괘의
어떠한 재앙이 닥쳐도 적절한 대비를 하고 준비를 하면 큰 탈이 없다.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평소에 각종 사회제도나 재난구호제도를 적절히 마련하고 민생을 위한 덕행을 의논하여야 한다(制度議德).
괘명과 괘상
외괘가 감수(坎水)☵, 내괘가 태택(兌澤)☱으로 이루어진 괘의 명칭을 ‘절(節)’이라 한다. 내괘의 연못에 외괘 물이 고여 있는데, 물을 잘 조절해야 넘치지 않고 또한 부족하지 않게 되듯이, 잘 조절하여야 한다는 뜻이다. 풍수환(風水渙)괘에서 물난리를 겪었으니 또다시 물난리를 겪지 않기 위해서는 물을 잘 조절해야 한다. 민생(民生)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경기부양책이나 긴축정책 등을 통하여 나라의 경제를 잘 조절하여야 한다.
풍수환괘에서 언급하였듯이 수택절괘의 체는 상경 중수감(重水坎)괘에 있다. 중수감괘 초효가 변하면 수택절괘가 되니, 중수감에서 물이 넘쳐흐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내괘 초효를 강하게 막아 물이 아래로 흐르는 것을 막고 또한 위에 있는 물을 잘 조절해야 한다.
수택절(水澤節)괘는 60번째로 60갑자 순서로 보면 60번째 계해(癸亥) 마지막이 된다. 계해(癸亥)를 오행으로 보면 역시 계수(癸水)에 해수(亥水)이니 60번째 수택절과 통한다. 《주역(周易)》은 음양 이진법으로 사상·팔괘를 거쳐 64괘 384효로 이루어져 있으나, 실질적인 책력도수로는 60번째인 이 수택절괘에서 마무리를 짓는다. 중천건괘에서 수택절괘까지 모두 360효가 되니 360일 상수(常數)가 절괘(節卦)로써 이루어지고 또한 음효(陰爻)와 양효(陽爻)의 합도 각각 180효로 딱 맞아 떨어진다. 다음의 61번째 풍택중부(風澤中孚), 62번째 뇌산소과(雷山小過), 63번째 수화기제(水火旣濟), 64번째 화수미제(火水未濟)의 4괘 24효는 사시(四時) 24절기를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서괘
「서괘전」은 풍수환괘 다음에 수택절괘가 온 것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渙者는 離也니 物不可以終離라 故로 受之以節하고
환자 리야 물불가이종리 고 수지이절
환(渙)이란 떠남이니, 물건이 가히 끝까지 떠나지는 못한다. 그러므로 절(節)로써 받고
離:떠날 리
환(渙)은 흩어지는 것이니 다 떠나는 것이다. 그렇지만 모든 현상이 끝까지 흩어져 떠나가지는 않는다. 떠나가다가도 마디에 걸려 매듭을 짓게 되니 절도 있게 한다는 절괘(節卦)를 환괘(渙卦) 다음에 둔 것이다.
또한 괘의 의미로 볼 때, 절괘(節卦)로써 실질적인 인생과 사회의 파노라마는 매듭을 짓게 된다. 뇌화풍(雷火豐), 화산려(火山旅)를 거쳐 중풍손(重風巽)에서 새로운 하늘의 명을 행하고, 중택태(中澤兌)에서 기뻐하는 마음으로 그 명을 강습하고, 또한 풍수환(風水渙)에서는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원하여 규합하고 이제 수택절(水澤節)괘에서는 모든 것을 마무리하면서 새로운 시대를 확고하게 출발하기 위한 제도와 질서 그리고 규범을 만드는 것이다.
괘사
節은 亨하니 苦節은 不可貞이니라.
절 형 고절 불가정
절(節)은 형통하니 괴로운 시절은 가히 바르게 하지 못한다.
節:마디 절·절개 절·부신 절·때 절·알맞을 절 苦:쓸 고·괴로울 고
이제 일년(一年) 사시(四時) 360일이 마디를 짓고, 《주역(周易)》의 대하드라마가 마디를 짓는 절(節)은 형통하다. 또한 풍수환(風水渙)에서 백성을 구제한 뒤에, 새로이 도수(度數)를 마름하고 덕행(德行)을 의논하는 절괘(節卦)는 형통하다. 그렇지만 궁핍하여 괴로운 시절에는 가히 바르게 할 수 없다. 단전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단사
彖曰 節亨은 剛柔 分而剛得中할새오
단왈 절형 강유 분이강득중
苦節不可貞은 其道 窮也일새라.
고절불가정 기도 궁야
說以行險하고 當位以節하고 中正以通하니라.
열이행험 당위이절 중정이통
天地節而四時成하나니 節以制度하야 不傷財하며 不害民하나니라.
천지절이사시성 절이제도 불상재 불해민
단전에 말하였다. “‘절(節)이 형통함’은 강(剛)과 유(柔)가 나누어져 강(剛)이 중을 얻었기 때문이고, ‘괴로운 시절은 가히 바르게 하지 못하는 것’은 그 도(道)가 궁하기 때문이다. 기뻐함으로써 험한데 행하고, 자리가 마땅하여 절도가 있고, 중정함으로 통한다. 천지가 절도 있게 하여 사시(四時)가 이루어지니, 절도로써 법도를 지어서 재물을 상하게 하지 않으며, 백성을 해롭게 하지 않는다.”
說:기쁠 열 險:험할 험 制:마를 제 度:법도 도 傷:상할 상 財:재물 재
수택절(水澤節)괘 역시 풍수환(風水渙)괘와 마찬가지로 삼음삼양(三陰三陽)괘이고 그 체는 지천태(地天泰)괘에 있다. 내괘가 삼양(剛)이고 외괘 삼음(柔)인 지천태(地天泰)괘에서 강과 유가 나뉘어서 구삼의 강(剛)이 외괘로 가서 중을 얻었기 때문에 절(節)이 형통한 것이다.
괴로운 시절, 즉 어려운 때에는 그 도가 궁하기 때문에 가히 바르게 하지 못하고 또한 고집하지 못한다. 괘덕으로 보면 내괘 태택(兌澤)☱의 기뻐함으로 외괘 감수(坎水)☵의 험한 데를 내호괘 진뢰(震雷)☳로 움직여 가고, 외괘의 사효와 오효 상효가 모두 자리가 마땅하여 절도가 있고, 또한 구오가 외괘의 중(中)을 얻어 양 자리에 양으로 중정(中正)하니 통하고 있다.
천지(天地)가 절도 있게 하여 춘하추동 사시가 이루어지는 것과 같이, 절도로써 각종 제도와 도수를 만들어 재물을 상하지 않게 하고, 백성을 해롭게 하지 않는다. 모든 것은 절도가 있어야 지나치지 않게 되고, 따라서 상함이 없고 해로움이 없다. 이것이 중용(中庸)·중도(中道)의 묘용(妙用)이다. 《중용》 제1장에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다.
喜怒哀樂之未發을 謂之中이오 發而皆中節을 謂之和니 中也者는 天下之大本也오 和也者는 天下之達道也니라. 致中和면 天地 位焉하며 萬物이 育焉이니라.
기쁨·성냄·슬픔·즐거움이 아직 발하지 않은 것을 중(中)이라 이르고, 발해서 모두 절도에 맞는 것을 화(和)라 이르니, 중(中)이라는 것은 천하의 큰 근본이요, 화(和)라는 것은 천하의 통달한 도이다. 중화를 지극히 하면 천지가 자리하며(편안하며) 만물이 잘 길러진다.
괘상사
象曰 澤上有水 節이니 君子 以하야 制數度하며 議德行하나니라.
상왈 택상유수 절 군자 이 제수도 의덕행
상전에 말하였다. “연못 위에 물이 있는 것이 절(節)이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도수와 법도를 지으며 덕행을 의논한다.”
制:마름할 제·지을 제 議:의논할 의
내괘 태택(兌澤)☱ 연못 위에 외괘 감수(坎水)☵ 물이 있는 것이 절괘(節卦)이다. 즉 연못에 물이 고여 있는데 연못의 제방이 튼튼해야 물이 새지 않으며, 또한 연못의 물이 적절해야 넘쳐흐르지 않게 된다. 이러한 절괘(節卦)의 상을 보아 군자는 민생(民生)에 필요한 도수(度數)를 만들어 적절한 사회제도를 이루며, 또한 덕행을 의논하여 사회의 올바른 예의범절(禮儀凡節)을 만든다.
효사 및 효상사
初九는 不出戶庭이면 无咎리라.
초구 불출호정 무구
초구는 호정(집안 뜰)을 나서지 않으면 허물이 없을 것이다.
戶:지게 호·외짝문 호 庭:뜰 정
초구는 수택절(水澤節)괘의 초효에 거하여 중(中)을 얻지는 못하였으나, 양 자리에 양으로 자리가 바르다. 바른 자리에 있어서 외괘 감수(坎水)☵의 험한 것이 있음을 알고 방문 밖을 나서지 않으니, 허물이 없다. 즉 문밖을 나서지 않는 것은 앞으로의 일이 통하고 막히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공자(孔子)는 「계사상전」 제8장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不出戶庭이면 无咎라하니 子曰 亂之所生也 則言語 以爲階니 君不密則失臣하며 臣不密則失身하며 幾事 不密則害成하나니 是以君子 愼密而不出也하나니라.
“호정(戶庭)을 나서지 않으면 허물이 없다”라고 하니,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어지러움이 생하는 바는 말(言語)로써 계제(階梯)가 되는 것이니, 인군이 주밀하지 못하면 신하를 잃으며, 신하가 주밀하지 못하면 몸을 잃으며, 기밀한 일이 주밀하지 못하면 해로움을 이루니, 이로써 군자가 삼가고 주밀해서 나가지 않는 것이다.”
象曰 不出戶庭이나 知通塞也니라.
상왈 불출호정 지통색야
상전에 말하였다. “호정(戶庭)을 나서지 않으나 통하고 막힘을 아는 것이다.”
通:통할 통 塞:막힐 색
九二는 不出門庭이라 凶하니라.
구이 불출문정 흉
구이는 문정(대문앞 뜰)을 나서지 않는다. 흉하다.
수택절괘의 이효는 음 자리에 양으로 있어 자리가 부당하나 내괘의 중(中)을 얻은 상태이다. 그런데 절도(節度)를 중시하는 절괘(節卦)에 있어서 초효는 위험한 상황이 앞에 있기 때문에 일을 주밀하게 하기 위해 문밖을 나서지 않으니 허물이 없다고 하였는데, 정작 바로 위에 있는 이효에서는 때가 되었는데도 문밖을 나서지 않으니 때를 잃음이 극하여 흉하다고 하였다. 그만큼 때를 포착하고 때에 맞게 움직이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구이가 변하면 지괘(之卦)가 수뢰둔(水雷屯)괘가 되는데, 둔괘(屯卦) 육이 효사에도 때를 놓쳐서 10년 만에 시집가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六二는 屯如邅如하며 乘馬班如하니 匪寇면 婚媾리니 女子 貞하야 不字라가 十年에야 乃字로다.
육이는 어려우며 머뭇거리는 듯하며 말을 타도 말이 서성거리니, 도적이 아니면 청혼해 오리니, 여자가 곧아서 시집가지 않다가 십년에야 이에 시집가도다.
한편 64괘 384효 가운데 이효(二爻)에서 ‘흉(凶)’하다는 단정사(斷定辭)를 쓴 곳은 수택절괘 구이 효사와 산지박(山地剝)괘 육이 효사가 있다. 산지박괘 육이 효사는 “剝牀以辨이니 蔑貞이라 凶토다”라고 하였다.
象曰 不出門庭凶은 失時 極也일새라.
상왈 불출문정흉 실시 극야
상전에 말하였다. “문정을 나서지 않아서 흉함은 때를 잃음이 극하기 때문이다.”
六三은 不節若이면 則嗟若하리니 无咎니라.
육삼 부절약 즉차약 무구
육삼은 절제하지 않으면 곧 탄식하게 될 것이니, 허물할 데가 없다.
嗟:탄식할 차
육삼은 양 자리에 음으로 있어 자리가 부당하고 중(中)도 얻지 못한 상태이다. 육삼 자리는 내괘 태택(兌澤)☱ 연못의 위에 물이 담기는 곳이니, 조절하지 못하면 물이 넘쳐 재앙이 되어 탄식하게 된다는 뜻이다. 이는 절제하지 못한 자신의 잘못이므로 남을 탓할 일이 아니다.
象曰 不節之嗟를 又誰咎也리오.
상왈 부절지차 우수구야
상전에 말하였다. “절제하지 못하여 탄식함을 또 누구를 허물하겠는가?”
又:또 우 誰:누구 수 咎:허물 구
六四는 安節이니 亨하니라.
육사 안절 형
육사는 편안한 시절이니 형통하다.
육사는 음 자리에 음으로 있어 제자리를 얻었다. 내괘 태택☱ 연못 위에 고여 있는 물이 잔잔하듯이 편안한 상태이다. 형통하다. 또한 대신(大臣)의 자리에서 겸손하게 중정한 구오의 도를 이으니 형통하다.
象曰 安節之亨은 承上道也라.
상왈 안절지형 승상도야
상전에 말하였다. “편안한 시절이 형통함은 위(구오)의 도를 잇는 것이다.”
承:이을 승·받들 승
九五는 甘節이라. 吉하니 往하면 有尙하리라.
구오 감절 길 왕 유상
구오는 달콤한(즐거운) 시절이다. 길하니 가면 숭상함이 있을 것이다.
甘:달 감 尙:숭상할 상·오히려 상
구오는 외괘에서 중정한 자리에 있다. 중도(中道)를 지키니 초조하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잘 조절할 수 있다. 길하니 그런 상태로 가면 정치를 잘하게 되어 숭상함이 있다. 구오가 변하면 지택림(地澤臨)괘가 되는데, 임괘(臨卦) 육오효에는 “지혜롭게 임하니 대군의 마땅함이니 길하다(六五는 知臨이니 大君之宜니 吉하니라)”고 하였다.
象曰 甘節之吉은 居位中也일새라.
상왈 감절지길 거위중야
상전에 말하였다. “달콤한(즐거운) 시절이 길함은 거한 자리가 가운데하기 때문이다.”
上六은 苦節이니 貞이면 凶코 悔면 亡하리라.
상육 고절 정 흉 회 망
상육은 괴로운 시절이니 고집하면 흉하고 뉘우치면 없어질 것이다.
상육은 절괘(節卦)의 극에 처하여 절도(節度)를 잃어 그 도(道)가 궁하게 된 상태이다. 이러한 상태를 고집해가면 흉하고, 뉘우쳐서 반성하고 절제를 하면 흉함이 없어진다. 상육이 변하면 풍택중부(風澤中孚)괘가 되니, 절도(節度)와 중도(中道)가 있는 돈독한 마음(中孚之心)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象曰 苦節貞凶은 其道 窮也일새라.
상왈 고절정흉 기도 궁야
상전에 말하였다. “괴로운 시절에 고집해서 흉함은 그 도가 궁하기 때문이다.”
※ 수산 신성수, 『주역통해』, 대학서림, 2005, 619∼6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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