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산책/도덕경

도덕경 제67장

돈호인 2020. 10. 16. 22:14

 

67. 皆謂章

     개위장

 

天下 皆謂我 

천하 개위아

道大 似不肖 夫唯大

도대 사불초 부유대 

故 似不肖 若肖 久矣其細也夫

고 사불초 약초 구의기세야부

我有三寶 持而保之

아유삼보 지이보지

一曰慈

일왈자

二曰儉

이왈검 

三曰不敢爲天下先

삼왈불감위천하선 

慈故 能勇

자고 능용

儉故 能廣

검고 능광

不敢爲天下先故 能成器長

불감위천하선고 능성기장 

今舍慈且勇

금사자차용

舍儉且廣

사검차광 

舍後且先 死矣

사후차선 사의 

夫慈 以戰則勝 以守則固

부자 이전즉승 이수즉고

天將救之 以慈衛之

천장구지 이자위지 

 

謂 : 이를 위  似 : 같을 사  肖 : 닮을 초·쇠할 소·흩어질 소  夫 : 무릇 부·어조사 부

細 : 가늘 세  寶 : 보배 보  持 : 가질지  保 : 지킬 보  慈 : 사랑할 자

儉 : 검소할 검  敢 : 감히 감  勇 : 용감할 용  廣 : 넓을 광  舍 : 집 사·버릴 사

救 : 구원할 구  衛 : 지킬 위

 

천하가 모두 나에게 이르되

“도가 커서 비슷하게나마 닮을 수 없다”고 하니, 무릇 오직 클 뿐이다.

그러므로 비슷하게 닮을 수 없으니, 만약 닮으면 오래도록 그 미세할 뿐이다.

나에게 세 가지 보배가 있어서 몸에 지녀 보전하니,

하나는 가로되 자애(慈愛)요,

둘은 가로되 검약(儉約)함이요,

셋은 가로되 감히 천하보다 먼저 하지 않는 것이다.

자애로운 까닭으로 능히 용감하고,

검약한 까닭으로 능히 넓고,

감히 천하보다 먼저 하지 않는 까닭으로 능히 기물의 우두머리를 이룬다.

이제 자애를 버리면서 용감하고자 하며,

검약함을 버리면서 넓고자 하고,

뒤를 버리면서 먼저 하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

무릇 자애는 싸우면 이기고 지키면 굳건해지니,

하늘이 장차 구원함에 자애로써 지켜준다.

 

 

  이 장에서는 사람이 큰 도를 따른다는 것이 큰 도와 같이 크게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겸손하고 사랑하는 마음가짐에 있다는 것을 밝혔다. 그리고 이를 통해 무한한 자애로움의 덕으로 천하를 감화시켜야 함을 강조하였다.

  나(노자)에게 말하기를 천하 사람들이 모두 도가 너무 커서 도를 따르려고 하지만 비슷하게나마 그 근처에도 갈 수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 도는 오직 클 뿐이다. 형언할 수 없이, 감히 사람으로서 접근할 수 없이 무한하게 클 뿐이다. 그러데 만약 그 도를 닮는다면, 그 근처에라도 간다면, 오히려 오래도록 미세하여 크다고 느끼지 못할 것이다. 깨닫지 못한 사람은 그저 도가 크게 느껴지나, 깨달으면 도 자체에 머무를 뿐 크다고 여기지 않는다.

  도를 따른다는 것은 단지 크다고 하는 외형에 있는 것이 아니다. 자기 마음 속에 지녀서 보전해야 할 세 가지 보배(三寶)가 있는데, 하나는 자애로움이고, 둘은 검약함이고, 셋은 천하보다 먼저 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하나는 자애로움이다. 모든 만물은 도에서 나왔으니, 도는 천하 만물의 어머니이다. 천하 만물의 어머니는 무한한 사랑과 자애로움으로 만물을 보살펴 주고 있다. 그러니 도를 따른다는 것은 그 무한한 자애로움을 실천하는 것이다. 주역』「계사상전4장에서도 두루 행해도 흐르지 않으며, 하늘을 즐기고 명을 안다. 그러므로 근심하지 않으며, 흙에 편안히 해서 어짊을 돈독하게 한다. 그러므로 능히 사랑한다”(旁行而不流 樂天知命 不憂, 安土 敦乎仁 能愛)고 하였다.

  둘은 검약함이다. 헤아릴 수없이 큰 도를 따른다는 것은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검약함을 실천하는 것이다. 정신적인 면에서의 검약은 겸손함을 말하는 것이고, 물질적인 면에서의 검약은 검소한 생활을 말한다.

  셋은 감히 천하보다 먼저 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도를 추구하려는 사람들은 도를 깨닫고자 하여 세상 사람보다 앞서려고 무모한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도를 따른다는 것은 천하보다 앞서서 세상사람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 사람보다 뒤에 하면서 세상 사람들을 바른 길로 잘 이끌어 가는 것이다.

  이 세 가지를 준수하면 어떠한 효험이 있는가? 첫째로 자애로움은 천하의 모든 것을 안을 수 있기 때문에, 어떠한 것보다 가장 용감하게 된다. 둘째로 검약함, 즉 정신적으로 겸손하고 물질적으로 검소하게 하는 것은 천하의 모든 것을 품을 수 있기 때문에 가장 넓게 된다. 셋째로 감히 천하보다 먼저 하려고 하지 않고, 천하 만물에 뒤에 해서 천하 만물을 잘 이끌어 가면, 능히 천하 기물(만물)을 이끌어가는 우두머리가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세 가지를 지키지 않으면 도에서 멀어지기 때문에 위태롭게 된다. 즉 자애로운 마음을 버리고 용감하기만 하고, 검약함을 버리고 풍성해지려고만 하고, 천하를 버리고 먼저 하려고만 하면, 온전한 삶을 보전하지 못할 것이다. 자애로움과 검약함과 천하보다 뒤에 하는 이 세 가지 가운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애로움이다.

  자애로움이란 도에서 나오는 무한한 사랑이다. 사랑이란 나약한 마음인 것 같지만, 실은 천지가 만물을 내는 무한한 생명력이다. 도를 추구하는 사람이 세상에 처함에 지녀야 할 가장 큰 무기는 자애로움이다. 때문에 자애로운 마음을 지니면 어느 누구도 당해낼 수 없으며, 이 자애로움을 잘 지키면 더욱 도가 굳건해진다. 하늘이 이 세상을 구원할 때 무엇으로 구원하겠는가? 그것은 무한한 자애로움인 것이다.

 

天下가 皆謂我하되

道大하야 似不肖라하나니 夫唯大라

故로 似不肖니 若肖면 久矣其細也夫인저

我有三寶하야 持而保之하나니

一曰慈오

二曰儉이오

三曰不敢爲天下先이라

慈故로 能勇이오

儉故로 能廣이오

不敢爲天下先故로 能成器長이니라

今舍慈且勇하며

舍儉且廣하며

舍後且先이면 死矣리라

夫慈는 以戰則勝하고 以守則固하나니

天將救之에 以慈衛之니라.

 

 

※ 대산 김석진·수산 신성수,주역으로 보는 도덕경-대산 노자강의대학서림, 2005, 255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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