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산책/도덕경

도덕경 제38장

돈호인 2020. 10. 9. 20:07

 

38. 上德章

     상덕장

 

上德 不德 是以有德

상덕 부덕 시이유덕

下德 不失德 是以無德

하덕 불실덕 시이무덕 

上德 無爲而無以爲

상덕 무위이무이위

上仁 爲之而無以爲

상인 위지이무이위 

上義 爲之而有以爲

상의 위지이유이위

上禮 爲之 而莫之應 則攘臂而扔之

상례 위지 이막지응 즉양비이잉지 

故 失道而後 德 失德而後 仁

고 실도이후 덕 실덕이후 인

失仁而後 義 失義而後 禮

실인이후 의 실의이후 예

夫禮者 忠信之薄 而亂之首

부례자 충신지박 이난지수 

前識者 道之華 而愚之始

전식자 도지화 이우지시

是以 大丈夫 處其厚 不居其薄

시이 대장부 처기후 불거기박

處其實 不居其華

처기실 불거기화

故 去彼取此

고 거피취차

 

莫 : 없을 막  應 : 응할 응  攘 : 물리칠 양·걷을 양  臂 : 팔뚝 비  扔 : 당길 잉

忠 : 충성 충·공변될 충  薄 : 엷을 박  亂 : 어지러울 란  識 : 알 식  華 : 꽃 화

愚 : 어리석을 우  厚 : 두터울 후  彼 : 저 피

 

높은 덕(上德)은 덕이라 하지 않기 때문에 이로써 덕이 있는 것이고,

낮은 덕(下德)은 덕을 잃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이로써 덕이 없는 것이다.

높은 덕(上德)은 하고자 함이 없어서 함이 없고,

높은 어짊(上仁)은 하고자 하여도 함이 없으며,

높은 의로움(上義)은 하고자 하여 함이 있고,

높은 예(上禮)는 하고자 하다가 응함이 없으면 팔을 걷고 당긴다.

그러므로 도를 잃은 뒤에 덕이요, 덕을 잃은 뒤에 어짊이요,

어짊을 잃은 뒤에 의로움이요, 의로움을 잃은 뒤에 예가 있다.

무릇 예라는 것은 공변됨과 믿음이 엷어진 것이고 어지러움의 머리(시작)가 되며,

앞을 안다는 것은 도의 꽃(말단)이요 어리석음의 비롯함이다.

이로써 대장부는 그 두터움에 처하고 그 엷음에 거하지 않으며,

그 실함에 처하고 그 꽃(말단)에 거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저것(말단)을 버리고 이것(도)을 취한다.

 

 

  큰 도를 체득한 성인은 높은 덕을 지니고 있는데, 높은 덕을 지닌 사람은 스스로 덕이 있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저절로 덕이 있게 된다. 그러나 덕이 낮은 사람은 덕에 집착하여 덕을 잃지 않으려고 하니, 이는 사실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덕을 베풀어야 한다는 집착이 생겼을 때 이미 도에서 멀어졌기 때문이다. 청정경(淸靜經)에 다음의 글이 있다.

 

노군께서 가로되 “높은 선비는 다툼이 없으나 낮은 선비는 다툼을 좋아하며, 높은 덕은 덕이라 하지 않으나 낮은 덕은 덕을 잡으려 하니, 집착하는 자는 도와 덕에 밝지 못한다.(老君曰 上士 無爭 下士 好爭, 上德 不德 下德 執德, 執着之者 不明道德.)

 

  앞의 제32장에서 도는 항상 이름이 없다. 비로소 만듦에 이름이 있고, 이름이 또한 이미 있음에 무릇 또한 장차 그칠 줄 알아야 하니, 그칠 줄 아는 것은 위태롭지 않게 된다. 고 하였다. 즉 대자연의 근원인 도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위태롭게 된다. 이 장에서는 도에서 점차 멀어지는 현상을 덕(), (), (), ()의 순서로 그 차이를 설명하고 있다.

  높은 덕(上德)은 도의 근원에 가까우니 무위(無爲)로 처한다. 그러니 원래 하고자 함이 없는 무위(無爲)로 있으며 또한 그 무위(無爲)로써 모든 일을 이룬다. 다음으로 높은 어짊(上仁)은 도의 근원인 무위(無爲)에서 점차 멀어지니 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지만(有爲), 실제로 일을 이루는 데에 있어서는 무위(無爲)로써 한다.

  다음으로 높은 의로움(上義)은 도의 근원인 무위(無爲)에서 더욱 멀어지니 하고자 하는 유위(有爲)의 마음이 생기고 또한 실제로 일을 이룸에 있어서도 유위(有爲)로써 한다. 끝으로 도에서 가장 멀어진 상태인 높은 예(上禮)는 하고자 하는 유위(有爲)로써 하지만 만물이 이에 응하지 않으니 팔을 걷어붙이고 끌어당기듯이 더욱 인위적인 힘을 쓰게 된다.

  그러므로 도를 잃은 뒤에 덕이 있는 것이고, 덕을 잃은 뒤에 어짊이 있는 것이고, 어짊을 잃은 뒤에 의로움이 있는 것이고, 의로움을 잃은 뒤에 예가 있다고 한 것이다. 도에서 멀어지는 상황을 덕(), (), (), ()의 순서로 말하였다.

  이 가운데 도에서 가장 멀어진 상태인 예()라는 것은 사사로움이 없는 공변됨과 믿음이 엷어진 것이며, 세상이 어지러워지는 원인이 된다. 공변됨과 믿음이 사라지니 세상이 어지러워지고, 세상이 어지러워지니 앞을 내다보지 못해 앞날을 예측하고자 하는 온갖 술수들이 나오게 된다. 그런데 앞날을 예측하고 안다는 것(前識者)은 도의 가장 끄트머리가 되는데, 마치 나무로 보면 도의 근원은 보이지 않는 땅 속에 있으며 화려한 꽃은 나무의 맨 위에 있으니 꽃에 비유하였다. 그러나 말단에 해당하는 꽃은 도에서 가장 멀어진 것이기 때문에 결국 어리석음의 원인이 된다.

  그래서 천하 대장부는 도의 근원인 두터움에 처하고, 말단이요 지엽인 엷음에 거하지 않는다. 또한 진정 무한한 생명력이 움트는 실함(實)에 처하고 겉으로 치장된 꽃(말단)에 거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대장부는 저것, 즉 말단을 버리고 이것, 즉 도를 취한다.

 

上德은 不德일새 是以有德이요

下德은 不失德일새 是以無德이라

上德은 無爲而無以爲오

上仁은 爲之而無以爲며

上義는 爲之而有以爲오

上禮는 爲之라가 而莫之應이면 則攘臂而扔之라

故로 失道而後에 德이오 失德而後에 仁이오

失仁而後에 義오 失義而後에 禮니라

夫禮者는 忠信之薄이오 而亂之首며

前識者는 道之華오 而愚之始니라

是以로 大丈夫는 處其厚하고 不居其薄하며

處其實하고 不居其華라

故로 去彼取此니라.

 

 

※ 대산 김석진·수산 신성수,주역으로 보는 도덕경-대산 노자강의대학서림, 2005, 153∼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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