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산책/도덕경

도덕경 제15장

돈호인 2020. 10. 2. 16:27

 

15. 微妙章

     미묘장

 

古之善爲道者 微妙玄通 深不可識 

고지선위도자 미묘현통 심불가식

夫唯不可識 故 强爲之容

부유불가식 고 강위지용

豫兮若冬涉川

예혜약동섭천

猶兮若畏四隣

유혜약외사린 

儼兮其若客

엄혜기약객

渙兮若氷之釋

환혜약빙지석 

敦兮其若樸 

돈혜기약박 

曠兮其若谷

광혜기약곡

混兮其若濁

혼혜기약탁

孰能濁以止 靜之徐淸 

숙능탁이지 정지서청 

孰能安以久 動之徐生

숙능안이구 동지서생

保此道者 不欲盈

보차도자 불욕영

夫唯不盈 故 能蔽 不新成

부유불영 고 능폐 불신성

 

深 : 깊을 심  識 : 알 식  豫 : 미리 예․조심할 예  涉 : 건널 섭

猶 : 망설일 유·오히려 유  畏 : 두려워할 외  隣 : 이웃 린  儼 : 의젓할 엄

渙 : 흩어질 환·풀릴 환  氷 : 얼음 빙  釋 : 풀릴 석  敦 : 도타울 돈

樸 : 통나무 박·순박할 박  曠 : 빌 광·넓을 광  混 : 섞을 혼·흐릴 혼

濁 : 흐릴 탁  孰 : 누구 숙  徐 : 천천할 서  敝 : 해질 폐·버릴 폐·낡을 폐

豫兮 : 조심스러운 모양  猶兮 : 머뭇거리는 모양  儼兮 : 의젓한 모양

渙兮 : 흩어져 풀어지는 모양  敦兮 : 돈독한 모양  曠兮 : 텅 비고 광활한 모양

混兮 : 섞여 흐린 모양

 

옛날에 도를 잘 하는 자는 미묘하고 현묘한 도에 통하여 그 깊이를 가히 알지 못하네.

무릇 오직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러므로 억지로 형용하니,

조심함이여 마치 겨울에 내를 건너는 듯하며,

머뭇거림이여 마치 사방 이웃을 두려워하는 듯하며,

의젓함이여 마치 손님인 듯하며,

풀어짐이여 마치 얼음이 녹는 듯하며,

도타움이여 마치 그 순박한 듯하며,

넓음이여 마치 골짜기와 같으며,

혼합함이여 마치 탁함과 같네.

누가 능히 탁함을 그치게 해서 고요하게 서서히 맑게 하며,

누가 능히 편안하게 오래하게 해서 움직여 서서히 나오게 할 수 있는가?

이 도를 보전하는 자는 채우려고 하지 않으니,

무릇 오직 채우지 않기 때문에 그러므로 능히 낡더라도 새로움을 이루지 않네.

 

 

  앞의 제14장에서는 도의 오묘함을 말하였고 이 제15장에서는 그러한 도를 체득한 자의 묘용(妙用)을 말하고 있다.

  옛날에 도를 잘 닦은 성인은 미묘하고 현묘한 도를 체득하였는데, 그 깊이를 가히 헤아릴 수가 없다. 도를 체득하지 못한 사람은 조금 아는 것도 크게 아는 것처럼 드러내어 자랑하지만 곧바로 그 천박한 경지가 노출되지만, 도를 체득한 성인은 알아도 아는 체를 하지 않고 덕이 있어도 없는 것처럼 하니 도무지 그 깊이를 알 수가 없다이렇게 성인의 깊이를 알 수가 없지만 굳이 억지로 그 모습을 형용해 보는 것이다.

  도를 체득한 성인은 그 행동에 매우 조심스러움이 있는데 마치 겨울에 내를 건너는 것과 같이 조심스럽다. 성인은 그 행동에 머뭇거림이 있는데 마치 사방에 있는 모든 이웃을 두려워하는 듯하다. 성인은 그 행동에 의젓함이 있는데 마치 남의 집에 방문한 손님과 같이 항상 의젓함이 있다. 성인은 또한 의젓한 듯하면서도 어진 덕으로 한없이 느슨하게 풀어지는 모습이 있는데 마치 얼음이 녹는 것과 같다. 성인의 행동에는 돈독함이 있는데 마치 통나무와 같은 순박한 모습이다. 또한 성인의 마음은 광활함이 있는데 마치 골짜기와 같이 텅 비어 있다. 한편 성인은 세속의 한 가운데에 섞여 있는데 마치 속세의 모든 것과 혼합되어 탁한 것과 같다. 이렇게 도를 체득한 성인의 모습은 헤아리기가 어렵다.

  도를 체득한 성인의 깊이를 헤아릴 수가 없고 그 경계를 알 수가 없으니, 세속에 섞여 있으면서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가운데 세상을 맑게 한다. 그러니 누가 성인처럼 탁함을 그치게 해서 고요하게 서서히 맑게 하며, 누가 성인처럼 편안하게 오래하게 해서 움직여 맑은 도가 서서히 나오게 할 수 있는가? 이 도를 보전하는 성인은 인위적인 욕구가 없는 무위(無爲)로 행하고 무심(無心)으로 교화하니, 행위와 마음에 가득 채우려고 하지 않는다. 가득 채우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그저 텅 비어 있는 도 그 자체일 뿐이고, 이 도는 그 기원을 알 수 없는 오랜 도이다.

  바로 앞의 제14장에서 말한 맞이하고자 하면 그 머리를 볼 수 없고, 따르고자 하면 그 뒤를 볼 수 없으니, 지금의 도를 잡아서 지금의 세상()을 다스리면 능히 옛 시원을 알 수 있다”(迎之不見其首 隨之不見其後 執今之道 以御今之有 能知古始)는 것을 여기에서 밝히고 있다. 이렇게 채우려고 하지 않고 옛 도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니, 다 낡아 해진 듯하여도 새로운 것을 채워 넣을 이유가 없다. 항상 도 그 자체일 뿐이다.

  시간과 장소에 따라 변화무상한 현상세계에서 사람은 항상 새 것을 채우려고 하는 욕심으로 가득하다. 항상 새 것을 채우려고 하니 새 것은 곧 낡은 것이 되고 다시 또 새 것을 채워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사람은 옛 도의 본연의 모습에서 더욱 더 멀어져만 간다. 오직 도를 체득한 성인만이 그 기원을 알 수 없는 도를 간직할 뿐이다.

 

古之善爲道者는 微妙玄通하야 深不可識이라

夫唯不可識일새 故로 强爲之容하니

豫兮若冬涉川하며

猶兮若畏四隣하며

儼兮其若客하며

渙兮若氷之釋하며

敦兮其若樸하며

曠兮其若谷하며

混兮其若濁이라

孰能濁以止하야 靜之徐淸하며

孰能安以久하야 動之徐生고

保此道者는 不欲盈하나니

夫唯不盈일새 故로 能蔽나 不新成이니라

 

 

※ 대산 김석진·수산 신성수,주역으로 보는 도덕경-대산 노자강의대학서림, 2005, 70∼73.

'동양고전산책 > 도덕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덕경 제17장  (0) 2020.10.02
도덕경 제16장  (2) 2020.10.02
도덕경 제14장  (0) 2020.10.02
도덕경 제13장  (0) 2020.10.02
도덕경 제12장  (0) 2020.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