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산책/도덕경

도덕경 제58장

돈호인 2020. 10. 14. 23:30

 

58. 其政章

     기정장

 

其政 悶悶 其民 淳淳

기정 민민 기민 순순

其政 察察 其民 缺缺

기정 찰찰 기민 결

禍兮 福之所倚 福兮 禍之所伏

화혜 복지소의 복혜 화지소복

孰知其極 其無正

숙지기극 기무정

正復爲奇 善復爲妖

정복위기 선복위요

人之迷 其日固久

인지미 기일고

是以 聖人

시이 성인

方而不割 廉而不劌

방이불할 염이불귀

直而不肆 光而不燿

직이불사 광이불요

 

悶 : 번민할 민·어두울 민 淳 : 순박할 순 察 : 살필 찰 缺 : 이지러질 결·모자랄 결

兮 : 어조사 혜 倚 : 의지할 의 伏 : 엎드릴 복 孰 : 누구 숙 妖 : 괴이할 요

迷 : 미혹할 미 久 : 오랠 구 割 : 가를 할·해칠 할 廉 : 청렴할 렴·곧을 렴·살필 렴

劌 : 상처낼 귀 肆 : 방자할 사 燿 : 빛 날 요

 

그 정사가 어수룩하면(悶悶) 그 백성은 순박하고(淳淳),

그 정사가 세심하면(察察) 그 백성은 이지러지니(缺缺),

재앙이여 복의 의지하는 바요, 복이여 재앙의 엎드린 바이다.

누가 그 극처를 알겠는가? 그 바름은 없다.

바름은 기이함으로 돌아오고, 착함은 괴이함으로 돌아와서,

사람의 미혹됨이 참으로 오래되었도다.

이로써 성인은

방정하되 해치지 않고, 청렴하되 상처내지 않으며,

곧되 방자하지 않고, 빛나되 빛을 내지 않는다.

 

 

  이 장은 앞 제57장에 이어 세상사의 이치를 설명하는 내용이다.

  세상사의 이치를 보건대, 정치를 잘 하려고 온갖 수단을 동원할수록 백성은 더욱더 교활해지고, 오히려 정치를 어두운 듯 어수룩하게 하면 백성은 순박해진다. 또한 백성의 삶을 빠짐없이 살피면 살필수록 오히려 백성은 더욱 더 이지러지고 고달프게 된다. 왜냐하면, 백성을 살핀다는 명분으로 정치가 세밀해지면 나라의 법령과 제도가 한없이 늘어나게 되는데, 이러한 법령과 제도가 오히려 백성의 삶을 구속하게 되어 백성으로 하여금 고달프게 만들기 때문이다.

  공자가어(孔子家語)물이 지극히 맑으면 물고기가 없고, 사람이 지극히 살피면 무리가 없다”(水至淸則無魚 人至察則無徒)고 하였다.

  세상사의 이치를 보면 재앙이라는 것은 곧 복이 돌아오는 의지처가 되고, 복이라는 것은 또한 재앙이 숨어있는 곳이 된다. 세상은 복과 재앙이 없이 담담하거늘 사람은 복이 있으면 좋아하고 재앙이 있으면 통곡을 한다. 어느 사람에게 복이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 재앙이 되고, 어느 사람에게 재앙이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는 복이 되는 것이다. 복과 재앙은 서로가 서로를 물고 다닌다. 그래서 어떤 상황에서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고요함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극치처를 누가 알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바름이라는 것은 사실 없는 것이다. 어느 상황에서 바름은 곧 다른 상황에서는 바르지 못한 기이함으로 여겨진다. 어느 상황에서 착함이란 것은 곧 다른 상황에서는 괴이함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사람은 항상 바르고 착함이라는 기준을 세워 끝없이 지켜나가고자 하니, 이는 더욱 사람을 미혹되게 만들고, 끝내는 잘못된 기준이 세상에 고착된다.

  그렇기 때문에 성인은 스스로가 방정해도 이를 내세워 남이 잘못됐다고 해치지 않는다. 스스로가 청렴하고 결백하더라도 남의 잘못됨을 들추어 상처내지 않는다. 스스로가 옳고 곧다고 하여도 남에게 방자하게 굴지 않고, 스스로가 밝은 지혜가 있어도 밝은 체하지 않는다. 그저 순박한 도의 '스스로 그러함'(自然)을 따라 세상을 다스린다.

 

其政이 悶悶이면 其民이 淳淳하고

其政이 察察이면 其民이 缺缺하나니

禍兮여 福之所倚오 福兮여 禍之所伏이라

孰知其極이리오 其無正이로다

正復爲奇하고 善復爲妖하야

人之迷가 其日固久로다.

是以로 聖人은

方而不割하고 廉而不劌하며

直而不肆하고 光而不燿니라.

 

 

※ 대산 김석진·수산 신성수,주역으로 보는 도덕경-대산 노자강의대학서림, 2005, 217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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