괘의
인생은 항상 이익만 있을 수 없다. 때로는 손해를 보고 또한 베풀어야 할 때도 있다. 인생살이에서 분함을 징계하고 욕심을 막는 것은 수양의 가장 기본적인 것이다(懲忿窒欲).
괘명과 괘상
외괘가 간산(艮山)☶, 내괘가 태택(兌澤)☱으로 이루어진 괘를 ‘손(損)’이라 한다. 아래에 있는 연못의 기운은 위로 올라가서 산에 보태고, 위에 있는 산은 물 기운을 아래로 흘려보내 연못에 보탠다. 전체로 보면 서로가 이익을 보는 것이지만, 산이나 연못이나 각각 자신의 기운을 덜어내니 손해를 보고 있다.
따라서 개인으로 볼 때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전체로 보면 조화와 균형 속에 이익이 된다. 그래서 보다 이상적인 사회를 만들어가는 하나의 좌표는 사익(私益)과 공익(公益)의 균형에 있는 것이다.
천지인온(天地氤氳)과 남녀교합(男女交合)
산택손괘는 삼음삼양(三陰三陽)괘로, 내괘가 건천(乾天)☰이고 외괘가 곤지(坤地)☷인 지천태(地天泰)괘에서, 내괘 구삼 양을 덜어내 위로 올리니 산택손(山澤損)괘가 되어 아래가 손해를 보며 위를 보태는 양상이다. 지천태괘는 상경 11번째이고, 산택손괘는 하경 11번째이다. 상경(上經)의 처음인 중천건(重天乾)․중지곤(重地坤)이 기운을 통하여 11번째 지천태(地天泰)가 되고, 하경(下經)의 처음인 택산함(澤山咸)에서 교합을 하여 뇌풍항(雷風恒)에서 부부가 되고 하경 11번째 산택손(山澤損)으로 출산을 한다.
서괘
「서괘전」은 뇌수해괘 다음에 산택손괘를 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解者는 緩也니 緩必有所失이라 故로 受之以損하고
해자 완야 완필유소실 고 수지이손
해란 느즈러짐이니, 느즈러지면 반드시 잃는 바가 있다. 그러므로 손(損)으로 받고
緩:느릴 완·느즈러질 완 失:잃을 실
모든 일이 어렵다가 잘 풀리면 해이해진다. 이렇게 해이해지고 나태해지면 반드시 잃게 된다. 그래서 뇌수해괘 다음에 산택손괘를 두었다.
괘사
損은 有孚면 元吉코 无咎하야 可貞이라.
손 유부 원길 무구 가정
利有攸往하니 曷之用이리오. 二簋 可用享이니라.
이유유왕 갈지용 이궤 가용향
손(損)은 믿음을 두면 크게 길하고 허물이 없어서 가히 바르게 한다. 가는 바를 둠이 이로우니, 어떻게 쓸 것인가? 두 대그릇에 가히 제사지낸다.
損:덜 손 曷:어찌 갈 用:쓸 용·써 용(以) 簋:제기 이름 궤(대그릇) 享:제사지낼 향
아래를 덜어서 위를 보태는 손괘(損卦)는 나라로 보면, 아래의 백성으로부터 세금을 거두어 위의 국가를 경영해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나라 전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근간을 이루는 백성이 도와야 한다. 백성으로서는 손해를 보지만 자기의 몫을 덜어내어 국가전체가 유지되니, 믿음을 가지면 크게 길하고 허물이 없다. 그러나 세금을 거두어들이고 손해를 보는 것은 공정하게 해야 하니, 바르게 해야 한다.
하경(下經) 처음인 택산함(澤山咸)괘에서 빈 마음으로 사람을 받아들여 남녀가 교감을 하니, 10달이 되는 산택손괘에서 출산(出産)을 하게 된다.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니 믿음을 두면 크게 길하고 허물이 없으며, 또한 바르게 키워야 한다.
손해를 본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이익을 주는 것이고 나중에는 보답을 받게 되는 것이 자연의 섭리(攝理)이다. 산택손(山澤損)은 아래의 도(道)가 위로 오르는 것이니, 백성 개개인이 손해를 보지만 나라 전체가 이익이 되는 것이고 따라서 가는 바를 둠이 이롭다. 그런데 손해를 보는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두 대그릇에 가히 제사 지낸다’는 것은 손해를 보는 때에 믿음을 굳게 가지고 검소하게 지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전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단사
彖曰 損은 損下益上하야 其道 上行이니
단왈 손 손하익상 기도 상행
損而有孚면 元吉无咎可貞利有攸往이니
손이유부 원길무구가정이유유왕
曷之用二簋可用享은 二簋 應有時며 損剛益柔 有時니
갈지용이궤가용향 이궤 응유시 손강익유 유시
損益盈虛를 與時偕行이니라.
손익영허 여시해행
단전에 말하였다. “손(損)은 아래를 덜어 위를 더하여 그 도가 위로 행하니, 더는데 믿음을 두면 ‘원길무구가정이유유왕(元吉无咎可貞利有攸往)’이니, ‘갈지용이궤가용향(曷之用二簋可用享)’은 두 대그릇이 응당 때가 있으며, 강(剛)을 덜어 유(柔)에 더함이 때가 있으니, 덜고 더하고 차고 비는 것을 때와 더불어 함께 행한다.”
益:더할 익 應:응할 응 盈:찰 영 虛:빌 허 偕:함께 해
손괘(損卦)는 삼음삼양(三陰三陽)괘로 그 체는 지천태(地天泰)괘에 있다. 지천태괘는 내괘가 건천(乾天)☰으로 견실하지만, 외괘가 곤지(坤地)☷로 허하여 빈약함을 뜻한다. 나라의 정치권력을 의미하는 위가 허하고, 아래 즉 백성이 부유하고 견실하니 태평한 세상이다. 그러나 백성 개개인이 부유한들, 나라가 가난하면 그 태평함도 오래갈 수가 없다. 그래서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위해 아래의 백성이 세금(稅金)을 거두어 나라에 보태는 것이 산택손괘가 된다. 이러한 기운의 양상을 나타내면, 견실한 내괘 건천☰에서 구삼의 양을 위로 덜어내고 외괘 곤지☷의 상육을 아래로 내려 보내면 산택손괘가 되니, ‘아래를 덜어 위를 보태서 그 도가 위로 행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이렇게 백성이 나라를 위해 덜어내는데 믿음을 두면 나라가 부강해져 ‘크게 길하고 허물이 없어서 가히 바르게 하고 가는 바를 둠이 이로운 것’이다. ‘어디에 쓰는가. 두 대그릇에 가히 제사를 지낸다’는 것은 두 대그릇, 즉 덜어내는 것과 보탬을 받는 것이 응당 그 적절한 때가 있으며, 부하고 실한 강(剛)을 덜어서 약하고 허한 유(柔)에 더하는 것도 때가 있는 것이다. 춘하추동 사시, 음양승강의 변화, 해와 달의 교차 등 자연의 변화와 마찬가지로, 덜어내고 더하고 차고 비우는 것을 때와 더불어 함께 해야 한다. 내괘의 태택(兌澤)☱은 후천팔괘방위로 추수(秋收)하는 가을을 의미하니, 세금도 추수가 끝나 결실을 맺는 때에 거두어야 한다.
괘상사
象曰 山下有澤이 損이니 君子 以하야 懲忿窒欲하나니라.
상왈 산하유택 손 군자 이 징분질욕
상전에 말하였다. “산 아래 연못이 있는 것이 손(損)이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성냄을 징계하며 욕심을 막는다.”
懲:징계할 징 忿:성낼 분 窒:막을 질 欲:하고자할 욕
산 아래에 연못이 있어서, 연못의 기운이 위로 올라가니 산을 윤택하게 한다. 또한 내괘 태(兌)☱로 기뻐하면서 외괘 간(艮)☶으로 덕을 쌓는 것이기도 하다. 군자는 이러한 기운의 양상을 보고, 손해를 보는 상황에서도 그 분함을 참으며 욕심을 막는다. 또한 군자가 수양(修養)을 함에 있어서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계율은 성냄을 징계하고 사랑과 자비를 베풀며, 사사로운 욕심을 막고 중생을 구제하는 것이다.
효사 및 효상사
初九는 已事어든 遄往이라아 无咎리니 酌損之니라.
초구 이사 천왕 무구 작손지
초구는 일을 마치거든 빨리 가야 허물이 없을 것이니, 참작하여 덜어야 한다.
已:이미 이·그칠 이 遄:빠를 천 酌:참작할 작·따를 작·술 작
초구는 맨 아래에 있어 나라의 근간이 되는 백성의 자리이다. 또한 양 자리에 양으로 바르고 실(實)하다. 내괘가 태택(兌澤)☱으로 후천팔괘방위로 가을이니 추수를 하여 수확을 하는 계절이다. 덜고 더하고 차고 비움을 때로 더불어 함께 행한다(損益盈虛 與時偕行). 백성이 수확을 해서 결실을 거두었으면, 나라를 위한 재정(財政)에 빨리 보태야 허물이 없다. 초구가 변하면 감수(坎水)☵ 겨울이 되니, 겨울이 되기 전에 빨리 나라의 재정에 보태야 할 것이다.
오늘날 현대사회에서 부과되는 각종 세금의 기본원리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세금도 수확에 따라 공정하게 책정되어야 하니, 많이 수확했으면 많이 내고, 조금 수확했으면 조금 내어 민생(民生)과 나라의 재정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그래서 참작해서 덜어내는 것이다(酌損之).
象曰 已事遄往은 尙合志也일새라.
상왈 이사천왕 상합지야
상전에 말하였다. “일을 마치면 빨리 간다는 것은 위와 뜻이 합하기 때문이다.”
尙:오히려 상·숭상할 상·위 상(上)
백성이 나라에 세금을 내는 것은 나라의 안녕을 바라는 육사 대신과 뜻을 합하기 때문이다. 대신(大臣)은 백성의 복지와 안녕을 위하는 마음을 가지고, 백성은 부국강병을 위하니 서로 뜻을 합하는 것이다. 조세(租稅)의 기본원리일 것이다.
九二는 利貞코 征이면 凶하니 弗損이라아 益之리라.
구이 이정 정 흉 불손 익지
구이는 바르게 함이 이롭고 가면 흉하니, 덜지 않아야 더할 것이다.
征:칠 정·갈 정 弗:아닐 불
구이는 내괘의 중을 얻었으나 음 자리에 양으로 있어서, 실상은 별 수확이 없는 가난한 자리이다. 초구의 백성은 농사를 지어 수확의 결실을 맺지만, 구이의 선비는 농사를 짓지 않으니 수확의 결실을 거두지 못한다. 그러니 중(中)을 얻은 자리로 바르게 함이 이롭다.
그리고 수확이 없는 자리, 빈곤한 자리이니 함부로 가면 흉하다. 육오 인군의 뜻에 따라 응할 뿐 함부로 정치를 하겠다고 나서서는 안 된다. 또한 수확이 없으니 덜지 말고 오히려 도움을 받아야 한다. 옛 선비들이 가난한 가운데 뜻을 바로 하고 때를 기다리다가, 나라 일을 하면서 국록(國祿)을 받아 사는 것과 같다. 청렴해야 할 선비가 뇌물로 나라 일을 맡아 하게 되면 결국 나라를 해치는 도적이 될 뿐이다.
象曰 九二利貞은 中以爲志也라.
상왈 구이이정 중이위지야
상전에 말하였다. “구이가 바르게 함이 이로움은 중으로써 뜻을 삼는 것이다.”
六三은 三人行앤 則損一人코 一人行앤 則得其友로다.
육삼 삼인행 즉손일인 일인행 즉득기우
육삼은 세 사람이 감에는 곧 한 사람을 덜어내고, 한 사람이 감에는 곧 그 벗을 얻도다.
육삼 효사는 주역 전체의 윤곽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문장으로 여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는 산택손(山澤損)괘가 지천태(地天泰)괘에서 변화한 것이라는 뜻이고, 둘째는 택산함(澤山咸)괘 구사효에서 소남·소녀의 동동왕래(憧憧往來)로 잉태되어 꼭 열 달이 되는 산택손괘 육삼효에서 출산(出産)을 한다는 의미이다.
첫째로 지천태괘에서 내괘 건천(乾天)☰의 양(陽) 세 사람이 가는데 한 사람을 덜어내 위로 보내니 산택손괘가 되고, 위로 올라간 상구 양은 아래로 내려 온 육삼 음(陰)과 응하여 벗을 얻게 된다.
둘째로 하경(下經) 첫 번째 택산함괘에서 소남·소녀가 서로 교감하여 구사효에서 동동왕래의 교합을 하니 잉태(孕胎)를 하게 되는데, 그로부터 꼭 10 달을 의미하는 하경 10번째 괘 60번째 효가 되는 산택손괘 육삼효에서 출산을 하게 된다. 세 사람이란 소남·소녀가 만나 부부가 되어 잉태를 하니 세 사람이 되고, 태어난 아이 한 사람이 자라나 또 짝을 만나는 것이 순리이니 그 벗을 얻게 되는 것이다. 주역 64괘 384효의 배열이 무작위로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부부교합지의(夫婦交合之義)
澤山咸卦:九四는 貞이면 吉하야 悔 亡하리니 憧憧往來면 朋從爾思리라.
자녀출산지의(子女出産之義)
山澤損卦:六三은 三人行앤 則損一人코 一人行앤 則得其友로다.
공자(孔子)는 「계사하전」(繫辭下傳) 제5장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天地 絪縕에 萬物이 化醇하고 男女 構精에 萬物이 化生하나니 易曰 三人行엔 則損一人코 一人行엔 則得其友라하니 言致一也라.
“천지의 기운이 쌓임에 만물이 화하여 두터워지고, 남녀가 정수를 얽음에 만물이 화하여 생하니, 역(易)에 이르길 ‘세 사람이 감에는 곧 한 사람을 덜고, 한사람이 감에는 곧 그 벗을 얻는다’고 하니 하나를 이룸을 말한다.”
象曰 一人行은 三이면 則疑也리라.
상왈 일인행 삼 즉의야
상전에 말하였다. “한 사람이 감은 셋이면 곧 의심할 것이다.”
疑:의심할 의
산택손괘 육삼 효사에 대한 이 효상전의 내용은 풀이하기가 명료하지 않다. 누락된 글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六四는 損其疾호대 使遄이면 有喜하야 无咎리라.
육사 손기질 사천 유희 무구
육사는 그 병을 덜되, 빨리 하게 하면 기쁨이 있어서 허물이 없을 것이다.
疾:병 질 使:하여금 사 遄:빠를 천 喜:기쁠 희
육사는 음 자리에 음으로 있어 위가 마땅한 대신(大臣)이다. 나라 일을 맡고 있는 대신으로서 병이 되는 것은 나라의 재정문제이다. 육사가 변하면 화택규(火澤睽)괘가 되니, 어긋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육사 대신으로서는 나라의 재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재정이 빈약하면 초구의 백성을 독촉해서라도 빨리 세금을 거두어 재정이 빈곤해서 오는 병을 덜어내야 한다. 그래야 나라에 기쁨이 있고 허물이 없게 된다. 개인적으로 볼 때, 진짜 병이 있어 빨리 치료해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될 수도 있다.
象曰 損其疾하니 亦可喜也로다.
상왈 손기질 역가희야
상전에 말하였다. “그 병을 덜어내니 또한 가히 기쁘도다.”
六五는 或益之면 十朋之라. 龜도 弗克違하리니 元吉하니라.
육오 혹익지 십붕지 귀 불극위 원길
육오는 혹 더하면 열 벗이다. 거북점도 능히 어기지 못할 것이니 크게 길하다.
或:혹 혹 龜:거북 귀 克:능할 극 違:어길 위
육오는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이다. 나라가 빈약할 때에는 육오 인군 자신도 부(富)를 누릴 수 없다. 육사 대신이 나라를 걱정하여 초구 백성으로부터 세금을 거두어서 나라 재정을 충실하게 하면, 육오 인군은 그 재정을 아래 백성에게 다시 더해 주어야 한다. 이것이 국민의 복지(福祉)를 위하는 일이고, 이렇게 하면 백성 모두가 인군을 사랑하는 벗이 된다. 선정(善政)을 베풀면 나라가 잘 되고 백성이 행복하게 산다는 것을, 거북점을 치더라도 어기지 못하니 크게 길하다.
이 육오 효사에 대하여 “或益之면 十朋之龜라도 弗克違하리니 元吉하니라”로 보아 “혹 더하면 값비싼 거북이라도 능히 어기지 못할 것이니 크게 길하다”고 풀이하는 견해도 있다. 인군이 선정을 하면 신비로운 효험이 있는 값비싼 거북점도 어기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니 그 의미는 같다.
육오 인군 스스로는 외괘의 중(中)을 지켜 나라를 다스리는 자리에 있으나, 양 자리에 음으로 허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백성에게 보태어 주어 길하게 되는 것은, 또한 바로 위에 있는 실(實)한 상구가 도와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象曰 六五元吉은 自上祐也라.
상왈 육오원길 자상우야
상전에 말하였다. “육오가 크게 길함은 위로부터 돕는 것이다.”
自:부터 자 祐:도울 우
上九는 弗損코 益之면 无咎코 貞吉하니 利有攸往이니 得臣이 无家리라.
상구 불손 익지 무구 정길 이유유왕 득신 무가
상구는 덜지 말고 더하면 허물이 없고 바르게 하여 길하니, 가는 바를 둠이 이로우니, 신하를 얻음이 집이(경계가) 없을 것이다.
상구는 아래 백성들로부터 거두어들인 세금을 나라를 위해 비축하고 나라를 위해 써야 하는 자리이다. 그래서 덜지 말고 더하면 허물이 없다고 하였다. 백성으로부터 거두어들인 재정을 비축·관리하는 자리이니 바르게 해야 길하고, 나라를 위한 일에 써야 하니 가는 바를 둠이 이롭다. 상구가 나라를 위한 재정을 공정하게 관리하고 바르게 하면 나라를 위해 일하고자 하는 선비들이 모여들게 되니, 신하를 얻음이 경계가 없게 된다. ‘집이 없다’는 것은 경계·한계가 없다는 뜻이다. 나라에 인재가 모여드니 크게 뜻을 얻게 된다.
정자(程子)는 「역전(易傳)」에서 산택손괘의 각 효에 대한 의의를 밝히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凡損之義 有三하니 損己從人也와 自損以益於人也와 行損道以損於人也라. 損己從人은 徙於義也요 自損益人은 及於物也요 行損道以損於人은 行其義也니 各因其時하야 取大者言之라.
四五二爻는 取損己從人하고 下體三爻는 取自損以益人하니 損時之用은 行損道以損天下之當損者也라. 上九則取不行其損爲義하니 九居損之終하야 損極而當變者也라. 以剛陽으로 居上하니 若用剛以損削於下면 非爲上之道니 其咎 大矣어니와 若不行其損하고 變而以剛陽之道로 益於下면 則无咎而得其正且吉也니 如是則宜有所往이요 往則有益矣라.
在上하야 能不損其下而益之면 天下 孰不服從이리오. 從服之衆에 无有內外也라 故로 曰得臣无家라하니 得臣은 謂得人心歸服이요 无家는 謂无有遠近內外之限也라.
[손괘]의 뜻이 세 가지가 있으니, 자기를 비우고 남을 따르는 것과, 자기 것을 덜어서 남을 더해 주는 것과, 더는 도를 행해서 사람들을 덜어내는 것이다. 자기를 비워 남을 따름은 의리를 따라가는 것이고, 자기 것을 덜어서 다른 사람을 더해 줌은 남에게 미치게 하는 것이며, 더는 도를 행해서 사람들을 덜어냄은 의로운 일을 행하는 것이니, 각각 그 때에 따라 큰 것을 취해서 말했다.
‘육사’와 ‘육오’ 두 효는 자기를 비워 남을 좇아감을 취했고, 하체의 세 효는 자기 것을 덜어서 남을 보태줌을 취했으니, 더는 때의 씀은 더는 도를 행함으로써 천하의 마땅히 덜어야 할 것을 더는 것이다. ‘상구’는 더는 것을 시행하지 않음을 취해서 뜻을 삼았으니, 구(양)가 ‘손괘(損卦)’의 끝에 있어서 더는 것이 극에 달함에 마땅히 변하는 자이다. 강한 양으로써 위에 거처하니, 만약 강을 써서 아랫사람의 것을 덜고 깎으면 윗사람 된 도리가 아니니 허물이 크다. 만약 (아래를) 덜어내는 것을 시행하지 않고, 변해서 강한 도로써 아랫사람에게 더해 주면 허물이 없어 바르고 또 길함을 얻을 것이니, 이와 같이 하면 가는 바를 둠이 이롭고 가면 유익함이 있을 것이다.
위에 있어서 아랫사람의 것을 덜지 않고 보태주면, 천하에 누가 복종하지 않겠는가? 복종함이 많음에 안과 밖이 없기 때문에, ‘신하를 얻음이 집이 없다’고 말한 것이니, ‘신하를 얻음’은 인심이 모이고 복종함을 얻음이고, ‘집이 없음’은 원근(遠近)과 내외(內外)의 경계가 없다는 말이다.
象曰 弗損益之는 大得志也라.
상왈 불손익지 대득지야
상전에 말하였다. “덜지 말고 더함은 크게 뜻을 얻는 것이다.”
※ 수산 신성수, 『주역통해』, 대학서림, 2005, 460∼4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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