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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화택규(火澤睽)

돈호인 2020. 10. 31. 22:34

괘의

모든 만물은 태극에서 나와 하나이지만, 현실의 세상사는 이해관계나 가치관에 따라 서로 다르다. 어긋나 있는 상황을 풀어가는 지혜는 같게 할 것은 같게 하고 다르게 할 것은 다르게 하는 것이다(同同異異).

 

괘명과 괘상

외괘가 이화(離火), 내괘가 태택(兌澤)으로 이루진 괘를 ()라고 한다. 어긋난다는 뜻이다. 상황이 어긋나 있어 서로가 흘겨본다는 뜻으로 ()라고 하였다. 외괘의 이화(離火)불은 위에서 타오르고, 내괘의 태택(兌澤)연못의 물은 아래로 내려가기만 하니 서로 어긋나기만 한다.

 

서괘

서괘전은 풍화가인괘 다음에 화택규괘가 온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家道 窮必乖라 故로 受之以睽하고

가도 궁필괴    고    수지이규

집안의 도가 궁하면 반드시 어긋난다. 그러므로 규로써 받고

乖:어그러질 괴

 

집안마다 가풍(家風)과 가도(家道)가 있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가도와 가풍을 지켜나가야 대대손손 화목하고 번창한 집안을 이어갈 수 있다. 그러나 이 집안의 도가 궁하게 되면 반드시 어그러지게 된다. 그래서 가인괘 다음에 어긋난다는 규()괘를 둔 것이다.

 

괘사

睽는 小事는 吉하리라.

규    소사   길

규(睽)는 작은 일은 길할 것이다.

睽:외면할 규·등질 규·부릅뜰 규

 

()는 상황이 어긋나 있는 때이다. 어긋나 있는 상황에서는 큰 일을 할 수 없으며, 어긋나 있는 상태를 조금씩 풀어나가는 작은 일은 길하다. 상황이 어긋나게 되는 동기는 의외로 사소한 데서 비롯된다. 말 한마디에 어긋나고 사소한 이해관계로 어긋난다. 때문에 큰 일보다 오히려 작은 일을 잘 해결하면 길하다. 어긋난 상황에서 어긋남의 실마리를 풀지 않고 크게만 나가려고 하면 더욱 어렵게 된다. 단전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단사

彖曰 睽는 火動而上하고 澤動而下하며 二女 同居하나 其志 不同行하니라.

단왈 규    화동이상       택동이하      이녀 동거       기지 부동행

說而麗乎明하고 柔 進而上行하야 得中而應乎剛이라 是以小事吉이니라.

열이리호명       유 진이상행      득중이응호강       시이소사길

天地 睽而其事 同也며 男女 睽而其志 通也며

천지 규이기사 동야    남녀 규이기지 통야

萬物이 睽而其事 類也니 睽之時用이 大矣哉라.

만물    규이기사 류야      규지시용 대의재

단전에 말하였다. “규(睽)는 불은 움직여서 위로 오르고, 못은 움직여서 내려가며, 두 여자가 한 곳에 거하나 그 뜻이 같이 행하지 않는다. 기뻐해서 밝은 데에 걸리고 유(柔)가 나아가 위로 행해서 중을 얻어 강(剛)에 응하고 있다. 이로써 작은 일은 길하다. 천지가 어긋나도 그 일은 같으며, 남녀가 어긋나도 그 뜻은 통하며, 만물이 어긋나도 그 일은 같으니, 규의 때와 씀이 크도다.”

說:기쁠 열   麗:걸릴 리

 

  규()는 외괘의 불은 움직여서 위로 오르고, 내괘의 연못은 움직여서 내려가니, 서로가 뜻을 같이하지 못한다. 또한 이화(離火)중녀(中女)와 태택(兌澤)소녀(小女)가 한 괘에 같이 있지만, 그 뜻이 같이 행하지 못한다. 괘덕을 보면 내괘 태택으로 기뻐하고 외괘 이화로 밝은 데 걸려있으며, 육오의 유음(柔陰)이 나아가 위로 행하여 외괘에서 중을 얻어 내괘 구이 강()과 응하고 있기 때문에 작은 일은 길하다.

  이는 괘변작용으로 설명한 것이다. 풍택중부(風澤中孚)괘의 돈독한 믿음으로 있던 상태에서 중부괘 육사 음이 위로 올라가 구오와 자리를 바꾸니 외괘의 중을 얻고 내괘 구이 양과 잘 응하게 되는데, 그러나 이로 인해 전체 상황이 어긋나게 되어 육오와 구이가 잘 응하더라도 큰 일은 못하고 작은 일은 길한 것이다.

  하늘은 위에 있고 땅은 아래에 있어서 때로는 그 기운이 어긋나도 만물을 생화하는 일은 같으며, 남자와 여자가 어긋나도 인간으로서의 삶을 구현하고 후손을 낳아 기르고자 하는 뜻은 통하며, 만물이 어긋나도 보다 나은 상태로 행복하고 조화롭게 하려는 일은 같은 것이다. 때문에 어긋남을 때에 맞게 활용하고, 어긋남을 쓰는 것이 큰 의의가 있다.

 

괘상사

象曰 上火下澤이 睽니 君子 以하야 同而異하나니라.

상왈 상화하택    규    군자 이      동이이

상전에 말하였다. “위에는 불 아래에는 연못이 규(睽)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같으면서도 다르게 한다.”

 

  위에는 불이 있어 타오르기만 하고 아래에는 연못이 있어 물이 아래로만 흐르듯이, 각자 자기 일만 하고 자기 주장만 하니, 집안이든 사회·국가든 위와 아래가 어긋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을 보고 군자는 같고 다름을 분별하여 같은 것은 같게 하고 다른 것은 다르게 하여 그 형평(衡平)을 도모한다.

  남자와 여자, 경영자와 근로자 등 사회현상에는 각자의 역할에 따라 다른 상황이 존재하지만, 바라는 희망과 인간으로서의 본질은 사실 같은 것이다. 다른 것을 억지로 같게 하려고 하고, 같게 해야 할 것을 억지로 다르게 하면 어긋나게 된다. 이 규괘()는 사회정의(社會正義)를 구현하는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같아야 할 것은 같게 하고, 다르게 해야 할 것은 다르게 하라.

 

규괘는 어긋나 있기 때문에 각 효는 서로 응하는 관계에 있는 자와 만나서 어긋남을 풀어야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효사 및 효상사

初九는 悔 亡하니 喪馬하고 勿逐하야도 自復이니 見惡人하면 无咎리라.

초구    회 망      상마       물축          자복       견악인      무구

초구는 뉘우침이 없어지니 말을 잃고 쫓지 않아도 스스로 돌아오니, 악한 사람을 보면 허물이 없을 것이다.

悔:뉘우칠 회   喪:잃을 상   逐:쫓을 축   復:돌아올 복   惡:악할 악

 

어긋나는 상황에 있어 초구는 아래에 있는 백성이다. 초구 백성은 어긋나있는 상황을 능동적으로 해소할 수 없다. 초구 백성은 응하는 자리에 있는 구사 대신(大臣)이 어긋난 상황을 잘 풀기만을 기다리면 된다. 그래서 뉘우침이 없어지니 자기를 구해줄 말인 구사를 잃고 쫓지 않아도, 구사 대신이 백성을 구하고자 스스로 오게 된다. 악한 사람을 보면 허물이 없다는 것은 어긋나있는 상황에서 허물을 피하고 흉함을 면하고자 하면 오히려 더욱 더 어긋나게 될 뿐이고, 초구에게 해를 입힐 수 있는 사람을 만나더라도 잘 하면 오히려 더 큰 화()를 모면할 수 있다. 이는 전화위복(轉禍爲福)이란 뜻이다.

 

象曰 見惡人은 以辟咎也라.

상왈 견악인    이피구야

상전에 말하였다. “악한 사람을 봄은 허물을 피하는 것이다.”

辟:피할 피(避)·임금 벽·다스릴 벽

 

九二는 遇主于巷하면 无咎리라.

구이    우주우항       무구

구이는 주인을 거리에서 만나면, 허물이 없을 것이다.

遇:만날 우   巷:거리 항

 

  구이 양()은 내괘에서 중을 지키고 있고, 외괘에서 중을 지키고 있는 육오 음()과 잘 응하고 있다. 위와 아래가 서로 어긋나 있는 상황에서 구이 선비가 육오 인군을 공개적으로 만나면, 다른 대신(大臣)이나 백성이 오해할 소지가 있다. 그래서 아무도 모르게 비공개적으로 육오 주인()을 후미진 거리에서 만난다. 《증운(增韻)》곧은 길을 가()라 하고 굽은 길을 항()이라(直曰街 曲曰巷)고 하였듯이, ()은 대로(大路)가 아닌 골목의 후미진 곳을 말한다.

  육오를 아무도 모르게 후미진 곳에서 만나는 것은 어긋남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도()를 잃는 것이 아니다. 어긋나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비공개적인 회합을 마련하고, 때로는 특사(特使)를 파견하는 것을 말한다.

 

象曰 遇主于巷이 未失道也라.

상왈 우주우항    미실도야

상전에 말하였다. “주인을 거리에서 만남이 도(道)를 잃지 않는 것이다.”

 

六三은 見輿曳코 其牛 掣며 其人이 天且劓니 无初코 有終이리라.

육삼    견여예    기우 체    기인   천차의    무초    유종

육삼은 수레를 끌고 그 소를 당기며 그 사람이 하늘하고 또 코 베임을 보니, 처음은 없고 마침은 있을 것이다.

輿:수레 여   曳:끌 예   掣:끌 체·당길 철   天:문신할 천(형벌)   劓:코벨 의

 

육삼은 양자리에 음으로 있고 중을 얻지 못하여, 어긋난 상황에서 가장 어려운 자리이다. 육삼이 어긋남을 해소하기 위해 응하고 있는 상구 양()을 만나고자 온갖 노력을 다한다. 그러나 육삼을 둘러싸고 있는 구이와 구사가 육삼이 행하는 것을 막는데, 아래의 구이는 육삼이 가지 못하도록 수레를 뒤에서 당기고, 구사는 소가 가지 못하도록 앞에서 막고 있는 격이다. 더 나아가서는 상구를 만나고자 하는 육삼이 이마에 먹물을 넣어 표를 내거나 머리를 깎아버리는 형벌()을 받고 또 코 베이는 형벌()을 받으니, 이렇게 처음에는 험난한 고난을 당하지만 나중에는 상구를 만나는 뜻을 이룰 수가 있다.

 

象曰 見輿曳는 位不當也오 无初有終은 遇剛也일새라.

상왈 견여예    위부당야   무초유종    우강야

상전에 말하였다. “수레 끄는 것을 봄은 자리가 마땅하지 않은 것이고, 처음은 없고 마침은 있다는 것은 강을 만나기 때문이다.”

 

九四는 睽孤하야 遇元夫하야 交孚니 厲하나 无咎리라.

구사   규고       우원부       교부    려       무구

구사는 어긋남에 외로워서 원부(元夫)를 만나 미덥게 사귀니, 위태로우나 허물은 없을 것이다.

孤:외로울 고   遇:만날 우

 

  구사는 외괘 이화(離火)에서 대신 자리에 있다. 나라를 다스리는 각료로서 위아래가 어긋나서 나라 전체가 어려운 상황을 풀어야 한다. 그런데 육오 인군과도 어긋나 있으니, 책임은 있으나 공개적으로 해결해 나가기가 어려워 매우 외로운 상황이다.

  그래서 구사 대신으로서는 초구 백성인 원부(元夫)를 만나 미덥게 사귀면서 백성의 고충을 들어야 하니, 때로는 위태롭지만 허물은 없다. 이는 구사의 뜻이 행해지는 것이다.

 

 

象曰 交孚无咎는 志行也리라.

상왈 교부무구    지행야

상전에 말하였다. “미덥게 사귀어 허물이 없음은 뜻이 행해지는 것이다.”

 

六五는 悔亡하니 厥宗이 噬膚면 往애 何咎리오.

육오    회망      궐종    서부    왕    하구

육오는 뉘우침이 없어지니 그 종당(宗黨)이 살을 씹으면 감에 무슨 허물이겠는가?

厥:그 궐   噬:씹을 서   膚:살 부

 

육오는 어긋난 상황에서 인군 자리에 있다. 외괘 이화(離火)에서 중을 지키고 있고 밝은 덕을 지니고 있지만, 양자리에 음으로 있기 때문에 유약하여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기가 어렵다. 결국 초구·구이·육삼·구사 등 각각의 종당(宗黨)이 서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만나고 다투는 상황()이 전개되면서 어긋남이 해소되려는 조짐이 보이면, 그때 육오 인군이 나서서 해결하게 되니 뉘우침이 없어진다. 모두가 어긋남을 해소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육오 인군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니, 나라로서는 큰 경사가 있게 되는 셈이다.

 

象曰 厥宗噬膚는 往有慶也리라.

상왈 궐종서부    왕유경야

상전에 말하였다. “그 종당이 살을 씹음은 가서 경사가 있을 것이다.”

 

上九는 睽孤하야 見豕負塗와 載鬼一車라.

상구    규고      견시부도    재귀일거

先張之弧라가 後說之弧하야 匪寇라 婚媾니 往遇雨하면 則吉하리라.

선장지호      후탈지호       비구    혼구    왕우우       즉길

상구는 어긋남에 외로워서 돼지가 진흙을 짊어진 것과 귀신을 한 수레 실은 것을 본다. 먼저는 활을 쏘려다가 뒤에는 활을 벗겨서, 도적이 아니라 혼인을 하자는 것이니, 가서 비를 만나면 곧 길할 것이다.

豕:돼지 시   負:질 부   塗:진흙 도   載:실을 재   張:베풀 장   弧:활 호   說:벗길 탈   寇:도적 구   婚:혼인할 혼

媾:화친할 구  遇:만날 우

 

외괘의 끝에 처한 상구 역시 어긋남에 외로운 상황이다. 자기와 응하고 있는 육삼을 만나 어긋남을 해소해야 하는데, 구이와 구사가 육삼이 상구를 만나러 오는 것을 못 가게 방해하고 또한 육삼이 형벌까지 받는 것이, 마치 돼지가 진흙을 짊어지고 귀신이 한 수레에 실려 오는 것과 같이 보인다. 그래서 처음에는 상구 자신을 해치려는 도적으로 보아 활로 쏘려다가, 나중에 알고 보니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상구를 만나자고 오는 것이니, 활을 벗겨 육삼과 만나 해후()를 하여 길하게 된다. 상구가 육삼을 만나 고통을 위로하고 어긋남을 해소하니 모든 의심이 없어진다.

 

象曰 遇雨之吉은 群疑 亡也라.

상왈 우우지길    군의 망야

상전에 말하였다. “비를 만나 길함은 뭇 의심이 없어지는 것이다.”

 

 

※ 수산 신성수, 주역통해, 대학서림, 2005, 437∼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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