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至柔章
지유장
天下之至柔 馳騁天下之至堅
천하지지유 치빙천하지지견
無有 入無間
무유 입무간
吾是以 知無爲之有益
오시이 지무위지유익
不言之敎 無爲之益 天下希及之
불언지교 무위지익 천하희급지
馳 : 달릴 치 騁 : 달릴 빙 堅 : 굳을 견 希 : 바랄 희·드믈 희 及 : 미칠 급
천하의 지극한 부드러움은 천하의 지극한 굳셈을 치달리며(부리며),
형상(有)이 없는 것은 사이가 없는 데에도 들어가니,
내가 이로써 함이 없는(無爲) 이익이 있음을 안다.
말을 하지 않는 가르침과 함이 없는 이익은 천하에 이에 미치는 자가 드물다.
도는 지극한 부드러움에서 나온다. 지극히 굳센 것이 부드러움을 다스릴 것 같지만, 실은 천하의 지극한 부드러움이 천하의 온갖 굳세고 견고한 것들을 부리고 다스린다. 이는 마치 지극히 부드러운 물이 강하고 단단한 돌이나 쇠 속으로 파고들어 그것들을 깨뜨릴 수 있는 것과 같다. 치빙(馳騁)이란 말을 몰아 달리는 것인데, 결국 마음대로 부리는 것, 다스리는 것을 뜻한다.
지극히 부드러운 기운은 도의 근원으로 형상이 없다. 마치 공기가 있어서 만물이 살아가고 있지만 공기를 만져볼 수 없듯이, 도의 근원은 형상이 없다. 그런데 형상이 없는 기운은 틈새가 없는 곳에도 자유자재로 드나든다. 그래서 지극히 부드러운 기운은 형상이 없지만 모든 형상을 자유로이 드나들며 굳센 것들을 다스린다. 바로 여기에 무위(無爲)의 유익함이 있는 것이다. 무위(無爲)·무형(無形)·지유(至柔)의 기운이 모든 만물을 한없이 길러주고 있다.
그래서 무위(無爲)·무형(無形)·지유(至柔)의 기운은 화려한 언변이나 술수가 아닌 말이 없는 가르침으로 무한하게 베풀고 있으며, 무위의 이익을 한없이 베풀고 있다. 그런데 말을 하지 않는 가르침과 무위의 유익함의 본질에 미치는 자는 천하에 매우 드물다. 그만큼 도의 근원에 도달하는 자가 지극히 적음을 말하는 것이다.
『중용』제3장에서 공자는 “중용은 그 지극하구나. 백성이 능함이 적은지 오래이구나”(子曰中庸 其至矣乎! 民鮮能 久矣.)고 말씀하였다. 한편 『중용』제4장에서 공자께서는 도가 행해지지 않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도가 행하지 못할 것을 내가 아노라. 지혜로운 자는 지나치고 어리석은 자는 미치지 못한다. 도가 밝지 못할 것을 내가 아노라. 어진 자는 지나치고 어질지 못한 자는 미치지 못한다.”(子曰道之不行也 我知之矣. 知者 過之 愚者는 不及也. 道之不明也 我知之矣. 賢者 過之 不肖者는 不及也.)
天下之至柔는 馳騁天下之至堅하며
無有는 入無間하니
吾是以로 知無爲之有益이로다
不言之敎와 無爲之益은 天下希及之니라.
※ 대산 김석진·수산 신성수,『주역으로 보는 도덕경-대산 노자강의』 대학서림, 2005, 171∼17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