괘의
천지가 막혔다가 풀리면 우레와 비를 베풀어 만물을 화생하듯이, 어려운 상황이 풀리게 되면 그동안의 허물을 용서하고 죄를 너그럽게 다스리라(赦過宥罪).
괘명과 괘상
외괘가 진뢰(震雷)☳, 내괘가 감수(坎水)☵로 이루어진 괘를 ‘해(解)’라 한다. 어려움이 풀린다는 뜻이다. 내괘 감수☵의 험함에서 외괘 진뢰☳로 움직여 빠져 나오니 어려움이 풀리게 된다.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서 풀리게 되면 화합(和合)을 도모하여야 한다. 사회가 화합(和合)을 이루는 기본방향은 그동안의 허물을 용서하고 죄를 감해주는 것이다.
서괘
「서괘전」은 수산건괘 다음에 뇌수해괘가 온 것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蹇者는 難也니 物不可以終難이라 故로 受之以解하고
건자 난야 물불가이종난 고 수지이해
건(蹇)이란 어려움이니, 물건이 끝까지 어렵지만은 못한다. 그러므로 해괘(解卦)로 받고
어려운 상황에 처하여 몸을 돌이켜 반성하고 덕을 쌓아 나가며 서로가 도와주면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가 있고 일이 잘 풀리게 된다. 그래서 건괘(蹇卦) 다음에 해괘(解卦)를 둔 것이다.
괘사
解는 利西南하니 无所往이라.
해 이서남 무소왕
其來復이 吉하니 有攸往이어든 夙하면 吉하리라.
기래복 길 유유왕 숙 길
해(解)는 서남쪽이 이로우니 갈 바가 없다. 와서 회복함이 길하니, 갈 바가 있거든 빨리하면 길할 것이다.
解:풀 해 夙:일찍 숙
어려운 상황에서 일이 풀리니, 순탄한 서남쪽이 이롭다. 이미 어려움에서 벗어났으니 갈 바가 없다. 허둥대고 어려움에서 벗어나려고 하다가도, 이미 어려움에서 벗어났다면 다시 와서 회복하는 것이 길하다. 그러나 아직 풀어야 할 것이 남아 있으면 빨리 처리하면 길하다. 계절로 보면 내괘 감수(坎水)☵의 북방 겨울이 지나가고 외괘 진뢰(震雷)☳의 봄이 오니, 만물이 해빙(解氷)되어 모든 싹이 자라나는 상이다. 어려움이 지나가고 모든 일이 생동하는 때이다. 단전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단사
彖曰 解는 險以動이니 動而免乎險이 解라.
단왈 해 험이동 동이면호험 해
解利西南은 往得衆也오 其來復吉은 乃得中也오
해이서남 왕득중야 기래복길 내득중야
有攸往夙吉은 往有功也라. 天地 解而雷雨 作하고
유유왕숙길 왕유공야 천지 해이뇌우 작
雷雨 作而百果草木이 皆甲拆하나니 解之時 大矣哉라.
뇌우 작이백과초목 개갑탁 해지시 대의재
단전에 말하였다. “해(解)는 험해서 움직이니, 움직여서 험함을 벗어남이 해(解)이다. 해(解)가 서남이 이로움은 가서 무리를 얻기 때문이고, 와서 회복하여 길한 것은 이에 중을 얻기 때문이고, 갈 바가 있어 빨리하면 길함은 가서 공이 있는 것이다. 천지가 풀리매 우레와 비가 일어나고, 우레와 비가 일어나매 온갖 과실과 풀과 나무가 모두 열려서 터지니, 해(解)의 때가 크도다.”
險:험할 험 免:벗어날 면·면할 면 衆:무리 중 乃:이에 내 坼:터질 탁
상황이 험하면 움직여서 험한 데에서 벗어나야 한다. ‘서남쪽이 이로움’은 순탄한 데로 가면 동류(同類)를 얻게 되고, ‘와서 회복하면 길하다’는 것은 중도(中道)를 얻음을 말한다. 갈 바가 있어 빨리하면 길하다는 것은 가서 어려움을 해결하는 공을 세우기 때문이다.
만물이 얼어붙은 한 겨울에 천지가 풀리게 되면 우레와 비가 일어나게 되고, 우레와 비가 일어나면 온갖 과실류와 풀·나무들이 싹을 내게 된다. 그러니 만물이 풀리는 해(解)의 때가 큰 것이다.
괘상사
象曰 雷雨作이 解니 君子 以하야 赦過宥罪하나니라.
상왈 뇌우작 해 군자 이 사과유죄
상전에 말하였다. “우레와 비가 일어나는 것이 해(解)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허물을 용서하고 죄를 감해 준다.”
赦:용서할 사 過:허물 과 宥:용서할 유 罪:죄 죄
만물이 얼어붙은 겨울이 지나가고 우레와 비가 일어나면, 만물이 싹을 트며 생화하게 된다. 군자는 이러한 기운을 본받아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서 빚어진 허물과 죄를 용서하고 감해주면서 사회의 화합(和合)을 이루고 생동력(生動力)을 이끌어 간다.
효사 및 효상사
初六은 无咎하니라.
초륙 무구
초육은 허물이 없다.
어려움이 풀리는 상황에서 초육은 내괘 아래에 있어 백성에 해당한다. 양 자리에 음으로 있어 자리는 바르지 않으나, 구사 양(陽)과 응하고 있다. 구사는 어려움이 풀린 사회를 이끌어가는 대신(大臣)이다. 초육 백성은 구사 대신이 이끄는 대로 순하게 따르니 허물이 없다.
象曰 剛柔之際라 義无咎也니라.
상왈 강유지제 의무구야
상전에 말하였다. “강과 유가 서로 사귄다. 뜻이 허물이 없다.”
際:사이 제·사귈 제
九二는 田獲三狐하야 得黃矢니 貞하야 吉토다.
구이 전획삼호 득황시 정 길
구이는 사냥해서 세 여우를 잡아 누런 화살을 얻으니, 바르게 해서 길하도다.
田:사냥할 전(佃) 獲:얻을 획 狐:여우 호 黃:누를 황 矢:화살 시
구이는 음 자리에 양으로 있어 자리는 마땅하지 않으나, 중(中)을 얻어 외괘 육오 음과 잘 응하고 있다. 육오의 유약한 인군의 뜻을 받들어 사냥을 해서, 사회가 올바로 풀려 나가는 데 방해가 되는 범죄인들을 잡아들이고 심판을 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사냥해서 세 여우를 잡는다는 것은 사회를 혼란케 하는 범죄인을 잡아들인다는 것이고, ‘누런 화살을 얻었다’는 것은 공명정대한 심판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형벌을 밝히고 법을 제정하는 의미가 있는 상경 21번째 화뢰서합(火雷噬嗑)괘를 보면 사법심판을 하는 자리인 구사효에 ‘득금시(得金矢)’라는 표현이 있고, 육오효에는 ‘득황금(得黃金)’이란 표현이 있다. 따라서 ‘득황시(得黃矢)’는 죄인을 재판하여 적절한 형벌로 처벌하는 것을 말한다. 구이가 내괘의 중을 얻어 중도(中道)로 행하기 때문에 이런 역할이 부여되는 것이지만, 그렇다 해도 더욱 바르게 해야 길하다.
象曰 九二貞吉은 得中道也일새라.
상왈 구이정길 득중도야
상전에 말하였다. “구이가 바르게 해서 길함은 중도를 얻었기 때문이다.”
六三은 負且乘이라. 致寇至니 貞이라도 吝이리라.
구삼 부차승 치구지 정 인
육삼은 지고 또 탄다. 도적 이름을 이루니, 바르게 하더라도 인색할 것이다.
負:질 부 且:또 차 乘:탈 승 致:이룰 치 寇:도적 구
육삼은 양 자리에 음으로 거하고 중도 얻지 못하여, 분수를 모르고 함부로 행하는 상황이다. 응하는 자리인 상육이 같은 음(陰)으로 서로 더불지 못하여, 아래에 있는 구이 양(陽)을 타고 위에 있는 구사 양(陽)을 짊어지고 있는 격이니, 매우 추한 양상이다. 양자리에 음으로 거하여 능력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분수를 모르고 구이 양을 타고 구사 양을 짊어지고 있으니, 도적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가 분수를 지키지 못하여 도적을 이르게 하니, 설사 바르게 하더라도 인색하게 되고 누구를 탓할 바가 아니다.
공자는 이 내용을 중시하여 「계사상전」 제8장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易曰 負且乘이라 致寇至라하니 負也者는 小人之事也오 乘也者는 君子之器也니 小人而乘君子之器라 盜 思奪之矣며 上을 慢코 下를 暴라 盜 思伐之矣니 慢藏이 誨盜며 冶容이 誨淫이니 易曰 負且乘致寇至라하니 盜之招也라.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역(易)을 지은 자가 그 도둑을 안다! 역에 이르길 ‘져야 할 것이 또 탄다. 도적 이름을 이룬다’라고 하니, 지는 것은 소인의 일이요, 타는 것은 군자의 그릇인데, 소인이 군자의 그릇을 타기 때문에 도적이 빼앗을 것을 생각한다. 위를 거만하게 하고 아래를 사납게 하니, 도적이 칠 것을 생각한다. 감춤(창고 지킴)을 게을리 함이 도적을 부르는 것이며, 얼굴을 다듬는 것이 음탕함을 부르는 것이니, 역에 이르길 ‘져야 할 것이 또 타고 도적 이름을 이룬다’라고 하니 도적을 부르는 것이다.”
象曰 負且乘이 亦可醜也며 自我致戎이어니 又誰咎也리오.
상왈 부차승 역가추야 자아치융 우수구야
상전에 말하였다. “짊어지고 또 탐이 또한 추한 것이며, 나로부터 도적을 이루게 하니 또 누구를 허물하겠는가?”
亦:또 역 醜:추할 추 自:부터 자 戎:오랑캐 융 又:또 우 誰:누구 수
九四는 解而拇면 朋至하야 斯孚리라.
구사 해이무 붕지 사부
구사는 너의 엄지발가락에서 풀면, 벗이 이르러 이에 미더울 것이다.
而:말 이을 이·너 이 拇:엄지손(발)가락 무 斯:이 사 孚:미쁠 부
구사는 음 자리에 양으로 있어 자리가 마땅치 않으나, 외괘 진뢰(震雷)☳의 아래에 처하여 대신(大臣)으로서 어려운 상황을 능동적으로 풀어야 한다. 즉, 대신으로서 응하는 자리에 있는 초육 백성의 고충을 풀어주어야 한다. 이 문장에서 ‘이(而)’는 ‘너 이’자로 풀이한다. ‘무(拇)’는 엄지발가락을 의미한다. 즉 대신 입장에서 몸의 엄지발가락에 해당하는 백성을 풀어주면, 백성이 대신을 믿고 따르는 것이다.
象曰 解而拇는 未當位也일새라.
상왈 해이무 미당위야
상전에 말하였다. “너의 엄지발가락에서 푸는 것은 자리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六五는 君子 維有解면 吉하니 有孚于小人이리라.
육오 군자 유유해 길 유부우소인
육오는 군자가 오직 풀림이 있으면 길하니, 소인에게 믿음이 있을 것이다.
維:오직 유
육오는 외괘의 중을 얻어 인군 자리에 있으나, 양 자리에 음으로 있기 때문에 나라의 어려움을 주도적으로 해결하기에는 힘이 부족한 상태이다. 유약한 인군으로서는 오직 상황이 잘 풀리게 되면 길하다.
뇌수해(雷水解)괘에서 어려운 상황을 푸는 자리는 내괘의 구이 양(陽)과 외괘의 구사 양(陽)이다. 구이 신하는 육오 인군의 명을 받아 사회를 해치는 범죄인을 다스리고, 구사 대신은 초효 백성의 고충을 해결하여 나라 전체의 어려움을 해결한다. 이렇게 구이와 구사의 노력으로 어려운 상황이 풀리면, 육오 인군은 길하게 된다.
인군(人君)으로서는 어려운 상황이 잘 해결되면, 허물을 용서하고 죄를 감형하는 등, 그동안 사회의 해악(害惡)을 일삼았던 소인들을 용서함으로써 소인으로부터 믿음을 얻어야 한다. 또한 구이가 범죄를 소탕하고 구사 대신은 백성의 고충을 잘 풀어주어 나라 일이 잘 풀리게 되니, 더 이상 소인이 행세를 할 수 없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기도 하다.
象曰 君子有解는 小人의 退也라.
상왈 군자유해 소인 퇴야
상전에 말하였다. “군자가 풀림이 있는 것은 소인의 물러남이다.”
退:물러날 퇴
上六은 公用射隼于高墉之上하야 獲之니 无不利로다.
상륙 공용석준우고용지상 획지 무불리
상육은 공이 높은 담 위의 새매를 쏘아서 잡으니, 이롭지 않음이 없도다.
用:써 용(以) 射:쏠 석 隼:새매 준 墉:담 용 獲:잡을 획
뇌수해(雷水解)괘의 상육은 주역 64괘 384효의 체계에 있어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상육효가 변하면 외괘가 이화(離火)☲가 되어 지괘(之卦)가 화수미제(火水未濟)괘로 되는 데, 화수미제괘는 64괘의 마지막 괘가 된다. 정치사회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뇌수해괘 구이가 범죄인을 소탕하고 구사 대신이 백성의 어려움을 풀어주니 나라의 어려움은 해소된다. 그렇다면 뇌수해괘 상육효의 의미는 무엇인가?
상육이 변하면 이화(離火)☲가 되니, 이(離)☲는 동물로 새에 해당한다. ‘준(隼)’은 새매로 맹금류(猛禽類)를 말한다. 공(公)이 높은 담 위에 있는 새매를 쏘아 잡는다고 했으니, ‘높은 담 위의 새매’는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상전(象傳)에는 어그러짐을 푸는 것(解悖)이라 하였다. 독자의 판단에 맡긴다. 공자(孔子)는 이 효사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계사하전」 제5장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易曰 公用射隼于高墉之上하야 獲之니 无不利라하니, 子曰 隼者는 禽也오 弓矢者는 器也오 射之者는 人也니, 君子 藏器於身하야 待時而動이면 何不利之有리오. 動而不括이라 是以出而有獲하나니 語成器而動者也라.
역(易)에 이르길 “공이 높은 담 위의 새매를 쏘아서 잡으니, 이롭지 않음이 없다”라고 하니,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새매라는 것은 새이고, 활과 화살은 그릇(무기)이고, 쏘는 것은 사람이니, 군자가 그릇(무기)을 몸에 감추어서 때를 기다려 움직이면, 어찌 이롭지 않음이 있겠는가? 움직임에 막히지 않는다. 이로써 나가서 잡음이 있으니, 그릇을 이룬 후에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象曰 公用射隼은 以解悖也라.
상왈 공용석준 이해패야
상전에 말하였다. “공이 새매를 쏘는 것은 어그러짐을 푸는 것이다.”
悖:어그러질 패
※ 수산 신성수, 『주역통해』, 대학서림, 2005, 452∼4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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