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산책/도덕경

도덕경 제77장

돈호인 2020. 10. 18. 23:12

 

77. 天之章

     천지장

 

天之道 其猶張弓與

천지도 기유장궁여

高者 抑之 下者 擧之

고자 억지 하자 거지 

有餘者 損之 不足者 補之

유여자 손지 부족자 보지

天之道 損有餘而補不足

천지도 손유여이보부

人之道 則不然 損不足以奉有餘

인지도 즉불연 손부족이봉유여

孰能有餘 以奉天下 唯有道者

숙능유여 이봉천하 유유도자

是以 聖人 爲而不恃 功成而不處

시이 성인 위이불시 공성이불처

其不欲見賢

기불욕현현 

 

猶 : 오히려 유·같을 유  張 : 활시위얹을 장  弓 : 활 궁  與 : 어조사 여  抑 : 누를 억

擧 : 들 거  餘 : 남을 여  補 : 도울 보  奉 : 받들 봉  恃 : 믿을 시

見 : 드러낼 현  賢 : 어질 현

 

하늘의 도는 마치 활시위를 얹는 것과 같구나!

높은 데는 누르고 낮은 데는 들어올리며,

남음이 있는 데는 덜어내고 족하지 못한 데는 보태준다.

하늘의 도는 남음이 있는 데에서 덜어서 족하지 못한 데를 보태주는데,

사람의 도는 그렇지 않아서 족하지 못한 데에서 덜어서 남음이 있는 데를 받들게 하니,

누가 능히 남음이 있음으로 천하를 받들겠는가? 오직 도가 있는 자이다.

이로써 성인은 하여도 자랑하지 않으며 공을 이루어도 머물지 않으니,

현명함을 드러내고자 하지 않는다.

 

 

  이 장에서는 공정무사한 자연의 도를 따라 천하 백성을 위할 것을 다시금 강조하였다.

  하늘의 도를 말하건대, 비유하자면 활에 시위를 얹는 것과 같다. 활을 쏘아 과녁에 맞추려면 우선 활에 시위를 얹어야 하는데, 이 때 정확한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높은 쪽은 누르고 낮은 쪽은 들어올리며, 힘이 남는 데는 덜어내어 모자란 데에 보태주어야 한다.

  오로지 활과 시위의 균형을 이루게 할 뿐 어떠한 사사로운 감정이란 추호도 없다. 바로 이것이 하늘의 도인 것이다. 그래서 주역지산겸괘(地山謙卦) 단전(彖傳)에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단전에 말하였다. “겸이 형통함(謙亨)은 하늘의 도는 아래로 내려서 광명하고, 땅의 도는 낮은데서 위로 행한다. 하늘의 도는 가득한 것을 이지러지게 하며 겸손한 데에는 더하고, 땅의 도는 가득한 것을 변하게 하며 겸손한 데로 흐르게 하고, 귀신은 가득한 것을 해롭게 하며 겸손함에는 복을 주며, 사람의 도는 가득한 것을 미워하며 겸손한 것을 좋아하니, 겸(謙)은 높고 빛나고 낮아도 가히 넘지 못하니 군자의 마침이다.”(彖曰 謙亨 天道 下濟而光明, 地道 卑而上行. 天道 虧盈而益謙, 地道 變盈而流謙, 鬼神 害盈而福謙, 人道 惡盈而好謙, 謙 尊而光 卑而不可踰, 君子之終也.)

 

  이와 같은 이치로 하늘은 너무 높이 오르는 자는 오히려 억누르며, 너무 낮게 처한 자는 올라가도록 들어준다. 그리고 여유가 있는 자에게는 덜어내게 해서 부족한 자들에게 보태주도록 한다. 이것은 공평무사한 자연의 도를 이루려는 것이다. 자연은 억지로 하려고 하지 않아도 항상 조화와 균형, 형평의 상태로 만물을 이끌어 가고 있다. 이러한 이치에 따라 주역지산겸괘 괘상전(卦象傳)에서는 상전에 이르길 땅 가운데 산이 있는 것이 겸()이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많은 것을 덜어 적은 데에 보태서, 물건을 저울질하여 베풂을 고르게 한다”(象曰 地中有山 謙, 君子 裒多益寡 稱物平施)고 하였다.

  한편 덜어내고 보태 주는 손익(損益)의 도는 자연의 원리나 세상의 원리에서 매우 중요하다. 주역에서는 이러한 도를 산택손괘(山澤損卦)와 풍뢰익괘(風雷益卦)로 설명하고 있다. 산택손괘는 아래를 덜어 위를 보태는 원리로(損下益上), 이는 아래에 있는 백성이 경제활동을 통해 얻어진 수확물에서 일정 부분을 덜어내어 나라의 재정에 보태준다는 뜻이다풍뢰익괘는 위를 덜어 아래를 보태주는 원리로(損上益下), 이는 나라가 백성들로부터 거두어들인 세금으로 국가를 유지하다가 백성이 재난이나 빈곤에 빠지게 되면 국고(國庫)를 방출하여 민생(民生)을 구제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렇게 백성은 나라를 위해 일정 부분 세금을 내고, 나라는 이 세금으로 백성을 위해 보태주는 손익(損益)의 도는 자연의 원리에 따른 형평의 도이다.

  그런데 하늘의 도는 남음이 있는 데에서 덜어서 부족한 데를 도와주는데, 사람의 도는 그렇지 않고 오히려 부족한 백성에게서 끊임없이 덜어내어 남음이 있어 풍족한 생활을 하고 있는 권력자들을 계속 받들게 하고 있다. 여유가 있는 자들이 부족한 자들로부터 계속 거두어들여 그 부를 더욱 축적해가기만 하니, 여유가 있어 천하를 받들 자가 어디 있겠는가? 참으로 안타까운 세상의 실상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자, 즉 여유가 있으면 베풀어주어 천하를 받들 수 있는 자는 오로지 도가 있는 자뿐이다.

  그래서 성인은 천하 백성을 위하여 베풀어도 이를 자랑하지 않으며, 천하를 받드는 공을 이루어도 그 공에 머물지 않는다. 이것은 무사(無事무위(無爲무욕(無欲)의 도로서, 성인이 그 도의 현명함을 내세우거나 드러내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天之道는 其猶張弓與인저

高者는 抑之하고 下者는 擧之하며

有餘者는 損之하고 不足者는 補之니라

天之道는 損有餘而補不足이어늘

人之道는 則不然하야 損不足以奉有餘하니

孰能有餘로 以奉天下리오 唯有道者인저

是以로 聖人은 爲而不恃하며 功成而不處하나니

其不欲見賢이니라.

 

 

※ 대산 김석진·수산 신성수,주역으로 보는 도덕경-대산 노자강의대학서림, 2005, 284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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