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산책/도덕경

도덕경 제41장

돈호인 2020. 10. 11. 13:48

 

41. 上士章

     상사장

 

上士 聞道 勤而行之

상사 문도 근이행지

中士 聞道 若存若亡

중사 문도 약존약망 

下士 聞道 大笑之 不笑 不足以爲道

하사 문도 대소지 불소 부족이위도

故 建言 有之

고 건언 유지

明道 若昧

명도 약매

進道 若退

진도 약퇴 

夷道 若類

이도 약뢰

上德 若谷

상덕 약곡

大白 若辱

대백 약욕 

廣德 若不足

광덕 약부족 

建德 若偸

건덕 약투 

質眞 若渝

질진 약유 

大方 無隅

대방 무우 

大器 免成

대기 면성

大音 希聲

대음 희성

大象 無形

대상 무형 

道隱無名

도은무명 

夫唯道 善貸且成

부유도 선대차성

 

聞 : 들을 문  勤 : 부지런할 근  若 : 같을 약  笑 : 웃을 소  建 : 세울 건·지을 건

建言 : 속담  昧 : 새벽 매·어두울 매  退 : 물러날 퇴  夷 : 평평할 이

類 : 무리 류·같을 류·치우칠 뢰  廣 : 넓을 광  偸 : 훔칠 투·가벼울 투·구차할 투

質 : 바탕 질·이룰 질·바를 질·정할 질  渝 : 변할 유·변경할 유(투)

辱 : 욕될 욕·더러울 욕  隅 : 모퉁이 우  免 : 면할 면  希 : 드믈 희·바랄 희

聲 : 소리 성  隱 : 숨을 은  夫 : 무릇 부  唯 : 오직 유  貸 : 빌려줄 대·줄 대

且 : 또 차

 

높은 선비는 도를 들으매 부지런히 행하고,

가운데 선비는 도를 들으매 있는 듯 없는듯하고,

낮은 선비는 도를 들으매 크게 웃으니 웃지 않으면 족히 도가 되지 못한다.

그러므로 속담에 있기를,

“밝은 도는 어두운 듯하며

나아가는 도는 물러나는 듯하며

평탄한 도는 치우친 듯하고,

높은 덕은 골짜기와 같으며

크게 깨끗함은 더러운 듯하며

넓은 덕은 족하지 않은 듯하며

강건한 덕은 구차한 듯하며

질박한 이치는 변하는 듯하고, 

크게 모남은 모퉁이가 없으며

큰 그릇은 이루어짐을 면하며

큰 소리는 소리가 없으며

큰 형상은 형체가 없다.”

도는 숨어서 이름이 없으나,

무릇 오직 도라야 잘 베풀어 주고 또 이루어낸다.

 

 

  세상 사람들이 도를 추구해 나가는 데에는 크게 세 가지 부류가 있다. 우선 높은 선비는 도를 들으면 그 도를 이루고자 부지런히 행한다. 대자연의 원리를 밝히고 있는 주역중천건괘괘상전(卦象傳)에서 상에 가로되 하늘의 운행이 굳세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스스로 굳세어 쉬지 않는다”(象曰天行 君子 自彊不息)고 하였다. 자연의 도를 들으면, 그 도를 이루고자 높은 선비는 끊임없이 노력한다.

  중간 정도 되는 선비는 도를 들으면 그 도를 이루고자 하는 마음은 있어 힘써 행하기도 하지만 곧 해이해져 그만두기를 되풀이한다. 그래서 가운데 선비는 도를 들어도 그 도가 있는 듯 없는 듯하다고 하였다. 한편 가장 낮은 선비는 자기 멋대로의 주관으로 세상을 재단하고 정작 도가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도를 들으면 오히려 우습게보고 무시해 버린다. 낮은 선비는 도가 우습게 보이기 때문에 그들에 있어서 도는 그저 웃음거리일 뿐이다.

  그렇다면, 높은 선비가 들으면 부지런히 행하고, 중간 선비가 들으면 하다가도 말고, 낮은 선비가 들으면 웃어버리고 마는 도(道)의 실체는 무엇인가? 이 도의 실체에 대하여 예로부터 내려 온 격언을 들어 설명하고 있다. 건언(建言)’이라는 말은 예로부터 전해내려 온 격언이나 속담을 일컫는 말이다.

  격언에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진정 밝은 도(明道)는 스스로 밝은 체 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어두운 듯하다. 진정 나아가는 도(進道)는 억지로 힘써 나가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물러나는 듯하다. 진정 평탄한 도(夷道)는 억지로 평탄하고자 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치우친 듯하다.

  진정 높은 덕(上德)은 만물을 다 포용하면서도 텅 비어 있는 골짜기와 같다. 진정 크게 깨끗함(大白)은 세상의 온갖 추함을 포용하기에 오히려 더러운 듯하다. 진정 넓은 덕(廣德)은 스스로 넓은 체 하지 않으며 오히려 늘 부족한 듯하다. 진정 확고하게 세운 덕(建德)은 스스로 고집하지 않으므로 오히려 자신의 덕이라 하지 않고 남의 덕인 듯이 한다. 그래서 ‘구차한 듯하다’(若偸)고 하였다. 진정 질박한 이치(質眞)는 어느 하나를 고집하지 않고 그때그때의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항상 변하는 듯하다.

  진정 크게 방정함(大方)은 너무나 커서 경계가 없으므로 오히려 모퉁이가 없다. 진정 큰 그릇(大器)은 일정한 형태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이루어질 수 없다('大器晩成'을 '大器免成'으로 고친다). 진정 큰 소리(大音)는 오히려 안 들린다. 지구라는 거대한 땅덩어리가 우주 안에서 공전하고 자전하면서 나오는 소리가 얼마나 큰 소리이겠는가? 그런데 상상할 수 없는 이 우주음(宇宙音)은 정작 인간에게는 들리지 않는다. 진정 큰 형상(大象)은 오히려 형체가 없다. 지구라는 거대한 항성, 우주라는 거대한 형상 등을 우리는 여러 가지 그림과 문자로 표현은 하지만 정작 인간에게는 만질 수 없고 볼 수 없이 커서 오히려 형체가 없다.

  이렇게 사람들의 상식을 초월하는 광대한 도는 정작 숨어서 이름이 없다. 그러나 오직 숨어서 이름이 없는 이 도(道)가 천하 만물에게 한없는 생명력을 베풀어주고 있으며 또한 만물을 이루어 내고 있는 것이다.

 

 

上士는 聞道에 勤而行之하고

中士는 聞道에 若存若亡하고

下士는 聞道에 大笑之하나니 不笑면 不足以爲道라

故로 建言에 有之하되

明道는 若昧하며

進道는 若退하며

夷道는 若類하고

上德은 若谷하며

大白은 若辱하며

廣德은 若不足하며

建德은 若偸하며

質眞은 若渝하고

大方은 無隅하며

大器는 免成하며

大音은 希聲하며

大象은 無形하니라

道隱無名이나

夫唯道라야 善貸且成이니라

 

 

 

※ 대산 김석진·수산 신성수,주역으로 보는 도덕경-대산 노자강의대학서림, 2005, 163∼165.

'동양고전산책 > 도덕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덕경 제43장  (0) 2020.10.11
도덕경 제42장  (0) 2020.10.11
도덕경 제40장  (0) 2020.10.10
도덕경 제39장  (0) 2020.10.09
도덕경 제38장  (0) 2020.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