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산책/도덕경

도덕경 제54장

돈호인 2020. 10. 13. 20:59

 

54. 善建章

     선건장

 

善建者 不拔

선건자 불발

善抱者 不脫

선포자 불탈 

子孫以祭祀 不輟

자손이제사 불철 

修之於身 其德 乃眞

수지어신 기덕 내진

修之於家 其德 乃餘

수지어가 기덕 내여

修之於鄕 其德 乃長

수지어향 기덕 내장

修之於國 其德 乃豐

수지어국 기덕 내풍 

修之於天下 其德 乃普

수지어천하 기덕 내보

故 以身觀身 

고 이신관신 

以家觀家

이가관가 

以鄕觀鄕

이향관향

以國觀國

이국관국 

以天下觀天下

이천하관천하 

吾何以知天下然哉

오하이지천하연재

以此

이차 

 

建 : 세울 건  拔 : 뽑을 발  抱 : 안을 포  脫 : 벗길 탈  祭 : 제사 제  祀 : 제사 사

輟 : 그칠 철·버릴 철  餘 : 남을 여  鄕 : 시골 향  豐 : 풍성할 풍  普 : 넓을 보

觀 : 볼 관

 

잘 세운 자는 뽑히지 않고,

잘 안은 자는 빼앗기지 않아서,

자손이 제사지내는 것도 그치지 않는다.

몸을 닦으매 그 덕이 이에 참되고,

집을 닦으매 그 덕이 이에 여유로우며,

마을을 닦으매 그 덕이 이에 오래하고,

나라를 닦으매 그 덕이 이에 풍요로우며,

천하를 닦으매 그 덕이 이에 넓다.

그러므로 몸으로써 몸을 보며,

집으로써 집을 보며,

마을로써 마을을 보며,

나라로써 나라를 보며,

천하로써 천하를 보니,

내가 어찌해서 천하가 그러함을 알겠는가?

이로써 안다.

 

 

  앞의 제53장에서는 도를 터득한 자가 천하를 다스리려고 하여도 두렵기만 한 현실을 토로하였다. 그러면 천하를 도로써 바르게 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그것은 어느 절대자가 등장하여 세상 사람들을 인위적으로 교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이 근본을 터득하여 모두가 도로 향하는 것이다.

  도의 근본을 잘 세운 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그 근본이 뽑혀나가지 않는다. 또한 도를 잘 안은 자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지켜야 할 도를 빼앗기지 않는다. 이렇게 도의 근본을 확고히 하고 도를 잘 안은 자는 뽑히지도 않고 빼앗기지도 않으며, 그 덕이 자손대대로 이어지니 자손이 그 덕을 기리는 제사가 끊어지지 않는 것이다. 논어』「학이편(學而篇)에 공자의 제자인 유자(有子 : 이름 )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유자가 말하였다. “그 사람됨이 효성스럽고 공경하여서 윗사람 범하기를 좋아하는 자는 드무니, 윗사람 범하기를 좋아하지 않고서 어지러움 일으키기를 좋아하는 자는 있지 않다. 군자는 근본을 힘쓰니, 근본이 서면 도가 나오니, 효성스럽고 공경한다는 것은 그 어짊(仁)을 행하는 근본일 것이다.”(有子曰 其爲人也孝弟 而好犯上者 鮮矣, 不好犯上 而好作亂者 未之有也. 君子 務本 本立而道生, 孝弟也者 其爲仁之本與!)

 

  근본이 바로 서야 도가 나오는데(本立而道生), 중용29장에 확고한 군자의 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그러므로 군자의 도는 몸에 근본하여 여러 백성에게 징험하며, 삼왕에게 상고해도 틀리지 않으며, 천지에 세워도 어그러지지 않으며, 귀신에게 질정하여도 의심이 없으며, 백세에 성인을 기다려도 의혹되지 않는다.(故 君子之道 本諸身 徵諸庶民, 考諸三王而不謬, 建諸天地而不悖, 質諸鬼神而無疑, 百世以俟聖人而不惑.)

 

귀신에게 질정하여도 의심이 없음은 하늘을 아는 것이요, 백세에 성인을 기다려도 의혹되지 않음은 사람을 아는 것이다.(質諸鬼神而無疑 知天也, 百世以俟聖人而不惑 知人也.)

 

이런 까닭으로 군자는 동하매 세대로 천하의 도가 되니, 행하매 세대로 천하의 법이 되며, 말하매 세대로 천하의 준칙이 된다. 멀리 있으면 우러러봄이 있고, 가까이 있으면 싫지 않는다.(是故 君子 動而世爲天下道, 行而世爲天下法, 言而世爲天下則. 遠之則有望, 近之則不厭.)

 

  한편 중용17장에서 공자는 순()임금의 덕을 다음과 같이 기리셨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순임금은 그 대효(大孝)이신져! 덕은 성인이 되시고, 존귀함은 천자가 되시고, 부로는 사해(四海)의 안을 소유하시며, 종묘의 제사를 흠향하시며, 자손을 보존하셨다.”(子曰舜 其大孝也與! 德爲聖人, 尊爲天子, 富有四海之內, 宗廟饗之, 子孫保之. )

 

  그러면 이렇게 천하에 도를 펴는 방법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근본을 확립하는 것, 즉 몸을 닦는 것이다. 중용20장에서는 몸을 닦으면 도가 성립한다”(修身則道立)고 하였다. 그리고 대학경문(經文)천자로부터 서인에 이르기까지 하나같이 모두 수신(修身)으로 근본을 삼는다”(自天子 以至於庶人 壹是皆以脩身爲本)고 하였다. 또한 근본을 다스리는 방법을 다음과 같이 순차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옛날에 밝은 덕을 천하에 밝히고자 하는 자는 먼저 그 나라를 다스리고, 그 나라를 다스리려고 하는 자는 먼저 그 집을 가지런히 하고, 그 집을 가지런히 하려는 자는 먼저 그 몸을 닦고, 그 몸을 닦으려는 자는 먼저 그 마음을 바로 하고, 그 마음을 바르게 하려는 자는 먼저 그 뜻을 정성스러이 하고, 그 뜻을 정성스러이 하려는 자는 먼저 그 앎을 지극히 하였으니, 그 앎을 지극히 하는 것은 물(物)을 격(格)하는 데에 있다.(古之欲明明德於天下者 先治其國, 欲治其國者 先齊其家, 欲齊其家者 先脩其身, 欲脩其身者 先正其心, 欲正其心者 先誠其意, 欲誠其意者 先致其知 致知在格物.)

 

  이렇게 정성스러운 뜻(誠意)과 바른 마음(正心)으로 몸을 닦는 것은 곧 덕()에 나아가는 것이다. 주역중천건괘 문언전에서 군자의 수양은 덕에 나아가고 업을 닦는데 있다’(進德修業)고 하였다. 그러니 우선 모든 사람이 몸을 닦으면 모든 사람의 덕이 참되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모두가 집(가정)을 닦으면 그 집안의 덕이 여유롭게 된다. 또 이를 바탕으로 모두가 자기 마을(고향)을 닦으면, 대대손손(代代孫孫) 오래 이어지게 된다. 더 나아가 모두가 나라를 닦으면 그 덕이 넘쳐 풍요롭게 된다. 그러고 나서 모두가 천하를 닦으면 그 덕이 한없이 넓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중용17장에서는 큰 덕이 있는 자는 반드시 명을 받는다”(大德者 必受命)고 하였다.

  천하에 도를 펴는 방법을 수신(修身)을 통한 덕진(德眞), 수가(修家)를 통한 덕여(德餘), 수향(修鄕)을 통한 덕장(德長), 수국(修國)을 통한 덕풍(德豐), 수천하(修天下)를 통한 덕보(德普)의 순서로 오수(五修) 오덕(五德)을 말하였다. 이는 앞서 설명한 대학의 이치, 즉 수신(修身), 제가(齊家),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와 다르지 않은데, 대학경문(經文)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물(物)이 격(格)한 뒤에 앎이 이르고, 앎이 이른 뒤에 뜻이 성실해지고, 뜻이 성실해진 뒤에 마음이 바루어지고, 마음이 바루어진 뒤에 몸이 닦이고, 몸이 닦인 뒤에 집이 가지런해지고, 집이 가지런해진 뒤에 나라가 다스려지고, 나라가 다스려진 뒤에 천하가 평평하게 된다.(物格而后 知至, 知至而后 意誠, 意誠而后 心正, 心正而后 身脩, 身脩而后 家齊, 家齊而后 國治, 國治而后 天下平.)

 

  그러면 세상의 이치, 천하의 이치를 아는 방법은 무엇인가? 그것이 바로 대학에서 말한 격물치지(格物致知), 즉 천하 만물을 있는 그대로 보아서 알아내는 것이다. 천하 만물을 그대로 본다는 것은 곧 나를 통해서 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몸과 같이하여 남의 몸을 보면, 사람을 알게 된다. 자기 집과 같이하여 남의 집을 보면, 온 집을 알 수 있다. 자기 마을과 같이하여 남의 마을을 보면, 온 마을을 알 수 있다. 자기 나라와 같이하여 남의 나라를 보면, 온 나라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자기의 천하와 같이하여 남의 천하를 보면, 곧 온 천하를 알 수 있는 것이다. , 이신관신(以身觀身)이가관가(以家觀家)이향관향(以鄕觀鄕)이국관국(以國觀國)이천하관천하(以天下觀天下)의 오관(五觀)으로 말하였다.

  바로 이렇게 자연한 이치로 몸을 알고, 집을 알고, 마을을 알고, 나라를 알고, 천하를 아니, 천하의 자연한 이치는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제47장에서도 문 밖을 나가지 않아도 천하를 알고, 창문을 엿보지 않아도 하늘의 도를 본다”(不出戶 知天下, 不闚牖 見天道)고 하였다. 이러한 도를 체득한다면, 어떻게 부귀공명을 홀로 누리며 천하 백성을 괴롭힐 수 있으며, 자기 나라만의 이익을 위하여 다른 나라를 침범할 수 있겠는가? 국제평화(國際平和)와 인류번영(人類繁榮)을 이룰 수 있는 요체(要諦)가 바로 이것이다.

 

善建者는 不拔하고

善抱者는 不脫하야

子孫以祭祀도 不輟이니라.

修之於身에 其德이 乃眞하고

修之於家에 其德이 乃餘하며

修之於鄕에 其德이 乃長하고

修之於國에 其德이 乃豐하며

修之於天下에 其德이 乃普라.

故로 以身觀身하며

以家觀家하며

以鄕觀鄕하며

以國觀國하며

以天下觀天下하나니

吾何以知天下然哉리오?

以此니라.

 

※ 대산 김석진·수산 신성수,주역으로 보는 도덕경-대산 노자강의대학서림, 2005, 20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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