 명()과 질서를 익힌다. 새로운 질서를 잡아가는데 있어서 백성의 노고는 매우 크다. 모든 백성이 그 노고(勞苦)를 잊을 정도로 고무진작(鼓舞振作)하여 백성을 기쁘게 한다.

 

서괘

서괘전은 중풍손괘 다음에 중택태괘가 온 것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巽者는 入也니 入而後애 說之라 故로 受之以兌하고

손자    입야    입이후   열지    고    수지이태

손(巽)이란 들어감이니, 들어간 후에 기뻐한다. 그러므로 태(兌)로써 받고

說:기쁠 열

 

()은 들어가는 것이다. 나그네로 떠돌다가 거처함을 얻어 들어가니 기뻐하게 된다. 그래서 손괘(巽卦) 다음에 태괘(兌卦)를 두었다는 설괘전의 설명이다. 보다 바른 뜻은, 풍괘()와 여괘(旅卦)에서 기존의 나쁜 행태를 단죄(斷罪)하고, 손괘(巽卦)에서 거듭 명을 행하여 새로운 질서를 세우니, 모두가 기뻐하는 마음으로 새로운 질서를 익히는 것이기에 손괘(巽卦) 다음에 태괘(兌卦)를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괘사

兌는 亨하니 利貞하니라.

태    형      이정

태(兌)는 형통하니, 바르게 함이 이롭다.

兌:기뻐할 태·통할 태·모일 태·구멍 태·바꿀 태

 

새로운 명을 받아 새로운 질서를 세워 안팎으로 기뻐하고 기뻐하는 태()는 형통하지만, 바르게 함이 이롭다. 안팎으로 기뻐하여 자칫 중도(中道)를 잃어 흉하게 될 수 있으니, 기뻐하는 가운데 바르게 함이 이롭다. 단전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단사

彖曰 兌는 說也니 剛中而柔外하야 說以利貞이라.

단왈 태    열야   강중이유외       열이이정

是以順乎天而應乎人하야 說以先民하면 民忘其勞하고

시이순호천이응호인       열이선민      민망기로

說以犯難하면 民忘其死하나니 說之大 民勸矣哉라.

열이범난       민망기사         열지대 민권의재

단전에 말하였다. “태(兌)는 기뻐하는 것이니, 강(剛)이 가운데하고 유(柔)가 바깥해서, 기뻐함으로 바르게 함이 이롭다. 이로써 하늘에 순하고 사람에 응해서, 기뻐함으로 백성에 먼저 하면 백성이 그 수고로움을 잊고, 기뻐함으로 어려움을 범하면 백성이 그 죽음도 잊으니, 기뻐함의 큼이 백성이 권하는 것이다.”

說:기쁠 열   忘:잊을 망   勞:수고할 로   犯:범할 범   難:어려울 난  勸:권할 권

 

()는 기뻐하는 것이다. 태괘(兌卦)의 재질을 보면 내괘의 구이 강()과 외괘의 구오 강()이 가운데하고, 육삼과 상육의 음()은 바깥에 있다. 그러니 기뻐하면서도 바르게 함이 이롭다. 그리고 위로는 하늘에 순하고 아래로는 백성에 응해야 진정한 기쁨의 도가 된다. 그래서 기뻐함의 도로써 백성보다 앞서 행하면 백성이 그 수고로움을 잊을 정도로 모두 따르고, 또한 기뻐함으로써 백성을 흥기시켜 어려운 상황을 범하게 되면 백성이 그 죽음도 잊고 모두 따르게 되니, 이 기뻐함의 큰 것, 즉 나라를 기뻐하게 하고 백성을 기뻐하게 하고 하늘을 기뻐하게 하는 것이 바로 백성이 권하고 또한 백성에게 권해야 하는 것이다. 나라가 어려우면 그 수고로움을 잊고 나라를 위해 기쁜 마음으로 일하게 될 때 진정 국난(國難)을 극복할 수 있다.

 

괘상사

象曰 麗澤이 兌니 君子 以하야 朋友講習하나니라.

상왈 이택    태    군자 이      붕우강습

상전에 말하였다. “걸린 연못이 태(兌)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벗(朋友)과 강습한다.”

麗:고울 려·빛날 려·붙을 려(리)·걸릴 리   澤:못 택   講:익힐 강   習:익힐 습

 

연못이 위 아래로 붙어 걸려 있는 상이 태괘(兌卦)이다. 내괘로 기뻐하고 외괘로 기뻐한다. 는 기뻐하는 것이고, 말하는 것이고, 입을 의미한다. 그러니 안팎으로 벗이 모여 모든 국민이 하나가 되어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강습하는 것이다.

 

효사 및 효상사

初九는 和兌니 吉하니라.

초구    화태    길

초구는 화해서 기뻐하니 길하다.

和:화할 화

 

초구는 기뻐하는 태괘(兌卦)에서 맨 아래에 처하여 백성에 해당한다. 양 자리에 양으로 자리가 바르니, 조화롭게 기뻐하여 길하다. 초구는 자리가 바르고, 백성으로서 기뻐하면서 구이를 따라 일을 하는데 의심할 바가 없다.

 

象曰 和兌之吉은 行未疑也일새라.

상왈 화태지길    행미의야

상전에 말하였다. “화해서 기뻐하여 길한 것은 행함에 의심하지 않기 때문이다.”

 

九二는 孚兌니 吉코 悔 亡하니라.

구이    부태    길    회 망

구이는 미덥게 기뻐하니 길하고, 뉘우침이 없어진다.

 

구이는 음 자리에 양()으로 있어 자리가 부당하니 다소 뉘우침이 있다. 그러나 내괘의 중()을 지켜 미덥게 기뻐하니 길하고, 또한 초구 백성이 잘 화하여 구이의 뜻을 믿고 따르니 뉘우침이 없어진다. 구이가 변하면 지괘(之卦)가 택뢰수(澤雷隨)가 되니, 기뻐하면서 따르는 상이 나온다.

 

象曰 孚兌之吉은 信志也일새라.

상왈 부태지길    신지야

상전에 말하였다. “미덥게 기뻐해서 길한 것은 뜻을 믿기 때문이다.”

 

六三은 來兌니 凶하니라.

육삼    래태    흉

육삼은 와서 기뻐하니 흉하다.

 

육삼은 중()을 얻지 못하였고, 양 자리에 음으로 있어 자리가 마땅하지 않은 상태이다. 그러니 모두가 기뻐하고 기뻐하는 상황에 육삼도 자리가 바르지 못한 상태에서 부화뇌동(附和雷同)하면서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기뻐한다. 중도(中道)를 잃고 바름을 잃은 상태에서 부화뇌동하니 흉하다.

 

象曰 來兌之凶은 位不當也일새라.

상왈 래태지흉    위부당야

상전에 말하였다. “와서 기뻐해서 흉한 것은 자리가 마땅하지 않기 때문이다.”

 

九四는 商兌未寧이니 介疾이면 有喜리라.

구사    상태미녕       개질      유희

구사는 기쁨을 헤아려서 편안하지 않으니, 분별해서 미워하면 기쁨이 있을 것이다.

商:헤아릴 상   寧:편안할 녕   介:낄 개·도울 개·굳을 개·절개 개·분별할 개   疾:병 질   喜:기쁠 희

 

구사는 음 자리에 양으로 거하여 자리가 바르지 못하나, 전체로 보면 대신(大臣) 자리에 있다. 대신 역할을 해야 할 구사로서는 구오의 명()을 따라야 하는데, 자리가 바르지 못하고 아래에 있는 육삼 음()에 가까이 있어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 그래서 기쁜 상태에서 헤아리니 마음이 편하지 못하다. 그러나 잘 분별해서 부당한 육삼의 유혹을 물리치면 기쁨이 있게 된다. 나라 일을 하는 대신으로서 구사가 잘 분별해서 판단을 잘하여 구오 인군의 명을 따르면 나라가 잘 되는 것이니, 구사의 기쁨이란 나라로 보면 경사가 되는 것이다.

 

象曰 九四之喜는 有慶也라.

상왈 구사지희    유경야

상전에 말하였다. “구사의 기쁨은 경사가 있는 것이다.”

慶:경사 경

 

九五는 孚于剝이면 有厲리라.

구오    부우박       유려

구오는 깎는데 믿으면 위태함이 있을 것이다.

剝:벗길 박·깎을 박

 

구오는 외괘에서 중정한 자리에 있는 인군(人君)이다. 나라를 이끌고 천하 백성이 모두 기뻐하도록 정치를 잘 해야 한다. 그런데 바로 위에 음()이 있는데, 이 음()은 양()을 깎는 부정한 것이다. 그래서 만일 구오 인군이 상육 음()에게 믿음을 두면, 상육 음이 구오 양을 깎기 때문에 위태롭게 된다. 이는 구오가 중정한 자리에 정당하게 있기 때문에, 혹 있을 수 있는 일을 경계하는 것이다.

 

象曰 孚于剝은 位正當也일새라.

상왈 부우박    위정당야

상전에 말하였다. “깎는데 믿는다는 것은 자리가 정당하기 때문이다.”

 

上六은 引兌라.

상륙    인태

상육은 이끌어서 기뻐한다.

引:끌 인

 

상육은 기뻐하는 태괘(兌卦)의 극에 처하여 중도(中道)를 잃고 지나치게 기뻐하는 자리이다. 그런데 사실 모든 백성은 구오의 중정(中正)한 정치에 기뻐하니, 정작 상육을 알아주지 않는다. 이에 상육이 구오 인군과 백성을 막 끌어당겨서 기뻐하는 격이니, 그 도가 빛나는 것이 못된다.

 

象曰 上六引兌 未光也라.

상왈 상륙인태 미광야

상전에 말하였다. “상육이 이끌어서 기뻐함이 빛나지 못한 것이다.”

 

 

※ 수산 신성수, 주역통해, 대학서림, 2005, 604∼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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