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산책/도덕경

도덕경 제10장

돈호인 2020. 10. 1. 00:25

 

10. 營魄章

     영백장

 

載營魄抱一 能無離乎

재영백포일 능무리호

專氣致柔 能嬰兒乎

전기치유 능영아호 

滌除玄覽 能無疵乎

척제현람 능무자호

愛民治國 能無知乎

애민치국 능무지호 

天門開闔 能無雌乎

천문개합 능무자호

明白四達 能無爲乎

명백사달 능무위호 

生之畜之 生而不有

생지휵지 생이불유

爲而不恃 長而不宰

위이불시 장이부재 

是謂玄德

시위현덕 

 

載 : 실을 재·오를 재·어조사 재  營 : 다스릴 영·영혼 영  魄 : 넋 백

抱 : 안을 포  離 : 떠날 리  專 : 오로지 전  致 : 이룰 치  嬰 : 갓난아이 영

兒 : 아이 아  滌 : 씻을 척  除 : 섬돌 제·덜어낼 제  覽 : 볼 람  疵 : 흠 자

開 : 열 개  闔 : 문짝 합·닫을 합  雌 : 암컷 자  畜 : 기를 휵

恃 : 믿을 시·기대할 시  宰 : 재상 재·다스릴 재

 

혼과 백을 실어 하나를 안더라도 능히 떠남이 없게 할 수 있는가?

기운을 전일하게 하여 부드러움을 이루더라도 능히 갓난아이같이 될 수 있는가?

현묘한 거울을 씻어내더라도 능히 흠이 없게 할 수 있는가?

백성을 사랑하고 나라를 다스리더라도 능히 앎이 없이 할 수 있는가?

하늘의 문이 열리고 닫히더라도 능히 암컷처럼 할 수 있는가?

명백함이 사방을 통달하더라도 능히 함이 없이 할 수 있는가?

만물을 낳고 기르되, 낳으면서 소유하지 않고,

하여도 자랑하지 않으며, 기르면서도 주재하지 않음을

이를 현묘한 덕이라 일컫네.

 

  영백(營魄)에서 영()은 혼()을 뜻하니, ‘영백은 곧 혼백(魂魄)을 말한다. 인간의 육체에 깃들어있는 이 혼백을 수양을 통하여 하나로 일치시키더라도 그 일치된 혼백이 한 순간이라도 서로 떠나지 않게 할 수 있는가라는 말이다. 사람은 이 혼백이 서로 나뉘어 노닐면서 온갖 사려(思慮)와 망상을 일으키기도 하고 침울함에 빠져들기도 한다. 그러니 언제 어느 곳에서나 혼백이 일치되어 명료한 도의 경지를 항상하게 유지할 수 있겠는가 하는 말이다(營魄抱一 能無離乎).

  사람이 기운을 오로지 한결같이 하여 부드러운 상태에 이르더라도 자연한 생기가 넘치는 갓난아기와 같이 부드러울 수 있겠는가(專氣致柔 能嬰兒乎).

  현람(), 즉 현묘한 거울은 정신과 마음의 거울을 말한다. 천지자연의 순연한 도를 회복하고자 마음의 거울을 깨끗하게 하고자 노력하지만 과연 추호의 티도 없게 할 수 있는가 하는 말이다(滌除玄 能無疵乎).

  백성을 아끼고 사랑하며 나라를 잘 다스리려고 한다는 자들을 보면 온갖 지혜를 짜내어 수많은 정책을 펴고 제도를 만들고 있지만, 정작 그러한 지혜의 산물인 정책과 제도는 오히려 백성을 구속하고 억압하고 있다. 그래서 제19장에서는 "성인을 끊고 지혜를 버리면 백성의 이로움이 백배가 된다"(絶聖棄智 民利百倍)라고 하였다. 그러니 백성을 사랑하고 나라를 다스리더라도 지혜가 없이 할 수 있겠는가 하는 말이다(愛民治國 能無知乎).

  천문(天門)이란 하늘의 도, 양기(陽氣)가 드나드는 문이다. 사람의 몸으로 보자면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콧구멍을 의미할 수도 있고, 안(眼) 이(耳) 비(鼻) 설(舌) 신(身)의 다섯 가지 감각기관으로 볼 수도 있으며, 여성의 성기(性器)를 의미할 수도 있다. 숨을 내쉬든 들이쉬든 고요하고 정미롭게 해야 천지 기운이 응집되듯이, 인간의 감각기관은 고요함을 지켜야 하늘의 동적(動的)인 양기(陽氣)가 제대로 모이게 된다. 또한 암컷의 고요함(靜)이 있기에 수컷의 동적인 양기(陽氣)를 품어 만물을 낳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천문이 열리고 닫히는 역동적인 상황 속에서도 암컷같이 고요함을 지킬 수 있겠는가 하는 말이다(天門開闔 能無雌乎).

  세상에 대한 명철함이 사방에 통달하더라도 아무런 작위(作爲)가 없이 할 수 있는가(明白四達 能無爲乎). 사람은 조그만 지혜가 있어도 밖으로 드러내어 자랑하려고 하지만, 성인은 천하를 덮는 지혜가 있어도 그 지혜를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또한 그것을 지혜라 여기지도 않는다. 그러니 지혜의 광명으로 천하 사방을 통달하더라도 성인은 아무 자취가 없고 흔적이 없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 같은데 천하를 이루고, 아무 생각도 없는데 천하의 뜻을 이룬다. 주역』「계사상전10장에 오직 신비스러운 까닭에 빨리 아니해도 빠르며 행하지 아니해도 이른다”(唯神也 故 不疾而速 不行而至)고 하였다. 또한 같은 곳에 다음의 글이 있다.

 

역은 생각함도 없으며 함도 없어서 고요히 움직이지 않다가 느껴서 드디어 천하의 연고에 통하니, 천하의 지극한 신이 아니면 그 누가 이에 참여하겠는가.( 无思也 无爲也 寂然不動 感而遂通天下之故 非天下之至神 其孰能與於此)

 

  만물을 낳고 기르면서도 낳아서 소유하려고 하지 않고, 천지가 움직이고 만물이 살아가게 하는 작용을 하여도 아무 미련이 없어 어느 무엇에게도 자랑함이 없으며, 또 만물을 기르면서도 그 만물을 주재하고 군림하려고 하지 않는 것을 도의 현묘한 덕이라고 한다(生之畜之 生而不有 爲而不恃 長而不宰 是謂玄德). 그렇다. 성인은 천하 만물을 낳아 기르지만 어느 것도 소유하려고 하지 않고, 자랑하지 않으며, 주재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렇게 아무 걸림이 없는 무애자재(無礙自在)한 성인의 도를 현묘한 덕이라 하였다.

 

載營魄抱一하되 能無離乎아

專氣致柔하되 能嬰兒乎아

滌除玄覽하되 能無疵乎아

愛民治國하되 能無知乎아

天門開闔하되 能無雌乎아 

明白四達하되 能無爲乎아

生之畜之하되 生而不有하고

爲而不恃하며 長而不宰를

是謂玄德이니라.

 

 

※ 대산 김석진·수산 신성수,주역으로 보는 도덕경-대산 노자강의대학서림, 2005, 55∼58쪽.

'동양고전산책 > 도덕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덕경 제12장  (0) 2020.10.02
도덕경 제11장  (0) 2020.10.01
도덕경 제9장  (0) 2020.09.30
도덕경 제8장  (0) 2020.09.30
도덕경 제7장  (0) 2020.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